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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신한 상황에서 투자 유치 성사9월 초 링크샵스는 알토스벤처스, 테크톤벤처스, KT인베스트먼트 등 9개 VC로부터 115억원을 투자 유치했다고 발표했다. 스타트업계에서 하반기에 나온 대규모 투자 유치 소식이다. 서 대표가 2012년 7월 링크샵스를 창업한 후 지금까지 누적 투자 유치 금액은 155억원이다.서 대표는 지난해부터 시리즈 B 투자 유치를 준비했다. 해외 진출, 특히 중국 시장에 진출하기 위해서다. 그는 창업 후 내수 시장을 키우는 데 집중했다. 2016년 12월 연 거래액 300억원을 돌파했고, 올해 초부터 월 거래액이 100억원을 넘는 성장을 이어나갔다. 거래액의 90% 이상이 내수 시장에서 나오고 있다. 나머지 10% 정도가 중국, 홍콩, 마카오 등지에서 나오는 셈이다. 서 대표는 “월 거래액이 100억원을 넘었으니 이제는 해외 진출을 준비할 때라고 생각했고, 이를 위해서 투자 유치가 필요했다”고 설명했다.이번 투자 유치 과정은 서 대표에게 힘겨운 일이었다. 임신을 한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서 대표를 만난 심사역은 “대표님 괜찮아요?”라는 말을 가장 많이 할 정도였다고. 그는 “내가 임신한 상황인데도 9개 VC가 투자에 참여해준 것은 우리를 믿어준 덕분”이라고 설명했다.9개 VC가 링크샵스 투자에 동참한 이유는 성장 가능성과 동대문 의류 도매상의 시장 규모가 크기 때문이다. 서 대표는 “동대문 B2B 시장 규모는 연간 10조원을 넘을 것”이라며 “시장 규모가 크기 때문에 대기업도 진출하려고 했지만, 동대문 도매 시장 시스템을 알지 못하면 도전이 쉽지 않다”고 강조했다. 링크샵스는 복잡한 시스템에 현금 거래를 선호하는 동대문 B2B 시장을 온라인 플랫폼으로 끌어들이는 데 성공했다. 직접 도매상을 경험하면서 쌓은 서 대표의 노하우 덕분이다.호텔리어가 되고 싶었던 서 대표는 우연한 기회에 도매 시장을 경험했다. 2001년 20살 나이에 호텔리어가 되기 위해 미국 라스베이거스 네바다주립대학 호텔경영학과에 진학하기로 했다. 입학을 하기까지 남은 시간에 영어를 배우기 위해 파트타이머로 일했는데, 큰 교통사고를 당해 입학하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했다. 학교는 등록금 3만 달러를 돌려줬는데, 그는 다음 학기를 기다리는 대신 한국에서 네일 관련 상품을 수입해 파는 일에 도전했다고 한다. 사업 수완이 좋았던 덕분인지, 그가 운영하는 매점은 30여 개로 늘어났다. 규모가 커지면서 도매 사업에 뛰어들기도 했다.유학생 신분이라는 점 때문에 사업을 계속하는 게 힘들었고, 여러 가지 상황을 고려해 2008년 귀국을 결심했다. 한국에 돌아와 직접 동대문 도매상이 됐다. 이때 경험으로 쌓은 노하우와 바이어, 도매상이 그의 소중한 네트워크가 됐다. 2012년 7월 에이프릴(현 링크샵스)을 창업했고, 도매상을 하면서 만난 이들이 링크샵스의 고객이 됐다.
현금 거래 위주의 동대문 도매 시스템 바꿔링크샵스는 단순히 플랫폼만 제공하는 게 아니다. 상품 촬영과 업로드, 주문 및 배송 등 도매업체의 운영을 대행해주고 있다. 정산에 어려움을 겪는 도매상과 바이어를 위해서 주문관리나 세금관리 등 여러 서비스를 대행해준다. 쉽게 말해 도매상과 바이어는 상품 매매에만 집중하고, 그 외 모든 일은 링크샵스에서 진행해주는 형태다. 서 대표는 “링크샵스는 도매상에 온라인 판로를 열어줬고, 소매상에는 배송 대행, 결제 및 세금계산서 처리 등을 모두 제공해주고 있다”면서 “2015년 말 700여 개 도매상이 입점했는데, 올해 9월 현재 7000여 곳으로 늘어났다”고 자랑했다. 3년 만에 입점 업체가 10배로 늘어난 셈이다.링크샵스의 비즈니스 모델은 도매상과 바이어로부터 수수료를 받는 것이다. 하반기에는 광고와 멤버십 등의 서비스를 마련해 비즈니스 모델을 확대할 계획이다.서 대표가 요즘 고민하는 것은 조직관리다. 어느덧 링크샵스 임직원이 80여 명이 넘어섰기 때문이다. 그는 “얼마 전 인사부에 ‘피플팀’이라는 조직을 만들었다. 임직원의 복지를 고민하는 전담팀”이라며 “구성원들이 회사에 만족감을 느낄 수 있는 혜택을 많이 마련하고 있다”고 자랑했다.그에게 여성 창업가로 살아가는 장단점을 물었다. “여성 창업가라고 해서 혜택은 그리 많은 것 같지 않다”고 말했다. 대신 어려운 점을 토로했다. “아직까지 우리 사회에는 아이는 여성이 키워야 한다는 생각이 있고, 두 아이의 엄마로서 누군가의 도움을 받지 않고는 아이를 키우기 힘들다는 점이 가장 어렵다”며 “아이 아빠들도 이런 사실을 느껴야 하고, 사회 인식도 바뀌어야 할 것”이라고 토로했다.- 최영진 기자 cyj73@joongang.co.kr·사진 전민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