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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은주의 ‘세계의 컬렉터’] 예술 투자의 고정관념 깬 세르주 티로시 

 

박은주 전시 기획자 및 예술가 에이전트
모든 투자자의 소망은 높은 수익률의 보장이다. 예술 투자는 감상하면서 즐기는 심미적 만족과 더불어 가치 상승에서 오는 경제적 이익을 추구한다. 과거 타향 생활이 불안했던 유대인들은 언제든지 그들과 함께 떠날 수 있는 예술 작품 투자를 선호했다.

▎Serge Tiroche / 사진:Courtesy of the Tiroche DeLeon Collection
아트 펀드는 20세기 초부터 자금의 모집과 유통이 원활한 금융계에서 시작되었다. 1924년부터 시작한 미국 보스턴 은행과 1959년부터 운영한 체이스 맨해튼 은행이 그 예다. 그 뒤를 JP 모건 아트 펀드, 도이치 은행 아트 펀드 등이 이어갔다. 예술은 점차 대체 투자 품목으로 자리를 확보하며 국제적으로 활성화되었다.

세계 최초의 공식적인 아트 펀드 회사, 영국의 철도 연금 펀드 British Rail Pension Fund는 1974년부터 1980년대까지 1000억 원을 투자해 2400여 점을 구입했다. 그들은 1989년부터 1996년대까지 그 작품들을 판매해 연간 13.1% 이자를 창출했다. 그들의 컬렉션 중 가장 많은 수익을 안겨준 작품은 인상주의 회화들로서 연간 20.7%의 높은 수익률을 냈다. [Alternative Investment Coach]의 편집장 엘리자베스 골드만(Elizabeth Goldman)은 ‘예술 투자 펀드 회사의 성과’ 리포트에서 Anthea-Contemporary Art Investment Fund SICAV FIS(Anthea-CAIF)의 예를 들었다. 2013년 4월에 론칭 한 Anthea-CAIF 회사는 회화뿐 아니라 조각, 설치, 사진을 포함한 전후 예술과 컨템퍼러리 아트에만 주력해서 투자한다. 예를 들어 2014년 9월에 그들은 13명 작가의 36점을 보유하고 있었는데 투자한 작가 중 35%가 젊은 신진 작가들이었다. 2014년 첫해 9개월 동안은 10%의 이익을 주었고 지금까지 약 23~4%의 성과를 거두었다.

이들이 투자한 예술품들은 404.4%의 가장 높은 수익률을 가져주기도 하고 최악의 경우 16%의 손해를 보기도 하는 변동성을 갖고 있다. 그밖에 아트 펀드회사로는 2004년 설립 후 초기 15개월간 54% 이자를 냈던 The Fine Art Fund Group, 올드 마스터와 컨템퍼러리 아트에만 투자하는 Artemundi Global Fund 등이 있다.

운영방식을 투명하게 공개하는 유일한 아트 펀드 회사


▎Liu Xiadong, The Fire of 1841, 2012 oil on cotton duck, 250x300x4㎝
아트 펀드 회사들의 예술품 수집은 점차 예술을 장려하는 모델이 되었다. 그러나 이 펀드 회사들이 어떻게 수익을 내는지 그 내역을 외부에 투명하게 공개하는 경우는 없었다. 어떤 작가의 무슨 작품을 구입하여 어떤 과정을 거쳐 작품의 가치를 올린 후 작품을 판매하여 투자자들에게 몇 퍼센트의 수익을 배분해주는지 외부적으로는 매우 궁금한 상황이 아닐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베일을 벗어버리고 모든 투자 내용을 공개하는 아트 펀드 회사가 있다. 티로시 들레온 컬렉션(Tiroche DeLeon Collection)이다. 회사의 투자자들뿐 아니라 일반 예술 애호가들과 외부 컬렉터들도 회사 사이트(www.tirochedeleon.com)에서 자세한 내역을 알 수 있다. 이러한 투명함은 투자자들에게 신뢰를 제공할 뿐 아니라 작가를 홍보하는 데 매우 큰 역할을 한다.

그리고 회사가 박물관과 Institution/Foundation 등과 협력하여 작품의 가치를 어떻게 올리는지도 구체적으로 알 수 있으며 어떤 작가의 작품을 판매하여 몇 퍼센트의 이익을 내었는지도 보여준다. 모던아트나 유명한 생존 작가들의 값비싼 작품만이 안전한 투자가치가 있다라고 생각하는 컬렉터들의 고정관념을 단숨에 깨버리는 내용들로 꽉 차 있다. 2011년 1월에 창립된 티로시 드레온 컬렉션은 투자자당 연평균 9%의 순이익과 400여 점의 공동 소유 작품을 소장하고 있다.


▎Os Gemeos, Sem Titulo, 2008~2010, mixed media 450x410x175㎝


고가의 유명한 모던아트 아닌 젊은 생존 작가 작품에 투자


▎Haegue Yang, Escaping Transparency, 2011, Aluminum venetian blinds, hanging structure
Tiroche DeLeon Collection(TDC) 회사는 세르주 티로시(Serge Tiroche)와 러쉬 드레온(Russ DeLeon)이 공동 창업자다. 세르주 티로시는 이스라엘 딜러 가문에서 태어났다. 그의 아버지는 인상파와 후기인상파들의 작품을 파는 딜러였으며 갤러리스트로 파리, 텔아비브, 자파, 뉴욕, 팜비치 등에서 활동했다. 가족들이 운영하던 두 갤러리를 닫고 경매회사를 운영했을 때 세르주는 경매 회사의 기반시설, 전산 시스템, 경영 시스템 등을 관리했던 경험을 쌓았다.

즉 세르주는 어려서부터 늘 예술과 함께하는 삶을 누렸고 성인이 되어 자연스럽게 컬렉터가 되었다. 군대를 제대하고 파리의 Ecole de Commerce(Business School)에서 5년 동안 수학했으며 전 세계에서 인정받는 프랑스의 퐁텐블루의 INSEAD에서 MBA를 마친 뛰어난 인재다.

1997년부터 10년 동안 Citigroup 프라이빗 뱅크의 디렉터로 스위스, 영국, 이스라엘, 터키에서 자산관리 분야의 다양한 경력을 쌓았다. 2008년 세르주는 펀드를 조성했는데 ST-ART로서 이스라엘의 젊은 작가들을 지원하는 프로젝트이며 예술 투자 전문 금융 자문회사였다.

세르주는 2009년과 2010년에, 예술가들을 위한 연금 기금의 이사회(artist pension trust) 의장을 맡았는데, 당시 러쉬 드레온을 만났다. 러쉬는 지브롤터에 family office를 설립했는데 세르주를 초대해 투자 자문을 부탁했다. 러쉬는 세르주의 예술에 대한 열정을 함께하기로 했으며 2011년 1월 함께 인도의 아트 페어를 세르주와 직접 경험한 후에 공동 투자로 컬렉션을 하기로 결정했다. 이렇게 세르주 티로시와 러쉬 드레온은 2011년 1월, TDC와 Art Vantage 회사의 공동 설립자가 되었다.

둘의 자금은 15개월 후 1000만 달러가 되었고 그 자금으로 1년 동안 컬렉션을 했다. 2012년 3월에 [Experienced Investor Fund]란 이름의 펀드 회사를 만들어 금융위원회(regulated by Financial services Commission)를 지브롤터에 조직했다.


▎Ai Weiwei, Forever, 2003, 42bicycles, Edition 3/5, 275x450㎝
점차 외부 투자자들이 늘어나면서 전체 여덟 명의 투자자의 Art Vantage의 자금은 총 2100만 달러 이상이 되었다. 2017년 말까지 TDC 작품은 약 450여 점에 달하고 있었다. 세르주는 미술시장의 변치 않는 진리를 이미 가족사업을 하면서 깨달았다. 우연한 술수나 운을 기대하기보다는 미술 시장의 기본 논리를 철저히 실행하고 있다. 우선 고가이고 손에 넣기 어려운 모던아트 작가들의 작품이 아니라 합리적 가격의 생존 작가들의 작품을 구입한다. 레지던스 프로그램을 진행해 자국에서만 알려진 젊은 작가들을 적극적으로 지원해 국제적으로 양성한다. TDC의 레지던스 프로그램으로 국제 미술 시장에서 알려지게 된 작가는 루벤 팡 Ruben Pang(1990, Singapore), 이자벨 글로블러 Isabelle Grobler(1982, South Africa), 취 지에 Cui Jie(1983, China), 모리스 Moris(Israel Moreno)(1978, Mexico), 위너 쥬마론 Winner Jumalon(1983, philippines) 테렌스 뮤제키와 Terrence Musekiwa(1990, zimbabwe) 마리오 마실라오 Mario Macilao(1984, Mozambique) 등이다. 최근 세르주가 가장 관심을 갖는 미술 시장은 아프리카로서 회사 설립 초반에 총 15%를 투자했고 해마다 투자율을 높이고 있다.

30%는 중국과 한국 작가에 투자한다


▎ArtRunners “Courtesy Asia Now Art Fair, Paris 2017”
20세기 초 피카소와 마티스가 무명일 때 그들의 작품을 구입했던 곰 가죽 컬렉터 클럽도 젊은 작가들을 지원했으며 미국의 스타인 가족도 마찬가지였다. 세르주 티로시는 유망한 신진 작가들을 위한 레지던스 프로그램을 진행해 그들에게 재량을 마음껏 펼칠 기회를 제공해주고 그 결과를 박물관과 컬렉터들에게 선보여 가치를 상승시킨다. 어찌 보면 아트 펀드 회사의 전략으로서는 가장 이상적인 과정이다. 가장 저렴할 때 구입했기 때문에 장기적으로 투자해서 가치를 상승시키므로 제법 큰 수익을 창출해주기 때문이다.

TDC의 초기 투자 예산은 1000만 달러였고 개인투자자들의 투자 기간은 10년이다. 세르주는 그들의 예산으로 고가의 서구 작가들의 작품을 구입하기에는 투자자금이 넉넉지 않을 거라고 예상했고 그들의 작품 가격이 급상승해서 중요한 투자 결과를 기대하기 어려울 거라고 생각했다. 세르주는 그래서 인도와 중국뿐 아니라 남미, 멕시코, 콜롬비아, 아르헨티나, 브라질, 케냐, 남아프리카, 러시아, 극동, 필리핀,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태국, 싱가포르, 홍콩 등 여러 국가 작가의 작품들을 서구작가들의 작품보다 흥미로운 가격에 구입하고 있다.

그는 앞으로 이 국가들의 경제성장이 10년 이상 지속될 거라고 믿고 있다. 즉 후퇴하고 있는 일본 미술 시장의 일본 작가들과 미국, 서유럽 작가 작품들, 즉 세 대륙을 제외한 나머지 국가의 작가들에게 투자하고 있다. 그리고 30% 가량은 중국과 한국 작가에 투자한다. 그가 투자한 한국 작가로는 양혜규, 강형구, 서도호, 이세현, 윤석원 등이다. 그에게 가장 큰 수확은 아이웨이웨이로 추측된다. 2016년 아이웨이웨이 작품은 150만 달러였다. 당시 세르주는 아이웨이웨이의 가격이 상승해 미국의 제프 쿤스와 영국의 데미언 허스트 등 서구작가들과 비슷하게 조절될 것으로 예상 하고 있었다. 2015년 베니스 비엔날레에서 황금사자상(Golden Lion Award)을 받은 엘 아나추이(El Anatsui) 작가는 TDC의 중요 작가이다. 이는 세르주의 앞서가는 작가 선정의 안목을 증명한다.


▎Art Stage Singapore 2018, Tiroche DeLeon Exhibition
아트 컬렉터들이 국내 갤러리에서 홍보하지 않는 해외 작가의 작품을 구입할 때 겪는 난관 중 하나가 운송비다. 이 문제는 전 세계 모든 컬렉터의 고민거리다. 갤러리마다 추천해주는 여러 운송 회사의 견적을 받아보면 비용이 어마어마하다. 이 난관은 예술 관계자라면 누구나 처한다. 갤러리에서 작품을 전시할 때 국내 작가이건 해외 작가이건 운송비는 갤러리 몫이기 때문이다. 가장 큰 전시는 박물관과 국제 아트페어, 비엔날레 등이다. 이들의 운송비용은 천문학적 수치에 달한다. 세르주는 본인이 펀드 회사를 운영하기 전부터 컬렉터였기 때문에 이 난관을 극복할 방법을 오랜 기간 동안 궁리했다. 그러다가 본인의 TDC 등을 포함한 펀드 활동에서 운송비 지출이 상당하게 되자 본격적으로 여러 전문가를 모아 해결책을 연구했다. 몇 년간 연구 끝에 그가 찾은 해결책은 누구나 합리적인 운송회사를 찾을 수 있도록 최대한 많은 운송회사의 견적을 받아보게 해주는 것이다. 전 세계의 다양한 운송회사를 연결해주는 중간 매체 역할을 그가 창립한 ArtRunners(www.artrunners.com) 회사가 하고 있다. 그들은 운송비를 줄일 수 있도록 단단하고 안전한 포장 기술에 관한 조언도 해준다.

어떻게 팔아야 가장 효과적인 수익을 내나


▎Art Stage Singapore 2018, Tiroche DeLeon Exhibition
펀드 회사들이 가장 숙고해야 하는 두 가지는 구입할 작품의 선정과 그 작품의 판매방법과 시기이다. TDC 컬렉션 작품들을 전 세계의 박물관과 아트 재단에 대여하며 꾸준히 가치를 상승시키는(2015년 국립현대미술관에도 윌리엄 켄트리지 전시 때 몇 점의 TDC 컬렉션 작품을 대여해주었다) 세르주는 박물관, 기관이나 재단, 옥션, 개인 컬렉터 등에 작품을 판매한다. 그리고 새로운 판로를 늘 개척하고 있다. 2018년 아트 스테이지 싱가포르의 디렉터, 로렌초 루돌프가 TDC를 페어에 초대했다. 페어의 다양성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로렌초는 매우 만족하고 있었고 사실 페어의 홍보 효과를 높여주었다. 세르주는 로렌초가 만족할 만큼 박물관급 작품만 선정했기 때문이다.

초대전 전날 전시장에서 옷에 먼지를 묻혀가며 작품의 설치를 직접 돕는 그를 보았다. 모든 작품 한 점 한 점에 애정을 갖고 있는 그는 TDC 작품을 진정으로 사랑할 컬렉터를 맞을 준비를 하고 있었다. 자칫 자신이 책정한 작품의 판매가가 그동안 협력 관계였던 갤러리들이 판매하는 가격과 현저하게 차이가 나지 않도록 갤러리들과 상의하는 모습도 보았다.

페어 기간 동안 그들은 경쟁 관계임에도 불구하고 갤러리스트들은 그의 선택을 이해했다. 아트 펀드 회사였기 때문에 10년 안에 판매할 거라는 예측을 모두 이미 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세르주는 자신이 구입한 모든 작품에 자부심을 갖고 있었고 그 작가들을 진심으로 존경하고 좋아하고 있었다. 전시장에 나온 작품들은 그의 사랑을 받고 한결같이 빛을 발하고 있었다. 그의 이런 모습에서 아트 펀드 회사의 공동대표라기보다는 수많은 작가의 에이전트 같은 느낌이 들었다. 바로 그것이 TDC의 성공 열쇠였다. 작품의 가장 큰 수익을 창출하는 노하우는 작품을 사랑하고 작가와 컬렉터를 존경하는 데서 시작된다는 것을 그가 직접 보여주었다.

Tapaya Rodel(B.1980), Philippines, Wiharso Entang(B.1969), Indonesia, Ventura Ronald(B.1973), Philippines, Masriadi I Nyoman(B.1973), Indonesia, Dono Heri(B.1960), Indonesia, Sriwanichpoom Manit(B.1961), Thailand, Fei Chen(B.1983), China, Fanzhi zeng(B.1964), China, Guang yi Wang(B.1956), China, Lijun Fang(B.1963), China, Tzeng Yi-hsing(B.1979), Taiwan, Hyung Koo Kang(B.1954), Korea, Xiaodong Liu(B.1963), China 등을 전시했던 TDC 부스의 작품들은 아트 스테이지 싱가포르 페어를 방문한 컬렉터들에게 안목을 높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주었다.

세르주는 2017년부터 2차 펀드를 조성 중이다. 개인은 50만 달러가 기준이며 1차 펀드에서의 장기투자 10년을 조금 앞당겨 8년으로 구성할 것을 검토 중이다. 세르주의 1차 펀드는 4년 뒤에 끝이 난다. 그에게는 팔아야 할 작품들이 400점 이상 남아 있다. 즉 한 해에 100점 이상을 판매해야 한다는 결론에 이른다. 세르주에게는 또 하나의 도전이 될 것이다. 그러나 작가, 갤러리, 컬렉터가 원하는 바를 모두 꿰뚫고 있으며 그들과 늘 협력하는 관계인 그는 여유롭다. 세르주의 일생 동안 변치 않는 가장 큰 열정은 예술이다. 세르주는 확신에 찬 눈빛으로 말했다. “나는 진심으로 좋아하는 일을 하고 있어서 매우 행복하다. 아트 컬렉션이라는 특별한 세계에 들어서는 새로운 컬렉터들의 반려자가 되어 그들이 만족할 심리적, 경제적 결과를 돌려주는 것이 나의 소망이다.”

※ 박은주는… 박은주는 1997년부터 파리에서 거주, 활동하고 있다. 파리의 예술사 국립 에콜(GRETA)에서 예술사를, IESA(LA GRANDE ECOLE DES METIERS DE LA CULTURE ET DU MARCHE DE L’ART)에서 미술 시장과 컨템퍼러리 아트를 전공했다. 파리 드루오 경매장(Drouot)과 여러 갤러리에서 현장 경험을 쌓으며 유럽의 저명한 컨설턴트들의 노하우를 전수받았다. 2008년부터 서울과 파리에서 전시 기획자로 활동하는 한편 유럽 예술가들의 에이전트도 겸하고 있다. 2010년부터 아트 프라이스 등 예술 잡지의 저널리스트로서 예술가와 전시 평론을 이어오고 있다. 박은주는 한국과 유럽 컬렉터들의 기호를 살펴 작품을 선별해주는 길잡이 역할을 하고 있다.

201803호 (2018.0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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