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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ECIAL EDITION (1)] 김영민 SM엔터테인먼트 대표 

자율주행차 안에서 SM 콘텐트 소비하는 세상 온다 

조용탁 기자 ytcho@joongang.co.kr·사진 임현동 기자
SM엔터테인먼트는 한국을 대표하는 연예 기획사다. 이수만 회장이 회사를 설립해 사업의 커다란 그림을 그리며 방향을 정해왔다. 그와 함께 호흡을 맞춰온 인물이 김영민 총괄 대표다. 12년 차 CEO인 김 대표는 “변화가 빠른 산업이라 매번 새로운 일을 하는 느낌으로 업무에 임한다”며 “지금까지의 변화도 만만치 않았지만 앞으로 더 큰 변화가 엔터테인먼트 비즈니스에 닥쳐올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 지하철 7호선 청담역 6번 출구로 나가면 눈에 띄는 흰 건물이 눈에 들어 온다. 한국의 엔터테인먼트 산업을 이끌어온 SM 엔터테인먼트 본사다. 흰색 스타크래프트 밴들이 있는 주차장을 지나 로비에 들어섰다. 1층엔 커피숍과 아이돌 스타들의 음반과 사진, 기념품이 전시돼 있다. 은근히 기대도 높아졌다. TV에서나 보던 아이돌 스타를 눈앞에서 볼 것 같은 희망이 생겨서다. 하지만 이곳 역시 매출과 영업이익, 그리고 투자 방향과 규모를 놓고 치열하게 고민하는 기업 현장이다. 6층에 올라가자 포스트잇이 빡빡하게 붙은 모니터 앞에서 엑셀 파일을 정리하는 사람들이 보였다. 전화로 급한 일정을 체크하고, 계약 내용을 다시 확인하느라 분주한 직원들도 있었다. 이곳에서 김영민 SM엔터테인먼트 총괄 대표를 만났다.

SM 엔터테인먼트는 수많은 성공 신화를 써내려왔다. HOT의 중국 공연이 성공하며 대륙에 한류라는 단어가 퍼졌다. 2002년 보아가 오리콘 차트 1위를 기록하며 한국 가수의 일본 진출이 본격화됐다. 동방신기가 일본의 남자 아이돌 시장을 개척했고, 2011년 프랑스에서 한국 가수들의 첫 유럽 합동 공연을 성사시켰다. SNS를 이용한 글로벌 마케팅에 성공하며 ‘K팝’이라는 단어 확산에도 기여했다. 김 대표는 언급한 대부분의 프로젝트에 직접 참여했다. 대중이 성공 신화에 환호하고 있을 때, SM은 체계적인 스타 교육 시스템과 글로벌 시장을 겨냥한 새로운 스타일의 아이돌을 키워내기 위해 노력했다. 지금도 그는 직면한 경영환경 변화에 고민하며 조직을 이끌고 있다. 김 대표는 “이곳에서 10여 년간 일해왔지만 아직도 매일 새로운 일을 하는 느낌이 든다”고 말했다. 산업 전반에 걸친 거대한 변화를 겪으며 회사를 꾸려와야 해서다.

김 대표가 입사했던 1999년, 종로 거리엔 길보드 차트가 있었다. 리어커에 카세트 테이프를 쌓아놓은 노점상이 종이에 최신 인기가요 순위를 적어 놓고 판매하던 시절이다. 워크맨으로 음악을 듣던 사람들이 한순간에 사라지며 CD가 음원의 유통수단으로 자리 잡았다. 소니 휴대용 CD 플레이어를 들고 대학 캠퍼스에서 낭만을 찾던 시기다. 혁신의 상징이던 CD 플레이어는 채 5년을 못 버텼다. 음원의 주요 유통 수단이 MP3로 또 변한 것이다. 영원할 것 같았던 MP3의 세상에 또 변화가 왔다. 스마트폰으로 스트리밍해서 듣는 것이 최근 추세다. 그동안 SM도 다양한 방법으로 대응해왔다. 공중파 방송사, 주요 포털인 네이버 등과 협상을 하며 권리를 지켰다. 유튜브와는 한국 최초로 계약을 하고 파일을 공급했다. 하지만 기술 변화로 등장한 새로운 기업들과의 싸움은 쉽지 않았다. “소속 연예인은 최고의 인기를 누리는데, 정작 회사 매출은 줄어드는 일이 많았습니다. 음원 유통 방법이 변할 때 빠르게 대응 못해 손실이 컸습니다. 불법 다운로드 업자나 불법 음원 사용 업체와의 소송을 마무리할 즈음이면 세상이 또 바뀌어 있었습니다.”

기술 변화에 한 발짝 빠른 대응이 강점

김 대표는 가장 힘든 기억으로 불법 음원과의 전쟁을 꼽았다. 2000년엔 소리바다와 벅스뮤직이 큰 인기를 얻었다. 인터넷에 올린 음원 파일을 손쉽게 다운로드 받을 수 있는 인터넷 사이트다. 100만 장은 쉽게 팔리던 음반 시장이 직격탄을 맞았다. SM도 커다란 피해를 입었다. 업체들과의 협상은 쉽지 않았다. 소송에 소송을 거듭하며 저작권을 확보했지만 이미 국내 매출은 반의 반으로 줄었다. 위기에 몰린 회사를 구한 효자는 HOT였다. 중국 시장 개척에 성공하며 해외 매출이 잡히기 시작한 것이다. “2000년 HOT의 음악이 중국에서 대히트를 칩니다. 한국에서의 손실을 해외 시장 매출로 메우며 한숨 돌렸습니다. 아이돌 성장 전략과 해외 시장 진출의 중요함을 다시 한번 느끼게 됐습니다.”

김 대표는 SM의 경쟁력으로 아이돌 육성 시스템, 글로벌 전략, 그리고 기술 변화에 한 발짝 빠른 대응을 꼽았다. SM은 한국에서 아이돌 육성 시스템을 정착시킨 기업이다. 이전엔 스타 지망생을 발굴하면 바로 데뷔시켰다. SM은 이와 달리 수년간의 트레이닝을 통해 완성도를 높인 다음 도전을 시작했다. 김 대표는 “지금 흔히 볼 수 있는 한국형 기획사의 시작이 SM이었다”며 “눈앞의 이익이 아니라 5~10년 앞을 내다보며 아티스트에 대한 연구개발(R&D)을 진행했다”고 말했다. HOT·동방신기·보아가 대표적인 성공 사례다. 이들은 5년 넘게 트레이닝을 받으며 노래와 춤, 언어, 인터뷰 매너를 공부한 다음에야 앨범을 낼 수 있었다.

글로벌 시장 진출도 주목할 점이다. 한국은 내수 시장이 작은 편이다. 경쟁도 심하다. SM에서는 아이돌을 발굴하는 단계부터 글로벌 시장을 고려한다. 이를 위해서는 목표로 삼은 해외 시장 분석이 중요하다. 현지의 유행 흐름을 감안해 3~5년 후에 먹힐 수 있는 아이돌을 발굴해 교육해야 성공 가능성이 커진다. 새로운 아이돌 육성 방법도 준비 중이다. SM과 종로학원하늘교육은 오는 9월 서울 강남에 ‘K팝 국제학교’를 개교할 예정이다. 대중 예술인을 키워내는 대안학교다. 실용음악과 무용 등 실기 수업과 국어·영어·수학 등 기본 교과를 공부한다. 해외 유학생 중심으로 학생을 뽑을 계획이다. 재학생의 70%는 외국인, 30%는 국내 학생으로 선발할 것으로 알려졌다. K팝 국제학교 TF팀 관계자는 “K팝 국제학교는 10대 때 데뷔하는 연습생의 교육 공백을 최소화하고, 음악 비즈니스 등 가수가 아닌 다른 분야 진출을 꿈꾸는 학생들의 미래와 학습을 보장하기 위한 조처”라고 말했다.

지금도 세상은 변하고 있다. 인공지능과 사물인터넷, 그리고 더욱 중요해질 오디오 인식 기능이 현실로 다가오는 중이다. 변화에 대응하며 기업의 지속성장을 이끄는 것이 그의 업무다. 김 대표는 “격변의 10년을 보냈는데, 매번 더 큰 파도가 몰려오는 느낌”이라고 말했다. 2016년 1월 이수만 SM엔터테인먼트 회장은 정보기술(IT)을 활용한 사업전략을 발표했다. IT를 접목해 모바일 플랫폼에서 경쟁력을 높이는 전략이다. 당시 이 회장은 “SM엔터테인먼트의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으로 함께 즐길 수 있는, 연중무휴 24시간 운영되는 디지털 놀이터가 되겠다”고 말했다. 이를 실현하는 일은 김 대표의 몫이다. SM에서 기술과 엔터테인먼트를 융합한 새로운 시도가 늘어난 배경이다.

SM은 지난해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에브리싱’, ‘바이럴’ 등을 내놓았다. 에브리싱은 사용자들이 집에서도 노래방처럼 노래를 부를 수 있도록 하는 앱이다. 최근 SBS의 음악프로그램인 ‘판타스틱듀오’의 공식앱으로 지정돼 시청자들로부터 높은 인지도를 얻었다. 에브리싱은 애플 및 구글 앱마켓에서 500만 건이 넘는 누적 다운로드 수를 기록해 인기급상승 앱으로 분류되기도 했다. 바이럴은 취향이 비슷한 사람들끼리 사진을 공유할 수 있는 앱으로 사용자들은 SM엔터테인먼트가 직접 올리는 소속가수의 사진들을 볼 수 있다.

엔터 기업 중 IT에 가장 많이 투자

지난 1월 소비자가전박람회(CES) 2017에서 SM은 음성인식 인공지능 비서 ‘위드(Wyth)’를 소개했다. 위드는 IBM ‘왓슨’을 기반으로 한 SK C&C 인공지능 ‘에이브릴’에 SM의 콘텐트를 결합한 인공지능 스피커다. 소녀시대 티파니가 위드 화면에 등장해 날씨 정보를 알려주고 에브리싱을 이용해 SM 소속 가수와 듀엣곡을 부르는 기능도 있다. 김 대표는 “우리의 강점은 수많은 콘텐트”라고 강조하며 “이를 어떤 플랫폼에서 소비자에게 제공하는 게 효율적일까를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SM은 2015년부터 IT인력을 늘려왔다. 현재 SM의 IT인력은 100명을 넘어섰다. IT서비스를 담당하는 단독법인 ‘에브리싱코리아’도 설립했다.

국내 엔터테인먼트 기업 가운데에선 IT에 가장 많은 투자를 진행하고 있다. 문화기술(CT) 분야가 어떤 방향으로 발전할지 예측하며 준비하기 위해서다. SM 직원들의 명함 뒤편엔 ‘The Future of Culture Technology’라는 문장이 있다. 문화 기술의 미래라는 의미다. 김 대표는 “SM이 예술(ART)을 하면 SMART 하다가 된다”며 “미래엔 IT와 문화가 융합한 CT 방식으로 콘텐트가 소비될 것이기에 이를 바라보며 준비하자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자율주행차를 예로 들어 설명했다. 운전에서 해방되며 새로 소비할 수 있는 시간이 생길 것이다. 자동차가 생활공간으로 변하면 다양한 문화활동이 가능해진다. 영화를 보거나 술을 마실 수 있다. 독서나 취침도 좋은 옵션이다. 김 대표는 자율주행차 안에서 SM 콘텐트를 소비하게 만들어야 미래가 있다고 생각한다. “라이프스타일 전반에 커다란 영향을 미칠 변화가 임박했습니다. 여기에서 우위를 차지하기 위해 협업·투자·M&A를 적극 검토하고 있습니다. 엔터테인먼트뿐만 아니라 다른 업종의 융합 모델을 생각하고 있습니다. 올해는 SM이 어느 때보다 많은 변화를 진행하는 한 해가 될 것입니다.”

- 조용탁 기자 ytcho@joongang.co.kr·사진 임현동 기자

김영민 대표 - 1970년 출생. 고려대 사회학과 졸업. 1999년 SM엔터테인먼트 입사. 보아, 동방신기 일본 진출 프로젝트 진행. 2005년~현재 SM 대표이사

201703호 (2017.0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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