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찍이 근로자들의 복지를 책임져온 스웨덴. 지난 6월 ‘2018 대한민국 일자리 으뜸기업’으로 선정된 스웨덴 가구업체 이케아는 계약 형태, 근무 시간에 상관없이 모든 직원에게 동일한 업무 환경과 복지 혜택을 제공한다. 맞벌이 부부에게는 ‘천국’이나 다름없다.
▎이케아코리아는 복지를 보장하는 근무제를 시행하고 있다. 휴게공간(왼쪽)과 직장 어린이집 다기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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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당 16·20·25·28·32시간’. 이케아의 탄력근무제에서 선택지는 5개나 된다. 이케아는 주 40시간 근무하는 종일제와 시간제 직원으로 나뉜다. 유연한 근무 환경을 제공하는 건 많은 직원의 다양한 환경에 대응하기 위해서다. 임신, 출산, 육아, 질병 등 개인 상황에 따라 시간을 조정할 수 있도록 선택지를 늘렸다. 시간선택제는 출산·양육 부담이 생긴 직원들이 많이 선택한다. 현재 전체 1700여 명 중 약 절반이 시간선택제 직원이다.근로시간에 따른 임금에는 차이가 있지만, 4대 보험을 포함한 경력 개발 기회 등 다양한 복지 혜택은 동일하게 적용된다. 지속적인 교육 프로그램과 커리어 개발 기회를 제공해 직원들이 성장할 수 있도록 돕는다. 전 세계에 있는 이케아 리더 대부분이 파트타임 직원으로 일을 시작했다는 사실이 이를 뒷받침한다.이케아는 다양한 옵션을 제공해 가정 때문에 커리어를 포기하지 않도록 한다. 직원 개개인의 스케줄은 8~9주 단위로 확정되며, 확정 전에 직원이 희망하는 연차 사용 날짜를 확인하여 매장 상황을 고려한 후 최대한 반영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스웨덴 이케아 본사 직원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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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직장 내 어린이집 다기스(DAGIS)는 중요한 복지제도로 손꼽힌다. 다기스는 건물 1층에 있어 아이를 맡기고 데려오는 건 물론이고, 옆에서 일할 수도 있다. 어린이집은 아침 7시 30분부터 밤 10시 30분까지 운영해 업무에 지장받을 일이 전혀 없다. ‘도담도담(아이가 탈 없이 잘 자라는 모습을 뜻하는 우리말) 프로그램’은 난임 시술 휴가와 태아 건강검진 등 젊은 부부들이 육아에서 원하는 혜택들이 주기별로 담겨 있다.
여성 직원의 비율이 58.7%에 달하는 이케아는 남성 직원들을 위한 배려도 아끼지 않는다. 남성 직원은 총 30일간 배우자 출산휴가를 다녀올 수 있다. 100% 유급이다. 한국의 기업 환경에서 보기 드문 광경이다. 현재 한국 기업은 산모 곁을 지키는 남편에게 유급휴가 3일을 제공한다. 하지만 그마저도 눈치를 보는 경우가 허다했다. 지난해 고용노동부가 1000개 사업장을 조사한 결과, 남성 직원이 출산휴가를 다녀온 기업은 286곳에 그쳤다. 이케아가 한국에 상륙해 가장 놀란 것 중 하나는 시장점유율이 아니라 업무로 인해 경직된 한국 직원들이었다고 한다.
이케아코리아 관계자는 “스웨덴 본사 직원들은 가정을 포기하고 일하는 한국인을 이상하게 여긴다”고 꼬집었다. 마리아 천 HR 담당 매니저는 한 언론에서 “가정이 화목하지 못하면 장기적으로 회사 전체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아이 때문에’라는 말은 핑계가 아니라 당당히 요구할 수 있는 직원의 권리”라고 말했다.기업의 변화는 생각이 바뀌어야 이루어진다. 이케아는 다양성과 포용성을 비전으로 삼아 근무제도의 혁신을 현실화했다. 다양한 연령대의 직원들과 일할 수 있도록 정년을 65세로 연장했고, 신체장애를 겪는 사람들도 채용했다. 장애 여부에 상관없이 동료들과 어울리며 일할 수 있는 환경도 조성하고 있다.- 박지현 기자 centerpark@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