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삐걱대는 이랜드의 호텔·리조트 사업 재편 

 

조득진 기자 chodj21@joongang.co.kr
이랜드가 경영 적자에 빠진 호텔·리조트 사업 재편에 나섰다. 일부 호텔과 리조트를 매각한 후 이 자금으로 경쟁력을 강화하겠다는 전략이다. 그러나 업계 반응은 시원찮다. 이랜드의 3대 주요 사업인 패션·리테일·레저의 한 축이 삐걱대고 있다.

▎국내 최다인 22개 직영체인점과 해외 4개 체인을 보유한 이랜드가 호텔·리조트 사업 재편에 나섰다. 사진은 매각이 진행 중인 켄싱턴제주호텔. / 사진:이랜드파크 제공
이랜드그룹이 호텔과 리조트 매각을 추진하는 등 레저 사업 재편에 나섰지만 난항을 겪고 있다. 이랜드는 지난해 8월 이랜드파크가 보유한 켄싱턴제주호텔·켄싱턴플로라호텔·베어스타운 등을 팔기로 하고 매각 주관사도 선정했지만 매각이 성사된 곳은 아직 한 곳도 없다. 유입 자금으로 그룹의 재무구조를 개선하고 다른 호텔·리조트의 경쟁력도 강화하겠다는 당초 계획은 매각이 지지부진하면서 한걸음도 나가지 못한 상태다.

이랜드파크는 현재 호텔(국내 8곳, 해외 2곳) 10개, 리조트(국내 14곳, 해외 2곳) 16개를 운영하고 있다. 7월엔 켄싱턴리조트 설악밸리를 오픈한다. 2010년 들어서 주로 공사가 중단되거나 매물로 나온 호텔과 콘도를 인수해 몸집을 불려온 결과다. 2010년 공사가 중단돼 있던 제주 중문단지의 옛 서라벌호텔을 사들여 2014년 켄싱턴제주호텔로 오픈했고, 2015년에는 사이판 팜스리조트를 켄싱턴호텔로 재개장했다. 크고 작은 인수합병(M&A)만 10여 개다.

그러나 대대적인 투자는 재무 부담으로 돌아왔다. 2013년 영업이익 80억원을 올렸던 이랜드파크는 2016년 매출 8054억원, 영업손실 130억원을 기록했다. 특히 2016년 당기순손실은 804억원에 달했다. 투자비만큼 매출을 뽑아내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랜드가 중국 시장에서는 의류 브랜드를 앞세워 투자비용을 최소화는 사업방식을 택해 실속을 챙겼지만 국내 호텔·리조트사업에서는 부동산 중심의 투자로 발목이 잡혔다는 분석이다.

결국 이랜드파크는 일부 호텔과 리조트를 팔아 덩치를 줄이고 그 매각 대금으로 경쟁력을 키우는 ‘선택과 집중’ 전략을 밝혔다. 이랜드 측은 “그룹이 차입을 줄이고 자본을 유치하는 방향으로 경영 기조를 바꿨다. 이번 매각도 호텔·레저사업의 체질 개선과 사업 강화를 위한 사전 포석으로 진행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입지·시설 경쟁력 떨어지고 콘셉트도 모호


그러나 호텔·리조트업계의 반응은 썰렁하다. 이랜드가 운영하는 ‘켄싱턴’ 브랜드의 파워가 약한데다 매각하거나 중점 투자할 만한 사업장이 별로 없다는 평가다. 게다가 재정 위기를 가까스로 벗어나고 있는 이랜드그룹으로선 재투자 여력도 없어 보인다는 분석이다. 호텔업계 한 관계자는 “이랜드의 호텔·리조트 사업에서 뚜렷한 비전이 보이지 않는다는 게 문제”라고 말했다.


우선 켄싱턴 호텔·리조트의 입지와 시설에서 경쟁력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주로 장사가 안 되거나 사업성이 떨어져 공사가 중단된 매물을 챙겼는데 입지의 불리함을 상쇄할 만큼의 시설 투자가 이뤄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지난해 8월 매각 계획 발표 당시 이랜드 측은 “켄싱턴제주호텔 등 이번 매물은 몇 년 전부터 팔라는 제안이 꾸준히 들어왔던 곳들로, 예비입찰에 10여 곳이 뛰어들었다”며 연내 매각을 예상했지만 이는 이뤄지지 않았다. 평창 켄싱턴플로라와 포천 베어스타운의 매각 계획은 아예 중단했다. 인수 의사를 타진한 업체와 가격에 대한 인식 차가 크기 때문이라는 게 업계 이야기다.

호텔의 콘셉트가 모호하다는 지적도 많다. 호텔업계 관계자는 “이랜드의 경우 입지 선정과 토지 매입, 콘셉트 설정과 그에 맞는 건축 등 호텔 오픈의 A~Z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다보니 브랜드 정체성이 형성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같은 켄싱턴호텔 브랜드를 달고 있지만 비즈니스, 레저 등 지역마다 성격이 달라 브랜드 이미지 구축에 실패했다는 것이다. 그는 또 “특급호텔의 경우 지속적인 투자를 통해 브랜드 이미지를 만들어 내야 하는데 이랜드에겐 그런 자금력이 부족했다”고 말했다. 특급호텔을 주로 대기업이 운영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대명, 한화 등과의 리조트 경쟁에서도 이랜드 브랜드는 밀리는 형세다. 대명과 한화가 워터파크 등 위락시설을 구비한 반면 이랜드의 리조트·호텔엔 이렇다 할 놀이시설이 없다. 5000억원대 매출을 올리고 있는 대명과 한화는 2016년 나란히 흑자를 기록했다. 새로운 콘셉트를 도입한 리모델링과 신규 리조트 분양을 통한 사업 영역 확장 덕분이다.

이에 대해 이랜드그룹 관계자는 “호텔·레저사업부문의 적자는 부동산 투자 실패와 켄싱턴제주호텔, 사이판 팜스리조트 리모델링 투자비용 때문”이라며 “호텔과 리조트 지점들 대부분 매출과 영업이익 모두 양호하게 나타나고 있다. 2017년에도 리조트 분야에선 흑자를 나타냈다”고 말했다. 이랜드 측에 따르면 지난해 이랜드파크 호텔·레저사업부는 매출 2203억원으로 전년(1923억원) 대비 15% 성장했고, 영업이익은 29억원으로 전년(-95억원) 대비 124억원 성장하며 흑자 전환한 것으로 나타났다. 물론 잠정치다.

레저 사업에 대대적 수술 필요


업계에서는 이랜드파크가 보유한 부동산 자산을 점진적으로 매각해 호텔·리조트 매니지먼트 등 서비스 중심의 콘텐트 기업으로 변신할 것으로 전망한다. 건물과 토지를 직접 소유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임차나 위탁 운영 방식으로 사업방식을 선회하는 것이다. 이랜드 관계자 역시 “신규 위탁, 프랜차이즈 사업영역에 진출하기 위해 사업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하고 있다”며 “우선 몸집을 가볍게 만들어 시장 상황에 유연하게 대처하는 능력을 키우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사이판 소재 호텔·리조트는 매출이 좋아 이에 대한 투자가 강화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이랜드그룹은 지난해부터 부채 감축과 지주회사체제 전환을 위해 다양한 방법으로 자금을 조달하고 있다. 사업형 지주회사인 이랜드월드에서 패션사업부를 분리해 순수 지주회사로 전환하고, 이랜드월드가 이랜드패션(가칭)·이랜드리테일·이랜드파크 등 계열사를 지배하는 지주사체제 전환을 추진하고 있다.

박성경 이랜드 부회장은 2014년 켄싱턴제주호텔을 오픈하며 “2020년까지 호텔·레저사업을 육성해 150개 지점과 1만8000개 객실을 갖춰 세계 10대 글로벌 호텔·레저그룹을 만들겠다”고 밝힌 바 있다. 당시 2020년까지 목표로 한 호텔분야 매출은 5조원이었다. 그러나 이는 대대적인 수술이 필요한 상황이다. 지난겨울 만난 한 중견기업 오너는 “무리한 사업 확장이 가져오는 결과를 예측하려면 이랜드를 주시할 필요가 있다”는 말을 전했다. 현재 이랜드 상황에 대한 재계의 시선이다.

- 조득진 기자 chodj21@joongang.co.kr

201802호 (2018.0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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