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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연재 | 조원경의 ‘미래 산업의 소울메이트(SOULMATE)’(4) 노동의 미래(Labor) 

디지털 경제는 유토피아인가 디스토피아인가 

조원경 기획재정부 국제금융심의관
경제의 디지털화가 급속히 진전되면서 일자리 문제가 화두로 떠올랐다. 양극화로 가뜩이나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심화되고 있는 가운데 기술의 발달로 인간의 일자리마저 줄어들지 모른다는 우려가 커져서다. 과연 노동의 미래는 어떤 모습일까.

▎4월25일(현지시간) 캐나다 밴쿠버 컨벤션 센터에서 열린 2017 TED 2일차 행사엔 로봇·인공지능 업계의 ‘고수’들이 모였다. 그중 한 명인 보스톤 다이내믹스의 마크 라이버트 대표가 네 발과 팔을 유연하게 움직이는 ‘스폿 미니’를 선보이고 있다. 이 회사는 세계에서 가장 진화한 형태의 로봇을 만든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 사진제공·TED
독일이 의장국인 주요 20개국(G20)의 올해 주요 이슈는 경제의 디지털화이다. 우리는 세계 어디서나 실시간 정보교환을 가능하게 하는 디지털 인프라 구조에서 산다. 월드 와이드 웹(world wide web)은 단순한 정보 매개체에서 상호 정보공유가 가능한 통신 매개체로 진화했다. 무선네트워크의 구축, 유·무선의 정보 전송 속도의 지속적인 향상, 프로세스 제어용 센서와 아날로그와 디지털 세상의 인터페이스(interface)가 되는 카메라 공학의 급속한 발전, 개별 부품의 소형화와 부품 가격의 하락이 결합돼 디지털화가 더욱 가속화되고 있다. 디지털화라는 용어는 정보통신기술(ICT)의 발달에 따라 그 전에도 사용했다. 그러나 최근의 디지털적 변화는 ‘제2의 기계시대(The Second Machine Age)’나 ‘제4차 산업혁명’의 의미로 말하는 것이다. 사람들은 디지털의 급속한 진전과 일상화로 경제·사회가 파괴적인 변화를 겪게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지금 우리가 목격하고 있는 디지털화의 급속한 진전이 많은 중요한 변화를 가져올 것이라는 점에 의문을 다는 사람은 그다지 없다는 말이다.

새로운 일자리 늘어날까


▎4차 산업혁명으로 가장 큰 타격을 받을 직군은 사무관리직으로 예상된다. 그만큼 채용시장도 좁아진다.
우선 디지털화는 인류에게 엄청난 기회를 제공할 것으로 예상된다. 재화와 서비스가 지능형 물체와 접목되면서 미래에는 더 빠르고 더 효율적인 자원을 이용해 더 나은 제품을 생산할 수 있을 것이다. 기업의 조직은 이에 맞춰 유연하게 변화할 것이고, 새로운 고용형태와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통해 고품질의 다양한 서비스를 더 저렴한 비용으로 제공할 것이다. 많은 사람이 근로자가 유해하거나 위험한 근로환경에서 해방되고 덜 중요한 업무로부터 자유로워질 수 있을 것이라고 믿고 있다. 로봇으로 인건비를 절감한 덕분에 우리가 전례 없던 서비스, 생각지도 못한 싼 제품의 풍요를 누린다면 어찌 기쁘지 않겠는가? 어쩌면 일과 가정의 양립이 가능하고 연령과 장애요인을 제대로 고려해 더 나은 사회 통합을 이룰 수도 있지 않을까? 인공지능이 저출산·고령화에 따른 저성장 문제를 해결하는 열쇠가 될지도 모른다는 희망 섞인 이야기를 하는 사람도 많다. 너무 유토피아적인가?

고개를 들어 다른 현실을 보자. 무인 매장, 무인 공장, 자율자동차…. 사람의 힘이 필요 없는 자동화 기술은 디지털 경제의 확산과 더불어 우리 삶 속으로 거침없는 행보를 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어떤 생각이 드나? 나의 노동을 기계가 대체한다면 나의 삶은 어떻게 될 것인가? 맥도날드가 선언한 주문받는 직원을 대체할 무인 판매대(키오스크)를 생각하면 최저 임금이라도 벌려고 아르바이트 하는 젊은이들이 안타깝지 않나. 미국 인터넷 쇼핑몰 아마존이 완전 무인 매장 ‘아마존 고’를 확대하고 있다. 미국이 외치는 제조업의 첨단화, 중국의 중국 제조 2025, 일본의 로봇 신전략, 독일의 인더스트리 4.0전략에 담긴 공통적인 핵심은 모두 인공지능, 로봇에 초점이 맞춰져 있고, 그로 인해 일자리가 위협받을지도 모른다는 것이다. 나의 가치인 노동이 없는 미래는 디스토피아적인 게 아닌가? 그런 고민에 빠지게 되는 것은 인간이기에 당연하다.

1차, 2차, 3차 산업혁명은 사람을 도와서 한 사람이 많은 물건을 생산하게 해주고 거기에 따라서 많은 보수를 받을 수 있게 해주는 혁명이었다. 노동자의 생산성을 향상시켜 임금 상승을 가져오는 혁명이었다. 그런데 4차는 완전히 다르다는 주장을 많은 사람이 제기한다. 일자리를 없애서 돈을 못 벌게 만들기에 1, 2, 3, 4차가 연속 선상에 있는 것이 아니란 것이다. 1, 2, 3과 4차는 완전히 다르다는 주장이 그래서 제기된다. 물론 반론을 제기하는 사람도 상당하다. 낮은 가격과 좋은 품질 덕에 매출이 늘어나 기업이 새로이 성장하고, 결국 직원이 더 많이 필요하게 되는 경우도 있을 것이다. 그런데 사회 전체적으로 새로운 직업이 더 많이 창출될 것인지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시각이 일반적이다.

‘아주 순수한 기계화 경제’에서 기술의 노동 대체로 중산층의 붕괴가 발생한다면 사회가 어떻게 될 것인가? 노동이 없다면 누가 임금을 주고 어떻게 생계를 꾸려 나갈 것인가. 상품의 가격이 제로라면 문제가 없을 것이다. 하지만 인공지능이 발달한 미래의 어느 시점에도 물질이나 에너지, 토지 등은 유한할 수밖에 없다. 상품의 가격은 당연히 제로가 아닐 가능성이 크다. 공장이 서 있는 토지, 그곳에서 일하는 로봇의 재료인 금속, 로봇을 가동시키는 전기, 상품의 원재료가 공짜가 아니라면 그런 공장이 공급하는 상품의 가격도 제로가 될 수 없다. 혹시 그런 상황에서 어떤 노동자는 지옥 같은 생활을 하는 게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들 수 있다. 상당수 가계가 노동의 상실로 부를 잃고, 반대로 인공지능과 로봇 기술을 선점하는 기술기업에 부(富)가 집중될 가능성이 클 수 있다. 하긴 가계가 구매력을 잃는다면 기업도 생산한 물건을 제대로 판매하지 못할 수도 있다. 낙관만은 하기 어려운 사회가 우리 눈앞에 펼쳐진다고 생각하니 이에 대한 고민을 하지 않을 수 없다. 그래서 노동 유무에 관계없이 누구에게나 지급하는 기본소득 논의가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이 두 가지 현상을 함께 생각하다 보니 문득 한 생각이 떠오른다. 디지털화로 일자리가 줄고 근로시간과 휴식시간의 경계, 일과 삶과의 경계가 무너지는 이른바 ‘노동의 탈경계화’가 진행될 때 우리는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분명 확실한 것은 노사가 사회적 동반자로서 공동으로 결정하고 참여해 디지털화 혹은 4차 산업혁명의 거센 도전에 적극 대처해야 한다는 점이다.

정보통신기술의 다양한 응용으로 사람을 거의 사용하지 않는 스마트 공장(Smart Factory)을 보면 어떤 생각이 들까? 인더스트리 4.0은 인터넷(빅데이터)을 철저하게 활용해 생산의 비약적인 효율화를 꾀하는 제4차 산업혁명을 일으키고자 하는 것이다. 21세기 제4차 산업혁명으로 독일은 ‘스마트 공장의 실현(인터넷과 사물의 융합)’을 목표로 하고 있다. 스마트 공장이란 설계·개발, 제조 및 유통·물류 등 생산 과정에 디지털 자동화 솔루션이 결합된 정보통신기술을 적용해 생산성, 품질, 고객 만족도를 향상시키는 지능형 생산 공장을 말한다. 스마트 공장의 실현에는 완전히 미지의 신기술을 이용하는 게 아니라 기존의 다양한 분야의 기술을 응용해 연결해 나가는 것을 상정하고 있다. 최종적으로는 개개의 요구에 따른 세밀한 가공이나 생산의 자동화를 가능하게 하고 생산에서 소비에 이르는 모든 프로세스의 변혁을 목표로 한다.

가장 큰 타격은 사무관리직


예를 들어 인공지능 기술을 기반으로 한 포스코의 스마트 공장은 제조 과정뿐 아니라 설비 관리 업무도 돕는다. 압연기 등에 부착된 공장 내 사물인터넷 센서를 통해 수집되는 수만 건의 데이터를 분석해 설비의 이상 징후를 감지하고 점검한다. 이 경우 교체 시기를 미리 알 수 있어 설비 고장으로 작업이 중단되는 일이 없어졌다. 안전도 책임진다. 작업장에 설치된 센서를 통해 유해가스·소음·온도 같은 현장 환경을 모니터링하고 이를 작업자에게 실시간으로 알려 준다. 작업자의 불안전한 행동을 실시간 감지하고 위험물에 접근하면 정보를 제공해 사고를 예방한다. 이러한 예에서처럼 디지털화는 인간의 노동력 사용을 감소시킬 경향이 농후하다. 세계경제포럼은 2016년 1월 ‘4차 산업혁명’을 화두로 던지면서 이로 인한 일자리 영향을 분석한 ‘일자리의 미래 보고서’를 발표했다. 향후 5년간 세계 고용의 65%를 차지하는 선진국과 신흥시장 15개국에서 일자리 710만 개가 사라지고, 4차 산업혁명으로 210만 개의 일자리가 창출돼 총 500만 개의 일자리가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다.

가장 큰 타격을 받을 직군은 사무 관리직으로, 빅데이터 분석과 인공지능 기술을 갖춘 자동화 프로그램과 기계가 일자리를 대체해 앞으로 5년간 475만9000개의 일자리가 줄어들 것으로 전망됐다. 로봇과 3D 프린팅의 위협을 받는 제조·광물업 분야 일자리도 160만9000개 감소할 것으로 예상됐다. 반면 전문지식이 필요한 경영·금융 서비스(49만 2000개), 컴퓨터·수학(40만5000개), 건축·공학(33만9000개) 등의 직군에선 일자리가 늘어날 것으로 전망됐다. 인공지능 로봇이 대부분의 단순 노동자뿐만 아니라 숙련 노동자를 몰아내고 교육받은 사람들의 숙련된 일과 사업을 대체함으로써 디지털화가 노동시장의 대변혁을 가져올 것이라 예측하는 것은 그래서 무리가 아니다.

『인간은 필요 없다』의 저자 제리 카플란(Jerry Kaplan)은 인공지능 로봇이 장거리 트럭운전 기사, 농장근로자, 물류창고 근로자, 성매매업 종사자 등의 노동을 대체하는 것은 물론, 오랜 기간 전문가라는 이름으로 사회에 지배적인 영향력을 행사해온 교육·법률·의료 서비스 등 전문가의 지적 노동에도 엄청난 변화를 몰고 올 것으로 예측한다. 변호사의 예를 보자. 법에 기술을 접목한 서비스가 등장하기 시작하면서, 사업체 간에 간단한 계약을 할 때는 변호사의 도움이 거의 필요하지 않거나 아예 없어도 되는 수준으로 바뀌고 있다. 디지털화에 따라 취업업종의 변화나 그 규모가 작든 크든 노동시장에 변화가 발생할 것은 불가피하다.

하긴 과학기술이 일자리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두려움은 항상 존재했다. 일찍이 케인스는 기술 발전에 의한 실업에 대해 인간이 노동의 새로운 용도를 찾아내는 것보다 노동을 절약하는 법을 더 빨리 찾아내기 때문에 발생하는 것으로 보았다. 4차 산업혁명 시대 기술의 특징은 산업 분야와 직종의 구분 없이 모든 노동의 본질을 완전히 뒤바꿔 놓는다는 것이다. 어떤 자동화 기술이 노동을 대신하게 될지 그 범위를 알 수 없는 데서 불확실성이 크다. 과연 우리의 삶은 해피엔딩일까? 기술 발달로 일자리를 잃은 노동자는 새로운 직업을 찾게 되고, 기술이 새로운 번영의 시대를 열어야 할 것인데 걱정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떤 대책을 마련해야 할 것인가. 대부분의 연구에서는 변화되는 업무 프로파일에 맞춰 취업자의 지속적 직업 훈련이 작동될 수 있는 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다. 급속하게 발전하고 있는 기술을 직업훈련 시스템 내에 도입해 활용하는 방안을 적극 모색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독일에서 인더스트리 4.0을 실현하기 위한 열쇠가 되는 것은 ‘인재 양성 지원’이고 이를 위한 프로그램으로 ‘아카데미큐브’나 ‘소프트웨어캠퍼스’ 등이 있다. 아카데미큐브는 인재의 매칭과 훈련을 위한 종합지원 사이트다. 주로 컴퓨터과학이나 IT, 엔지니어링 분야에서 구인 매칭 사이트와 마찬가지로 구직자에게 일부 부족한 지식을 보충하기 위해 e러닝에 의한 교육 훈련을 실시하고 있다. 소프트웨어캠퍼스는 산학연계의 고도 인재육성 프로그램이다. 컴퓨터과학이나 IT, 엔지니어링 분야의 특히 우수한 석박사 과정의 학생을 대상으로 미래 임원 후보나 기업가 등의 인재를 양성하고 있다. 대학의 교원, 연구기관의 연구원 외에 이미 실무에서 활약하는 IT 기업의 간부 등이 멘토가 되어 학생들을 지도하고 있다.

온디맨드 경제와 노동의 본질


▎차량을 소유한 개인과 차량이 필요한 개인을 스마트폰 앱 하나로 연결한 우버는 미국에서 혁신적인 모델로 꼽힌다.
물론 위의 주장과 상반된 이론이 있다. 기술이 일자리를 앗아간다는 이론은 지난 250년 동안 꾸준히 제기됐지만 지금까지는 맞지 않았다. 러다이트 운동이 발생하기도 했지만 새로운 일자리가 생겨 인류의 일자리 문제는 기우에 그쳤다. 그런 점에서 기술 낙관론자는 과거에 비춰 왜 이번은 다른가에 의문을 표시한다. 그들은 기술혁신이 파괴적일 수는 있지만 늘 그랬던 것처럼 생산성을 높이고 새로운 부를 창출해 재화와 서비스의 수요를 증대시켜 일자리를 창출하는 선순환 구조를 여전히 믿고 있다.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앱)을 통해 증상을 설명하면 환자의 위치와 교통 상황을 고려해 의사를 보내주는 ‘메디캐스트’를 아는가? 온라인에서 상품을 주문하면 유사한 상품까지 가져와 마케팅을 펼치는 배달원은 또 어떤가? 레디밀을 넘어 레디투쿡을 통해 고급 레스토랑급 요리를 선사하는 블루 에이프런, 선물 받는 사람의 오감을 만족시키는 스마트박스까지, 이제 좀 더 간편하고 정확하게 원하는 것을 얻을 수 있는 세상이 됐다. 차량을 소유한 개인과 차량이 필요한 개인을 스마트폰 앱 하나로 연결한 우버는 미국에서 혁신적인 모델로 꼽힌다. 이를 두고 일부 경제학자들은 ‘수요 공급의 법칙, 시장의 기능이 가장 충실히 구현되는 자본주의 시장경제의 결정판’이라고 평하기도 했다. 온디맨드(On-Demand) 경제란 모바일 기술과 IT 인프라를 통해 소비자의 수요에 즉각적으로 제품·서비스를 제공하는 경제활동을 말한다. 온디맨드 경제는 일과 사람과의 관계, 노동을 포함한 사회적 구조와 사람의 관계를 근본적으로 변화시키고 있다.

여기에서 두드러지는 점은 ‘휴먼 클라우드’ 방식으로 업무를 처리하는 고용주가 점차 늘어나고 있다는 것이다. 전문직의 활동은 구체적 업무와 개별적 프로젝트로 나뉘어져 세계 곳곳의 잠재 노동자가 등록된 가상의 클라우드에 업로드 된다. 즉 휴먼 클라우드는 클라우드 컴퓨팅의 정의에 등장하는 정보를 사람으로 치환한 것이다. 가상의 공간에 노동력 정보를 저장하고 고객이 업무 성격에 따라 필요한 인재를 일시적으로 채용하는 식이다. 언뜻 보면 인력시장이나 구인구직 사이트와 흡사한 것처럼 보이지만, 피고용인들이 특정 사무실에 출근하지 않고 온라인으로 일을 할 수 있다는 것이 차별점이다. 누구든지 적합한 능력만 갖고 있다면 세계 어디에서나 시간의 제약 없이 일자리를 구할 수 있다. 휴먼 클라우드로 구할 수 있는 일자리는 단순하게는 온라인상의 전화번호부 검색, 스프레드시트에 정보 입력 등 단순한 것에서부터 단기 컨설팅 프로젝트 참여, 프로그래밍 코드 입력 등 높은 수준의 업무 능력이 필요한 것까지 매우 다양하다.

이 경우 노동자는 더 이상 전통적 의미의 피고용자가 아니다. 특정 업무만을 수행하는 독립형 노동자가 된다. 휴먼 클라우드 플랫폼은 노동자를 자영업자로 분류하기 때문에 기업은 최저임금제와 고용에 따른 각종 세금에서 자유롭다. 이를 두고 두 시각이 존재한다. 하나의 견해는 휴먼 클라우드는 인터넷 연결만 가능하다면 누구나 기회를 얻을 수 있고 전문 인력의 부족 현상을 해결할 수 있는 새롭고 유연한 직업 혁명의 시초란 것이다. 다른 시각은 규제가 없는 가상의 노동착취 상황으로 치닫게 되는 바닥을 향한 경주의 시작일지 모른다는 것이다. 이 경우 하루하루 생계를 유지하기 위해 일거리를 전전하며 노동권리도, 단체 교섭권도, 고용안정도 없는 문제가 생긴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에게 당면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변화하는 노동력과 진화하는 노동의 본질에 걸맞은 새로운 형식의 사회계약과 근로계약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 경우 노동시장의 성장을 저해하지 않고 노동자들이 원하는 방식으로 일할 수 있는 선택권을 침해하지 않는 선에서 휴먼 클라우드가 노동력 착취로 이어지지 않도록 감시해야 한다.

미래에도 유효할 모라베크 역설


▎사람이 배우기 어려운 체스나 바둑은 인공지능이 따라 할 수 있지만, 자연스럽게 걷거나 뛰는 활동은 구현하기 어렵다.
인간에게 쉬운 것은 컴퓨터에게 어렵고, 인간에게 어려운 것은 컴퓨터에게 쉽다는 역설이 있다. 미국의 로봇 공학자인 한스 모라베크가 만들어 ‘모라베크 역설(Moravec’s Paradox)’이라고 하는데, 주로 인공지능과 관련해서 언급된다. 사람이 배우기 어려운 체스나 바둑은 인공지능이 따라 할 수 있지만, 자연스럽게 걷거나 뛰는 활동은 구현하기 어렵다. 알파고를 개발한 구글 딥마인드의 관계자는 로봇 팔이 바둑판에 바둑알을 얌전하게 내려놓는 일은 매우 어려운 일이라고 답한 바 있다.

모라베크 역설은 진화와 관련이 있다고 알려졌다. 컴퓨터는 천문학적 단위의 수와 복잡한 수식 등 계산과 추론 능력이 뛰어나지만, 인간이 무의식중에 하는 걷기, 듣기, 보기, 인식하기 등의 감각 기능과 운동 기능은 시행하기 어렵다. 인간의 이런 기능은 아주 오랜 시간 진화를 통해 발전한 것으로 아직 모든 원리가 파악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와 달리 계산과 추론 같은 추상적·논리적 사고는 상대적으로 최근에 등장했으며 원리에 따라 컴퓨터가 시행하도록 만들 수 있다. 감정과 맥락을 읽는 능력 역시 인간에게는 쉽지만, 컴퓨터는 어려워하는 부분이다. 사람의 기분과 감정을 파악하고 농담과 사회적 활동을 하는 행위도 모두 진화의 산물이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인공지능 분야의 발전을 위해서는 인간의 뇌를 파악하는 뇌과학이나 신경과학 연구가 함께 이루어져야 한다는 의견이 대두하는 것이다.

미래에도 모라베크의 역설을 넘어 분명히 인공지능과 차별화되는 일이 반드시 있을 것이다. 더구나 노동의 가치는 여전히 신성하게 평가받아야 한다. 휴먼 클라우드가 보편화 됐을 경우 가장 큰 변화는 근로자들이 한자리에 모여서 일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세계 어디에 있든 인터넷만 연결된 곳이라면 업무를 분담할 수 있는 시스템에서 물리적 사무실은 회의와 토론을 위해서만 일시적으로 사용된다거나 여러 기관과 공유해도 무방한 새로운 기능과 의미를 부여받게 될 것이다. 인력을 소싱하는 기업의 입장에서는 직원들이 어떻게 생겼고 어디에 살고 있는지조차 알 수 없는 상황이 도래할 수도 있다. 거주 지역이나 교육 수준, 성, 인종 등의 차별 없이 실력으로만 인정받을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평가된다. 능력에 기반해 채용할 수 있기 때문에 기술 부족이나 숙련된 이주 노동자들의 실업 공백을 완화시킬 수도 있다. 휴먼 클라우드는 컴퓨터와 개인의 두뇌, 일을 할 수 있는 와이파이 환경만 갖춰져 있으면 가능하기 때문에 사람이 생산의 주체로 다시 돌아갈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물론 유연한 고용시장이라는 새로운 트렌드가 최저 임금, 규제 공백 등의 틈을 파고들어 기업에게만 유리한 환경이 조성될 수 있다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 요즘 젊은이들은 기업에 속해 일을 하는 것보다 얽매이지 않고 자유롭게 일하고 싶어 한다. 그들은 일과 삶의 균형과 조화를 추구하고 싶어 한다. 미래의 직업이 소수의 사람에게만 조화를 허용해서는 곤란하다. 그러한 방향을 만들어 나가는 것은 우리의 선택이고 정책의 지라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조원경 - 연세대(경제학과)와 미국 미시간주립대(파이낸스 석사) 를 졸업했다. 현재 기획재정부 국제금융심의관으로 근무하고 있다. 저서로는 『명작의 경제』, 『법정에 선 경제학자들』, 『식탁 위의 경제학자들』이 있다.

201706호 (2017.0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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