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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차 산업혁명과 한국 제조업의 나아갈 길(4) 

스마트 공장과 ‘모노즈쿠리’ 

백대균 월드인더스트리얼매니지먼트 연구소 대표
스마트 시대의 경쟁에서 살아남으려면 스마트 공장 도입이 필요하다. 일련의 모든 활동이 인간의 도움 없이 로봇의 자동화로 이어지기에는 아직도 가야 할 길이 멀다. 주 작업은 인공지능 로봇이 수행하겠지만, 인간의 손끝 기술이 필요한 부분이 로봇이 수행하는 일보다 많다.

▎오스트레일리아 캔버라의 한 스마트 공장에서 작업 중인 로봇의 모습. / 사진:위키미디어
생산방식은 아날로그 시대와 디지털 시대를 거쳐 스마트 시대에 들어오면서 ‘사람 중심의 생산방식’에서 ‘설비 중심의 생산방식’으로 변하고 있다. 사람 중심의 생산방식에 익숙해 있는 지금의 경영자들은 인공지능 로봇의 능력을 인간 작업자 이상으로 생각하여 인공지능 로봇을 현장의 작업자처럼 공정에 배치하기만 하면 작업이 잘 진행될 것으로 생각하기 일쑤다. ‘인공지능 로봇 설치만이 살길이다’는 사고를 가지고 온통 인공지능 로봇에만 관심을 집중하고 있다. 그러나 인공지능 로봇은 IT 솔루션, 주변기기, 첨단 기술을 가진 엔지니어 등 주변 인프라가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복잡하게 구축되어야 한다. 이 모든 시스템을 운영하는 것은 지금으로서는 불가능하다.

모노즈쿠리 사상으로 무장한 일본 제조업 글로벌 진출

독일의 전시용 데모(시범) 공장과 같이 막대한 비용과 기술을 투자하여 단기간에 완성하는 것은 비교적 쉬운편이다. 반면 기존 공장을 스마트 공장으로 개선하는 경우에는 신규 공장과 다르게 기술 축적이 되지 않은 우리 수준에서 많은 개선 단계를 거쳐 시행착오를 극복하며 추진해야 한다. 1~2년의 단기간이 소요되는 것이 아니라 10년 이상이 걸릴 것이다. 신규 공장 건설보다 몇 배 어렵다.

아날로그나 디지털 시대의 설비를 스마트화하는 과정에서 발생되는 문제점을 해결하고, 스마트 설비에 맞는 제품과 부품을 3S(표준화, 단순화, 공용화) 구조로 재설계해야 하는 등 복잡한 전제조건이 선행되어야 한다. 그리고 협력업체도 스마트 공장화해야 하는데, 그 과정에서 많은 문제점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 모든 과정에서는 경험이 많은 우수한 기능 작업자들의 역할이 이전보다 더 중요해질 것이다. 그러므로 이 작업자들에게 혁신적 사고를 심어주기 위해 우리 산업에 깊숙이 들어와 있는 ‘모노즈쿠리’(물건을 의미하는 ‘모노’와 만들기라는 뜻의 ‘즈쿠리’가 합쳐진 말로 ‘혼신의 힘을 쏟아 최고의 제품을 만든다’는 뜻) 사상에 기반한 도요타 생산방식’과 같은 혁신기법을 스마트 공장 이후에도 적용해, 설비와 인간이 융합된 작업을 할 수 있게 지속적 관심이 필요하다.

미국이 세계 최고의 제품 경쟁력을 추구하던 시대의 생산방식은 포드 자동차의 컨베어시스템이었다. 일본이 미국을 누르고 ‘재팬 넘버원(Japan no.1!)’이라고 부르짖으며, 세계로 뻗어 나가던 시절. 미국의 주요 기업을 맥없이 무너뜨린 일본의 생산방식이 모노즈쿠리 사상을 기본으로 한 도요타의 생산방식이었다. 우리도 이 사고와 방법을 전수하여 발전해왔다.

스마트 시대에 경쟁에서 살아남으려면 스마트 공장 도입이 불가피하다. 스마트 공장에선 AI가 빅데이터를 분석해 최적의 생산 기점을 계산하고, 로봇이 제작 공정에서 인간 대신 일을 하게 된다. 공장에 문제가 발생하면 사물인터넷(IoT)·센서가 감지해서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는 등 일련의 모든 활동이나 설비가 인간의 도움 없이 운영될 것으로 생각되나 인공지능 로봇이 모든 종류의 작업과 문제해결 역할을 인간을 대신하여 100% 처리할 수 없다. 주(主) 작업은 인공지능 로봇이 수행할 수 있으나 보조(補助)작업 중 고장설비의 부품 교체, 설비 개조, 청소 등 인간의 손끝 기술이 필요한 부분이 로봇이 수행하는 일보다 많다.

그러므로 막상 스마트 공장을 가동해보면 로봇이 인간의 역할을 완전히 대체할 수 없다는 것을 알게 된다. 인간과 로봇의 점유 비율은 공장 수준에 따라 다르지만 아무리 수준이 올라가도 로봇의 비율이 60% 이상은 불가능할 것으로 생각된다. 제품을 만드는 데 인간 단독으로 작업하거나 기계와 연합작업을 하든 어떤 경우에도 작업자는 이것을 어떻게 만들 것인가를 사고하면서 작업한다. 이때 인간이 사고하는 방법은 설계도면의 정보를 인식(認識)하고 이해(理解)한 후 그 이해를 바탕으로 상황에 적용·분석·통합·평가하는 단계를 연속으로 통합하여 사고한 후 작업을 진행한다.

그러나 인공지능은 정보를 인식(認識)할 수는 있으나 제품의 구조를 이해(理解)할 수는 없다. 도면 인식만으로 설계가 요구하는 제품의 ‘품질특성’을 만들어낼 수가 없다. 그러므로 인간의 도움이 필요하다.

인공지능의 이해력을 강화하기 위해 과학자들은 컴퓨터에 한 단계씩 이해시키려고 하는 대신 웹상에서 수집한 수많은 정보를 바탕으로 개별적 이해 단계를 뛰어넘어 바로 한 번에 전체 상황에 적용할 수 있는 인공지능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아쉽게도 현재의 기술로는 불가능하다. 그러므로 인간의 이해를 통한 판단 능력은 상당기간 필요할 수밖에 없다.

로봇의 역할 아직까지 제한적


▎일본 아이치현 도요타시의 쓰쓰미 공장에서 직원들이 프리우스를 조립하고 있다.
인공지능 로봇이 인간과 같은 사고력을 키우려면 자기 스스로 주변 상황을 파악하고 이를 비트(bit)화한 후 다음 작업을 인공지능으로 예측해서 원하는 작업을 할 수 있어야 한다. 여기에는 IoT 기술이 필요하고 빅데이터를 인공지능으로 분석해서 증강현실이나 가상현실 등으로 제공해야 인간의 도움 없이 인간이 만든 제품과 동일하게 제품에 혼을 불어넣을 수 있게 된다. 그러므로 이 단계에 도달할 때까지는 인간의 손끝 기술이 필요하다.

또 스마트 공장은 모기업 혼자 이룰 수 있는 것이 아니며 1·2·3차 협력업체와 동시에 추진되어야 제 기능을 발휘할 수 있다. 1·2·3차 협력업체로 내려갈수록 자금과 기술이 영세해지므로, 인공지능 로봇으로 대체하기 힘들어 똑같은 일을 되풀이하는 인간의 작업을 먼저 대체하고 기능을 요하는 공정은 상당기간 유지될 수밖에 없어 인간 작업자는 계속 필요하게 된다.

많은 사람이 기업의 작업자가 인공지능 로봇과 교체되는 시점은 언제쯤일까 궁금해하고 있다. 하지만 이 시점은 아무도 모른다. 일반적으로 ‘레이커즈 와일’이 말하는 2045년 이후 ‘기술적 특이점’에 도달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기 때문에, 이후가 되어야 인공지능 로봇이 전체의 중요 공정을 차지하는 제조 환경이 될 것이다.

중요한 문제는 대기업보다 중소기업에서 작업자 육성이 해결하기 힘든 문제로 계속 남게 된다. 중소기업의 작업자 육성에 소홀하면 불량품, 결품, 납기 지연, 신뢰성 없는 부품 공급 등이 발생하고, 그러면 모기업의 스마트 공장에 아무리 우수한 인공지능 설비를 도입해도 낭비투성이의 공장이 되고 만다. 대기업에 근무하는 작업자 중 인간지능 로봇으로 대체할 수 없는 작업자와 기존의 중소기업 작업환경에서 작업하는 많은 인원이 그대로 존속하게 되므로 이들이 지속적으로 개선활동을 할 수 있게 하기 위해서는 기존의 모노즈쿠리 사고에 의한 도요타 생산방식과 같은 개선활동이 지속적으로 필요하다.

일반적으로 알고 있는 모노즈쿠리는 천하제일의 명품을 만들겠다는 일본인의 장인정신으로, 품질 위주의 사고로만 인식되어왔다. 이는 잘못 이해하고 있는 것이다.

모노즈쿠리(ものづくり)의 모노(もの)는 물건(物), 즈쿠리(づくり)는 만들기(造)라는 뜻이며, 낭비 발생을 최소화하게 시스템을 운영하여 Q(Quality defect zero, 무결점), C(Ideal Cost 이상원가), D(Delivery just in time, 적시공급)의 제품을 만들기 위한 생산철학으로, 도요타 생산방식이라는 이름으로 적용해왔다. 스마트 공장도 낭비를 최소화한 Q·D·C를 달성하기 위한 방법으로 운영되므로, 둘 다 낭비 없는 생산 사상은 동일하다. 그러므로 스마트 공장 이후에도 꼭 필요한 생산 철학이므로 지속적으로 유지되어야 한다.

한·일 통합형 산업구조, 미·독 조합형 산업구조

그런데 문제는 스마트 공장이 화두가 된 이후 지금까지 실시해온 ‘모노즈쿠리의 사고에 기반한 도요타식 개선 활동’과 같은 활동이 모든 기업인에게 소외 당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런 상태가 지속된다면 얼마 안 가서 산업 전반에 심각한 문제가 도래할 것이다.

스마트 공장을 만들기 위해서는 우선 ‘통합형(인테그릴형)’산업구조와 ‘조합형(모듈형)’ 산업구조의 특성을 알아야 한다. 제품을 제조하는 방식에서 일본과 한국 등은 통합형이다. 미국과 독일은 조합형(모듈형)의 산업구조로, 스마트 공장을 구성하는 데 서로 다르게 접근해야 한다.

미국의 경우 조합형(모듈형)산업으로, 부품의 통합이나 상호 조정을 하지 않아도 되는 생산 시스템으로 되어 있다. 제품조립 구조도 시스템적으로 조립할 수 있게 모든 부품이 3S(표준화, 단순화, 공용화) 모듈화(Module), 플랫폼화(Platform)로 구성되어 있다. 따라서 레이아웃(Lay-out)도 쉽게 설치할 수 있으며, 표준을 만들거나 새로운 시스템을 구축하거나, 비즈니스 모델을 기획하기가 쉽다. 그러므로 조합형 공장은 스마트 공장 구성에 적합한 산업구조다.

반면 한국이나 일본 기업들의 통합형 산업구조는 각 부품이나 설비들이 복잡하게 엉켜 있고, 라인이 정류화 되어 있지 않아 명확하게 수식화하거나 모델링화하기가 힘들기 때문에 예측이 불가능하고 조정이 쉽지않아 시스템적으로 쉽게 완성품을 만들어내기가 어렵다. 그러므로 스마트 공장을 완성하기가 어렵다. 이에 따라 ‘통합형 상품 개발’에는 여러 가지 복잡한 기능이나 기술을 혼합해 통합하는 능력과 섬세하고 복잡한 팀워크가 요구된다.

이를 위해서는 여러 제품의 공정을 훤히 꿰고 있는 다기능공이 반드시 필요하다. 여기서 필요한 다기능이란, 단순한 기능이 아니라 반복된 제품 제작을 통해 문제를 발견하고 대응하고 변화시켜나가는 과정 속에서 기능을 기술로 승화한 우수기능을 말한다. 이런 과정은 모노즈쿠리와 같은 활동을 통해서만 이루어질 수 있다.

통합형 산업구조의 어려운 점을 극복해 가장 성공한 사례가 바로 도요타 자동차다. 도요타 자동차에는 새로운 기술을 적용하기 위해 스마트 공장을 위한 모든 첨단 인공지능 설비와 스마트 솔루션을 정착시키는 활동을 하는 기둥 하나가 있다. 여기에 높은 수준의 생산성과 품질, 정확한 납기, 생산의 유연성 구조를 유지하기 위해 모노즈쿠리의 혁신사고에 따라 직원 모두가 날마다 품질향상, 낭비제거, 원가절감이라는 개선을 실행하는 혁신활동이 또 하나의 기둥이 되어 받쳐주고 있다. 이 두 기둥이 오늘날 도요타의 경쟁력을 받쳐주고 발전시키고 있는 것이다. 우리도 유행 따라 혁신운동을 하지 말고 체계 있게 활동해야 지속경영의 기업이 될 수 있다.

※ 백대균은… ‘죽은 공장도 살린다’는 평가를 받는 경영컨설턴트다. 1989년 월드인더스트리얼매니지먼트 연구소를 설립했다. LG전자 창원공장의 생산 라인을 시작으로 국내 1000여 개 업체의 컨설팅을 해왔다.

201805호 (2018.0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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