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판매 부진으로 고심하는 한국지엠이 내놓은 마지막 카드는 올 뉴 크루즈 디젤이다. 1.6L CDTi 엔진과 3세대 자동변속기의 좋은 궁합 덕분에 운행능력과 안전성은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하지만 높게 책정된 가격은 여전히 한국지엠의 발목을 잡고 있다.
▎올 뉴 크루즈 디젤은 1.6L CDTi 엔진에 3세대 자동 변속기가 결합해 강력한 퍼포먼스를 자랑한다. / 사진:한국지엠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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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한국지엠 쉐보레가 선보인 신차의 마지막 주자는 올 뉴 크루즈 1.6 디젤 모델이다. 판매 부진에 시달리고 있는 한국지엠을 구하는 흑기사가 될까. 1.6L 친환경 디젤 엔진을 장착한 크루즈를 11월 1일 서울 마포에서 경기도 양주까지 왕복 90㎞ 구간에서 시승을 했다.올 뉴 크루즈 디젤의 디자인은 지난 1월 출시된 올 뉴 크루즈 1.4 가솔린 모델과 큰 차이가 없다. 외관은 비슷하지만 가솔린 모델과 달라진 점은 많다. 가장 큰 차이는 엔진이다. 신형 크루즈 디젤에 적용된 1.6L CDTi 엔진은 GM 에코텍(ECOTEC) 엔진 라인업의 최신 모델이다. 최고출력 134마력, 동급 최고 수준인 32.6kgf·m의 최대 토크를 발휘하는 엔진으로 가벼운 알루미늄으로 제작되어 크루즈 가솔린 모델보다 110kg의 무게를 줄이는 데 큰 공헌을 했다. 디젤 특유의 소음도 잡아내면서 엔진에 대한 평가는 호의적이다. 미디어 시승 행사에 참석한 한국지엠 차량 구동시스템 총괄 황준하 전무는 “본고장 유럽에서 ‘Whisper Diesel(속삭이는 디젤)’이라는 별명을 얻을 정도로 정숙성을 인정받았다”고 강조했다.크루즈 디젤 엔진은 3세대 6단 자동변속기와 결합했다. 한국지엠 관계자는 “내부 효울이 기존 모델에 비해 20%가 좋아졌다”고 강조했다.신형 크루즈 디젤의 차체 길이는 4665㎜다. 동급 모델 중에서 가장 길다. 초고장력 강판을 사용해 차체 강성을 27%나 높였다. 또 다른 특징은 전 모델에 Stop & Start 기능이 기본 적용됐다는 점이다. 실내 공기 순환을 돕는 뒷자석 에어덕트와 2열 열선 시트가 처음으로 적용됐다. 앞차와의 차간거리가 가까워지면 경고하는 장치도 크루즈 디젤 모델에 적용됐다. 한국지엠이 발표한 복합 연비는 16㎞/L(16인치 및 17인치 타이어)다.시승을 위해 시동을 켜면 디젤 엔진의 소음이 예상보다 크지 않다는 것을 금방 느끼게 된다.도심을 빠져나온 후 고속도로에 들어서면서 가속을 해봤다. 부드럽게 반응했다. 차량 추월을 위해 급가속을 해도 순발력 있게 반응했다. 시속 100㎞를 넘어도 불안하다는 느낌이 들지 않는다.
안전성·운행 퍼포먼스 좋은 점수 받아
▎(좌) 신형 크루즈 디젤에 적용된 1.6L CDTi 엔진은 GM 에코텍 엔진 라인업의 최신 모델이다. (우) 전장이 늘어나면서 실내 공간도 여유롭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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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속도로를 빠져나와 와인딩 코스에 접어들었다. 코너링을 시험해볼 수 있는 구간이다. 급경사 코스에서도 가속을 하면 바로 치고 나가는 힘을 느꼈다. 운전자의 의도대로 코너링이 이뤄졌다. 구불구불한 구간을 운전하는데 부담감을 느끼지 못했다.18인치 타이어가 채택된 시승 차량임에도 연비는 한국지엠이 발표한 것보다 높게 나왔다. 도심과 고속도로 및 급경사가 있는 산길을 왕복 90㎞ 주행했는데, 연비는 16㎞/L 이상을 기록했다. “보수적으로 공인연비를 계산한다”는 한국지엠 관계자의 말을 실감할 수 있었다.시승을 끝낸 후 크루즈 디젤이 보여주는 운행능력과 퍼포먼스는 기대 이상이었다. 한국지엠의 판매량을 끌어올릴 수 있는 무기가 될 수 있다는 생각을 했다. 다만 시승식을 할 때까지도 한국지엠이 발표하지 않은 게 있었다. 바로 가격이다. 한국지엠에서는 “사전예약이 시작되는 11월 6일 발표할 것”이라고 함구했다.11월 6일 한국지엠이 발표한 크루즈 디젤 모델의 가격은 예상보다 높았다. ▶LT 2249만원 ▶LT 디럭스 2376만원 ▶LTZ 2558만원이다. LTZ에 전동 선루프, 내비게이션 등의 옵션을 더하면 최고 2994만원까지 나온다. 옵션을 제외한 동급 모델인 아반떼 디젤 프리미엄은 2427만원이고, SM3 디젤은 2130만원이다. 국내 준중형 세단 중 가장 비싸다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예상보다 높은 가격”이라는 지적에 한국지엠 관계자는 “오펠 플랫폼이 고가이다 보니 가격 정책이 그렇게 됐다”고 해명했다.한국지엠은 올해 초에 크루즈 가솔린 모델을 출시했을 때 가격대를 1690만원~2349만원으로 책정해 불만의 목소리를 들어야만 했다. 2017년 한국지엠의 마지막 신차인 올 뉴 크루즈 디젤이 판매량을 올리는 흑기사 역할을 할 수 있을까. 문제는 가격이다.- 최영진 기자 cyj73@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