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그룹에 활기가 넘쳐나고 있다. 경영일선 복귀를 선언한 이재현 CJ그룹 회장은 공격적인 경영 행보를 통해 전세계인들이 인정하는 CJ를 만들겠다는 야심찬 프로젝트에 시동을 걸었다.
▎이재현 회장은 지난 5월17일 경기도 수원 광교에 있는 연구소 CJ 블로썸파트 개관식에 참석해 4년 만에 경영 복귀를 선언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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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Great CJ’ 달성을 넘어 2030년에는 3개 이상의 사업에서 세계 1등이 되고, 궁극적으로 모든 사업에서 세계 최고가 되는 World Best CJ를 만들어야 한다.” 4년 만이다. 이재현 CJ그룹 회장은 지난 5월17일 경기도 수원 광교에 있는 통합 R&D 연구소 CJ 블로썸파크 개관식과 온리원 콘퍼런스 행사에 참석해 경영복귀를 선언했다. 이 회장은 이날 “World Best CJ 달성은 우리 CJ가 반드시 이뤄야 할 시대적 소명이자 책무”라며 “국민들이 사랑하고 신뢰하는 CJ, 국민들이 자랑으로 여기는 CJ, 전 세계인들이 인정하는 CJ를 만들어가자”고 강조했다.이 회장의 경영일선 복귀에 발맞춰 CJ그룹은 사상 최대 투자에 나선다. 올해 5조원을 비롯해 2020년까지 물류, 바이오, 문화콘텐트 등의 분야에 총 36조원을 투자한다고 발표했다. 이 회장의 ‘공격 경영’이 CJ에 활기를 불어넣고 있다.
CJ제일제당, 최첨단 식품 생산기지 구축
▎경기도 수원 광교에 지어진 CJ그룹의 통합 R&D연구소 CJ 블로썸파크 외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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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J그룹 계열사들도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CJ제일제당은 지난 6월 12일 국내외 식품·소재 등 주력사업을 확대하고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9000억원을 투자한다고 발표했다. 이 회장 경영 복귀 이후 처음으로 나온 대규모 투자 소식이다. CJ제일제당은 우선 2020년까지 충북 진천에 5400억원을 투자해 최첨단 식품 통합 생산기지를 구축하게 된다. 진천 송두산업단지 내에 축구장 46개 넓이(약 10만평 규모)로 세워진다. 가공식품 공장으로는 국내 최대 규모다. 8월 착공에 들어가 내년 10월부터 본격적으로 가동할 계획이다. 이 공장에서는 햇반, 육가공, 냉동가공식품 등을 생산하게 된다. 연간 생산액은 5000억원에 이르고, 연간 12만톤 물량을 생산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CJ제일제당은 글로벌 M&A도 적극 추진하고 있다. 지난 6월14일 브라질 현지에서 셀렉타 인수 체결식이 열렸다. 셀렉타는 식물성 고단백 소재인 농축대두단백(SPC, Soy Protein Concentrate)을 생산하는 글로벌 1위 기업이다. 지난해 매출은 4000억원, 영업이익은 550억원을 기록했다. CJ제일제당은 3600억원에 인수한 셀렉타를 통해 식물성 고단백 사료소재 대표 제품인 농축 대두단백과 발효대두박을 모두 생산하는 사업 구조를 갖추게 됐다.CJ대한통운도 글로벌 M&A를 적극적으로 추진 중이다. 2013년부터 현재까지 이뤄진 인수합병과 합작법인 설립만 8건에 이른다. 2013년 중국 중량물 전문기업 CJ스마트카고를 시작으로 중국 최대 냉동냉장 물류기업 CJ로킨을 2015년에 인수했다. 지난해에는 말레이시아 물류기업 CJ센추리로지스틱스와 인도네시아의 대형 물류센터를 인수했고, 올해 4월에는 인도 최대 수송기업인 다슬로지스틱스와 중동·중앙아시아 중량물 1위 기업 이브라콤을 인수했다.합작법인 설립을 통한 해외진출도 활발하다. 지난해 7월 중국 TCL그룹과 물류합작 법인 CJ스피덱스 설립을 시작으로 같은 해 12월에는 필리핀 5대 물류기업인 TDG그룹과 합작법인 CJ트랜스네셔널 필리핀을 설립해 필리핀 전역을 대상으로 택배사업을 추진 중이다. 지난 5년 동안 이뤄진 인수합병과 합작법인 설립으로 그동안 추진했던 ‘범아시아 1등 전략’을 완성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CJ그룹은 미국 투자 계획도 밝혔다. 향후 5년 동안 식품과 바이오, 물류, 콘텐트 등에 10억5000만 달러(약 1조2000억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CJ제일제당은 식품·바이오 부문 생산공장을 신축·증설하게 된다. 이와 함께 한식 브랜드 비비고와 연계해 한식 홍보도 확대할 계획이다. CJ E&M은 미국 내의 영화 등 콘텐트에 투자를 늘릴 계획이다.
유연한 근무환경을 위한 혁신안 발표이재현 회장도 적극적인 행보를 보여주고 있다. 지난 7월17일 오후 그는 경영 복귀 이후 처음으로 경영 현장에 모습을 드러냈다. 그랜드 오픈식을 하루 앞두고 있는 CGV용산아이파크몰을 사전 방문한 것이다. 휠체어를 탄 채 ‘아이맥스 레이저관’, ‘스카이박스’ 등의 특화관을 둘러본 것으로 알려졌다. 50여 명의 CJ CGV 직원이 참석한 자리에서 이 회장은 “국내 영화산업은 중국 자본과 초대형 글로벌 미디어 기업들의 국내 진출로 큰 위기에 직면했다”고 진단하고 이에 대한 해법으로 “대규모 투자를 통해 시장 규모를 획기적으로 키워야 한다”고 말했다. 대규모 투자를 앞두고 현안을 직접 챙기겠다는 이 회장의 강한 의지를 보여준 것이라는 평가다.이 회장은 기업 문화를 바꾸는 데도 관심이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사업의 성장은 결국 사람이 이뤄내고 인재 육성을 위해서 좋은 기업 문화의 혁신이 필요하다고 믿기 때문이다.CJ그룹도 ‘일과 가정의 양립’과 ‘유연한 근무환경’을 만들기 위한 혁신안을 발표했다. ▶자녀 입학 돌봄 휴가 최장 1개월 제공 ▶남성 출산휴가 기존 5일에서 2주까지 확대 ▶임신 위험기 근로시간 단축 사용기간 확대 ▶출퇴근 시간을 개인 사정에 맞게 조정할 수 있는 유연근무제 실시 ▶업무 시간 외 카톡 사용 금지 ▶입사 후 5년마다 4주간의 창의 휴가 사용 등의 방안을 발표했다.재계는 CJ헬로비전 매각 무산 등으로 성장이 둔화됐던 CJ그룹이 이같은 공격적 투자를 통해 정체상황을 벗어날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 CJ그룹 관계자는 “2020년 Great CJ와 2030 World Best CJ 달성을 위해서는 식품/바이오·물류·문화라는 핵심 사업군의 글로벌 확장이 필수적”이라며 “강력한 오너 리더십을 바탕으로 지난 정체를 딛고 앞으로 주력 사업군에서 M&A 성과가 지속적으로 이어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최영진 기자 cyj73@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