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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계 ‘빅 4’의 미래] 이재용·정의선·최태원·구광모가 가야할 길 

 

조득진 기자
4차 산업혁명의 소용돌이 속에서 과거와는 전혀 다른 경쟁을 벌어야 한다. 치열한 글로벌 경쟁 속에서 선대로부터 물려받은 기업을 어떻게 생존시킬 것이냐, 진화시킬 것이냐는 그들의 선택과 집중에서 나올 수밖에 없다.

최근 재계 안팎에선 한국의 주력산업이 ‘신(新) 샌드위치’ 신세가 됐다는 진단이 나온다. 글로벌 하이테크 기업들과 중국 등 신흥국 사이에서 길을 잃었다는 평가다. 삼성은 위로는 100억 달러의 기업가치와 단단한 고객층을 갖춘 애플과, 아래로는 빠른 글로벌화를 보이고 있는 중국 브랜드들과 치열한 경쟁을 펼치고 있다.

자동차 산업은 ‘엎친데 덮친 꼴’이다. 생산은 급감하고 미국의 관세폭탄 위협까지 거세졌다. 국내 생산량이 10년 전 수준으로 돌아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자동차산업은 수많은 밴더(협력사)를 두고 있어 우리 산업계 전반에 줄 타격이 만만치 않다. 이미 국내 중견 부품사 100개사 중 80여개사의 상반기 평균 영업이익이 반 토막 났다. 구글, 애플 등 첨단 IT기업들까지 시장에 뛰어들면서 자율주행차와 배터리차량, 수소차량 등 미래시장 주도권을 잡기 위해 사활을 벌이고 있다.

한국경제의 엔진으로 불리는 반도체 산업을 두고 고점 논란이 거세게 일면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도 대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산업부에 따르면 8월 전체 수출에서 반도체가 차지하는 비중은 22.5%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포스트 반도체’가 필요한 시점이다.

‘변해야 산다’. 국내 재계를 대표하는 삼성, 현대차, SK, LG 등 4대 그룹의 변화 몸부림이 치열하다. 가장 선두엔 오너가 출신의 최고경영자들이 섰다. “토요타나 스타벅스 사례에서 볼 수 있듯이 위기 상황에서는 전문 경영인보다 오너 경영이 더 효과적”이라는 명분으로 경영 전면에 등장했다. 위기에는 조직을 장악해 분열을 막아야 하는데, 이는 전문경영인보다 오너체제가 더 유리하다는 것이다.

4대 그룹을 이끄는 ‘간판’은 젊어졌다. 지난 6월 구광모 LG 회장 취임에 이어 9월 14일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이 현대차그룹 총괄 수석부회장으로 승진했다. 구광모 회장은 41세(1978년생), 정의선 수석부회장은 49세,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51세다. 최태원 SK 회장은 1960년생으로 59세다. 재계 안팎에서 ‘새로운 혁신’을 기대하는 이유다.

하지만 이들은 4차 산업혁명의 소용돌이 속에서 과거와는 전혀 다른 경쟁을 벌어야 한다. 치열한 글로벌 경쟁 속에서 선대로부터 물려받은 기업을 어떻게 생존시킬 것이냐, 진화시킬 것이냐는 그들의 선택과 집중에서 나올 수밖에 없다. 미국 하버드대 경영대학원의 클레이튼 크리스텐슨 교수는 저서 『혁신자의 딜레마』에서 세계적 우량기업이 시장지배력을 잃는 원인을 분석하면서 “‘달콤한 관성’의 틀에서 벗어나 새로운 게임의 룰을 받아들이고 끊임없이 ‘파괴적 혁신’을 일궈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성장동력 발굴 위해 M&A 나설 듯


새롭게 진용이 꾸려진 4대 그룹의 핵심 과제는 신성장동력 발굴이다. 4차 산업혁명으로 산업의 지형도가 바뀌고 미·중 간 통상분쟁 등 글로벌 환경도 녹록치 않다. 기존 산업만 믿고 있다가는 빠르게 치고 나오는 중국을 당해 내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산업의 패러다임을 바꾸고 미래 경쟁력을 확보할 사업 발굴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가 됐다.

이재용 부회장은 최근 ‘4대 미래 성장 사업’으로 인공지능(AI)·5G·바이오·반도체를 지목했다. 앞서 삼성그룹은 지난 2010년 그룹 5대 신수종 사업으로 태양광·자동차용전지·LED·헬스케어·바이오사업을 선정했다. 이 부회장은 최근 AI를 삼성전자의 ‘간판 사업’으로 전면배치하며 공을 들이고 있다. 그룹 계열사의 관련 인프라와 기술력을 활용해 글로벌 주도권을 확보하겠다는 전략이다. 삼성전자는 최근 영국, 러시아 등 5개국에 AI 연구센터 설립하는 한편 2020년까지 연구인력 1000명까지 확대할 예정이다.

새롭게 현대차그룹 전반을 담당하게 된 정의선 수석부회장은 지난 9월 7일 인도 뉴델리에서 열린 ‘무브(MOVE) 글로벌 모빌리티 서밋’에 기조연설자로 참석해 “현대차를 자동차 제조업체가 아닌 스마트 모빌리티 솔루션 제공 업체로 적극적으로 바꿔나가겠다”고 밝혔다. 단순히 자동차를 제조해 판매하는 것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자동차와 관련한 다양한 서비스까지 제공하는 회사가 되겠다는 것이다. 현대차그룹은 최근 전 세계 주요 모빌리티 서비스 업체에 잇달아 투자하고 있다.

1998년부터 그룹을 이끌고 있는 최태원 회장은 끊임없이 미래 비전에 대한 화두를 그룹에 던지고 있다. 최근 새로운 경영 방향으로 강조하고 있는 ‘딥 체인지(근본적 변화)’와 관련해 “일하는 방식의 변화에 대한 필요성은 모두 이해하고 있다. 이제는 그 방법을 찾을 때”라고 강조했다. 최 회장은 반도체를 중심으로 바이오, 에너지 등의 사업 경쟁력 강화와 신성장동력 확보를 위한 ‘글로벌 파트너링’ 및 M&A에 적극 나서고 있다.

지난 6월 LG 대표이사 회장에 취임한 구광모 회장은 첫 현장 방문지로 LG의 ‘미래 심장’인 LG사이언스파크를 찾았다. LG그룹이 미래 먹거리로 지목한 AI, 로봇, 자동차 전장 등에서 사업 주도권을 쥐기 위한 구 회장의 의지가 반영된 것이다. 그는 이 자리에서 “LG 힘의 원천인 R&D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 그 중요성이 더욱 커질 것”이라며 “LG의 혁신 에너지인 개방형 혁신을 글로벌 선도기업과 보다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전장 디스플레이 AI 빅데이터에 대한 R&D에 힘써달라”고 강조했다.

이들은 신 성장동력을 발굴하기 위해 적극적인 인수합병(M&A)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실탄으로 활용할 이익잉여금이 탄탄하기 때문이다. 올해 6월 말 기준 SK그룹 상장사 이익잉여금은 총 70조4709억원으로 1년 전 52조4197억원에 비해 34% 늘었다. LG그룹의 이익 잉여금은 28조2354억원에서 32조8036억원으로 16%늘었다. 삼성그룹 이익잉여금 역시 160조3557억원에서 181조3997억원으로 13% 증가했다. 현대차그룹은 109조9212억원에서 113조1563억원으로 소폭 상승했다.

포괄적 리더십이 기업 살린다


▎지난 9월 20일 문재인 대통령과 함께 방북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오른쪽부터), 이재웅 쏘카 대표, 구광모 LG회장, 최태원 SK 회장, 박용만 대한상의 회장, 김용환 현대·기아차 부회장 등이 백두산 천지를 배경으로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한국기업의 지배구조와 혁신』의 저자 김화진 서울대 로스쿨 교수는 “경영권과 리더십은 오너 개인의 지분에서 나오는 게 아니다. 기업을 그물처럼 촘촘하게 엮고 있는 법률적, 사회적 계약의 총체와 경영자가 창출하는 사회적 역량에서 나온다”고 말했다. 지분을 늘려 경영권을 승계하려고 불필요한 ‘일감 몰아주기’ 의혹 등을 사기보다는 어떤 정체성을 가지는 기업으로 자리매김할지 분명히 하는 게 시급하다는 조언이다.

오너 3~4세 경영인들의 조직혁신도 중요하다. 윤종구 이화여대 경영학과 교수는 “새로운 오너 경영인은 혈연이나 줄서기를 극복하고 회사에 기여하는 모든 사람들을 진정한 가족 구성원으로 포함시키는 포괄적 리더십을 발휘하느냐에 조직의 운명이 좌우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상향식 기업문화 구축도 젊은 총수들의 성패를 가를 중요 열쇠다. 이경전 경희대 경영학과 교수는 “오너 경영인들은 자기가 틀릴 수도 있다는 걸 인정해야 한다. 애플이 스티브 잡스의 반대에도 앱스토어를 성공시킨 건 상향식 문화를 잘 만들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 조득진 기자 chodj21@joongang.co.kr

[박스기사] 글로벌 일류기업 CEO의 경영철학은




- 김민수 기자 kim.minsu2@joongang.co.kr

201811호 (2018.1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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