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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열치열의 이치 

 

조운호 하이트진로음료 대표
이열치열의 이치는 인체 메커니즘뿐만 아니라 어디에든 적용할 수 있는 지혜다.

열은 열로써 다스린다는 이열치열(以熱治熱)이라는 말이 있다. 한방에서는 날씨가 더우면 몸이 차가워지고 추우면 몸이 더워지므로 더울 때는 몸속의 찬 기운을 따뜻한 음식으로 데우면 더위를 이겨낼 수 있고, 추울 때는 몸속의 더운 기운을 차가운 음식으로 식히면 추위를 이겨낼 수 있다고 한다. 양방에서는 이를 항상성(恒常性)으로 설명한다. 생체 기능이 효율적으로 수행되어 생명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체온과 PH, 각 생화학 성분을 비롯하여 그 밖의 다른 체내 환경을 항상 어떤 좁은 범위 내에서 유지하는 것이 필요하다. 더운 지역이든 추운 지역이든 인체의 심부 온도는 똑같이 37도를 유지하는 원리다.


더울 때는 땀구멍을 열어 열을 식히고 추울 때는 땀구멍을 닫아 열이 나가지 못하도록 자동으로 조절되는 것도 항상성 원리 때문이다. 또 고추처럼 매운 음식을 먹으면 인체는 혐오식품으로 인식하여 엔도르핀 같은 진통과 쾌감 호르몬을 방출한다. 매운 음식이 중독성이 있는 이유는 호르몬 영향으로 기분이 좋아지기 때문으로 볼 수 있다. 따라서 더울 때 더운 음식으로 먹으면 체내에서는 상대적으로 차가운 기운이 필요하기 때문에 열을 밖으로 내보내면서 시원해짐을 느끼는 것이다.

이열치열의 이치를 마케팅 전략에 적용할 수도 있겠다. 경쟁 제품의 세력이 강할 때는 강력하게 상대해야 한다. 보통 새로운 제품이 시장에 나와서 반응이 좋으면 미투(me-too) 제품들이 쏟아져 나온다. 필자가 출시하여 히트를 친 제품들은 어김없이 작게는 10여 개에서 많게는 40여 개의 카피 제품이 따라 나왔다. 이럴 경우 경쟁 제품을 에둘러 막기보다는 오히려 시장을 키운다고 생각하고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한다.

국내 음료시장의 경우 두세 개 대기업이 전체 시장 70~80%를 장악하는 과점 시장이라 할 수 있다. 후발 주자가 영향력 있는 신제품을 출시하면 대기업은 방어전략 차원에서 카피 제품을 출시하게 된다. 마케팅믹스 전략을 구사해서 선발 제품을 따라잡기 위한 노력은 하겠지만 여의치 않을 경우에는 ‘죽이기 작전’에 들어간다. 대표적으로 구사하는 전략이 가격 덤핑이다. 조 단위 매출의 대기업에 가격할인 비용 100억원은 판촉비 수준으로 커버되지만 중소·중견기업엔 치명적일 수 있다. 이를 극복할 수 있는 방법은 히트 제품을 계속 내는 것이다. 연이어 히트 상품을 만든다는 것이 쉽지 않은 일이겠지만 진입장벽이 높은 음료시장에 후속 제품을 성공적으로 안착시키는 데 최선의 전략이 될 것이다.

이열치열의 이치는 인체 메커니즘뿐만 아니라 어디에든 적용할 수 있는 지혜다.

- 조운호 하이트진로음료 대표

201807호 (2018.0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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