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후된 지역아동센터를 리모델링한 해피 라이브러리 세 곳이
올해 11월 문을 열었다. 사회적 돌봄이 필요한 아이들에게 쾌적한
학습시설을 제공하기 위함이다. 건전음주 문화를 전파하고 환경
보호에도 앞장섰다. 한국을 더 나은 세상으로 만들기 위한 오비맥주의
사회공헌 활동이 활발하다.
▎김도훈 오비맥주 대표. 오비맥주는 매년 마케팅 예산의 5%를 사회공헌 활동비로 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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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클 스코필드와 거스 히딩크의 공통점은 뭘까? 한때 한국인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았고, 그 증거로 한국식 애칭을 받았다는 것. 예컨대 마이클 스코필드는 성(姓)을 따서 ‘석호필’로 불렸고, 거스 히딩크는 서울 명예시민으로 위촉돼 ‘희동구’라는 이름을 얻었다. 석호필·희동구와 반대로 자신이 직접 한국 이름을 짓고 살아가는 외국인도 있다. 바로 김도훈 오비맥주 대표(45)다.“제 이름은 김도훈입니다.” 법 도(度), 공 훈(勳). 김 대표는 이 이름의 뜻을 ‘정도를 걸으면 바르게 성공한다’로 해석했다. 본명은 프레데리코 프레이레 자르딤(Frederico Freire Jardim)이다. 아버지 성씨 자르딤의 ‘딤’자가 ‘김’과 발음이 비슷해 한국 성으로 김 씨를 선택했다. 그는 자신의 이름을 매우 마음에 들어하는 것 같았다. “한국인에겐 제 브라질 이름보다 ‘김도훈’이 더 기억하기 쉽죠.”
해마다 마케팅 예산의 5%는 사회공헌
▎3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해피 라이브러리’ 1호점 개소식에서 김도훈 오비맥주 대표(왼쪽)와 푸른공부방 지역아동센터 이정순 센터장이 현판식에 앞서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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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도훈 대표가 한국 이름을 만든 것은 한국 사회에 녹아들기 위한 첫걸음이었다. 최근엔 한국에서의 사회공헌 활동에도 많은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AB인베브가 전세계에서 진행하는 글로벌 사회공헌 캠페인 슬로건처럼 한국도 “모두를 위한 ‘더 나은 세상(Better World)’”으로 만들기 위해서다. 건전음주(responsible drinking)·지역사회(community)·환경(environment)에 기여하는 사회공헌 활동을 역동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오비맥주는 매년 마케팅 예산의 5%를 사회공헌 활동비로 쓴다.오비맥주 같은 주류 제조 및 판매·유통 회사가 건전한 음주 문화를 전파하다니, 조금 의아한 감이 없지 않다. 사실은 무분별한 음주를 내심 바라고 있지 않을까? 하지만 김 대표의 생각은 달랐다. “주류 회사는 건전한 음주에 대한 사회적 책임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성숙한 음주 문화가 정착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우리의 의무입니다.” 오비맥주는 음주운전과 청소년 음주 등 불건전한 음주 문화를 지양하고 책임감 있는 음주를 장려한다.지난 11월 17일은 고등학교 3학년생들이 대학수학능력시험을 치르며 그간의 노력을 평가받는 날이었다. 해마다 수능 직후엔 청소년 음주 및 일탈행위로 인한 안전사고가 늘어난다고 한다. 오비맥주는 안타까운 사고를 막기 위해 올해도 수능 당일 전국의 주요 상권에서 청소년 음주 예방 캠페인을 벌였다. 그날 저녁 오비맥주의 ‘건전음주문화 봉사단’은 수능을 끝내고 강남으로 온 학생들에게 금주 서약 피켓을 쥐어줬다. 그 피켓엔 이렇게 적혀 있었다. ‘어른이 되어 당당히 즐기겠습니다.’ 학생들이 피켓과 함께 셀카를 찍어 SNS에 올리면 기념품을 증정해 금주를 유도했다.지역사회 공헌 활동으로는 올해 시작한 해피 라이브러리(Happy Library) 프로젝트가 있다. 이 프로젝트는 낙후된 지역 아동센터를 최신식 시설로 재단장하는 활동이다. 한부모 가정, 조손 가정, 저소득층 가정 등에 사는 아이들이 사회적 돌봄이 필요하다고 보고 이 아이들이 신체적·정서적으로 건강하게 성장할 수 있도록 쾌적한 학습시설과 놀이환경을 제공하자는 취지로 시작했다. 지난 6월 지역아동센터 중앙지원단과 해피 라이브러리 업무협약(MOU) 체결 후 총 세 곳이 선정됐고, 그중 서울시 영등포구에 위치한 ‘푸른공부방 지역아동센터’가 리모델링돼 지난 11월 3일 첫번째로 개소했다. 개소식에 참석한 김도훈 대표는 “19년 만에 처음으로 새 단장을 했다고 들었다”고 말했다. 광주광역시와 충청북도 청주시에 있는 나머지 두 곳도 이번 달에 문을 열었다. 또한 대교와 함께 청소년 권장도서 1200여 권을 해피 라이브러리에 기증했다. 취약계층 아이들에게 양서를 선물하고 싶어서다.환경 보호도 빼놓을 수 없다. 오비맥주는 2010년부터 몽골에서 ‘카스 희망의 숲’ 조림 사업을 진행했다. 김 대표도 현지에 가서 나무 심기를 도왔다. 언뜻 보면 한국과 상관없어 보이지만 그렇지 않다. 몽골의 사막화가 한국 황사의 원인인 만큼 몽골에게 녹지를 선사하는 것은 몽골과 한국, 그리고 주변국들에게 매우 중요한 일이다. “우리는 작지만 의미있는 일을 하려고 합니다.” 김 대표가 말했다.
거래처 사람들과 함께 술마시며 소통김도훈 대표는 AB인베브에서만 20년을 근무했다. 그중 브라질에서 여러 부서를 거치며 13년을 보냈고 7년 전 아시아로 건너왔다. 2014년 한국으로 오기 전엔 중국에서 5년 동안 있었다. 한국어를 익히기위해 주 2~3회 한국어 레슨을 받지만 언어 하나를 제대로 배우기엔 턱없이 부족하다. “지난주 일요일에 아들과 함께 명동에 갔는데, 아들이 점원과 한국어로 이야기를 나누는 걸 봤어요. 학교에서 매일 한국어 수업을 한 시간씩 들으니까 어떻게 보면 당연한 결과죠. 저도 한국어를 배우려고 노력하고 있지만, 시간 내기가 쉽지 않네요.” 김 대표는 솔직하게 인정했다. 아직 인사말만 할 수 있는 정도지만, 거래처 사람들과 말문을 트고 친숙하게 다가가기엔 충분하다.“대표님은 거래처 사람들과 같이 술도 마셔요.” 인터뷰에 동석한 오비맥주 측 관계자가 자랑스럽게 말했다. 지금껏 막연하게 상상해 왔던 MBA 출신 외국인 사장의 이미지와 정반대되는 모습이라 놀랐다고 한다. 김도훈 대표는 그만큼 현장경영을 중시한다. “물론 사무실에서 할 일도 많습니다. 하지만 저는 밖에 나가 우리 ‘파트너’들, 소비자, 레스토랑 오너와 이야기하며 시간을 보내는 것이 좋습니다. 그래야만 시장 상황, 사업 기회, 우리가 풀어야할 문제들을 금방 알 수 있죠.”지난 10월 오비맥주는 호가든 유자를 출시하며 3개월 동안 한정판매한다고 알렸다. 김 대표의 현장경영이 빛을 발한 순간이다. “이제 소비자들은 여러 종류의 맥주를 맛보고 싶어합니다.” 최근 소비자들의 식성과 기호는 확실히 다변화되고 있다. 기자가 아직 호가든 유자를 마셔보지 못했다고 하자, 김 대표는 “꼭 마셔봐라. 약간 달다”며 빙그레 웃었다.- 양미선 기자·사진 신인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