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lumn

주관과 편견 

 

노익상 한국리서치 회장·(사)대한산악구조협회 회장
창문은 열고 닫는 도구다. 그런데 열고 닫는 것 중에 어느 것에 더 중점을 두는가는 사람에 따라 다르다

친구 4명이 일본 후지산 밑 시즈오카현에서 6일을 보내고 귀국했다. 오후 3시 인천공항 도착. 워낙 친한 사이라서 그냥 헤어지기가 싫어 청계산 아래 화덕 고기집에 가서 오랜만에 김치찌개와 삼겹살을 먹고 집에 들어가기로 했다. 그런데 양 박사가 본인은 오후 4시 반에 집에서 손주를 만나기로 했다며 만나고 다시 오겠다고 한다. 저녁 6시가 넘어 그가 왔다. 집에 들어가서 손주를 만나고 집 안도 정돈하고 나오는 길이란다. “아니 그 사이에 청소를 했다고?” “응. 6일이나 그냥 두었으니까 대강 치우고 제자리에 놓을 것 놓고 왔지. 집사람은 여기저기 널려 있는 것이 아무렇지도 않은가 봐. 그냥 두고 살아. 그 사람 성품이지 뭐.”


허, 이 친구 대단하다. 하긴 그가 늘 새벽 6시에 일어나서 가장 먼저 하는 일이 진공청소기를 들고 집 안을 도는 것이라고 한 적이 있다. 40년 부부 생활에 집 안 청소를 도맡아 하는 것이 기가 찬 것이 아니다. 자기 아내를 그렇게 이해하고 투정이나 비판하지 않는 그의 너그러움에 감탄할 뿐이다. 그 아내도 대단한 사람이다. 웬만하면 “여보, 그냥 둬요. 내가 치울게요” 할 터인데, 남편의 청소 습관을 그대로 용인하고 있다니 그 또한 인자함이 아닐까? 그들은 서로를 이해한다.

창문은 열고 닫는 도구다. 그런데 열고 닫는 것 중에 어느 것에 더 중점을 두는가는 사람에 따라 다르다. 필자는 창문만 보이면 연다. 더운 날에도, 추운 날에도 사무실의 창문을 열어둔다. 퇴근해 집에 들어가면 모든 창문을 연다. 집 안 공기가 바깥 공기보다 나쁘다는 생각에서다. 그러나 창문을 보면 모조리 닫아버리는 사람도 많다. 더워서, 추워서, 위험하니까, 남이 볼까 봐, 먼지가 들어와서 창문은 닫아야 한다는 것이다.

사람들은 저마다 주관을 갖고 있다. 양 박사는 집 안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정리 정돈이란다. 정돈되지 않은 상황에서는 머리가 복잡해 아무것도 잘되지 않는다며. 그 부인은 정리 정돈에는 별 관심이 없다. 그렇다고 남편의 청소 습관이 불쾌한 것도 아니다. 남편이 청소하면 좋고, 혼자 있을 때는 정돈을 하지 않아서 편하다. 그뿐이다. 그런데 남편은 집 안의 창문을 계속 열고, 아내는 집 안의 창문을 계속 닫으면 좀 곤란하다. 서로에게 불쾌감이나 두려움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그전에 “왜 당신은 창문만 보면 열어요?”, “왜 당신은 그렇게 창문을 닫고 다녀요?”라고 서로에게 한 번 물어보면 어떨까?

사람들은 나와 다른 행동을 하는 사람들에게 부정적 편견을 갖기가 쉽다. “나는 살갗에 바람이 닿는 느낌이 좋아. 좀 춥거나 더워도.” “나는 늘 혼자 있잖아. 다들 밤늦게 들어오니까. 창문을 열면 괜히 무서워.” 이런 대화 한마디로 서로를 이해하게 된다. 사랑하게 된다. 상대방에 대한 부정적 고정관념이 안개처럼 사라진다.

- 노익상 한국리서치 회장·(사)대한산악구조협회 회장

201807호 (2018.0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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