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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태형 비트루브 대표 

인공지능 이용한 맞춤형 에듀테크 

최영진 기자 cyj73@joongang.co.kr·사진 김현동 기자
수학을 잘하고 싶지만, 효율적인 방법을 잘 모르는 학생들에게 비트루브의 마타수학은 큰 도움을 준다. 학생 개개인이 부족한 부분이 무엇인지를 찾아서 이를 해결할 수 있는 맞춤형 문제를 제안하기 때문이다.

▎서울대학교 연구공원에 있는 비트루브 사무실에서 만난 오태형 대표는 학원에서 수학 강사로 활동했던 경험에서 창업 아이디어를 떠올렸다.
모든 가족들이 반대했던 학원 강사로의 전직이 창업으로 이어질 줄은 몰랐다. 2004년 여름 서울대학교 수학과 (현재 수리과학부) 석사과정(금융수학)에 들어갈 때만 해도 대학 강단에 서서 후학들을 가르치고 싶었다. 하지만 학문의 길은 그리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2011년 박사학위 논문을 준비하면서 인생의 행로를 고민했다. 스스로가 평생을 강단에 설만한 재목은 아니라는 판단이 섰다. 그러면 남은 길은 대부분의 선배들이 선택했던 코스, 금융권에 취직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금융권에서 일하는 선배들의 삶은 겉에서 보기와는 달랐다. 대부분 하드워커들이었고, 삶도 그리 행복해보이지 않았다. 결국 고민 끝에 그가 택한 길은 학원 강사였다. 아내를 비롯해 주위 사람들의 우려와 반대에도 불구하고 그는 ‘똑똑한 아이들과 수학으로 소통하는 즐거움에다 보람도 있는’ 학원 강사의 길을 가기로 결심했다. 2011년 9월부터 강남의 유명 입시학원에서 수학을 가르치기 시작했다. 능력을 인정받았고, 다행히 학생들도 그를 좋아했다. 세칭 잘나갔다. 돈은? 물론 잘 벌었다.

서울대 출신 유명 학원강사의 창업

학생들을 지도하면서 어느 순간 이상한 점을 발견하게 됐다. 주관식 문제에서 동일한 오답이 나오고, 그 오답 또한 학생들의 수준별로 다르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이 점을 역추적해보면 학생 개개인마다 부족하거나 어려워하는 점이 무엇인지 찾아낼 수 있다는 점을 알게 됐다. 그는 생각이 통하는 대학 친구 3명과 함께 학생들이 틀린 문제 유형을 분석하기 시작했다. 학생들이 오답을 적게 된 풀이경로, 또는 오답이 유도되는 과정을 세밀하게 분석했다.

2013년 9월, 그는 학생 개개인의 취약점을 보완해주고, 부족한 부분을 해결할 수 있는 수학 문제를 자동으로 추천해주는 에듀테크 스타트업 ‘비트루브’를 창업했다. 서울대 수학과 출신의 잘나가던 학원 강사 오태형(41) 대표의 이야기다. 오 대표와의기투합을 한 창업멤버는 서울대 수학과 출신의 정두섭 연구센터장, 서울대 재료공학과 출신의 김세훈 최고전략책임자, 전산학과 출신의 안명훈 최고기술책임자다. 이들의 공통점은 한성과학고 1기 출신이라는 점이다. 오 대표는 “친구들 모두 증권사나 IT업계에서 일했는데, 사업 아이디어에 공감해서 합류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현재 비트루브의 마타수학 시스템은 온 오프라니에서 서비스되고 있다. 온라인의 경우 웹(앱 서비스도 준비 중)을 통해서 경험할 수 있고, 오프라인은 모의고사를 통해 접할 수 있다. 비용은 온라인의 경우 1회 진단과 2회 추천 문제를 이용할 경우 1만500원, 오프라인 모의고사의 경우 1회 1만5000원이다.

마타수학(MataMATH)은 마이크로타게팅(Micro Targeting) 수학의 약자다. 머신러닝 알고리즘 기반으로 학생 개개인별로 어떤 오개념이 오답을 유도했는지 예측하게 된다. 개인별 취약점을 분석한 후이를 해결할 수 있는 치료문제를 제공한다. 오 대표는 “기존 유형별 학습에서 할 수 없었던 근본적인 수준의 진단과 치료가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예를 들면, 미적분 문제를 틀리는 학생은 대부분 미적분 문제 풀기에 집중한다. 오 대표는 “학생 중에는 미적분이 아닌 원의 성질을 잘못 이해하는 경우도 있다. 이런 학생의 경우 선생님이 파악을 해서 고쳐주는 역할을 하는데, 우리는 기계를 통해서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웹 서비스 형식으로 제공되는 마타수학의 원리는 학생의 문제 풀이를 분석한 후 어떤 점이 잘못됐는지를 분석한다. 오답 분석을 통한 진단 문제를 학생이 풀게 하고, 학생이 고른 보기에 따라 취약점을 유추해낸다. 이를 보완하기 위한 치료 문제를 제시하게 된다. 이 과정을 반복하면서 문제점을 해결하게 된다. 오 대표는 “마타 수학 문제를 풀어본 학생들의 90% 이상이 성적이 향상됐다”고 강조했다.

대만 고등학생을 위한 서비스도 시작

복면수왕이라는 오프라인 모의고사도 몇몇 학원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 모의고사를 푼 학생의 OMR 답안지를 스캔한 파일을 마타수학 홈페이지를 통해 비트루브에 전송한다. 몇 분 후면 학생의 부족한 부분을 해결할 수 있는 시험문제지가 PDF 파일로 뜨게 된다. PDF를 인쇄해 학생들에게 나눠주거나 스마트폰으로 전송하는 식으로 마타수학 시스템을 활용한다. 오 대표는 “OMR 답안지를 이미지 인식 툴로 읽은 후에 인공지능 시스템을 이용해 분석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인공지능 알고리즘 분석이 정확하려면 데이터가 많이 축적되어 있어야 한다. 비트루브에는 오 대표가 학원 강사 시절부터 모은 데이터 외에 수학능력시험이나 모의고사, 평가원 기출 문제 같은 데이터가 축적되어 있다.

수많은 에듀테크 스타트업 중 수학에 특화됐다는 점 때문에 비트루브는 창업 초기부터 주목을 받았다. 2014년 중소기업청 주관 창업맞춤형 사업에 선정됐고, 2015년에는 케이큐브벤처스로부터 8억원을 투자 받았다. 2015년에는 온라인 메가스터디를 통해 마타수학을 판매하기 시작했고, 오프라인을 통해서는 복면수왕 모의고사를 출시했다. 2015년 5월에는 중소기업청 TIPS(민간투자주도형 기술창업지원)에 선정됐다. “곧 추가 투자도 유치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고 오 대표는 자랑했다.

지난 5월에는 대만 최대 교육기업인 ‘스터디뱅크’를 통해 마타수학 서비스 론칭을 계약했다. 8월 31일 론칭 행사를 열고, 9월 말이면 상품이 서비스된다. 온라인과 오프라인 학원에서 마타수학 서비스가 활용되는 것이다. “국립대만대 수학과 출신이 문제 데이터를 우리에게 제공해주고 있다. 인공지능 알고리즘이 있기 때문에 대만 학생들도 치료 문제를 받아볼 수 있는 것”이라고 오 대표는 강조했다. 더 큰 목표는 중국 진출과 미국 SAT 서비스 론칭이다. 오 대표는 2017년에 가시화가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올해 적극적으로 추진할 사업은 앱 출시와 중학생을 대상으로 하는 마타수학 서비스 준비다. 현재 베타서비스 중인 마타수학 앱은 8월 내에 정식 론칭할 계획이다. 학생들이 틀리는 문제를 찍어 앱에 올리면 취약점을 파악해 이를 해결할 수 있는 내용을 제안하는 식이다. 중학생을 대상으로 하는 서비스는 내년에 출시 예정이다. “현재 중학교 3학년 콘텐트는 확보되어 있고, 초등학교 6학년부터 중학교 2학년까지 콘텐트를 확보하는 게 필요하다”고 오 대표는 설명했다. 올해 매출 목표는 20억원 정도. 오 대표는 “이중 학원을 통해 제공되고 있는 모의고사 시험 매출이 큰 비중을 차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케이큐브벤처스가 선택한 이유: 모든 학생이 똑같은 문제집을 푸는 수학 교육의 비효율성을 비트루브는 개인별 맞춤형 학습으로 풀어내는 팀이다. 창업 멤버 중 수학과 박사가 2명이고, 유명 입시 학원 강사 경험을 가진 이가 2명이나 된다. 이론을 실제 현장에 적용할 수 있는 실전 경험을 가지고 있는 팀이기 때문에 투자를 결정했다.

- 최영진 기자 cyj73@joongang.co.kr·사진 김현동 기자

201609호 (2016.0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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