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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속 고민 3인의 해법 찾기 

 

배정식 KEB하나은행 리빙 트러스트 센터장
고령사회를 맞으며 평범한 사람들에게도 상속이 중요한 문제로 대두됐다. 현금 재산을 주로 보유한 고령층 부모의 상속 솔루션으로 이야기를 풀어본다.

상속은 이젠 돈 많은 사람들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상속 관련 상담을 하다 보면 각 가정이 안고 있는 고민의 색깔은 저마다 다르다. 가족 구성원들 사이 갈등과 단절 원인이 다르기 때문일 것이다. 그런데 부부 사이, 부모와 자식 사이, 형제자매 사이의 다양한 고민 원인에 대해 좀 더 깊이 들어가 보면 상당 부분 돈과 관련된 내용으로 귀착된다는 공통점이 나타난다.

부모가 일군 재산은 부모 생전에 다 쓰고, 남는 게 있다면 받기만 해도 감사하다는 게 일반적인 자녀들의 생각. 하지만 그 자녀도 경제적으로 힘들면 자신의 형편을 우선 생각하게 되고, 혹여 부모가 재산을 기부하겠다거나 다른 형제에게 더 주겠다는 뜻을 나타내면 서운함에 발길을 끊는 경우를 종종 보게 된다.

평범한 가정에서 태어난 보통 사람들은 상속 문제를 돈 많은 사람만의 문제로 여기기 쉽다. 그래서 상속 고민이란 세금 줄이는 노력이고 결국 자신과는 관계없는 일로 외면하며 살고 있는 게 현실이다.

그러나 과거 일본보다도 빠른 속도로 고령화가 진행되어 65세 이상 인구 비중이 2017년 현재 14%를 넘어선, 소위 ‘고령사회’로 변모한 우리의 현실은 평범한 사람들에게도 상속의 중요성을 안겨 주고 있다. 이제 상속문제가 ‘대중화’되고 있는 셈이다.

상속 갈등 예방으로 신탁 계약 솔루션 주목

“앞으로 5년 또는 10년 내에 고령의 부모가 사망한다면 과연 상속 갈등에서 자유로울 수 있는 가정이 있을까”하는 두려운 질문을 해본다. 혹여 부모가 치매에 걸리기라도 한다면 과연 제대로 보살펴 드릴 수는 있을까, 과연 내 형제들은 머리를 맞대고 부모를 좋은 곳에 모시고 부모 의료비와 간병비를 군소리 없이 충당하자고 할 것인가. 두려운 질문은 한두 가지가 아니다.

재산 종류별 상속과 승계 문제, 부모 치매와 노후 재산관리, 이혼 또는 사망으로 인한 양육과 상속 문제, 또 부모의 예기치 못한 사고로 남게 된 미성년 자녀들의 지원 문제 등 그 유형별로 서로 고민하고자 한다. 그 첫 이야기는 현금 재산을 주로 보유한 고령층 부모의 상속 솔루션이다.

첫 번째 사례는 남편과 3년 전 사별한 83세 안유선씨 이야기다. 슬하에 아들과 두 딸을 두었으나 아들이 2년 전 병으로 세상을 떠났다. 사망한 아들이 둔 손자는 결혼해 해외에 나가 직장에 다니고 있으며, 두 딸은 국내에서 거주하며 대체로 무난하게 생활하고 있다. 남편이 사망하면서 본인과 아들 그리고 두 딸에게 1차 상속이 발생했고 부동산과 현금의 일부에 대해 적정한 분배가 진행됐다. 남편의 상속재산 중 현금 재산은 자신의 노후생활을 위해 대부분 현금으로 보유 중이다. 그런데 안씨는 최근 건강이 나빠지면서 외출 등 자유로운 활동이 어려워지게 됐다. 그는 현금 재산에서 일정 부분 원금과 이자를 합쳐 생활비·병원비 등을 충당하되 남은 재산은 해외에 있는 손자에게 주고자 한다. 이런 어머니의 뜻을 딸들도 대체로 이해하고 있어 조카에게 어머니 현금 재산이 이전되는 것에 큰 불만은 없는 상황이었다. 그러나 안씨는 자신이 사망한 후 사위 중 누구라도 상속 문제를 제기할까 두려워 어렵게 유언공증을 해 놓은 상태다.

이 문제는 어떻게 풀어야 할까? 유언공증을 해 놓았으니 당연히 본인의 뜻에 따라 남은 현금 재산이 큰 손자에게 이전되어야 하겠으나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손자가 그 유언장을 가지고 할머니가 남긴 현금을 인출하기 위해 금융기관을 방문하면 금융기관은 바로 집행을 하지 않고 유언집행에 대한 다른 상속인들, 즉 고모들의 동의를 요구하게 된다. 손자가 제시하는 유언장이 최종 유언장이라는 사실을 확신하지 못하는 금융기관으로서는 분쟁의 위험을 제거하기 위해 유언장의 내용대로 집행해도 문제 제기를 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동의서를 요구하는 것이다. 이런 사실을 알게 된 안씨는 대안으로 신탁에 가입했다. 신탁을 통해 현금을 적정하게 운용 관리하다가 남는 현금은 신탁에서 직접 손자에게 이전함으로써 할머니의 마음을 전달할 수 있게 된다.

두 번째 사례는 남편과 사별한 90세 김길순씨의 고민이다. 그녀는 딸 셋을 두고 있는데 그 중 막내딸은 해외에 거주하고 있다. 경기도 소재 시니어타운에 입주해 살면서 병원 치료를 받고 있는 김씨는 국내에 있는 딸들에게 우선 자신이 보유하던 부동산을 증여했다. 본인의 재산으로는 일부 부동산 매각 자금과 남편으로부터 받은 상속 현금 재산이 있다. 최근 건강이 나빠진 김씨는 자신이 보유하고 있는 현금 재산은 1차 증여에서 다소 소외된 해외에 사는 막내딸에게 상속되길 바라고 있다.

김씨는 딸들 간에 큰 반목과 갈등이 있지는 않은 상태. 그러나 최근 사업 부진으로 상황이 조금 어려워진 큰딸 내외가 본인 사후에 현금 재산에 대해서도 욕심낼 것이 걱정됐다. 그는 현금 재산은 유언장을 작성한다 하더라도 상속에서 제외된 자녀의 동의서가 필요하다는 사실을 듣고 현금에 대한 신탁계약을 체결했다. 김 씨는 신탁 계약 후 몇 해 지나 사망했고 본인의 유지대로 장례식에 참여한 해외의 딸에게 다른 상속인들의 동의 절차 없이 신탁재산이 이전처리 됐다.

세 번째 사례는 남편과 사별한 82세 조정남 씨의 고민이다. 조씨는 두 딸을 두고 있으며, 그 중 큰딸은 해외에서 거주하고 있다.

조씨는 서울 소재 작은 부동산을 매각해 5억원의 현금을 보유하고 있다. 최근 알츠하이머 진단을 받은 조 씨는 이후 치매로 전환될 경우 자신의 노후생활과 사후 상속 집행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

조씨는 자신의 건강을 돌보느라 고생한 작은 딸에게 본인의 현금 자산 중 70% 정도를 상속하고, 나머지 30%는 해외에 거주하는 큰 딸에게 이전되기를 희망하고 있다. 두 딸에게 50%씩 분배하면 불만이 없겠지만 오랫동안 자신을 돌본 국내 거주 딸을 좀 더 배려하고자 했다. 하지만 해외에 사는 큰딸의 동의가 필요하다는 것이 마음에 걸렸다. 결국 조씨는 현금을 신탁해 관리하기로 했다. 생전에 병원비 등 지출이 필요할 경우 관리 방법도 정했고, 사후에는 자신의 뜻대로 상속 집행이 이루어질 것이다.

- 배정식 KEB하나은행 리빙 트러스트 센터장

201711호 (2017.1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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