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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용남 한국레노버 대표 | “스마트 오피스 팔아요” 

 

최영진 기자
강용남 한국레노버 대표가 ‘스마트 오피스’ 전도사로 나섰다. 주 52시간 근무제 도입은 임직원이 언제 어디서나 일할 수 있는 스마트 오피스 환경이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2012년 그는 한국 지사장으로 취임했다. 전 세계 PC 사업을 이끌어가는 글로벌 기업이지만, 한국에서 인지도는 10위에 그쳤다. 한국 소비자에게 ‘중국 기업’이라는 이미지가 강했고 소비자의 주목을 끌지 못 했다. 브랜드와 기업 이미지를 끌어올리는 게 그의 중요한 역할이었다. 그가 지사장을 맡은 지 6년이 지났다. 한국에서 그 기업의 인지도는 3~4위로 껑충 뛰었다. 국내 매출은 매년 30%씩 상승했다. 6년 동안 한국 지사장으로 롱런할 수 있는 이유다. 강용남(50) 한국레노버 대표 이야기다. 레노버는 2013년 3월 홍콩 증권거래소 상장에 성공한 중국 최대의 다국적 민영 기업이다. 강 대표는 “레노버는 중국계 기업이지만, 글로벌 기업처럼 운영된다. 레노버와 같은 중국 기업은 드물다”고 자랑했다. 세계적인 IT 자문기관 가트너(Gartner)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레노버는 지난해 전 세계 PC 시장에서 점유율 20.1%를 기록해 2위를 차지했다. 1위와는 0.8%라는 근소한 차이를 나타냈다. ‘레노버=PC 제조업체’라는 이미지가 강한 이유다.

노트북으로 바꿔 이동성 보장해야

강 대표는 한국에서 레노버의 브랜드 이미지를 새롭게 쓰고 있다. ‘스마트 디바이스’를 제공하는 기업으로 자리매김하는 게 목표다. 이를 위해 강 대표가 집중하는 것은 ‘스마트 오피스 전략’이다. 그는 “레노버는 인공지능을 대표되는 스마트 디바이스를 만드는 기업”이라며 “한국 기업이 스마트 오피스 환경을 만드는 데 우리 제품이 제격이라는 것을 강조하고 있다”고 말했다. “레노버는 제조 기업이 아니다. 인공지능으로 대표되는 스마트 기술을 제품에 담는 기업”이라고 덧붙였다.

강 대표가 한국레노버의 변화를 강조하는 이유가 있다. 그는 “한국의 주 52시간 근무제는 단순한 근무시간 단축이 아니라 유연한 사무환경을 도입해야 하는 시발점”이라며 “언제 어디서나 업무를 할 수 있는 스마트 오피스를 활성화해야 할 시점이고, 화상회의 시스템이나 레노버 스마트 디스플레이 같은 기기를 도입해 기업의 IT 환경을 변화시켜야 한다”고 조언했다.

지난 4월 강 대표는 이미 ‘스마트 오피스’, ‘스마트 홈’, ‘개인형 몰입 체험 기술’ 등 5가지 핵심 트렌드가 한국의 미래를 이끌 것이라고 발표했다. 강 대표는 “해외 기업은 수평적 기업문화와 창의성을 강조하기 때문에 임직원이 꼭 사무실에서 일하지 않아도 자연스럽다”면서 “이에 반해 한국은 아직도 그렇지 못한 경우가 많은데, IT 문화만 바꿔줘도 기업의 문화가 바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가 말하는 IT 문화의 변화는 이런 것이다. 외근 중에 언제든지 노트북이나 태블릿으로 회의에 참여하는 것이다. 스마트허브나 클라우드 기반의 비즈니스 포 스카이프를 활용해 회의를 진행하면 굳이 모든 임직원이 회의실에 없어도 언제 어디서나 회의에 참여해 소통할 수 있다. 각자가 일하는 공간에서 회의에 참여하고 스마트 디스플레이를 이용해 회의 내용을 실시간으로 공유하면 회의도 빠르게 진행된다. 기업의 IT 문화만 바꿔도 스마트 오피스 전략이 가능해지는 것이다.

그가 대기업 관계자를 만나면 꼭 하는 이야기가 있다. ‘수평적인 회의 문화를 만들려면 직급 대신 영어 이름을 사용해야 한다’, ‘데스크톱 대신 노트북을 지급해서 임직원의 이동성을 보장해야 한다’, ‘화상 회의 시스템을 갖춰 언제 어디서나 회의를 열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등이다. 강 대표는 “아쉽게도 한국 기업 중 스마트 오피스 전략을 펴는 곳은 아직 5% 정도뿐”이라고 덧붙였다.

강 대표의 이야기를 듣고 몇몇 대기업은 사무실 환경을 바꿔서 좋은 효과를 보기도 했다. 그는 “S기업은 우리와 손잡고 임직원이 사용하던 데스크톱을 모두 노트북으로 바꿨다”면서 “업무 효율이 좋아지고 있다는 평가가 내부에서 나오고 있다”며 웃었다. 데스크톱을 사용했던 임직원들은 집에 가서 일을 하고 싶어도 그러지 못했다. 당연히 일을 마칠 때까지 회사에 남아 있어야만 했다. 야근이 일상이 됐던 이유다. S기업은 우선 컴퓨터를 노트북으로 교체하고 임직원들은 사무실이 아닌 곳에서 일할 수 있도록 허락했다. 임직원들은 컴퓨터 하나만 바꿨는데, 흔히 말하는 ‘워라밸(Work Life Balance)’을 실현할 수 있는 기회를 얻었다. 강 대표는 “노트북으로 바꾼 후 굳이 저녁 늦게까지 사무실에 남아 있지 않고, 집에 가서 일을 마무리하는 임직원이 늘어났다”면서 “이런 분위기가 늘면서 업무 효율성이 좋아졌다는 이야기가 나오기 시작했고, S기업의 사례처럼 우리와 손잡으려는 대기업이 늘어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가 이런 전략을 편 것은 오래된 경험 덕분이다. 2012년 10월 한국레노버 대표에 취임한 이후 강 대표도 기업문화를 바꾸기 위해 노력했다. 대표적인 게 직급을 없애고 영어 이름을 사용하기로 한 것. 그는 “창의적인 기업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수평적인 문화를 만들어야 하는데, 이를 위해서 직급을 다 없앴다”면서 “직급을 없애면 호칭이 애매해지기 때문에 임직원 모두 영어 이름을 사용하기 시작했고, 별 무리 없이 안착됐다”고 설명했다. 회사의 문화를 바꾼 후 그는 레노버의 인지도를 높이는 데 집중했다. 브랜드 가치를 높여야만 가능한 일이었다. 그는 “가장 어려웠던 일이 ‘레노버=중국 기업’이라는 이미지를 없애는 것”이라며 “중국 기업이라는 이미지를 없애기 위해 새로운 제품을 론칭할 때 독특한 행사를 많이 기획했다”며 웃었다.

이런 노력 덕분인지, 2017년 대학생이 선호하는 PC 브랜드 1위로 레노버가 꼽히기도 했다. 그는 “시간이 지나면서 중국에 대한 이미지가 좋아졌고, 지금은 중국 진출을 위해 한국레노버와 손잡고 싶다는 기업이 늘어나고 있다”며 웃었다.

강 대표는 20여 년 넘게 한국의 IT 분야에서 경력을 쌓았다. LG전자 시스템엔지니어, LG정보통신 선임연구원으로 경력을 쌓은 후 한국Dell 이사와 한국HP 상무 등을 역임했다. 한국레노버 대표로 6년 넘게 일하면서 가지고 있는 목표가 있다. 한국의 기업문화를 바꾸고 싶다는 것이다. “한국의 기업문화를 바꾸는 데 한국레노버가 앞장서고 싶다. 레노버의 스마트 디바이스는 기업문화를 바꾸는 데 좋은 도구가 될 것이다.”

- 최영진 기자 cyj73@joongang.co.kr·사진 전민규 기자

201808호 (2018.0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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