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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50대 부자] 가문의 분쟁 

롯데월드 타워에 새롭게 뿌리 내리는 제국 

DONALD KIRK 포브스 기자
아들이 아버지를 해임하고, 아버지도 아들을 해임했다. 법원 명령으로 아버지의 성년후견인 지정 심리가 열리기도 했다. 이 와중에 롯데 제국은 한국 최고층 건물 롯데타워 완공을 위한 준비를 마쳤다.

▎형제간 경영분쟁을 겪고 있는 신동빈 회장(왼쪽)과 그의 형 신동주 전 부회장.
굽이치는 한강 옆으로 롯데월드 타워가 거대한 오벨리스크처럼 우뚝 솟아 있다. 사무 건물과 고층 아파트, 사람으로 득실거리는 쇼핑 지구, 그늘진 산 쪽으로 이어진 드넓은 대로를 거대한 123층의 타워가 내려다 보고 있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내년 초 롯데그룹 본사를 이곳으로 이전하려는 계획을 세웠다. 롯데월드 타워는 세계에서 5번째로 높은 건물이자 현재 한국에서 가장 높은 건물이다. 108층에 자신의 둥지를 마련한 신동빈 회장은 한국 최대 백화점 체인과 19개 럭셔리 호텔, 디즈니랜드와 비슷한 테마파크 롯데월드 어드벤처 등 129개 자회사로 이루어진 제국을 이곳에서 통치할 것이다.

“많은 시련과 난관을 극복한 한국은 큰 도약을 했습니다.” 롯데월드 타워 엘리베이터를 타자 스크린에서 동영상이 나왔다. 초고층 건물을 지은 이유는 “한국의 글로벌 위상과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것”이라고 했다. “한 기업가의 오랜 꿈을 이루기 위한 것입니다.”

후계자 경쟁은 신동빈 회장 승리


▎준공을 앞둔 123층 롯데월드 타워
그 기업가는 바로 신동빈 회장의 아버지, 신격호(94) 명예회장이다. 신격호 명예회장이 1948년 일본에 세운 주식회사 롯데의 주력 제품은 케이크나 껌이었다. 롯데란 이름은 괴테의 18세기 소설『젊은 베르테러의 슬픔』여주인공 ‘샤롯데(Charlotte)’에서 따왔다. 소설 속에서 샤롯데가 남녀간 삼각관계에 놓였다면, 신격호는 다른 형태의 삼각관계에 갇혔다. 한국 롯데그룹을 운영하는 차남 신동빈과 일본 롯데 경영권을 가지고 있었던 장남 신동주의 후계자 싸움이다.

일단은 지난해 7월 일본 롯데홀딩스 CEO로 선출된 신동빈(61)의 승리로 보인다. “이제는 신동빈이 일본 롯데를 총괄한다고 볼 수 있다”고 롯데그룹의 임원은 말했다. 롯데 가문 형제 2명과 이복자매 2명이 보유한 롯데홀딩스 지분은 7.1%밖에 안 되지만, 가족소유기업 광윤사(한국 이름) 혹은 코준샤(일본 이름)를 통해 가지는 추가 지분은 28.1%다. 그러나 아버지가 자신에게 후계권을 넘겨주고 싶어 한다는 신동주의 주장과 상관없이 신동빈이 회장으로 임명될 수 있었던 건 다른 두 명의 대주주가 결정적 표를 던져줬기 때문이다. 지분 27.8%를 가진 종업원지주회와 6%를 가진 임원지주회다.

“신동주는 다수의 프로젝트에서 실패했다”고 경제개혁연대의 김상조는 말했다. “20년 전만 해도 일본 롯데의 자산은 한국 롯데와 거의 비슷했다.” 그러나 지난해 한국 롯데가 매출 728억 달러를 올렸지만, 일본 롯데 매출은 26억 달러에 그쳤다. 대체 무엇 때문일까? “신동주는 경영태도가 아주 소극적”이라고 김상조 경제개혁연대 소장은 덧붙였다. “일본 롯데는 주로 제과 사업에 의존한다. M&A 전략도 없다. 반면 차남은 아주 공격적인 전략을 펼쳤다.” 실제로 신동빈은 한국과 일본 외 시장에서 사업 확장을 꺼렸던 아버지와 달리, 해외 호텔과 백화점에 투자하며 롯데를 한 차원 성장시켰다는 평가를 받았다. 10년 전만 해도 한국 재벌기업 서열에서 10위였던 롯데는 현재 5위까지 올라왔다. 한국 직원 수는 12만 명이고 해외 직원은 6만 명이지만, 일본 롯데 종업원 수는 4500명 밖에 되지 않는다. 이에 대해 문의하자 일본 롯데는 답변을 거절했다.

그래도 장남 신동주(62)는 자신의 뜻을 굽히지 않고 있다. 신동주는 직원들에게 지분을 더 나눠줄 것을 약속했고, 신격호 명예회장은 신동빈이 문서 승인을 위해 자신의 인감을 가져가 불법적으로 경영권을 승계했다고 주장했다. 지난 7월 신동빈의 주도로 롯데홀딩스 총괄회장직에서 해임된 신격호는 차남 신동빈을 회장직에서 해임하고 장남 신동주를 그 자리에 앉히는 서신을 작성했다고 한다. 그러나 지난 달 서울 검찰청은 신동빈이 자신의 권한을 오용했다는 “증거가 부족하다”는 판단을 내렸고, 신동빈은 1승을 거두었다. 신동빈이 아버지 신격호를 롯데호텔과 롯데제과 이사회에서 해임한 후 나온 판결이었다.

한편 서울 지방법원은 신격호 명예회장의 판단력이 고령으로 쇠퇴하지 않았는지 병원에서 검사를 받으라는 명령을 내렸다. 현재 신동빈은 신동주를 광윤사 사장직에서 해임하려는 소송을 도쿄에서 진행 중이다. 신동주 또한 롯데홀딩스 임원진이 신동빈과 결탁했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재벌 후계자간 싸움은 흔히 있는 일이다. 그러나 롯데 가문의 분쟁은 어떤 집안 싸움보다 노출이 크고 장기화 되고 있다. 경영권 다툼 때문에 면세점 사업권을 잃었다고 믿는 사람도 많다. 롯데월드몰 면세점의 사업권을 반납하는 건 당혹스러운 결과임이 분명하다.

억만장자인 두 형제와 아버지는 언론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인터뷰도 하지 않는 등, 베일에 가려져 있었다. 그렇다 보니 달갑지 않은 관심을 집중적으로 받는 경험은 이들에게 더욱 큰 스트레스로 다가왔을 것이다. 사생활에서는 모습을 숨긴 이들이지만, 사업 방식은 그 반대에 가까웠다. 롯데호텔과 백화점은 눈에 확 띄는 붉은 색 로고를 자랑스레 내보이고, 부산 롯데 자이언츠와 지바현 롯데 마린스는 시즌마다 큰 관심을 받는다. 무엇보다 눈에 띄는 건 바로 롯데월드 타워다. 30년 전 신격호가 구상한 롯데타워 건설에는 약 40억 달러의 비용이 들었다.

환경 문제와 군사공항 비행 경로 문제 등, 15년간 서울시가 인가를 지연할 수밖에 없었던 여러 문제를 극복하고 타워를 완공시킬 책임은 신동빈에게 있다. 가족 분쟁을 의식한 듯, 관람객을 향한 홍보 영상은 아버지와 차남의 사진을 잠깐 보여주며 “시련과 꿈, 갈등이 있었다”고 인정했다. 가족 갈등은 지난 12월 상량식에서 더욱 크게 느껴졌다. 헬멧을 쓴 작업자가 롯데월드 타워 마지막 대들보에 마지막 못을 박는 축하 행사에서 서울 시장을 비롯한 참석자들이 박수갈채를 보내는 순간, 신동주의 빈자리는 더욱 눈에 띄었다.

“경영권 분쟁은 사실상 종결됐다”


▎신동빈 회장이 지난해 12월 롯데월드 타워 상량식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한국에서 태어난 신격호 창업주는 제 2차 세계대전 중 도쿄로 가서 와세다 고등공업학교(현 와세다대 이학부)를 다녔다. 전쟁이 끝난 후 그는 미군 껌이 아이들에게 큰 인기를 끄는 걸 발견했다. 그는 1960년대 중반 서울로 돌아가 1967년 한국 롯데제과를 설립했다. 한국과 일본의 껌 제조법은 살짝 차이가 있지만, 양국의 껌 시장은 모두 롯데가 장악하고 있다. 빠른 사업 확장을 노린 신격호는 1973년 서울의 중심지 명동에 롯데호텔 1호점을 열었고, 1979년 롯데호텔 바로 옆에 롯데백화점을 개장했다. 장기집권을 했던 박정희 대통령이 경제 고속성장을 위해 기업인의 힘을 빌리려고 했기 때문에 박정희 대통령과 좋은 관계를 유지했던 신격호는 사업에 많은 도움을 받았다.

신격호 창업주가 신동주에게 일본 롯데를 주고 신동빈에게 한국 롯데를 준 건 자연스러운 결정이었다. 신격호는 기업의 미래가 한국에 있다고 믿었다. 도쿄 아오야마 가쿠인 대학에서 경제학을 전공하고 뉴욕 컬럼비아 경영 대학원에서 석사 학위를 받은 차남 신동빈은 신격호가 자신의 고국에서 시작한 업적을 발전시키기에 더 없이 적합한 후계자로 보였다. 신동빈이 한국어에 능한 반면 신동주는 모국어인 일본어(형제는 일본어를 쓰는 일본인 어머니 밑에서 자랐다)밖에 못 한다는 사실도 영향을 끼쳤다.

신동빈의 업적은 롯데월드 타워 곳곳에서 찾아볼 수 있었다. 롯데월드 타워 옆에는 오락 및 쇼핑, 외식을 즐길 수 있는 21에이커 면적의 ‘롯데타운’이 있다. 올림픽 공원과 부촌 강남구 사이에 위치한 복합단지다. 롯데월드몰 옆에는 롯데호텔 월드점과 뮤지컬 전용 공연장 ‘샤롯데 씨어터’가 있다. 그 옆 롯데월드 어드벤처는 각종 놀이기구와 음식, 동물 등으로 볼 거리, 즐길 거리가 많아서 가족단위 방문객에게 인기가 높다.

롯데월드 타워가 개장하면 25개 층에는 롯데호텔 체인 중 가장 럭셔리한 호텔이 문을 열고, 29개 층에는 고급 아파트가 들어설 예정이다. 고급 사무공간에는 24개 층이 배정되고, 최고층 3개에는 전망대가, 그 아래 3개 층에는 아트갤러리가 들어설 것이다. “롯데가 한국의 꿈을 이루겠습니다”라고 홍보 영상 속 목소리는 말했다.

‘형제의 난’으로 제국이 분열되는 일은 없다는 전제가 깔려 있다. 신동빈 비서실에서는 “경영권 분쟁은 사실상 종결됐다”는 성명서를 발표했다. “신동주 전 부회장은 자신의 위치를 인정하고 회사를 위험으로 몰아가선 안 된다.” 롯데그룹은 “기업가치와 질서를 흔들려는” 어떤 행동도 “용납하지 않을 것이다.” 롯데월드타워에 새롭게 뿌리를 내리는 제국의 다음 세대를 위한 호소로 보인다.

- DONALD KIRK 포브스 기자

201606호 (2016.0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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