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주변에 있을 법한 평범한 캐릭터 선호지금은 한국 최고의 인기남이지만, 그 역시 외롭고 추운 시절을 겪었다. 먼저 데뷔 무렵을 살펴보자. 지금의 공유가 쉽게 상상되진 않는다. 공유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가 있다. 판타지 로맨스의 대명사로 활발하게 대중에게 소비되던 때가 있었다. 드라마 <학교4>(2001), <건빵선생과 별사탕>(2005), <커피프린스 1호점>(2007) 시절이다. 최강희·조인성·하지원·장혁 등 스타 배우가 거쳐 간 <학교> 시리즈로 데뷔했다는 것 자체가 그의 스타성을 담보한다. 훤칠한 키에 부드러운 목소리는 여심을 자극하기 충분해 보였고, 실제로 앞서 언급한 작품으로 그는 한국은 물론이고 일본 등 주변 나라까지 팬층을 넓히는 기반을 마련했다. 여심 자극 캐릭터는 <커피프린스 1호점>으로 정점을 찍는다. 여기까지를 배우 공유의 인생 1막이라 할 수 있다.장애학생 성폭행이라는 실제 사건을 소재로 한 영화 <도가니>(2011)부터는 2막으로 구분할 수 있다. 그는 “시나리오를 읽고 너무 화가 나 선택했다”고 말했다. 이야기에 빠져있던 때문이기도 했지만, 대중이 원하는 이미지에 자신을 맞췄던 과거와 달리 스스로 표현하고 싶은 걸 찾아 나서기 시작한 시기다. 청춘스타가 배우로 전환되는 지점이다.사실 이 변곡점엔 다수의 실패 경험이 숨어있다. <학교4> 출연 직후 연속해서 택한 <거침없는 사랑>(2002)이나 <스무살>(2003), <스크린>(2003) 등의 드라마는 그로서도 굳이 상기하고 싶지 않은 기억이다. 작품 흥행이나 연기면에서도 공유는 대중에게 강한 인상을 주지 못했다. 영화로 보더라도 <동갑내기 과외하기>(2003)에서 건달로 특유의 표정 연기를 보이거나, <잠복근무>(2005)로 코믹 액션에 도전했지만 역시 관심을 사기엔 역부족이었다. 일각에선 그의 선구안에 의문을 제기하기도 했던 때였다.제대 후 복귀작으로 택한 영화 <김종욱 찾기>(2010) 당시 인터뷰에서 그는 “아직도 배우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로맨틱 코미디로 스타덤에 올랐음을 그 역시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는 “안주하지 않고 싶었고, 거기에서 벗어나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래서 택한 게 잔잔한 로맨틱 코미디 장르 <김종욱 찾기>와 멜로물 <남과 여>(2016)다. 비록 후자는 흥행에서 실패했지만, 외려 맥이 끊길 뻔했던 정통 멜로의 흐름을 이었다는 평을 받고 있다. 풋풋한 사랑의 아이콘이 불륜과 욕망이라는 금기에 도전했다는 점에서 높이 살 만하다.그리고 가장 근작이면서 대중이 ‘공유앓이’를 한 드라마 <도깨비>(2017)가 있다. 선택까진 쉽지 않았다. 5년간 김은숙 작가가 러브콜을 보냈음에도 거절해왔다. 입대 직전 경험했던 드라마들의 실패와 제대 이후 야심차게 택한 <빅>(2012)의 부진 탓이 컸다. 송중기가 출연한<태양의 후예>(2016)를 먼저 제안받았음에도 거절한 것 역시 드라마에 대한 부담감 때문이었다.<도깨비>의 성공은 곧 청춘 로맨스물에 박제돼 있던 공유의 멜로 감성이 현 시점으로 확장됨을 의미한다. 동시에 이는 유행하는 장르와 스타성이 담보된 배우만 반복해 등장시키는 국내 콘텐트 제작 업계의 안전제일주의 혹은 매너리즘에 균열을 내는 결과이기도 하다. 불과 몇 년 전만 하더라도 통하지 않을 법했던 도깨비와 저승사자가 등장하는 사랑이야기라니.
안주하기 거부하고 꾸준히 도전이 같은 참신한 멜로의 등장과 더불어 우린 <시그널> 같이 지상파에서 편성을 거절했음에도 작품성과 배우의 합으로 성공하는 예를 봐왔다.이는 국내 영화 산업에도 절실하다. 나홍진 감독의 <추격자>(2008) 이후 한국에선 스릴러 열풍이 불었다. 불과 10여 년 전만 해도 <가문의 영광> 시리즈나 <조폭 마누라> 같은 조폭 코미디물이 극장가를 점령했었다. 한국 영화계의 매너리즘을 보여주는 사례다. 물론 작품의 흥행을 좌우하는 요소가 다양하기에 장르나 소재만으로 설명하기엔 무리가 있다. 하지만 극장가에 쏠림현상이 심하다는 사실은 그 누구도 부정하기 힘들 것이다.지금까지는 특정 배우나 영화인 개인의 노력으로 이 쏠림을 상쇄해온 측면이 있다. 영화 <도가니>가 나올 수 있던 배경엔 군복무 시절 공지영 작가의 소설을 읽은 공유가 직접 영화화 여부를 타진한 결과다. 또 정우성은 영화 <변호인>에 소규모 투자를 했고, 나아가 단편영화에서 재능을 보인 이윤정 감독의 장편 데뷔작 <나를 잊지 말아요>를 직접 제작하기도 했다. 감독 중에선 홍지영 감독이나, 신연식 감독 등이 자신의 작품에 신인 배우를 꾸준히 기용해 인력풀을 넓히는 데 일정 부분 기여해 왔다. 이야기와 장르, 배우 기용에서 자기복제와 검증된 이들 중심의 선택은 분명 달콤한 유혹이다. 이걸 깨기 위해 노력하는 개개인이 있어야 영화가 발전한다. 공유는 안주를 거부했기에 배우로 성장할 수 있었다. 공유의 다음 행보에 관심이 커지는 이유다.- 이선필 오마이뉴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