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명진 코스모진여행사 대표는 외국인 VIP 의전관광이라는 블루오션을 개척했다. 관광업계의 ‘포스트 차이나’를 위해서는 “판을 갈아엎어야 한다”고 말했다.
▎정명진 대표는 국내 의전관광 개척자다. 기업부설 연구소로 ‘코스모진 관광기술연구소’를 두고 있으며, 지난해 55억원 매출을 올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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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오래 버틴 셈이죠.” 자리에 앉자마자 정명진 코스모진여행사 대표는 작심한 듯 말했다. 한 해 전만 해도 밀려오는 중국인 관광객에 환호성을 질렀는데 1년 만에 그들이 사라진 자리를 대체해야 하는 고민에 빠진 관광업계를 향한 쓴소리다. 정 대표는 “문제는 줄어드는 중국인 관광객 수가 아니라 시장 트렌드를 따라가지 못하는 관광업계의 안일한 태도”라며 “우르르 몰려오는 골목(패키지)만 쳐다보다가 개별관광객 프로그램을 마련치 못했다”고 말했다.과거 여행업계는 환율이나 질병 등에 따라 매출이 좌우됐지만 최근엔 정치·외교적인 상황에 크게 영향을 받고 있다. 제조업이 수출지역 다변화에 나섰듯이 이젠 중국인 관광객을 벗어나 새로운 시장을 개척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정 대표는 “2000년대 후반 들어 중국인 단체관광객이 몰려오자 일본인 전문 개별여행사들의 폐업이 속출하고 이후 업계는 중국인 중심의 패키지 관광으로 변했다”며 “개별관광객을 위한 프로그램을 강화해야 외풍에 강하게 버틸 수 있다”고 말했다.호주 본드대학에서 관광학을 전공한 정 대표는 1997년 국제회의에 참석해 VIP 의전을 경험한 후 의전관광에 뛰어들었다. 서른 살이 되던 2001년 의전전문 여행사를 창업했다. 2014년 프란체스코 교황 방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방한시 의전관광을 담당하면서 이름을 알렸다. 영화감독 우디 앨런, 배우 제시카 알바와 휴 잭맨, 메간 폭스 등 셀러브리티는 물론이고 유튜브 공동창업자 스티브첸, 3M의 잉게 툴린 회장, 카지노 제왕 셸던 아델슨 샌즈그룹 회장 등 글로벌기업 CEO의 방한시 의전관광을 맡았고, 중동국가의 국왕 일가와 장관들도 단골 고객이다.코스모진의 관광체험 프로그램은 독특하다. 비무장지대(DMZ)·공동경비구역(JSA) 등 안보 관광이 대표적이다. 정 대표는 “한국의 근현대사가 응축된 장소라 DMZ를 가보고 싶어 하는 VIP 외국인도 제법 된다”며 “구글의 에릭 슈밋 회장, 유튜브 창업자 스티브 첸, 노벨 평화상 수상자 로버트 굴드 등이 한국을 떠나기 전 빼놓지 않고 들른 곳”이라고 말했다. 그는 “확성기를 가동하고 미사일 실험을 하면 관광객이 더 몰린다”고 말했다.예능프로그램 ‘런닝맨’을 본뜬 팀 빌딩 상품도 인기다. 중국판 런닝맨이 생기고 방콕·베트남·홍콩 등에서도 프로그램이 큰 인기를 끌면서 이 지역 관광객들이 선호한다. 체류기간이 짧은 VIP를 위해서는 ‘맞춤 의전 관광서비스’를 진행한다. VIP의 성별·선호음식·종교·유의점 등 13가지 고객별 체크 리스트를 입국 전부터 사전에 조사해 이에 맞는 1:1 맞춤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정 대표는 “최근엔 벚꽃구경, 눈 구경을 위해 한국을 찾는 싱가포르·홍콩·필리핀·말레이시아 등 동남아 지역의 개별관광객이 크게 늘고 있다”며 “이들은 ‘진해 벚꽃축제’나 ‘경주 벚꽃축제’를 정해 주문하는 등 관광지를 자세히 검색하고 선택한다”고 말했다.실제로 최근 런닝맨 촬영지인 서울 망원시장은 인터넷에서 관련 자료를 검색하고 찾은 동남아 개별관광객들로 주말이면 발 디딜 틈이 없다. 그는 “한국은 한류·쇼핑·사계절·지역축제 등 스토리텔링 요소가 상당히 많다”고 말했다.정 대표는 이참에 동남아 국가에 대한 마케팅을 강화해 관광업계도 ‘포스트 차이나’ 시대를 열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그동안 여행사는 중국의 로컬 에이전시를 통해 수동적으로 관광객을 받은 것뿐”이라며 “저렴한 상품에 쇼핑 일변도로 갈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서는 패키지 상품을 잘게 쪼개어 관광객의 선택 폭을 넓혀야 한다는 지적이다. 그는 “VIP 관광이 주력이지만 서울 시청에서 광장시장까지 걸어가 3만5000원으로 10가지 음식을 먹는 체험 프로그램도 진행하고 있다”며 “차량·가이드 경비 등 거품을 빼니 프로그램을 찾는 사람들이 크게 늘었다”고 말했다.
엔터·정부·여행사 ‘기획된’콘텐트 필요중국은 여전히 버릴 수 없는 시장. 재방문율을 높이고, 개별관광객을 더 유치하기 위한 ‘중국인 맞춤형 관광상품’은 어떤 것이 있을까?정 대표는 “‘전지현 치맥’은 우연히 터진 대박일 뿐, 기획된 콘텐트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처음부터 중국인 대상의 기획된 콘텐트를 관련 기관, 엔터테인먼트사, 여행사가 공동으로 개발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소비력이 있는 중국의 1·2선 도시민과 젊은층을 재유입하기 위해서는 드라마 등 한류, 쇼핑 등을 잘 연계해야 한다”며 “예컨대 평창 동계올림픽을 홍보하려면 사전에 드라마 등에 PPL로 적용하고 여행사가 이를 미리 상품으로 개발해 놓는 것”이라고 말했다.이를 위해서는 여행사도 재빠른 상품 구성을 통해 풍부한 콘텐트를 확보해야 한다. 정 대표는 “이런 부분을 당국과 업계가 함께 머리를 모아 고민해야 하지만 최근 정부의 지원을 보면 관광스타트업에만 집중되어 있다”며 “당국의 정책적 집중과 지원이 관광산업의 포스트 차이나 속도를 좌우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 상품을 소개하고 있는 온라인 여행 시장(OTA, Online-Travel-Agency) 플랫폼을 찾아 민관이 활용하는 것도 중요하다. 동남아의 스타트업 OTA엔 한국 상품이 다소 노출되어 있지만 미주·유럽의 OTA들에선 한국 상품을 찾기가 힘들다는 게 정 대표의 지적이다.
코스모진여행사가 뽑은 외국인 관광 트렌드 51. MICE, 비즈니스 관광 10% 이상씩 증가2. 치맥, 사주·신점 등 이색 테마 관광 인기3. DMZ, JSA 등 안보관광 방문 꾸준4. 개별관광(FIT) 시장 지속적 증가5. 관광도 IT 접목한 서비스·기술 제공- 조득진 기자 chodj21@joongang.co.kr / 사진 강정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