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팰릿의 왕자 

 

JOANN MULLER 포브스 기자
발명된 지 100년 된 목재 받침대를 완전히 새롭게 혁신할 수 있을까? 제프리 오언이라면 가능할지도 모른다.
2009년 존슨앤존슨(J&J) 진통제 ‘타이레놀 관절염 당의정’에서 곰팡이 냄새가 난다는 소비자 불만이 제기됐다. J&J는 원인을 찾기 위해 공급망 전체를 샅샅이 뒤졌다. 범인은? 바로 물류배송 과정에서 쓰이는 화물용 받침대 ‘팰릿(pallet)’이었다.

공장에서 물류창고와 매장으로 타이레놀을 운반할 때 사용하는 6인치 높이 목재 팰릿에 뿌리는 살진균제가 미량 남아 알약 포장재를 오염시켰을 가능성이 높았다. 생산 손실비용과 유통된 타이레놀 및 모트린(Motrin)을 회수하는 데 든 비용은 무려 9억 달러였다.

현대의 상업 현장에서 쉽게 볼 수 있어서 그만큼 가치가 없어 보이는 팰릿은 문제를 일으킬 때가 많다. 목재로 만들어졌기에 박테리아가 농산물을 오염시키고, 목재가 부서질 경우 그 위로 높이 쌓아 올린 TV가 바닥으로 무너져 망가지기도 한다. 화재가 나면 팰릿이 불쏘시개 역할을 할 수도 있다.

미시건주 옥스포드에 본사를 둔 제프리 오언(Jeffrey Owen)의 회사 라이트닝 테크놀로지스(Lightning Technologies)가 해결책을 들고 나왔다. 부서지지 않고 가벼우며, 위생적인 데다가 내화 기능이 있는 난연재로 만든 팰릿에 내장칩을 넣어 추적까지 가능하도록 만들었기 때문이다. 라이트닝의 팰릿도 목재로 만들어졌지만, 내구성을 높이고 위생 처리가 쉬운 고분자 코팅을 했다. 내장칩에는 팰릿 이동 환경의 온도, 습도, 사고, 위치 등 기록 가능한 정보가 모두 실시간으로 기록된다.

라이트닝이 선보인 최첨단 팰릿은 물류 전문가들을 흥분시키기에 충분하다. “제품 온도를 어떻게 관리하고 통제하는지 측정할 수 있는 방법이 없었다”고 밥 스펜스(Bob Spence) 델몬트후레쉬프로듀스 부사장은 말했다. “게다가 리콜이라도 있다면 끔찍하다.” 그러나 스마트 팰릿이 있다면 “제품을 신속히 추적해서 해당 제품이 들어간 묶음을 어디에서 팔았는지 알 수 있다. 그러면 공급망을 되짚어서 전량을 리콜하지 않아도 된다.”

“어두웠던 부분을 밝히게 될 것”이라고 텍사스주 어빙에 있는 라이트닝 팰릿 임대 및 판매업체 가드(Gard)의 렉스 로(Rex Lowe) 대표가 말했다. “땅에서 캐낸 감자가 우리 입에 들어가는 프렌치프라이가 되기까지 어떤 경로를 거치는지 하나도 빠지지 않고 짚어낼 수 있다.”

스마트 팰릿은 운송업체에 언제, 어디에서 화물이 손상됐는지 알려준다고 1976년부터 팰릿 디자인을 연구해온 버지니아 공대의 라슬로 호바스(Laszlo Horvath) 교수는 말한다. 일례로, TV 제조업체에서 부서지기 쉬운 전자제품을 운송할 때 화물이 크게 흔들릴 수 있는 교각을 피하도록 트럭의 이동 경로를 새롭게 설정할 수 있다.

표준형 운송 팰릿은 굴착기와 함께 발명된 100년 전부터 지금까지 별로 변한 것이 없다. 플라스틱 팰릿은 1965년에 출시됐지만, 점유율은 높지 않다. 목재 팰릿보다 가격이 3배나 높은 70달러에 책정됐고, 손상되면 복구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미국에서만 20억 개의 팰릿이 사용되고 있는데, 이 중 다수는 자동차 렌털처럼 팰릿을 다량 보유한 업체에서 임대하는 형식으로 사용된다.

67세의 오언은 수년간 자동차 산업에서 일을 하다가 2003년 팰릿 사업을 처음 시작했다. 켄터키주 신시아나에서 태어난 그는 아버지의 뒤를 이어 담뱃잎 재배를 하려다가 공중위생국의 담배 관련 경고를 듣고 방향을 바꾸어 디트로이트로 향했다. 그곳에서 그는 다양한 공급업체를 대표해 일을 하다가 직접 플라스틱 사업체를 경영하기 시작했고, 그러던 중 팰릿 사업에서 잔뼈가 굵은 로의 설득에 따라 플라스틱 팰릿을 생산하는 사업에 직접 뛰어들었다. 오언이 세운 회사 팜 플라스틱(Palm Plastics)은 2009년 3500만 달러에 성공적으로 매각됐다.

5년 내 매출 10억 달러 노린다

그 무렵 오언은 이미 ‘팰릿 박사’가 되어 있었다. 2013년 금융업체에서 일하던 그는 미시간주 오번 힐스에 있는 연구소 오리아 인터내셔널(Oria International)이 완성한 혁신적 팰릿 기술을 평가하는 일을 맡았다. 투자자들은 기회를 그냥 넘겼지만, 오언은 강한 흥미를 느꼈다. 그는 100만 달러를 주고 오리아 연구소의 특허 라이선스를 획득했다. 그리고 (거대 화학기업 바스프(BASF)의 지원을 받아) 폴리우레아 스프레이 코팅을 완벽히 하는 법을 알아내기 위해 4년을 투자했다.

추적 기술을 갖춘 내구성 높은 팰릿을 만들자는 생각은 이전부터 있었다. 라이트닝이 내세우는 장점은 여러 개의 혁신을 하나로 합쳐놓은 것과 같다. 가볍고 지속성이 높고, 위생도 깨끗하게 유지될 수 있으며, 손쉽게 복구 가능하고 미끄러짐 방지도 된다. 수동형이 아니라 능동형의 ID 칩을 사용해 언제 어디서나 클라우드에서 필요한 정보를 쏘아줄 수 있다.

라이트닝의 제조과정도 팰릿 자체만큼 혁신적이다. 기존의 단단한 판재를 사용하는 대신, 러시아와 남미 플랜테이션에서 성장 속도가 빠른 나무를 벌목해 만든 합판을 사용한다. 오언은 미국에서 공급하는 업체는 없다고 말했다.

대량생산을 하기 전에도 라이트닝 테크놀로지스는 8700만 달러어치의 주문을 수주했다. 주요 고객은 코스트코 협력업체들이었다. 다른 유명 소매점들은 가드에서 라이트닝의 팰릿을 임대한다. 한 번 운송에 5~6달러가 들지만, 가드에서 임대하면 1.5달러를 절약할 수 있다. 연간 1억 개의 팰릿을 사용한다면, 절약 가능한 돈은 1억 5000만 달러에 달한다.

2013년 코스트코 부사장직에서 은퇴한 공동창업자 톰 워커(Tom Walker)는 팰릿 디자인에 아직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다. 그는 “우리가 살고 숨쉬는 방식이 비용을 결정한다”고 말했다. “팰릿에서 1달러를 아끼면, 물 비용을 병당 2~3센트씩 낮출 수 있다.”

관건은 팰릿을 그만큼 빨리 생산할 수 있느냐다. 오언은 지금까지 2000만 달러를 모집했다. 이 돈에는 그가 사비를 털어 투자한 돈도 포함되어 있다. 이 돈은 올여름, 생산시설 확장에 사용될 전망이다. 대부분 스웨덴 사람인 초기 투자자 중에는 볼보자동차 최고운용책임자로 있다가 라이트닝 회장으로 취임한 라스 브레보(Lars Wrebo)와 외바퀴 손수레로 엄청난 재산을 모은 베르겐그렌(Bergengren) 가문이 있다.

오언에게는 야심 찬 목표가 있다. 5년 내 전 세계에 10개 생산시설을 열고, 매출 10억 달러를 달성하는 것이다.

30년간 최고의 소매유통업체에 팰릿을 공급해온 로는 이것이 무리한 목표가 아니라고 말했다. “전 세계가 팰릿 위에서 움직인다. 각 가정에서 무엇을 샀는지는 모른다. 그러나 그 물건이 팰릿 위에 실려 그 집으로 온 것만은 확실히 안다.”

- JOANN MULLER 포브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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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6호 (2018.0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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