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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일하기 좋은 기업(11) 한국P&G 

직원이 성장하기 좋은 기업 

유부혁 기자 yoo.boohyeok@joongang.co.kr·사진 전민규 기자
한국P&G는 SK-Ⅱ, 다우니, 오랄비 등 P&G의 글로벌 리딩 브랜드 12개의 사업을 전개하고 있다. 한국P&G 직원들은 “성장에 대한 욕구가 없는 사람에겐 한국P&G는 일하기 좋은 직장이 아니다. 편한 직장이 아니기 때문이다”라고 했다. 잡플래닛에서도 “주체적이고 책임감 강한 성격의 사람들에겐 더할 나위 없이 좋은 곳. 다른 사람들에게 묻어가며 조용히 살고 싶은 사람들에겐 비추”와 같은 리뷰가 자주 보인다.

▎한국P&G 제공
오서영(35)부장은 2007년 인턴십으로 입사해 10년째 한국P&G에 근무하고 있다. 인력개발본부 소속의 그는 천안 공장 조직관리와 노사관리 등의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대학을 다니면서 국내 대기업 인력개발 본부에 인턴십으로 근무한 경험이 있지만 글로벌 기업에서 일하고 싶어 한국P&G를 택했다. 오 부장은 인턴으로 근무하면서 사원, 대리, 차장 등 직장 선배들이 권한과 책임을 가지고 일하는 모습을 보면서 P&G에 더욱 호감을 갖게 됐다. 그는 “앞선 국내 대기업이 혁신적인 문화를 지향하고 있었지만 회식, 퇴근, 휴가 등에 있어 자유롭지 못하고 수직적인 조직문화는 어쩔 수 없더라”고 했다. 오 부장은 “출근 첫 날부터 프로젝트를 맡았다”고 10년 전을 회상했다. 당시 오 부장은 ‘한국P&G의 채용 과정에서 지원자들에 전달할 확실한 메시지’를 만드는 일을 맡았다. 다음해 채용 브로셔에 오 부장이 만든 메시지 문구 등이 실렸고 지금도 사용되고 있다고 뿌듯해 했다. 오 부장의 경우가 한국P&G가 시행하고 있는 ‘조기 책임제’다. 신입사원 대다수에게 입사 초기부터 바로 한 분야의 업무에 대한 완전한 권한과 책임이 주어지고 그 도전 과정을 통해 글로벌한 인재로 성장시키기 위한 회사 차원의 전략이다.

오 부장은 출산 후 18개월 동안 육아휴직을 다녀왔다. 공기업이나 금융권을 제외하곤 대게의 기업들이 15개월 정도를 육아휴직 기간으로 인정하고 있지만 한국P&G에선 직원들의 상황에 따라 휴직 기간을 조정해 주기도 한다. “육아휴직 기간도 근속연수에 포함시켜 준다는 점이 고마웠어요.” 덕분에 오 부장은 복직 후 5개월 만에 승진했다. 여기에 자녀가 있는 직원이 출장을 갈 경우엔 베이비시터 비용을 일정액 지원해 주기도 한다. 2년차부턴 일주일에 하루씩 재택 근무도 가능하다.

오 부장은 “우리 회사는 성장에 대한 욕구가 강한 직원이 다니기에 좋은 직장”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직급이 올라갈수록 업무 강도는 약해지는 다른 기업과 달리 업무 강도는 더 강해진다. 편한 직장이 일하기 좋은 기업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여 설명했다. 대신 20년 전부터 직급 대신 ‘00님’으로 부르고 회사는 직원을 직원끼리는 서로를 존중하는 문화가 자리잡고 있다. 또 우리사원 주주제도를 통해 월급의 5%까지는 주식을 살 수 있다. 이 경우 2.5%는 회사에서 주식을 제공한다. 퇴직금의 경우 10년차부턴 급여의 1.5배를 적립해 장기근속자를 우대한다. 오 부장은 “직원에 대한 P&G의 신뢰를 보여주는 좋은 예”라고 설명했다. 또 한국P&G 관계자는 “대부분의 회의는 존대와 하대가 없는 영어로 하기 때문에 대화가 상당히 수평적이다”고 했다.

한국P&G가 수평적인 문화를 가지고 있음은 ‘내부승진제’를 보더라도 알 수 있다. 인턴십을 통해 입사한 직원들이 경영진뿐 아니라 CEO의 자리에 오를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실제로 현재 한국P&G를 이끌고 있는 김주연 대표의 경우 사원으로 입사해 지난해 대표의 자리에 올랐다. 한국P&G측은 “탁월한 업무 능력뿐 아니라 조직 특성과 역량을 누구보다 잘 파악하고 있기 때문에 기업 내에서 시너지 효과를 발휘하기 좋다”고 설명했다.

마케팅 업무를 하고 있는 송한얼(27)대리는 인턴십이 아닌 수시채용으로 2015년 5월에 한국P&G에 입사했다. 직전 회사는 엔지니어링 대기업이다. 송씨는 “엔지니어링 기업 특성상 발전소나 고속도로를 건설하면 보통 6~10년 정도 걸린다. 발전소 몇 개 지으면 퇴직해야 한다고 생각하니 암울했다. 아직 젊으니 짧은 사이클, 트랜디한 영역의 업무를 하고 싶었다”고 이직 배경을 설명했다. 그는 또 “회사 내 군대식 문화에 대한 거부감, 자유로운 조직문화를 중시하다보니 과거처럼 대기업을 선호하는 추세는 아닌 것 같다”고 덧붙였다.

출퇴근 자유롭고 개방형 사무공간

그가 배치된 부서는 원래 영업부다. 외부 업무가 많은 부서다 보니 회사 내부의 업무와 상황을 파악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송 대리 역시 앞선 오 부장처럼 조기책임제를 한국P&G의 강점으로 꼽았다. “출근 2주가 안됐는데 협력 업체에서 어떤 사안에 대해 컨펌을 해 달라는 메일이 오더라. 생각보다 많은 책임과 권한에 업무를 대하는 자세도 더 진지해지고 스스로 프로페셔널해져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한국P&G는 출퇴근이 자유롭다. ‘근태’란 말도 없다. 10시에 출근한다고 해서 눈치를 주는 사람도, 보는 사람도 없다. 정해진 좌석도 없다. 한국P&G는 2016년 직원들의 업무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사무공간을 개편했다. 사무공간을 자유롭게 협업할 수 있는 ‘개방형 오픈 콜라보레이션 공간’, 개인 공간을 협업 공간으로 바꿀 수 있는 ‘부서간 협업 공간’, 방해 받지 않고 개인 업무에 집중할 수 있는 ‘개인업무 집중공간’ 등이 있다. 서서 일할 수 있는 스탠딩 워크도 도입했다. 한국P&G 관계자에 따르면 사무공간 개편을 통해 직원들의 업무 만족도는 25% 정도 증가했고 사무공간 내 협업 만족도도 15% 상승했다. 덧붙이자면 한국P&G에선 직원들을 위해 전문 마사지 관리사를 고용해 마사지 공간을 운영하고 있다. 1만원이면 이용이 가능하다.

송 대리는 “자신의 업무 스케줄을 스스로 매니징할 수 있다. 어떤 사안에 대해 본인의 의견을 개진할 수 있는 충분한 여건이 갖춰져 있다. 설령 잘못된 의견이라도 회사에서 의견을 존중한다는 인상을 받았다”고 했다. 송 대리가 입사 6개월차가 됐을 때였다. 당시 담당한 명품 화장품 ‘SK-Ⅱ’의 온라인 홍보를 위해 국내 유통 대기업과 업무협약을 체결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가 의견을 개진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SK-Ⅱ 아시아담당과 유통기업 사장이 한 자리에 모여 협약을 맺었다. 송 대리 옆에 있던 힌국P&G 관계자는 “어떤 직원이 이야기하든 합당하다고 판단되고 조직에 도움이 될 경우 회사의 누구라도 적극적으로 협조한다”고 설명했다. 다만 송 대리는 “조직의 수장이 바뀔 때마다 비전이나 메시지가 바뀐다. 장기적인 일관된 메시지가 있으면 좋겠다”고 했다. 인터뷰에 응한 다른 직원들 역시 같은 아쉬움을 나타냈다. 잦은 전략이나 조직 변화가 직원들에겐 혼란스럽다는 것이다. 잦은 명칭 변경이나 프로세스 변화가 대표적인 예라고 했다. 이어 만난 정주훤 부장 역시 “180년 동안 쌓인 마케팅 바이블이 내부엔 있을 줄 알았다. 하지만 끊임없이 변하며 시장을 주도한 것이 지속 성장의 비결이 아닐까란 생각이 들었다”고 설명했다.

‘전략적 사고’능력 중시하는 직장


정주훤 부장은 전자 대기업에 다니다 2009년 경력직으로 입사했다. 그 역시 전 직장에선 입사 후 신입 연수만 3개월을 받았지만 출근 첫날부터 담당 업무를 시작했다.

그 역시 다른 직원과 마찬가지로 “대기업에서 One of them이 되기 싫었다”고 이직 배경을 설명했다. 그는 “한국P&G에선 매출, 전략, 데이터 트래킹 등 업무 범위가 넓다. 전략 기획부터 마지막까지의 업무를 다 경험할 수 있어 한 가지에 국한돼 업무했던 이전 직장과 차이가 있었다”고 덧붙여 설명했다. 그는 처음 한국P&G에 입사해 받은 신선한 충격을 이야기했다. “상무급 임원이 지나가면 다들 경직 되거나 시선을 피하는데 한국P&G에선 자연스럽게 이름뒤 님자만 붙이더라고요. 처음엔 개념없는 사람들이라고 생각했죠. 하지만 이제 김주연 대표에게도 ‘주연님’이라고 부른다”며 웃었다. 정주훤 부장은 한국P&G가 외국계 회사다 보니 의사 결정 과정에서 불편한 점도 발생한다고 했다. 의사결정을 위한 이해 관계자들이 글로벌에 퍼져 있다보니 때론 결정이 지체되는 경우가 있다는 것이다. 좋은 기업철학을 가지고 있음에도 ‘외국계 회사’란 이유로 때론 ‘토종 시장을 위협하는 존재’로 인식되는 것이 안타깝다고도 했다.

P&G 사람들에게 필요한 능력은 무엇일까. 대부분의 회의를 영어로 한다고 하니 언어 능력 또는 커뮤니케이션 능력일까? 아니면 성장에 대한 욕구일까? 인터뷰에 응한 직원들 모두 ‘전략적 사고’라고 답했다. 이들이 면접관이나 임원들과의 대화에서 공통적으로 받은 질문이 바로 ‘문제 해결능력 검증’이라는 것이다. P&G의 전략적 사고를 훈련하기 위해 한국P&G에선 직원뿐 아니라 파트너사들에게도 교육을 받을 수 있는 혜택을 제공한다.

‘마케팅 사관학교’별칭으로 명성 높아

정 부장은 “한국P&G에 관심이 있는 대학생이라면 P&G CEO 챌린지를 활용해 보라”고 조언했다. P&G CEO 챌린지는 실제 비즈니스 상황에서 중요한 의사 결정을 하고 방향을 제시하는 경험을 통해 전략적 사고, 커뮤니케이션 스킬, 글로벌 마인드 셋 등을 P&G 실무진들과 함께 연마하는 비즈니스 전략 워크샵 및 시뮬레이션 대회다. 인력 개발을 위해 P&G가 역점을 두고 운영하고 있다. 국내에서만 진행되다 2016년부터 아시아 전역으로 확대해 아시아 8개국 참가들과 비즈니스 전략을 발표하며 경쟁을 펼치도록 하고 있다. 챌린지 참가자는 한국 및 아시아 P&G 인턴 채용 시 단 1회의 면접만으로 인턴십에 응시할 기회가 주어진다. 한국 P&G는 신규 인력의 90% 이상을 인턴사원으로 선발한다.

수리야 라이(Surya Rai) 본부장은 한국P&G에 필요한 인재를 확보, 유지관리하며 리더십 포지션으로의 성장을 돕기 위한 인력개발본부를 총괄하고 있다. 그 역시 인도 P&G에서 인턴십을 통해 P&G에 입사했다. 그는 “다양한 국적과 배경을 가진 직원들과 함께 근무하며 글로벌한 업무 환경을 경험할 수 있어 좋다”고 했다. 현재 한국P&G 직원들 중 33%가 해외근무 중이거나 해외 근무 후 한국으로 복귀했다. 여기에 2016년 하반기엔 인터내셔널 인턴도 선발해 올해 1월부터 싱가포르에서 인턴십을 시작한다.

P&G는 ‘마케팅 사관학교’란 별칭이 붙을 만큼 업계 전반에 P&G 출신들이 고루 퍼져있다. 수리야 라이는 “상대적으로 젊은 나이에 글로벌 리더십을 경험할 수 있다는 것이 큰 경쟁력이 된 것 같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무엇보다 대형 유통 및 소규모 판매 채널, 이커머스 등 다양한 거래 채널을 경험했고 까다로운 한국 소비자들을 만족시키는 데 익숙한 만큼 글로벌 마켓에서 근무할 경우 더욱 효과적이고 적극적인 커뮤니케이션으로 두각을 드러낸다”고 덧붙였다. 수리야 라이 역시 P&G 입사 후 14년 동안 아시아 6개 나라에서 근무하며 8가지 직무를 경험했다.

- 유부혁 기자 yoo.boohyeok@joongang.co.kr·사진 전민규 기자

[박스기사] 국내 생활용품 대표 기업들의 직원 만족도는? (기준: 5점 만점)


생활용품 분야 대표 기업 6곳 중 한국피앤지판매(한국P&G)가 ‘업무와 삶의 균형’을 제외한 모든 부문에서 가장 높은 평가를 받았다. 잡플래닛 기업리뷰를 분석한 결과 한국P&G의 경우 ‘자유’, ‘문화’가 많이 언급됐다. 하지만 한국P&G의 조기책임제가 직원들에겐 장점이자 단점으로 지적되기도 했고 일과 삶의 불균형 개선에 대한 리뷰도 적지 않았다. 아모레퍼시픽은 국내 대표 뷰티기업답게 ‘복지’와 ‘자부심’이 돋보였다. 하지만 국내 대기업의 공통적인 약점이라 할 수 있는 야근, 업무 강도와 같은 부정적 단어도 적지 않았다.

LG생활건강은 분위기와 휴가, 문화 등 부드러운 조직문화에 대한 직원들의 만족도가 높았다. 하지만 느슨한 문화에 대한 자성의 목소리와 함께 업계에서 상대적으로 낮은 연봉, 마케팅 능력 부족 등에 대해선 직원들이 자주 언급하는 단점이었다. 유니레버코리아는 조직문화 개선을 요구하는 직원들의 목소리가 많았다.

201702호 (2017.0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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