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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녀들과 문장을 함께 외우고 토론하라다산 정약용(1762~1836)을 가톨릭과 유교가 서로 끌어들이려고 하듯이 셰익스피어를 둘러싼 성공회와 가톨릭 간의 미묘한 신경전이 있다. 셰익스피어는 작품에서 성경을 약 1000번 인용한다.스티븐 그린블랫 하버드대 인문학 석좌교수는 자신의 저서 『세계를 향한 의지(Will in the World: How Shakespeare Became Shakespeare)』(2004)에서 셰익스피어가 가톨릭 신자였다고 주장했다.셰익스피어를 즐기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그의 지혜를 흡수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음미(吟味)해야 한다. 음미는 “시가를 읊조리며 그 맛을 감상하다”, “어떤 사물 또는 개념의 속 내용을 새겨서 느끼거나 생각하다”를 뜻한다. 단순히 읽는 것으로는 부족하다.극작가 켄 러드위그는 『How to Teach Your Children Shakespeare(어떻게 셰익스피어를 여러분 자녀에게 가르칠 것인가』(2013)에서 자녀들이 셰익스피어를 알게 되면 또래에 대해 ‘헤드스타트(head start)’ 효과를 누릴 수 있다고 주장한다. 그가 권장하는 방식은 자녀들과 함께 셰익스피어의 명문장을 외는 것이다. 셰익스피어는 작품 속에서 “자기 자식을 아는 아버지는 현명한 아버지다”라고 말했다. 부모와 자식이 셰익스피어 문장을 함께 외우고 토론하는 가운데 서로를 더 잘 알 수 있는 길이 열리지 않을까.‘65세가 되기 전에는 셰익스피어를 읽지 말라’는 말도 있지만 이는 마치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라는 말을 어린이·청소년에게는 가르치지 말라는 말과 같다.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라는 말에서 받는 느낌은 10대·20대·30대·40대…를 거치며 계속 바뀔 것이다. 그런 느낌의 변화는 개인의 지적인 성숙을 의미할 것이다. 셰익스피어도 마찬가지다. 그가 말한 “빛난다고 모두 황금은 아니다”로부터 받는 느낌은 중학생 때 다르고 중년 때 다를 것이다.한가지 문제가 있다. 어쩌면 ‘지혜=지식+체험’이라는 등식이 성립한다. 만약 그렇다면 인생 경험이 부족한 자녀에게 셰익스피어를 어떻게 이해시킬 것인가. 다음과 같은 말들은 성인이 되고 사회생활 10년 정도는 해봐야 공감이 갈 것 같다. 물론 조숙한 어린이는 쉽게 이해할 수도 있겠지만.· “기도에 생각이 담기지 않으면 기도가 결코 하늘에 이르지 못한다.”· “비교에는 악취가 난다.”· “절망에 빠진 사람은 꼬임에 빠트리게 하지 말라.”· “현자 20명 중에서 자신을 찬양하는 현자는 단 한 명도 없다.” (현자 100명 중에는 한 명쯤 나올지 모르겠다.)· “돈, 생업, 만족이 없는 사람은 세 명의 좋은 친구가 없는 것이다.” (셰익스피어는 돈을 긍정적으로 봤고 본인 또한 이재에 밝아 상당한 부를 축적했다. 고향에 대저택도 구입했다.)· “인류 공통의 저주는 어리석음과 무지함이다.”다행히 비교적 쉬운 것도 있다. 어버이가 조금만 설명해주면 쉽게 이해될 것들도 있다. 다음과 같은 것들이다.· “그 무엇도 무(無)에서 나올 수 없다.”· “바보는 자신이 현명하다고 생각하지만, 현명한 사람은 자신이 바보라는 것을 안다.”(자신이 ‘무지하다’는 것을 알았기에 현자가 될 수 있었던 소크라테스와 연계시켜 설명하면 좋겠다.)· “지혜의 영혼은 간결하다.”(뭔가에 대해 한마디로 이야기 할 수 없다면 그 뭔가에 대해 사실은 잘 모르는 것이다라는 것을 자녀에게 가르칠 때 유용한 문장이다.)동서고금의 지혜에는 공통점이 발견된다는 것을 가르치는 데에도 셰익스피어가 쓸모 있다.· “행동을 말에 맞추고 말을 행동에 맞추라” (이 말은 언행일치(言行一致)와 통한다. 이 말을 통해 ‘언행일치에서 힘이 나온다’ ‘윤리·도덕은 강하다’ ‘윤리·도덕의 출발점은 언행일치다’라는 것을 가르치자.)· “선함이 넘치면 악함으로 바뀐다.”이 말로는 과유불급(過猶不及)의 이치를 가르칠 수 있다.
성경 다음으로 많이 인용되는 구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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셰익스피어는 사랑 전문가다셰익스피어 작품은 처세술의 보고다.· “여러분의 생각을 말하지 말고 생각을 너무 빨리 행동으로 옮기지 말라.”· “치열하게 경쟁하는 사이라도 먹고 마실 때는 친구처럼 대하라.”· “적당한 의심은 현자의 불빛이라 불린다.”· “남에게 보여주는 것보다 더 많은 것을 갖고, 아는 것보다 덜 말하라.”· “1분 늦는 것보다 3시간 이른 게 낫다.”셰익스피어는 사랑 전문가다. “내가 아는 유일한 것은 사랑의 기예(技藝)다”라도 말한 소크라테스와 쌍벽을 이룬다. 셰익스피어는 모든 종류의 사랑을 다뤘다. 예컨대 『로미오와 줄리엣』(1595)에는 로맨틱한 사랑, 에로틱한 사랑, 영원한 사랑, 풋사랑, 성숙한 사랑, 식구의 사랑, 친구들의 사랑이 나온다. 사랑에 대해 셰익스피어는 이렇게 말했다.· “양심이 뭔지 알기에는 사랑은 너무 어리다.”· “사랑을 표현하지 않는 사람은 사랑하지 않는 사람이다.”· “사랑을 청하는 것은 좋다. 하지만 청하지 않고 얻는 사랑은 훨씬 더 좋다.”· “사랑은 눈이 아니라 마음으로 본다.”셰익스피어 작품에 등장하는 사람들 중에는 현실주의자가 많다. 마키아벨리(1469~1527)가 칭찬했을 법한 말들이다.· “양심은 겁쟁이들이 사용하는 단어에 불과하다. 양심이라는 말이 처음 고안된 것은 강자(强者)를 두려움 속에 빠트리기 위해서였다.”· “위대하게 옳은 일을 하려면 약간의 그른 일을 하라.”· “때가 되면 우리는 우리가 종종 두려워하는 것을 증오하게 된다." (더 나아가 두려움이 증오로 바뀌면 죽음에 대한 공포가 사라진다.)· “비참한 사람에게는 희망밖에 다른 약이 없다.”일종의 냉소주의도 나온다.· “치통을 인내심 있게 참을 수 있는 철학자는 아직까지 한 명도 없었다.”셰익스피어는 원칙상으로는 ‘원수를 사랑하라’는 그리스도교 문화를 배경으로 활동했다. 하지만 사람과 사이는 친소(親疏)의 정도가 다르다. 셰익스피어의 처방은 이렇다.· “만인을 사랑하고 소수만을 신뢰하며 그 누구에게도 잘못을 저지르지 말라.”· “귀는 만인에게 열고 입은 소수에게만 열라.”서구 문화에서 과감함과 용기만큼 강조되는 것도 없다. 이와 관련해 셰익스피어는 이렇게 말했다.· “덕(德)이 있는 자는 과감하며 선(善)한 자는 절대 두려워하지 않는다.”· “사람은 한번밖에 죽을 수 없다.”· “겁쟁이는 죽기 전에 여러 번 죽는다. 용자(勇者)는 단 한 번 죽음을 맛볼 뿐이다.”· “위대함을 두려워하지 말라. 어떤 이는 위대하게 태어났고 어떤 이는 위대함을 달성하고 어떤 이는 위대함을 떠안게 된다.”
독자적인 생각의 곁가지를 쳐보라인문학 읽기의 재미는 자유로운 해석에 있다. 내 방식대로 해석한다고 뭐라 그럴 사람 없다. 음미를 넘어 나름대로 독자적인 생각의 곁가지를 쳐보는 것은 어떨까. 이렇게 말이다.· “지나간 일은 머리말(prologue)이다.” (지나간 일은 예고편도 결론도 아니다. 그저 시작일뿐. 과거는 새로운 출발에 바치는 헌사다.)· “그대가 나와 사랑에 빠지지 않도록 기도하겠다. 나는 술 마시고 한 서약보다 거짓이 많은 존재다.” (사랑에 눈먼이에게는 경고가 무용지물이다. 지혜로운 자는 사랑에 빠지지 않는다. 용감한 사람은 사랑이라는 함정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사랑의 세계에서는 용감한 사람이 지혜로운 사람보다 더 위대하다.)· “존재할 것이냐 존재하지 않을 것이냐. 그것이 질문이로다.” (십중팔구는 질문이 있으면 답이 있다. 허나 답이 두 개, 두 개를 넘어 여럿인 경우도 있다. 뭔가 당신을 끌어당기는 답을 선택하고 실천하라.)· “온 세상은 연극 무대다. 그리고 모든 사람들은 그저 배우일 뿐이다.”(세상이라는 연극의 배우가 아니라 작가가 되기 위해 노력하자.)· “연약함이여, 그대의 이름은 여성이다!”(이 말은 좀 시대착오적이다. 하지만 셰익스피어를 옹호할 길은 있다. 진정한 강함은 연약함에서 나온다. 고로 여자는 강하다. 남자 또한 강하게 되고 싶다면 연약하게 돼야 한다.)· “하늘과 땅에는 당신이 철학으로 상상할 수 있는 것보다 훨씬 더 많은 것들이 있다.”(우리가 우주와 세상에 대해 1프로 알고 있는지 0.1프로 알고 있는지 조차 알 수 없다.)· “어떤 이들은 악행으로 떠오르고, 어떤 이들은 덕행으로 추락한다.”(이상적인 사회에서는 착한 일을 한 사람들은 상을 받고 나쁜 일은 한 사람은 벌을 받아야 할 것이다. 현실의 사회는 상선벌악이 반드시 작동하는 것은 아니다. 바로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이상적인 사회를 만들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어떤 사람을 잘 아는 것은 자기 자신을 아는 것과 같다.” (나를 알기 위해 명상이나 기도를 하지만 상당한 공력 쌓기 없이는 힘든 일이다. 나에 대해 남이 알려 주면 좋겠지만 나에 대한 관심이 있는 사람은 거의 없다. 그런 사람이 있더라도 그는 과연 나의 단점을 알려줄까. 서로 감정 상하기 쉽다. 남을 통해 나를 아는 방법이 제일 쉽다.)- 김환영 중앙일보 논설위원 kim.whanyung@joongang.co.kr
김환영 - 중앙일보 심의실장 겸 논설위원. 서울대 외교학과, 스탠퍼드대 중남미학 석사, 정치학 박사. 쓴 책으로『 마음고전』,『세계사의 오리진을 만나다』,『세상이 주목한 책과 저자』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