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mpany

Home>포브스>Company

서강호 이브자리 대표 

프리미엄 숙면 브랜드로 침구시장 새판 짠다 

글 오승일 기자·사진 김상선 기자
국내 1위 침구기업 이브자리가 개인 맞춤형 수면 브랜드로 제2의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잠’이라는 키워드로 정체된 침구시장에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하고 있는 서강호 대표를 만났다.

▎서울 동대문구 휘경동 이브자리 전시장에서 만난 서강호 대표. 신개념 수면 전문 브랜드 슬립앤슬립을 통해 침체된 국내 침구시장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우리 인류에게 잠만큼 중요한 건 없습니다. 성장은 물론 생명을 유지하기 위한 많은 일들이 다 수면 중에 일어나거든요. 근데 요새 주변을 살펴보면 잘 잤다고 말하는 사람이 드물어요. 수면무호흡증이나 불면증 같은 수면장애 인구도 해마다 급증하고 있죠. 그럼 잠을 잘 자려면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까요? 우선 무엇보다 잠 잘 때 자신에게 어떤 신체 변화가 있는지 알아야 합니다. 그리고 그에 맞는 적절한 침구 제품을 선택해서 사용해야 합니다.”

지난 5월 10일, 서울 동대문구 회기동 이브자리 본사에서 만난 서강호(66) 대표는 자리에 앉자마자 잠과 건강의 중요성에 대해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이불이나요, 베개는 결코 단순한 제품이 아니며 건강과 직결되는 좋은 잠을 위해선 침구가 과학적으로 디자인돼야 한다”며 “이브자리는 질 좋은 잠을 제공하는 솔루션 프로바이더(solution provider)로서 침구뿐만 아니라 수면과 관련된 오감의 모든 소품과 서비스를 제공하는 진정한 잠의 동반자로 거듭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브자리의 혁신을 주도하고 있는 서 대표는 1973년 부산대학교 무역학과를 졸업한 뒤 1975년 삼성그룹 공채 16기로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삼성물산에서 4년간 대미 섬유 수출을 담당하다 능력을 인정받아 해외법인을 관리하는 해외관리과에서 3년간 일했다. 이후 일본 본사 수출본부장 및 인터넷쇼핑몰 총괄담당 상무이사, 삼성재팬 대표, 그룹 회장비서실 등을 거쳐 지난 2003년부터 6년간 한솔CSN 대표이사를 지냈다.

그리고 2012년 서 대표는 인생의 새로운 터닝포인트를 맞았다. 국내 침구업계 1위 기업인 이브자리의 대표로 전격 영입된 것이다. 이브자리가 회사 경영을 외부인사에게 맡긴 것은 창립 이후 처음이었다. 1976년 ‘꽃사슴’이란 브랜드로 출발한 이브자리는 그간 창업주와 형제들이 경영을 전담하며 보수적인 기업이라는 평가를 받아왔다.

“이브자리 창업주인 고춘홍 회장과는 ROTC 동기인데다 마라톤 동호회에서 자주 만나면서 인연을 맺었죠. 대표직 제안을 받고 이브자리에 와 보니 철학이 있는 회사라는 걸 느꼈어요. 창업주가 확고한 경영철학으로 회사의 이익만을 추구하는 것이 아닌 파트너와의 동반성장을 중요시 한다는 사실이 매력적이더군요. 동대문의 작은 이불가게에서 시작한 회사가 매년 꾸준한 성장을 지속하면서 업계 1위를 수성하고 있는 배경에는 바로 이런 철학이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일본 주재원 생활을 하면서 일본의 강소기업들을 만날 기회가 많았어요. 그곳에서의 경험을 살리고 벤치마킹하면서 이브자리에 실질적인 도움이 되도록 노력하고 있습니다.”

건강한 잠자리 제공하는 삶의 동반자


▎서울 강남구 삼성동에 자리한 슬립앤슬립 코엑스점. 수면 컨설턴트의 전문적인 상담과 체험을 통해 자신에게 가장 적합한 제품을 선택할 수 있다.
보수적인 분위기의 이브자리가 이례적으로 서 대표를 영입한 것은 최근 급변하고 있는 침구시장 상황 때문으로 풀이된다. 일본 야노경제연구소에 따르면 국내 침구 시장 규모는 1조5000억원 정도로 추산되고 있으며, 이중 기능성 침구시장은 지난해 약 6000억원대로 전년 대비 114.3%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브자리는 1976년 설립 이후 국내 침구시장을 주도하며 1위 자리를 유지하고 있지만, 2000년대 이후 신생 기업들이 뛰어들면서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한샘, 까사미아, 에이스침대, 이케아 등 국내외 대형가구 및 인테리어 업체들이 직접 침구시장에 진출하면서 경쟁이 더욱 치열해지고 있다.

이브자리의 수장이 된 지 4년이 지난 지금, 서 대표의 경영 능력에 대한 업계의 평가는 대체로 긍정적이다. 서 대표는 취임 이후 개인 맞춤형 수면 전문 브랜드 ‘슬립 앤슬립(Sleep & Sleep)’을 론칭하며 새로운 도약을 선언했다. 침구 생산기업이라는 그간의 전통적인 이미지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다. 아울러 서 대표는 슬립앤슬립을 통해 기존 침구사업의 패러다임을 바꾼다는 전략이다.

“불황을 극복하는 방법에는 두 가지가 있는데요. 하나는 시장을 분석하고 소비자들의 욕구를 파악해 적절한 대비책을 찾는 것입니다. 즉 시장 상황에 적응하는 거죠. 또 하나는 아예 새롭게 판을 짜는 방법인데요. 패러다임 시프트, 즉 인식의 전환을 통해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는 것입니다. 사실 지난해 5월 슬립앤슬립을 시장에 내놓은 것도 이런 상황을 염두에 둔 것입니다.”

국내 침구업계를 선도하는 기업의 수장으로서 서 대표의 도전은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그는 수면시장의 급속한 성장 가능성에 주목했고 이런 변화의 흐름을 놓치지 않았다. 서 대표는 “1인당 국민소득이 2만5000달러를 넘어가면 건강한 잠자리에 대한 수요가 증가한다는 사실이 독일, 일본 등 선진국 시장을 통해 입증됐다”면서 “수면시장의 성장에 대비해 침구 전문 회사에서 침실 전문 유통업체로 도약하는 동시에 개인 맞춤형 수면시장에 대한 공략을 가속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슬립앤슬립의 가장 큰 특징은 개인 맞춤형 수면 컨설팅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것인데요. 우선 전문 컨설팅 교육과정을 이수한 슬립 코디네이터가 고객이 작성한 설문지 내용을 확인합니다. 그리고 경추측정기나 체압측정기 같은 전문 도구를 사용해 개인의 체형을 과학적으로 분석하죠. 최종 분석에는 고객 상담 내용과 함께 개인의 수면 타입, 체형 및 수면 습관 등 다양한 측면이 함께 고려되며 이를 통해 고객들에게 필요한 최적의 제품을 제안합니다. 또 슬립앤슬립 매장에 가면 이불, 베개, 매트리스 같은 침구류 145종과 함께 최근 힐링 아이템으로 떠오르고 있는 아로마 향초, 디퓨저, 수면안대 등 숙면에 도움이 되는 다양한 수면 소품 130종을 만날 수 있는데요. 앞으로도 수면 관련 용품들을 한자리에서 모두 만날 수 있도록 제품 구성을 더욱 강화해나갈 계획입니다.”

올해 10월이면 창립 40주년을 맞는 이브자리는 슬립앤슬립을 발판 삼아 다시 한 번 전성기를 누릴 채비를 하고 있다. 서 대표는 “현재 전국에 82호점을 오픈한 슬립앤슬립 매장을 올해 안에 100개까지 늘려나갈 예정”이라며 “백화점 입점을 통해 고급스러운 이미지를 구축하는 한편 중장기적으로는 해외시장에도 진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리고 이를 기반으로 지난해 매출 2200억원에서 올해는 3000억원 수준으로 끌어올린다는 복안이다.

“슬립앤슬립의 궁극적인 목표는 잠에 대한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안하고, 건강한 잠자리 제공을 통해 국민들의 건강을 증진시키는 것입니다. 이는 국가적으로 의료비 절감에 공헌하는 길이기도 합니다. 아름다운 침실과 건강한 생활을 창조하기 위해 40년 한길을 고집해온 이브자리의 노력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입니다. 지켜봐 주세요.”

- 글 오승일 기자·사진 김상선 기자

201606호 (2016.05.23)
목차보기
  • 금주의 베스트 기사
이전 1 / 2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