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fe

비즈니스호텔 ‘로케이션 차별화’ 가속 

 

조득진 기자 chodj21@joongang.co.kr
공급이 늘어나 무한 경쟁이 시작되면 결국 차별화가 경쟁력이다. 비즈니스호텔 업계도 다르지 않다. 전략은 섹시함이다. 5성급 호텔 못지않은 시설을 갖추고, 해가 지면 풀 파티와 라이브 공연이 펼쳐진다.

▎L7강남 27층의 어퍼 하우스는 프라이빗 파티가 콘셉트다. / 사진:L7
#1. 지난 1월 31일 오픈한 롯데호텔의 L7홍대. 이 호텔은 문화와 예술 기운이 넘치는 홍대 상권의 특성에 맞춰 ‘젊은이들의 놀이터’를 콘셉트로 잡았다. 루프톱 바와 수영장을 갖추고, 독특한 인테리어로 젊은 층을 겨냥했다. 21층 블루루프 라운지에 설치된 홍대 예술가들의 작품도 이채롭고, 정보통신기술(ICT)에 익숙한 세대를 위해 키오스크 셀프 체크인·체크아웃 시스템을 갖추었다. L7 측은 “홍대는 명동보다 젊은 관광객의 비중이 더 높아 이들을 타깃으로 콘텐트를 구성했다”고 말했다. 게스트하우스가 대부분이었던 호텔 불모지 홍대에 새로운 랜드마크가 나타난 것이다.

#2. 신라스테이 광화문점의 가장 바쁜 시간은 점심 무렵이다. 회사가 많은 곳이라 점심시간이면 30~40대 직장인들로 뷔페레스토랑 ‘카페’가 북적인다. 주중 가격 2만3000원으로 2주일 전에 예약해야 할 정도로 인기. 보통 특급호텔의 뷔페 메뉴는 120가지가 넘지만 신라스테이는 이를 60가지로 압축하고 대신 최상급 식재료를 택했다. 가성비 최고의 뷔페로 입소문이 나면서 호텔 투숙객뿐 아니라 주변 직장인, 여성들에게 인기다. 신라스테이 관계자는 “음식 종류는 줄이고 품질을 올리는 ‘소품목 고품질 전략’이 성공한 사례다. 뷔페의 인기가 신라스테이 방문과 객실 예약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롯데 L7, 현지화로 취향 저격


▎21층에 자리한 L7홍대 로비에선 이 지역 특유의 문화 생태계를 느낄 수 있다.
비즈니스호텔이 진화하고 있다. 5성급 호텔보다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은 지키면서도 전문 미팅룸과 식음료장, 파티시설 등을 확충하며 프리미엄급 호텔로 나가고 있다. 특히 연령·상권 등 지역 특성에 맞는 콘셉트를 택하면서 투숙객뿐 아니라 식사·여가·미팅·회의 목적의 방문객이 크게 늘고 있다. 호텔이 숙박을 넘어 ‘엔터 공간’으로 진화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호텔업계 관계자는 “호텔업계가 중국 사드 리스크의 장기화로 단체 관광객 확보에 어려움을 겪자 개별관광객과 내국인 확대를 새로운 출구 전략으로 삼고 있다”고 말했다.

롯데호텔의 라이프스타일 브랜드인 L7의 경쟁력은 지역 특성에 따라 콘셉트를 달리하는 ‘로케이션 전략’에서 나온다. 우선 명동·강남·홍대 등 서울에서도 대표성을 지닌 지역을 선정한다. 이후 지역의 특성을 호텔 전체에 녹여내기 위해 기획 단계부터 상권분석을 철저하게 진행했다. 롯데호텔 관계자는 “상권분석이란 영업을 위한 일반적인 경제적 분석뿐만 아니라 각 지역의 문화적 분석을 말한다”며 “그 지역을 대표할 수 있는 키워드와 그곳 사람들의 라이프스타일·트렌드 등을 고려해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구성했다”고 설명했다.

2016년 L7 호텔 첫 작품인 L7명동의 콘셉트는 ‘영감을 주는 여행(A journey for inspiration)’이었다. 롯데호텔은 명동을 개성 있는 20~40대의 문화가 집결하는 곳, 옛 한국과 새로운 한국이 조화를 이루는 곳, 내·외국인이 자유롭게 섞일 수 있는 곳으로 규정했다. L7 관계자는 “내국인은 관광객의 흥분을, 관광객은 한국 직장인의 모습에서 일상적인 지역특색을 체험할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들자는 의도였다”며 “쇼핑과 관광은 물론이고 현지인과 교류할 수 있는 라운지·바 공간을 갖춘 호텔로 기획됐다”고 설명했다. 자유로운 미팅이 가능한 3층 버블라운지, 풋스파를 즐기며 릴랙싱할 수 있는 루프탑 바 플로팅 등이 대표적이다. 음반·사진·액세서리 등 한류 상품을 편리하게 구매할 수 있는 ‘ATM 스토어’, 자전거를 활용한 인력거로 서울 도심 곳곳을 체험하는 ‘아띠 인력거’도 눈에 띄는 차별화다.


▎한 시간가량 서울 도심 풍경을 체험할 수 있는 L7명동의 아띠 인력거.
두 번째 프로젝트인 L7강남도 트렌드를 주도하는 지역 특성을 한껏 살리고자 했다. 강남역·삼성역·청담·압구정·신사 일대를 아우르는 낮과 밤의 차이에 주목했고, 그 결과 메인 키워드를 ‘상반된 것이 공존하는 것’으로 선정했다. L7강남은 낮에는 자유로운 비즈니스 장소로, 밤에는 스타일 있는 파티를 즐길 수 있는 공간으로 변신했다. 9층에 위치한 ‘토크 앤 플레이’에서는 디제잉, 라이브 밴드 공연, 출판 파티, 강연 등 다양한 이벤트를 즐길 수 있다. 특히 최상층인 27층 스위트 ‘어퍼 하우스’는 프라이빗 파티 공간으로 인기다.

5성급 버금가는 신라스테이 서비스


▎콤팩트한 메뉴와 합리적 가격을 내세워 직장인에게 인기인 신라스테이 뷔페레스토랑.
L7홍대는 거리문화와 예술의 중심지인 홍대 앞이라는 입지에 L7의 DNA를 결합했다. 특히 22층 최고층에 위치한 루프톱 바와 수영장은 ‘놀이터’라는 L7홍대의 콘셉트를 극대화한 공간이다. L7 관계자는 “도시의 야경과 한낮의 여유, 칵테일과 음악을 담았다”며 “디제잉과 유명 뮤지션의 공연, 풀 파티가 펼쳐져 홍대 지역의 새로운 놀이 문화를 선도하는 핫플레이스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지하 1층부터 3층까지 입주 예정인 패션매장·레스토랑·아트갤러리·VR체험장도 홍대 앞을 찾는 젊은 층을 겨냥한 구성이다.

지난해 서초점·해운대점 오픈으로 현재 11개점을 운영 중인 신라스테이는 5성급 호텔의 시설·서비스 강화로 차별화에 나섰다. 우선 호텔 본연의 기능을 살린 객실 서비스 업그레이드가 눈에 띈다. 특히 객실 구성에 전력을 다해 ‘프리미엄 룸’을 지향했다. 시몬스의 프리미엄 뷰티 레스트 침대, 100% 최고급 헝가리산 거위 털을 사용해 가볍고 포근한 침구가 자랑거리다. 신라스테이 관계자는 “우리는 호텔 침대 등급 6등급 중 2등급 모델을 사용하고 있다. 신라와 롯데, 포시즌스 정도를 빼면 대부분 5성급 호텔들이 2등급을 사용 중이다”라고 말했다. 친환경 라이프스타일 브랜드로 유명한 아베다(Aveda)를 욕실에 구비한 것도 여느 비즈니스호텔과 다르다.

콤팩트한 메뉴와 합리적 가격을 내세운 뷔페레스토랑도 5성급 수준이라는 평가다. 서울 신라호텔의 유명 뷔페인 파크뷰의 이름을 따라 ‘쁘띠 파크뷰’라는 별칭이 붙었을 정도다. 직장인이 주로 찾는 광화문점에선 대게와 LA갈비, 초밥과 파스타, 고르곤졸라 피자, 쌀국수 등이 인기다. 신라스테이 관계자는 “직장인들이 많이 이용하는 지역은 짧은 점심시간을 위해 실속 있는 메뉴로 구성했다”며 “신라스테이 마포의 뷔페도 마포·여의도 직장인들이 주로 이용하며 최소 일주일 전 예약이 필수”라고 말했다.


▎신라스테이는 5성급 호텔 수준의 침대·침구를 사용한다. / 사진:신라스테이
서초점에선 비즈니스와 관련된 부대시설을 대폭 확대하면서 신라호텔 수준의 이그제큐티브 라운지를 마련했다. 5층을 미팅과 연회 공간으로 조성했는데, 비즈니스 미팅이나 중·소규모 모임이 가능한 총 6개 타입의 미팅룸이 들어섰다. 연회장은 최대 114명까지 수용할 수 있다.

숙박에 엔터·IT 기능 적용 가속화


▎신라스테이 서초점엔 신라호텔 수준의 이그제큐티브 라운지가 마련됐다.
호텔 본연의 숙박 기능에 음악·공연 등 엔터테인먼트 요소를 결합하는 것은 비즈니스호텔 업계의 대세가 되고 있다. 글래드 라이브 강남은 모든 객실에 하만카돈의 블루투스 스피커와 빈백 소파, 무빙 테이블이 있어 투숙객이 공간을 연출할 수 있다. 특히 실내 수영장과 뱅앤올룹슨 스피커 등을 갖춘 풀 스위트룸은 지인들과 프라이빗 파티를 열기에 제격이라는 평가다. 알로프트 서울 명동 호텔도 실력 있는 신인 가수들을 발굴해 정기적으로 라이브 공연 무대를 열고 있다. 시그니처 라운지 바에서 매주 금요일 밤 어쿠스틱 라이브 등이 진행된다.

첨단 ICT도 속속 적용되고 있다. 객실 키 없이 휴대전화 애플리케이션(앱)만으로 객실 문을 열 수 있게 하거나 무인 체크인·체크아웃 시스템을 도입하는 비즈니스호텔들이 늘고 있다. L7 호텔 고객은 QR코드를 이용해 체크인부터 결제까지 가능하다. 시설과 서비스를 넘어 고객 편의성을 극대화하는 장치를 신속하고 도입하고 있는 것이다. 호텔업계 관계자는 “현지화·고급화 등으로 고객에게 어필한 비즈니스호텔을 보면 중국의 사드 보복에도 불구하고 70~80%의 평균 객실점유율을 보인다”며 “무한경쟁 체제에서 더욱 차별화된 마케팅을 위해 5성급에 준하는 시설과 서비스 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 조득진 기자 chodj21@joongang.co.kr

201803호 (2018.02.23)
목차보기
  • 금주의 베스트 기사
이전 1 / 2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