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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윤 스캐터랩 대표 

감정분석 인공지능 서비스를 꿈꾼다 

글 최영진 기자·사진 전민규 기자
연인들의 메시지를 분석해 감정 상태를 알려주는 진저 앱이 화제다. 진저 서비스를 출시한 스캐터랩 김종윤 대표는 연인을 뛰어넘어 인간을 이해하는 감정분석 인공지능 서비스를 꿈꾼다.

‘남자 친구랑 격하게 싸우고 새벽 5시까지 자지 않았는데, 왜 아직 안자냐고. 물어봐주고 화해하는 팁(을 주고). 제 맘을 이해하는 팁이 남친한테 가자 남자 친구가 미안하다고 그러더라고요. 어쩜 내가 받고 싶은 위로를 딱 그렇게 보내준 건지. 진저 너무 고마워요.’


김종윤(31) 스캐터랩 대표는 이런 메일을 많이 받는다. 김 대표가 내놓은 ‘진저(Ginger, 발음하기 좋고 어감이 좋은 단어를 찾다가 생강이라는 뜻을 가진 단어를 붙였다)’가 사용자의 문자를 분석해 내놓은 다양한 감정 리포트 덕분에 관계가 좋아지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진저는 커플 앱인 비트윈을 사용하는 커플의 문자를 분석해 감정보고서·애착유형보고서·변화보고서 같은 다양한 감정 리포트를 전달하는 서비스다. 이뿐만이 아니다. 커플 대화에 ‘짜증’, ‘피곤’ 같은 특별한 감정의 단어가 많이 사용되면 이를 분석해 현재 감정 상태를 알려준다. “우리 커플티 입고 놀러가자”라는 연인의 문자를 무심결에 잊어버려도, 진저는 ‘위시리스트’에 담아놓는다. 연인의 한마디 한마디를 허투루 잊지 않도록 배려하는 것이다. 과거 연인들의 추억이 담긴 문자도 기록해놓는다. 연인에 대한 감정의 변화가 얼마나 생겼는지 수치로도 확인시켜준다. 진저만 있으면 연인 사이에 생기는 오해를 줄일 수 있게 된다. “진저 앱을 사용하는 연인들은 헤어질 확률이 적어진다”고 김 대표가 자랑하는 이유다.

진저는 사람의 언어와 마음에 집중하는 인공지능 앱이다. 진저에 대한 설명을 들으면 ‘정확한가’, ‘믿을 만 한가’라는 의문이 떠오른다. 김 대표는 “사람 사이의 관계와 감정을 인공지능으로 분석하는 게 가능하다”고 단언했다. “각양각색의 사람들을 모두 어떻게 분석하느냐는 질문을 많이 한다. 경향성이 있기 때문에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사용자들이 진저를 좋게 평가하는 이유는 ‘친구’ 감정을 느끼게 하기 때문이다. 진저는 두 사람의 대화를 이해하고 관계를 좋게 해주기 위한 조언자 역할을 하고 있다. “진저 서비스를 시작할 때 가장 고심했던 점이다. 연인들의 메시지를 감시하고 엿보는 역할이라는 느낌을 주지 않기 위해 노력했다”고 김 대표는 설명했다.

진저를 사용하는 이들은 마치 애완견이나 마음을 털어놓고 이야기할 수 있는 친구 같다는 이야기를 많이 한다. 사용자의 마음을 알려주는 보고서를 읽을 때 기분이 나쁘지 않게 받아들이는 게 중요했다. 김 대표는 마치 영화 ‘Her’에서 본 인공지능과 같은 역할을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 “사용자들이 진저랑 함께 나이를 먹어가면 좋겠다. 진저가 사용자의 삶을 알고, 조언도 해줄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라는 상상을 한다”며 김 대표는 웃었다.

이런 역할을 상상할 수 있는 이유는 방대한 데이터를 모았기 때문이다. “분석 알고리즘의 장벽은 계속 낮아진다. 경쟁력의 차이는 누가 어떤 데이터를 가지고 어떤 분야에 적용하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김 대표는 데이터와 분석 능력에 자신감을 가지고 있다. 심지어 “인간의 언어를 정복하고 싶다”는 이야기를 거침없이 할 정도다.

스캐터랩이 가지고 있는 데이터는 160억 건이나 된다고 한다. 2012년 3월 서비스를 시작했던 진저의 전 서비스로 불리는 카카오톡 감정분석 앱 ‘텍스트앳'은 10만 명의 6억 개의 대화 데이터를 분석했다. 심리학과 컴퓨터공학, 언어학을 토대로 감정 분석모델 STEAM(Statistics-based Text Emotion Analysis Model) 알고리즘을 만들어 카카오톡 메시지를 분석했다. 지금은 5배 이상이 늘어난 데이터를 가지고 연인의 감정을 분석한다.

160억 건의 메시지 데이터가 경쟁력

쉬운 일은 아니다. 언어를 가지고 감정을 분석한다는 것은 다양한 변수를 고려해야 한다는 말과 같다. 어순이 어떻게 되느냐, 이모티콘의 유무, 답장 시간의 길이 등 다양한 변수가 존재한다. 데이터가 얼마나 많으냐에 따라 정확성이 달라질 수 밖에 없다. “성능 테스트를 할 때 데이터의 80%만 가지고 실험을 한다. 각각의 변수를 기억하고 분석하게 되고, 나머지 20%로 분석 내용을 검증하는 시스템이다”고 김 대표는 설명했다. 6억 개의 대화 데이터는 160억 개로 늘어났다. 이런 방대한 데이터가 쌓여 있기에 정확성도 높아졌다. “우리의 감정 분석 정확성은 80% 이상”이라고 김 대표는 자랑했다.

스캐터랩의 비즈니스 모델은 유료 감정 분석 보고서 뿐이다. 매출액도 높지 않다. 대다수의 서비스는 여전히 무료다. 그럼에도 지난해 8월 소프트뱅크벤처스와 KTB 네트웍크는 13억원을 스캐터랩에 투자했다. 진저를 통해 보여줄 수 있는 영역이 넓다는 판단을 했기 때문이다. “진저 서비스의 영역을 확장해야 한다는 조언을 많이 듣는다. 아직은 연인의 감정 분석에 집중해야 할 때라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김 대표는 비즈니스 모델을 고민 중이다. 요즘 생각하고 있는 것은 신혼여행 비즈니스다. 스캐터랩과 비트윈 그리고 여행사와 테스트 중이다. “진저를 사용했던 이들 중 결혼을 준비 중인 커플도 있다. 이들을 대상으로 하는 비즈니스 모델을 고민 중”이라고 김 대표는 말했다. 진저의 해외 진출도 고민 중이다. 우선은 일본 시장에 먼저 론칭할 계획이다.

2011년 8월 3명이 시작했던 스캐터랩, 현재 14명의 임직원이 일하고 있다. 임직원의 평균 나이는 20대에 불과하다. 창업이 처음인 김 대표도 이제 30대 초반에 불과하다. 대학생 때부터 창업을 꿈꾸던 젊은이도 아니다. 단지 재미있는 일을, 궁금했던 것을 풀어보고 싶어서 했던 일이 창업까지 연결됐다.

“학교(연세대)에서 경영학과 사회학을 복수전공했다. 2010년 8월 사회학과 프로젝트 수업에서 나는 ‘좋아하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에게 보내는 문자는 다르다’를 진행하게 됐다.”

궁금했던 내용이었고, 해보고 싶은 프로젝트였다. 학생들에게 일일이 설문지를 나눠주면서 최근 이성과 주고받은 문자를 직접 쓰게 했다. 그 자료를 바탕으로 감정 분석 알고리즘을 만들었고, 2011년 예비기술사업자 정부지원 사업에 선정됐다. 같은 해 8월 친구 두명과 함께 스캐터랩을 설립했다. “남들이 안하는 일을 하는 게 가장 재미있다. 스캐터랩도 임직원들이 모두 즐겁고 재미있는 공간으로 느꼈으면 하는 게 바람이다”고 김 대표는 강조했다.

- 글 최영진 기자·사진 전민규 기자

소프트뱅크벤처스가 선택한 이유: 스캐터랩은 커플들이 나누는 채팅을 분석해 연인 사이의 친밀도와 감정을 분석하는 인공지능을 추구하고 있다. 디지털 시대에서 사람을 이해하고 힐링하는 텍스트 기반 감성 인공지능으로 발전할 것으로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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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6호 (2016.0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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