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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현성 티몬 이사회 의장이 VC를 만든 이유 

성공 창업가의 새로운 길 

최영진 기자
20대 나이에 소셜커머스 서비스를 한국에 처음 소개한 티몬 창업가 신현성 의장. 지난해 7월 대표직에서 물러나 이사회 의장이 된 후 언론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그가 얼마 전 베이스인베스트먼트라는 벤처캐피털을 설립했다는 소식이 들렸다. 의장이 된 후 공개한 첫 행보다. 그를 만나 티몬의 현재와 미래, 벤처캐피털 설립 이유를 들어봤다.

▎5월 11일 서울 강남 위워크에 있는 베이스인베스트먼트에서 만난 신현성 의장. 미국 출국을 앞두고 이뤄진 인터뷰에서 베이스인베스트먼트 설립 이유를 설명했다.
시작은 초라했고, 그가 선보인 서비스는 생소하기만 했다. 2010년 2월 창업 자본금은 500만원, 그가 선보인 서비스는 소셜커머스였다. 음식점이나 헤어숍 같은 곳의 티켓을 공동구매 형식으로 저렴하게 판매하는 서비스였다. 2008년 미국에서 그루폰이라는 스타트업이 공동구매형 소셜커머스 열풍을 일으키기 시작했지만 한국에서는 처음 있는 일이었다. 성공 가능성을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던 스타트업의 2017년 매출액은 3500억원이 넘는다. 5명이 전부였던 임직원은 어느새 1000명이 넘었다. 소셜커머스 시장을 한국에 안착시키고 쿠팡·위메프와 함께 오픈마켓을 대표하는 스타트업으로 성장한 티몬 창업가 신현성(33) 의장 이야기다.

지난해 7월 티몬 대표직에 유한익 전 최고비즈니스책임자(CBO)가 올랐다. 창업가 신현성은 이사회 의장을 맡았다. 의장이 되면서 언론에 나타나지 않았던 그가 새로운 소식을 들고 나타났다.

5월 초 신 의장은 강준열 전 카카오 CSO(최고서비스총괄, 부사장)와 베이스 인베스트먼트(BASS INVESTMENT)라는 이름의 벤처캐피털을 설립했다. 신 의장은 티몬 창업 이후부터 조용하게 후배 창업가를 돕는 엔젤투자자로 활동했다. 2011년에는 스타트업을 인큐베이팅하는 ‘패스트트랙 아시아’를 공동 설립했다. 오래전부터 스타트업과 창업가를 지원했던 그가 VC를 설립한 이유가 궁금했다. 몇 차례 약속 시간을 조율한 후 5월 11일 베이스인베스트먼트 사무실이 있는 서울 강남 위워크에서 만났다. 신 의장이 미국으로 출국하는 날이었다. 그는 “미국 뉴욕에서 블록체인 콘퍼런스가 열리는데 거기에 참석하기 위해 미국으로 간다”고 말했다.

신 의장이 말한 행사는 5월 11일부터 17일까지 열리는 ‘미국 뉴욕 블록체인 주간(Blockchain Week NYC)’이다. 세계 최대 블록체인 행사로 참여인원만 4000~5000여 명이라고 한다. 신 의장은 “참석자 중 한국인이 1000여 명 정도 되는 것으로 안다”면서 “블록체인 분야는 한국이 글로벌 시장을 이끌어가는 최초의 사건이 아닌가 싶다”며 웃었다.

모바일 이커머스 대표 기업 티몬과 블록체인, 언뜻 어울리지 않는 조합이다. 그는 “올해 초부터 블록체인 기술을 티몬에 접목하는 ‘테라’ 프로젝트를 준비하고 있다”면서 “암호화폐의 가격 안정성을 보장하면 블록체인과 실물경제를 연결할 수 있고 이를 통해 핀테크 혁신으로 나아갈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으로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블록체인 기술을 티몬 및 아시아 전자상거래 서비스에 접목하겠다는 계획을 밝힌 것이다.

신 의장이 블록체인에 빠져 있는 이유는 두 가지다. 블록체인 기술을 결제에 사용하면 수수료를 낮출 수 있다는 것. 그리고 티몬 결제를 글로벌 시장에서 쉽게 이용할 수 있다는 점이다. 그는 “티몬이 한해 신용카드 수수료로 600억원 정도를 내는데, 블록체인을 이용하면 수수료 비용을 낮출 수 있다”면서 “그런 가능성을 블록체인에서 찾았고, 블록체인 기술이 재미있다”고 말했다.

테라 프로젝트는 블록체인 기술을 가진 외부 기업과 협업을 하고 있다. 암호화폐 공개인 ICO도 계획하고 있다. 그는 “블록체인 시장은 한국의 스타트업에 기회가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면서 “올해 안에 테라 프로젝트의 결과물이 나올 것”이라고 자신했다.

매일 회사에 출근해 영업실적과 사업을 챙기던 대표직에서 물러나고 의장이 된 후 가장 큰 변화는 ‘시장 변화를 볼 수 있는 여유가 생긴 것’이라고 한다. 그는 “티몬의 대표는 매출을 올리고 수익률을 올려야 하는 게 역할인데, 나의 강점을 발휘할 수 있는 분야가 아니었다”면서 “의장이 되고 티몬이 앞으로 가야 할 길을 찾는 일에 더 매진하는데, 그게 더 재미있고 내 적성에 맞는 것 같다”며 웃었다.

의장이 되면서 첫 공개 행보로 VC 설립을 한 이유도 후배 창업가들을 돕는 데서 의미와 재미를 느끼기 때문이다. 그는 “엔젤투자자로서 지금까지 40여 곳에 투자했지만, 얼리 스테이지(초기 단계) 스타트업 지원을 본격적으로 하려면 VC 설립이 필요하다고 느꼈다”고 설명했다.

티몬 의장 된 후 블록체인 프로젝트 집중


▎신현성 의장은 전 카카오 CSO 출신인 강준열 파트너 등과 함께 초기 단계의 스타트업 투자를 위해 베이스인베스트먼트를 설립했다.
신 의장과 함께 뜻을 모은 설립자는 강준열 전 카카오 CSO다. “강준열 전 CSO와는 어떤 인연이 있는 가?”라는 기자의 질문에 “내가 티몬 사외이사로 모셔온 분이다”며 웃었다. 강 파트너는 네이버와 카카오 초기 멤버다. 특히 카카오 부사장으로 일하고 있을 때 다음과의 합병을 주도했다. 신 의장은 “강 파트너는 카카오가 25명에서 시작해 1000여 명이 일하는 기업으로 만든 분”이라며 “한 다리 건너서 알게 된 분인데, 티몬 사외이사로 꼭 모셔오고 싶었다”고 말했다.

두 사람은 베이스인베스트먼트의 설립자이자 파트너 역할을 맡고 있다. 주환수 전 카카오톡 서비스 실장이 대표를 맡았다. 카이스트청년창업투자지주 출신의 김승현 이사와 대교인베스트먼트 출신의 신윤호 이사가 투자 심사역을 맡았다.

베이스인베스트먼트 계획과 설립은 일사천리로 이뤄졌다. 신 의장은 “286억원의 투자금 모집도 2주 만에 끝낼 정도로 빠르게 진행됐다”고 말했다. 투자금은 100% 민간자본으로 조성됐다. 21억원은 베이스 인베스트먼트 설립자가, 133억원은 카카오 2대 주주인 케이큐브홀딩스, 네이버, 컴투스 등이 투자했다. 개인투자자 45명도 투자를 했다.

투자는 어떤 식으로 이뤄질까. 그는 “1년에 100억원을 투자할 예정”이라며 “스타트업 한 곳에 최대 5억원 정도 투자할 것”이라고 말했다. 즉 1년에 20여 곳 정도의 스타트업에 투자하고, 이번 투자금으로 3년 동안 투자를 하는 셈이다.

한국에도 많은 벤처캐피털이 활동을 하고 있다. 정부도 스타트업 투자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VC의 경쟁도 치열한 상황. 차별화가 궁금했다. 신 의장은 “데이터 투자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가 말한 데이터 투자는 친분이나 학연, 지연 같은 개인적 네트워크가 아닌 스타트업의 데이터를 통해 성장 가능성이 있는 곳을 뽑아낸다는 것. 분야도 가리지 않을 계획이다. AI나 블록체인 같은 시대의 이슈가 되는 스타트업뿐만 아니라 성장 가능성이 있는 다양한 스타트업을 발굴하고 육성할 계획이다. 그는 “우리가 주목하는 창업가는 시장의 문제를 볼 수 있는 능력과 이를 해결하려는 의지가 있느냐”라며 “여기에 시장의 문제를 유연하게 풀어낼 수 있는 팀과 프로세스를 가지고 있는지도 살펴볼 것”이라고 설명했다.

1년에 100억원씩 3년 동안 투자할 계획


이런 이야기를 자신 있게 할 수 있는 것은 실제로 창업을 하고 성장을 시켜본 경험이 있기 때문이다. 유능한 창업가가 된다는 것은 “누구나 함께 일해보고 싶은 사람이 되는 것”이라고 신 의장은 강조했다. 그는 “창업의 매력은 백지에서 뭔가를 그리고 기업문화를 만들고, 성장의 동력을 하나씩 그려나가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초기 단계 스타트업 지원에 집중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그는 “시리즈 B 이상의 투자를 결정할 때는 스타트업의 성과와 수치가 중요한데, 이 단계는 금융전문가가 더 잘하는 것 같다”면서 “이에 반해 초기 스타트업은 나 같은 선배 창업가의 도움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 “금융 출신이 아닌 창업 및 운영 출신이 모여 후배 창업가가 가고자 하는 방향에 실질적으로 도움을 주려고 한다”고 강조했다.

신 의장은 베이스인베스트먼트를 통해 후배 창업가와 성공 노하우를 공유하고 싶어 한다. 그만큼 티몬의 과거와 현재에는 다양한 스토리가 담겨 있다. 자본금 500만원과 5명의 인원으로 시작한 티몬은 2017년 12월 현재 매출액 3562억원, 임직원 1027명이 일하는 거대 이커머스 기업으로 성장했다.

티몬은 한국에 처음으로 등장한 소셜커머스 스타트업이었다. 이후 100여 곳의 소셜커머스 서비스 스타트업이 생겨났다. 현재는 티몬과 함께 쿠팡, 위메프가 이 시장을 선점하고 있다. 소셜커머스 서비스는 이제 오픈마켓 경쟁으로 변하고 있다. 규모의 경쟁은 갈수록 치열하게 진행되고 있다. 티몬을 포함해 경쟁사는 아직까지 이익을 내지 못하고 있다. 몇 년 전부터 “승자가 나와야만 규모의 경쟁이 멈출 것”이라는 진단이 나올 정도. 이에 대해 신 의장은 “(오픈마켓의) 승자는 누가 될지 모르지만, 고객의 선택을 받는 쪽이 살아남을 것이다. 다른 곳은 규모의 경쟁을 벌이지만 우리는 티몬만의 차별화를 내세우면서 성장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신 의장이 말한 티몬의 차별화 전략은 ‘미디어커머스 플랫폼’이다. 이커머스 시장은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웹에서 모바일로 바뀌고 있다. 신 의장은 모바일 커머스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해 재미와 콘텐트를 내세우면서 성장을 견인하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지난해 9월부터 시작한 ‘티비온 라이브(TVON Live)’다. 페이스북에서 볼 수 있는 광고 영상을 생각하면 이해하기 쉽다. 티몬은 상품을 영상으로 소개하고, 여기에 실시간 채팅 기능까지 넣어서 고객이 궁금증을 바로바로 풀 수 있게 했다. “마치 TV 홈쇼핑 같은 형식인데, 고객이 티몬을 둘러보다 재미있는 콘텐트를 발견하고 좋은 상품을 저렴하게 구매하는 경험을 할 수 있도록 하는 서비스”라고 그는 설명했다.

티비온 라이브는 현재 하루에 2~3회 티몬 앱에서 볼 수 있는데, 티비온 라이브를 하는 상품과 그렇지 않은 상품의 판매량이 2~3배 정도 차이가 날 정도다. 여기에 슈퍼특가와 몬스터딜 같은 티몬만의 전용 매장도 큰 인기를 끌고 있다.

무엇보다 티몬의 성장은 해외여행과 슈퍼마트 서비스가 이끌고 있다. 2014년 6월 티몬은 모바일 실시간 해외 항공권 예약 서비스를 시작했다. 국내 소셜커머스 기업 중 최초였다. 신 의장은 “여행 시장이 매력적이기 때문에 시작했다”고 이유를 밝혔다. 현재 티몬투어는 자유여행과 패키지 상품 및 항공권과 현지에서 사용하는 입장권까지 한 번에 구매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했다. 지난해 티몬의 항공권 예약은 130만 건을 기록했다.

티몬의 미래…미디어커머스 플랫폼 선점

2015년 6월 서비스를 시작한 슈퍼마트도 티몬의 경쟁력을 높이는 서비스로 꼽힌다. 초기에는 최저가 생필품 판매 채널 서비스였고, 현재는 2300여 종의 신선·냉장·냉동식품까지 배달해주는 서비스로 확대됐다. 여기에 1만2000여 종의 생활필수품까지 한 번에 묶음 배송을 해주는 배달 서비스는 고객에게 호평을 받고 있다. 신 의장은 “당일 신선식품 배송 서비스는 오픈마켓 중에서 처음인데, 이렇게 어려운 일인지 몰랐다”며 웃었다. 그는 “신선식품은 상하지 않도록 재고관리도 해야 하고, 배송할 때 냉장트럭을 이용해야 한다”면서 “복잡한 배송과 물류 시스템을 해결한 오픈마켓은 우리가 유일하다”고 강조했다. 티몬 슈퍼마트는 신선식품 전담 배송을 위한 냉장·냉동 차량을 운영하면서 오전 10시 이전 주문하면 당일에 받아볼 수 있는 당일배송을 차별성으로 내세우고 있다.

그는 티몬을 성장시키면서 수많은 어려움을 겪었다. 그럼에도 “가장 힘들었던 때는 언제였나?”라는 질문에는 “‘먹튀 논란’이다”라고 바로 답변했다. 2011년 티몬의 글로벌화를 위해 미국의 리빙소셜과 M&A를 했을 때를 말한다. 신 의장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논란이었고, 그때 마음이 많이 아팠다”고 말했다. 만일 티몬의 M&A가 지금 이뤄졌다면 오히려 박수를 받았을 것이다. 창업가의 엑시트를 바라보는 시선이 몇 년 만에 크게 바뀐 것이다. 2015년 신 의장은 글로벌 사모펀드 운용사 KKR-앵커에쿼티파트너스 컨소시엄과 함께 구주 59%와 경영권을 인수하면서 티몬을 되찾았다. “티몬은 한국 이커머스 시장에서 압도적인 1위였는데, 계속 경쟁력이 떨어지는 것을 보고 마음이 아팠다”면서 “한국의 전자상거래 시장에서 큰 축을 만들어야 한다는 생각과 아직 시간이 남아 있다는 판단으로 다시 티몬 경영권을 되찾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티몬 경영권을 다시 찾은 후 그가 집중한 것은 임직원과 함께 재미있는 기업문화를 만드는 것. 그는 대표로 일할 때 ‘댄표님’으로 불렸다고 한다. 미국 이름 ‘대니얼’과 ‘대표님’을 합한 단어다. 항상 직원들과 소통하는 대표라는 평가를 받았다. 매월 한 번씩 직원들과 소통하는 자리를 만들었다.

열린 문화 덕분인지, 티몬은 ‘창업 사관학교’라는 별칭을 얻었다. 미미박스의 하형석 대표, 블라인드 문성욱 대표, 버즈빌 이관우 대표 등이 티몬 출신이다. 그는 “우리는 티몬에서 20~30년간 일할 사람을 뽑기보다는 창업자 DNA를 가진 이들을 우선 뽑는다”고 그 이유를 말했다.

임직원들의 자유로운 소통과 창의성 개발을 위한 다양한 제도도 운영 중이다. 개발직군의 경우 한 달에 2회 재택근무를 할 수 있고, 연차 외에 연간 8회까지 2시간 조기퇴근이 가능한 슈퍼패스 같은 복지혜택을 마련했다. 신 의장은 “요즘 경력직 개발자 구하기가 하늘의 별따기인데, 우리는 긴 호흡으로 가기 위해 신입 공채를 진행하고 있다”면서 “결국 스타트업의 성장과 지속은 인재가 중심이다”고 설명했다.

※ 신현성은…1985년 한국에서 태어났고 9살에 가족을 따라 미국으로 이민을 갔다. 미국 버지니아주의 과학특성화고인 토머스 제퍼슨 과학기술고등학교와 펜실베이니아대 와튼스쿨 경영학부를 졸업. 대학 재학 중 미국 대학생을 대상으로 빈방이나 기숙사를 소개하는 ‘사이버 부동산’과 배너광고 대행업체인 ‘인바이트 미디어’ 창업 멤버로 활동했다. 대학 졸업 후 글로벌 컨설팅 기업인 맥킨지컨설팅에 입사했다. 25살에 한국으로 돌아와 티몬을 창업했다.

- 최영진 기자 cyj73@joongang.co.kr·사진 김현동 기자

201806호 (2018.0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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