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정위원 이지윤은…지난 20년간 런던에서 거주하며 미술사학 박사/미술경영학석사를 취득하고, 국제 현대미술계에서 활발히 활동해온 한 큐레이터다. 2014년 귀국하여 DDP 개관전 [자하 하디드360도]를 기획하였고, 지난 3년간 경복궁 옆에 새로 개관한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의 첫 운영부장(Managing Director)을 역임했다. 현재 2003년 런던에서 설립한 현대미술기획사무소 숨 프로젝트 대표로서, 기업 컬렉션 자문 및 아트 엔젤 커미션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김아영 | 석유와 같은 원료로 만들어낸 거대한 서사
▎1. 2. [다공성 계곡, 이동식 구멍들], HD 1채널 비디오, 컬러, 사운드, 약 20분, 2017 |
|
김아영은 사운드, 비디오, 이미지, 텍스트, 퍼포먼스 등의 형식에 내러티브 구조상의 실험을 도모하는 작업을 지속해왔다. 시간, 공간, 구조, 통사, 개념을 통틀어 모든 종류의 횡단과 이송, 이행, 이조, 호환에 주목하고 새로운 접합과 충돌의 가능성을 찾는다.예술계가 일찌감치 김아영의 잠재력을 알아본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었는지도 모른다. 본격적인 활동을 펼치기 시작한 2000년대 후반 이후로, 작가는 국내뿐 아니라 국제무대에서도 꾸준한 관심을 받고 있다. 굵직굵직한 전시 참여와 해외 초청, 특히 작가의 화려한 수상 이력이 이를 뒷받침한다. 김아영은 2008년 중앙미술대전 우수상, 2010년 브리티쉬 인스티튜션 어워즈( The British Institution Awards) 수상 이후, 각종 국내외 예술 기금과 지원 사업에 선정되며 그 어느 때보다도 활발히 작품 활동을 펼치고 있다. 특히 2015년 제56회 베니스 비엔날레 본 전시에 초청 작가로 참여하였고, 같은 해 문화체육관광부 ‘오늘의 젊은 예술가상’을 수상했다. 2016년 프랑스 파리의 팔레 드 도쿄(Palais de Tokyo)에서 개인전을 열었고, 2015~2016년 팔레 드 도쿄 산하 파비옹 리서치 랩에서 레지던시 활동을 했으며 최근엔 호주 멜버른에서 ‘멜버른 페스티벌’의 일환으로 ‘다공성 계곡, 이동식 구멍들’ 개인전을 열었다. [다공성 계곡] 전시는 2018년 국내 일민미술관에서 만나볼 수 있다.작가의 잠재력이 더욱 빛났던 이유는 끊임없는 사고 및 형식 실험과 다양한 예술가와 진행한 협업에 있다. 작가는 지치지 않는 릴레이 경주에 있는 듯하다. 흘러가는 세상에 대한 작가의 꾸준한 관심, 그 과정에서 축적한 방대한 양의 자료가 마치 작가의 탄탄한 체력이라도 되는 것처럼 말이다. 작가는 근대를 움직인 이슈들과 석유와 같은 원료들, 개개인의 삶이 모인 시대적 흐름과 같은 거대한 서사에 관심이 많다. 그렇기에 작가의 작업은 어느 특정한 개인도, 지역도, 나라도 아닌 인류 공통의 감정선을 건들며 무한의 조합을 섬세하게 그려내고 있다. 이것이 작가 김아영에게 기대되는 점이다.
※ 김아영(1979~)... 미디어 아티스트 김아영은 국민대학교 시각디자인학과를 졸업 후 영국으로 건너가 런던 칼리지 오브 커뮤니케이션(London Collage of Communication, LCC)에서 1st Class 논문으로 학사 학위를 받았다. 그 후 첼시 칼리지 오브아트(Chelsea College of Art)에서 순수미술학과 석사 졸업하여 현재 파리와 서울에 거주하며 작품 활동을 활발히 하고 있다.
강임윤 | 신화의 변신
▎1. 오 나의 어머니 190×220㎝ 캔버스에 유채 2016 / 2. 젖과 꽃 70×50㎝ 캔버스에 아크릴 레진과 안료 2017. |
|
과감한 붓 터치를 자유자재로 구사한 강임윤의 작품을 보고 있노라면 아담한 체구의 여성 작가 작품이라고 믿기 어려울 정도로 힘이 있다. 강임윤은 2009년 영국 왕립 미술원(The Royal Academy of Arts)에서 최초의 한국 태생 작가로서 골드메달을 수상하며 미술시장에 두각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강임윤은 변신(metamorphosis)을 주요 소재로 다룬다. 신화에서 영감을 받은 이 주제를 통해 작가는 본인 스스로 보고, 듣고 느끼는 주변 상황을 주관적인 이미지로 재현해낸다. 작가는 단군신화의 동굴과 곰, 사람에서 나무로 변하는 다프네, 창세기에서 롯의 아내가 소금 기둥이 되는 순간 등 모든 신화 속의 클라이맥스 부분에서는 ‘변신’이 이루어진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이러한 극적인 내러티브를 담고있는 변신의 과정을 하얀 캔버스 위에 구상과 추상을 넘나들며 강렬한 색으로 쏟아낸다. 강임윤은 현재 12년 동안 작업을 했던 영국을 떠나 최근 밀라노로 거처를 옮겨 작업을 이어나가고 있다.
※ 강임윤(1981~)... 2002년 이화여자대학교 회화과 수료 후 영국으로 떠났다. 슬레이드 미술대학(Slade School of Fine Art)을 거쳐, 왕립미술원 최초 한국 태생 작가로 골드메달을 수상했다. 이스트런던(UEL) 대학교 The School of Arts and Digital Industries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강임윤은 한국, 영국, 미국, 호주, 노르웨이 등 전 세계 각지에서 전시하고 있다.
박여주 | 비물질 세계의 확장
▎The Infinite Bridge, mixed media, dimensions variable on site, 2017 인피니트 브릿지, 혼합매체, 가변설치, 2017 |
|
설치미술 작가 박여주는 공간을 다루는 능력이 탁월하다. 박여주는 ‘공간’과 ‘빛’을 작품의 주요 주제로 택했다. 공간을 점유하는 설치라는 미술 장르로 비물질적 세계에 대한 표현의 차원을 확장하고 있으며, 우리가 생활하지만 잘 인지하지 못하는 일상적 공간을 새로운 차원의 공간으로 전환한다. 내부를 채우는 수십 가지 색의 빛으로 구성된 공간은 관람자에게 새로운 차원의 환상적인 경험을 선물한다. 우리가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는, 사방이 벽으로 둘러 싸인 공간이 박여주에게는 형이상학적 공간을 시각화할 수 있는 가장 좋은 캔버스가 되는 것이다. 인위적으로 구분된 벽과 경계, 공간은 박여주의 빛에 물들어 보는 이로 하여금 그들의 시선에 따라 인지되는 새로운 공간의 흐름을 만들어낸다. 이것이 작가가 지속적으로 연구하고 발견하고자 하는 공간의 잠재력이다. 마치 아무나 쉽게 감지하지 못하는 특별한 차원의 세계를 향해 박여주 작가는 우리를 한 걸음씩 인도하고 있는 듯하다.
※ 박여주(1982~)... 서울여자대학교 서양화과와 영국 런던대 슬레이드 미술학교(The Slade School of Fine Art, University College London)에서 회화 석사 과정을 마쳤다. 2013년 Project Space 사루비아 다방에서 선보인[Night Thoughts]를 시작으로 2회의 개인전을 열었으며, 국내·외 굴지의 기관에서 다수의 단체전을 진행하는 등 활발히 활동 중이다.
빠키(Vakki) | 도형의 화려한 일탈
▎1. Infinite Movements In The Cosmic Dimension. 설치, 25m×10m, 에폭시, 바이닐, 혼합매체(2016) / 2. 반원 위의 양자요동 no.22, 키네틱 설치, 사운드, 2.5m×2.5m, 모터, 혼합매체(2015) / 3. Mind-body problem, 키네틱 설치, 영상, 사운드 6.5m×5.5m, 모터, 혼합매체(2016) |
|
그녀는 기하학적인 도형들이 융합되고 분해되는 과정을 다시 패턴화하는 작업을 한다. 화려한 색상으로 시각적 환상을 극대화하는 그녀의 작업은, 80년대 한국 만화나 영화, 광고영상에서 영감을 받은 결과물이다. 빠키의 작업은 평면적인 그래픽디자인을 넘어서 작업을 입체화하고, 여기에 키네틱 요소를 부가하여 움직임을 더한다. 끊임없이 맞물리며 돌아가는 패턴들과 더불어 가끔은 관람객의 참여를 유도하여 결과를 예측할 수 없는 즉흥적인 작품을 만들어낸다. 일상적 삶에서 벗어난 즐거움을 추구하는 빠키의 작품은 원초적인 감성 표현에 중점을 두고, 사회로부터 길들었던 것들과 편견을 지양한다. 다시 말해 빠키의 놀이는 예측할 수 없는 인간의 삶 속에 있는 불안을 해소하기 위한 일탈이자 무한한 창조의 가능성을 탐색하는 의식이기도 하다. 다소 무겁고 진지할 것만 같은 아트를 작가 빠키는 흥겹고 자유로운 활동으로 해방시키고 있다. 잠시 지치고 무덤덤해져버린 우리의 정신에 재기발랄하게 장난을 걸어오는 빠키의 놀이에 빠져보는 것도 좋을 듯하다.
※ 빠키(1978~)... 홍익대학교 영상대학원을 졸업한 빠키는 조각, 영상, 설치 등 다양한 매체를 넘나들며 실험적인 작업을 하는 비주얼 아티스트이다. 2017년 암스테르담 [In Out Out Out In], 아르코 예술극장 [리버런:불완전한 몸의 경계], 2016 백남준 아트센터에서 [다중시간] 등 다수의 개인전을 열었고 국립아시아문화전당 레지던시 작가로 활동했다.
한경우 | 시각의 절대성에 단 물음표
▎‘Far too close’, steel, 10×4×4m, 2017 |
|
한경우는 조각, 설치 및 다중채널 비디오로 관객에게 놀라움과 당혹함을 주는 정교한 작품을 제작한다. 일반적인 소재를 사용하는 한경우의 작업은 관람객들에게 시각의 절대성에 물음을 던지게 한다. 작가는 착시효과를 일으키는 설치작업으로 객관적 공간의 현실과 인간의 인식 사이에서 발생하는 상호작용에 관해 이야기한다. 같은 설치물을 놓고도 개개인에게 축적된 선행적 지식과 경험 때문에 여러 가지로 해석될 수밖에 없는, 다시 말해 ‘시각의 절대성은 없다’는 것을 작가만의 방법으로 재치 있게 표현해낸다. 그의 섬세하고 정교한 노력은 많은 사람에게 각자의 인지 체계가 익숙한 것들에 의해서 선택적으로 세상을 보고 있었다는 깨달음을 주기도 한다. 어떤 상황이든 보는 이들의 주관적인 기준에 맞춰 그것을 이해하고 수용하려는 심리와 시각적 오류를 통한 인식의 차이를 보여주며, 약간 다른 시각으로 사물을 인식하는 다양한 방법을 제안한다.
※ 한경우(1979~)... 서울대 조소과를 졸업하고 2007년 시카고 아트 인스티튜트(The School of Art Institute of Chicago)에서 뉴미디어 석사학위를 받았다. 그 후 2010년 스코웨건 회화, 조각학교(Skowhegan School of Painting and Sculpture)에서 수학한 후, 현재는 서울과학기술대학교 조형예술학과 조교수로 재직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