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 상품에 대한 놀라운 능력과 뛰어난 머리를 가진 구글의 새로운 CEO
순다르 피차이는 인공지능을 본격적으로 활용해 세계 2위의 기업가치를 가진 구글과
거의 모든 디지털 경험을 혁신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실리콘밸리에 위치한 2만2000석 규모 쇼어라인 원형극장은 미국의 음악 팬들에게는 아이콘과 같은 존재다. 콘서트 홍보로 유명한 빌 그레이엄이 록밴드 그레잇풀 데드(Grateful Dead) 로고에 영감을 받아 디자인했다. 지금까지 그레잇풀 데드가 무려 39회나 콘서트를 가진 곳이다. 닐 영, 비지스, 브루스 스프링스턴도 이곳의 무대를 화려하게 장식했다. 그런데 수 주 전 구글 CEO 순다르 피차이(Sundar Pichai·43)가 쇼어라인 무대에 올랐다. 활기찬 일렉트로닉 음악이 울려 퍼지고 대형 스크린 위로 아케이드 게임처럼 구성한 동영상이 빠르게 지나가며 분위기가 고조됐다.
무대 위로 오른 그가 록스타처럼 편안한 모습을 보인 건 아니다. 가냘픈 체구, 직사각형의 안경알 뒤로 빠르게 움직이는 눈을 가진 이지적 분위기의 피차이는 가수 카를로스 산타나보다는 천문학자 칼 세이건에 가까운 사람이다. 그래도 상관 없다. 구글 연례 개발자회의 I/O에서 그는 쇼의 하이라이트이자 록스타였다. 엄청나게 모인 소프트웨어 개발자들이 환호의 아우성을 보냈다. 그러자 그의 얼굴에 서서히 미소가 번졌다. “우리는 아주, 아주 흥미로운 시대에 살고 있다. 컴퓨팅은 멋진 진화를 거듭해 왔다”고 피차이가 말했다. 인도 남부 억양이 섞인 말투로 ‘머어엇~진’이라 늘려 말하자 청중은 더욱 환호성을 질렀다.
물론, 스티브 잡스 정도는 아니었다. 마크 주커버그나 제프 베조스, 팀 쿡 정도도 아니다. 피차이는 내부에서 차분히 올라온 CEO다. 앞에 나서지 않고 비상한 머리로 꼼꼼히 일을 처리하는 이미지다. 안무처럼 딱 맞춘 데모로 소프트웨어 개발자를 흥분으로 몰아넣기 보다 컴퓨터 과학의 미래를 치열하게 연구하는 타입이다. 구글의 공동 창업자 래리 페이지가 지난해 역사상 최대 규모의 IT 기업을 책임질 사람으로 그를 임명한 것도 바로 이 이유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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