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People

Home>포브스>CEO&People

'나비효과' 기대하는 이경수 코스맥스 회장 

“중국에서 불어온 K뷰티 바람 미국에서 태풍 될 것” 

유부혁 기자 yoo.boohyeok@joongang.co.kr·사진 김상선 기자
브랜드가 아닌 제품 제조로 글로벌 1위 자리에 오른 코스맥스는 'K뷰티의 숨은 주역'으로 평가 받는다. 이경수 회장은 “한국 여성 모두가 한국 화장품 홍보 모델”이라며 겸손해 했다.

▎이경수 회장이 인터뷰 중 코스맥스 기업 로고를 가르키며 코스맥스의 미래전략을 설명하고 있다.
“한국 여성 모두가 한국 화장품 홍보 모델입니다.” 이경수 코스맥스 회장의 말이다. 그는 47살에 창업한 코스맥스가 23년 만에 세계 1위 화장품ODM 기업으로 성장하게 된 비결이 ‘아름다운 한국 여성’ 덕분이라며 겸손해 했다. 최근 5년 동안 매해 평균 30% 넘는 매출 성장을 이끌면서 K뷰티의 숨은 주역으로 평가 받는 이경수 회장(70)을 경기도 판교에 위치한 코스맥스 내 그의 집무실에서 만났다.

“서울 포이동 15평 사무실에서 직원 3명과 시작했지요.” 대웅제약에 다니던 이 회장이 창업을 결심한 건 당시 미국에 살던 매형이 던진 “남의 일 말고 네 일을 해보라”는 한 마디 덕분이었다.

그 말을 곱씹은 그는 사업 아이템을 찾기 위해 일본과 유럽을 몇 달 여행했다. “우연히 눈에 들어온 화장품 시장을 유심히 살펴봤습니다. 생산과 판매가 분리돼 있더군요. 언젠가 우리나라도 화장품 시장이 커지면 생산기술과 능력이 중요해 지겠구나 하고 생각했습니다.” 코스맥스가 처음 만든 제품은 나드리 화장품 트윈케익 샘플. 이후 벌어들인 돈으로 계속해서 땅을 사고 공장을 짓고 연구인력을 보강하길 반복했다. 이유는 간단했다. “생산이 중요해지는 날이 반드시 올 거라 생각했습니다.” 모두가 바라는 것처럼 코스맥스의 초창기 사업은 드라마틱한 성장이나 변화 심지어 큰 위기도 없었다.

2005년, 이 회장은 첫 승부수를 던지며 스스로 위험에 빠져들었다. 중국 진출 당시 회사 매출은 300억원 정도였다. 불확실성이 큰 중국 시장에 한국 화장품 제조사가 진출한 건 코스맥스가 처음이었다. 이번에도 이유는 “중국 시장이 커지면 생산이 중요해질 테니 준비하자”였다. 중국에 공장을 짓고 중국 화장품 회사를 찾아 다녔다.

5년 정도 지나니 하나 둘 코스맥스차이나를 찾아오기 시작했다. “한국 화장품이 중국에서 조금씩 인지도를 쌓아갈 당시 한국 화장품과 동일한 품질의 제품을 중국 화장품 회사에 공급했습니다. 그러자 하나 둘 찾아오더군요.” 코스맥스차이나는 최근 코스맥스 성장을 견인하고 있다. 중국 화장품 기업에 직접 제품을 공급하다 보니 ‘사드’와 같은 국내 이슈에 영향을 받는 경우도 없다. 코스맥스차이나에서 생산되는 제품의 90%는 중국 현지 기업에 공급하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 화장품 기업에 직접 제품 공급


▎1. 코스맥스가 화장품 브랜드에 선보이기 위해 제작한 ODM제품. / 2. 이경수 회장이 코스맥스가 제조한 ‘GD향수’를 들고 있다. 이 제품은 하루만에 1억원 매출을 기록하며 돌풍을 일으켰다. / 3. 코스맥스의 중국 상하이 공장. 코스맥스는 2013년 광저우에도 공장을 건설했다.
이경수 회장은 중국에서의 다음 먹거리 사업을 소개했다. “중국 여성들이 색조 화장품을 사용하기 시작했어요. 사실 예측 가능한 이야기입니다. 대개 국민 소득이 1만 달러를 넘어서는 시점에 색조화장품 시장이 성장하거든요. 여기에 맞춰 상해 공장을 추가로 건설했고 중국인들이 좋아하는 마스크 시트 전용 공장도 세웠습니다.”

최근 중국 내 화장품 브랜드와 제조사가 급격히 늘어나면서 한국 화장품 브랜드와 제조사의 중국 현지 사업에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게다가 사드와 같은 이슈로 인한 통관절차 강화로 국내에 입국하는 관광객이나 보따리상의 한국 화장품 사재기 열풍도 가라앉을 것이란 전망도 있다. 이경수 회장은 이에 대해 “중국 내 K뷰티 열풍은 쉽게 사그라들지 않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그는 재미난 비유를 들었다. “미국이 최대 화장품 시장이라지만 ‘메이드 인 USA’가 ‘메이드 인 프랑스’ 제품을 이겼나요? 화장품은 제조 국가의 많은 부분을 함축하고 있어요.”

프랑스 로레알의 ‘판타스틱 파트너’

그럼 로레알과는 어떻게 손잡은 것일까? “사업을 해보니 특별한 전략보단 ‘우연히’가 중요하더군요. 로레알 담당자와 처음 인사를 나눈 건 우연히 홍콩 화장품 박람회였습니다. 코스맥스에 상당히 관심을 가지더군요. 그런데 우리 입장에선 ‘우연히’ 일본 환율이 올라가면서 우리보다 생산단가가 30%에서 많게는 50%까지 비싸졌어요. 당시 로레알 재무 담당은 ‘한국으로 가자’고 했고 영업담당은 ‘그래도 여전히 일본이 낫다’고 했다더군요. 결국 메이블린 아시아 제품을 코스맥스가 만들게 됐는데 반응이 좋아 나중엔 슈에무라 파우더까지 납품하게 됐어요. 로레알 생산운영책임자는 저를 만날 때마다 ‘판타스틱 파트너’라고 부릅니다. 기회는 우연히 찾아오지만 신뢰는 기술로 쌓았습니다.”

그렇게 하나 둘 관계를 맺은 고객사는 어느덧 600여 곳이 됐다. 고객사와 해외 공장을 둘러보는데 일년의 3분의 1을 해외에서 보내는 이 회장은 나라 밖에서 경험한 K뷰티의 경쟁력에 대해 나름의 분석을 소개했다.

“예전에는 ‘빨리빨리’가 우리의 경쟁력이었지만 최근엔 부정적인 우리 민족의 습성이라고들 하잖아요. 하지만 여전히 빨리빨리는 우리의 경쟁력입니다. 우리나라 화장품만큼 빨리빨리 트랜드를 반영한 혁신 제품이 나오는 곳은 없어요. 무엇보다 나라 이름에 뷰티가 붙는 경우도 드물죠. 인물 좋은 한국 사람, 아름다운 자연. 게다가 우리나라 자동차, 스마트폰과 같은 제품은 얼마나 아름답습니까? K뷰티란 말은 결국 한국의 아름다운 자연과 사람 그리고 제품을 바탕으로 만들어졌다고 믿어요. 그러니 주변에서 걱정하는 것처럼 K뷰티는 트랜드가 아니라고 생각해요. 즐길 거리, 볼거리, 먹거리와 함께 성장한 인프라죠.”

미국과 인도네시아 시장 공략 채비

코스맥스는 경기도 판교에 위치하고 있다. 화장품 회사가 첨단기술 기업이 많은 판교에 자리잡은 이유를 물었다. 이경수 회장의 답변이다. “다들 판교를 IT와 연관 짓지만 저는 젊은 도시라는 데 의미를 둡니다. 직원들이 자극 받고 또 인사이트를 얻기 좋은 조건이라 생각해요. 또 서울 근교에서 연구시설을 갖추기에 가장 좋은 교통 조건을 가지고 있고요. 연구소와 공장, 본사를 한 곳에 두기엔 최적의 입지죠.” 코스맥스 관계자는 “연구소 품질과 생산현장 품질이 동일하고 해외에서 화장품 관계자가 들어와도 한 곳에서 회의와 연구소 방문, 공장 제조공정 확인 등 모든 과정을 진행할 수 있어 용이하다”고 덧붙였다.

내년이 창립 25주년인 코스맥스는 새로운 CI를 준비하고 있다. 이 회장은 “글로벌 무대에 나가보니 제조사도 이미지 관리의 중요성을 느낀다”고 했다. 세계 최대 화장품 시장인 미국 시장 그리고 성장이 기대되는 인도네시아를 강조했다. “코스맥스의 중심축은 이제 미국으로 옮겨가고 있습니다. 그리고 과거의 중국 시장을 개척했듯 인도네시아 시장에 공을 들이고 있죠.” 올해 1월엔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화장품과 일반의약품(OTC) 인증을 동시에 받아 본격적인 미국 시장 공략 채비를 갖췄다.

- 유부혁 기자 yoo.boohyeok@joongang.co.kr·사진 김상선 기자

201610호 (2016.09.23)
목차보기
  • 금주의 베스트 기사
이전 1 / 2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