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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병규 제노플랜 대표 

‘침’ 한번 뱉었는데 35가지 건강 정보가 한 눈에 

글 최영진 기자·사진 박종근 기자
제노플랜은 질병이 아닌 건강과 비만 틈새를 노려 성장하는 바이오 스타트업으로 꼽힌다. 강병규 대표는 “사람들의 건강 문제를 해결하는 게 사회적 역할을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강병규 대표는 유전자 분석을 통해 사람들이 건강하게 살 수 있는 방법을 제공하는 것이 제노플랜의 사회적인 역할이라고 강조했다.
입안의 침을 한번 뱉고 나서, 키와 몸무게, 허리와 엉덩이 둘레만 기입했다. 그러자 2주 후, 내 스마트폰 안에 내 신체의 기초대사 능력, 식이요법, 식습관 같은 35가지 건강 정보가 깔끔하게 정리되어 눈 앞에 나타났다. 비만이 될 확률부터 체지방 분해 능력, 탄수화물 대사 능력, 피해야 할 음식까지 알 수 있게 돼 있다. 위험신호 항목은 빨간 색으로 표시되었는데, 이 항목을 클릭하면 건과류를 즐겨 먹고, 생선처럼 몸에 좋은 지방을 섭취하라는 권유 사항이 눈에 들어온다. 침(타액)을 통한 유전자 분석으로 건강과 다이어트 방법을 제안하는 스타트업 제노플랜의 ‘제노플랜 핏’ 서비스다. 다이어트에 관심이 많은 젊은 층에 제노플랜 서비스가 인기다. 강병규(34) 제노플랜 대표는 “건강하게 오래 살고 싶은 것을 방해하는 적은 비만이다. 비만을 해결하는 데 기여하는 것이 제노플랜의 사회적인 역할이라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삼성생명과학연구소 출신 창업자

2014년 4월에 제노플랜을 창업했다는 강 대표는 ‘기업의 사회적 역할’을 강조한다. 개인적인 관심과 경험 때문이다. 중학생 때 미국에 건너가 보스턴대학교에서 의예/경제학을, 보스턴의학대학원에서 의과학(Medical Science)를 전공했다. 아버지의 권유로 병원경영을 위한 MBA 코스를 밟기 전에 한국으로 돌아왔다. 입대를 준비하던 강 대표는 한 제약사와 삼성생명과학연구소의 스카우트 제안을 받게 된다. “제약사 쪽에서는 동물 실험 분야를 제안했는데, 삼성생명과학연구소장이 유전자 분석을 해보면 어떻겠냐고 제안을 했다. 그게 운명이었던 것 같다.”

3년 동안 전문연구요원으로 일한 후에 바로 퇴사했다. 사회적기업 창업을 위해서다. 사회적으로 취약한 환경에 있는 아이들을 위한 카운슬링과 영어·수학같은 온라인 수업을 제공하는 ‘알공’을 창업했다. 그 무렵 강 대표의 마음에는 또 하나의 꿈이 자리잡고 있었다. 유전자 분석 관련 창업이었다. “유전자 분석 스타트업을 창업하려면 장비도 마련해야 하고, 전문 인력도 구해야 하는데, 그 때는 도저히 엄두가 나지 않더라”고 했다. 투자를 받기 위해 창업지원 대회에 나갔지만 “사회적기업으로 성공할 수 없다”는 핀잔만 들었다. 우선 저질러 보기로 했다. 2014년 4월 팀원이나 변변한 장비도 없이 제노플랜을 창업했다. “그땐 그렇게 뭐라도 해야 진행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당시는 알공도 운영 중이었다. 유전자 분석하는 제노플랜 구인공고를 보고 온 이들을 온라인 영어 수업 일을 하는 알공 사무실에서 만나는 열악한 환경이었다. 강 대표는 “그때 그들에게 비록 지금은 이런 상황이지만, 페이스북이나 구글처럼 액티브한 바이오 스타트업을 만들 것이라고 설득했다”며 웃었다. 2년 반을 운영했던 알공 서비스는 결국 폐지됐다. “비즈니스 모델이 취약했던 것 같다”고 강 대표는 분석했다. 강 대표는 본격적으로 제노플랜에 집중했다. 그렇게 혼자 시작했던 제노플랜은 현재 19명으로 늘었고, 미국과 일본에 사무실을 열 정도로 글로벌 진출에 성공했다. “내년 초에는 싱가포르에 법인을 설립할 계획”이라고 했다.

짧은 시간에 이런 성과를 올릴 수 있었던 것은 특화된 비즈니스 모델 덕분이다. 대부분의 바이오 스타트업은 혈액 분석을 통해 질병을 분석하고 관리하는 데 치중하고 있다. 제노플랜은 타액의 유전자 분석을 통해 건강관리 방법을 알려주는 틈새시장을 노렸다. 특히 ‘비만’에 집중하면서 주목받았다. 창업 반년 만에 스타트업 지원 프로그램인 글로벌 K-스타트업에 참여해 최다 수상을 했고, 스파크랩 5기에 선정되면서 성장에 들어서기 시작했다. 지난 1월에는 소프트뱅크벤처스, 삼성벤처투자 등으로부터 50억원의 투자를 유치하면서 성장 가능성을 인정받았다. 제노플랜의 서비스를 이용하려면 먼저 병원에서 처방을 받은 후 키트를 구매해야 한다. 키트에 자신의 침을 담은 후 제노플랜에 보내면 된다. 제노플랜은 이 키트를 일본 연구소로 보내고, 연구실에서 타액에 담긴 DNA를 분석하게 된다. 2주 후면 유전자 분석 결과를 웹이나 스마트폰 앱을 통해 확인하게 된다.

보통, 사람들은 유전자 분석을 하려면 혈액이나 구강상피세포 등을 이용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병원에서도 침보다는 혈액을 통한 분석을 많이 한다. 일반인이 보기에 침을 통한 유전자 분석의 정확성에 의구심을 가질 수 있다. “침으로 유전자 분석을 해도 정확한가?”라는 질문에 강 대표는 “어떤 부위에서 세포를 체취하더라도 같은 유전자 정보를 얻는다. 데이터가 쌓이면 쌓일수록 정확해진다”고 설명했다. “미국이나 유럽에서는 간편하게 타액으로 하는 추세다”고 덧붙였다.

유전자 분석 장비는 서울과 일본 지사에 마련되어 있다. “우리가 보유한 설비는 이름을 대면 다 알만한 장비들이다. 정확성 100%라고 자신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강 대표는 투자금으로 설비를 마련했다. 다양한 기계와 노하우가 있는 게 유전자 분석의 경쟁력을 좌우하기 때문이다. “제노플랜은 데이터를 분석하는 스타트업이다. 데이터를 분석하는 능력을 키우기 위해 생물학자 등 다양한 분야의 전문인력이 일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건강관리 틈새 시장 노려 성공

제노플랜의 또 다른 강점은 저렴한 분석 비용이다. 타사의 경우 혈액을 통한 유전자분석 비용만 보통 100만원이 넘는다. 제노플랜의 경우 9만9000원에 불과하다. 35가지 정보에 대사관리증후군 항목을 추가한 ‘제노플랜 핏 플러스’ 서비스도 15만원에 불과하다. “가격 때문에 다른 업체로부터 항의도 많이 받았다”고 말할 정도다.

또 하나의 장점은 유전자 분석 결과를 웹과 모바일을 통해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웹과 모바일에서 볼 수 있는 정보도 다양하다. 가장 눈길을 끄는 것은 유전자 분석 결과 나쁜 항목이 나왔을 때, 이를 위해 어떤 음식이나 운동을 해야 하는지를 보여주는 것이다. “사람들은 건강하게 오래 사는 것을 바란다. 비만이 가장 큰 문제이고, 제노플랜이 이를 해결하는 데 도움을 주는 게 사회적인 역할을 하는 것이다”고 강조했다.

제노플랜의 비즈니스 모델은 아직까지 유전자 분석 서비스에 그치지만, 확장성은 넓다. 강 대표는 “제약회사와 손을 잡고 신약 개발을 할 수도 있고, 개인화된 식단을 제공하는 업체와 손을 잡을 수도 있다”며 “우리 사업의 확장성은 예상보다 훨씬 크다”고 자랑했다. 가시적인 효과도 나오고 있다. 한 화장품 업체는 제노플랜과 함께 MOU를 맺고 제품개발을 진행하고 있다. “유전자 분석은 개인 서비스 제공을 위한 가장 기초적인 도구다. 이 분야만큼 재미있는 것도 없다”고 강 대표는 강조했다.

- 글 최영진 기자·사진 박종근 기자

소프트뱅크벤처스가 선택한 이유: 제노플랜은 질병 진단이 아닌 라이프스타일 서비스라는 점이 가장 특별하다. 실제 고객의 삶과 직접적인 연관성이 있는 ‘비만’이라는 영역을 가장 먼저 타깃으로 했다. 뷰티와 외모에 관심이 많은 한국인에게 유전자 분석을 좀 더 가볍고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했다는 점에서 혁신적인 서비스라는 평가다.

201605호 (2016.0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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