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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괄 수석부회장의 무게 

현대자동차그룹 총괄 수석부회장으로 승진하며 경영 전면에 나선 정의선 수석부회장의 어깨가 무겁다. 

김영문 기자

▎2016년 1월 1일 (현지시각) 미국 디트로이트 모터쇼에서 제네시스 브랜드 전략과 방향성을 발표하고 있는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 / 사진:현대자동차
9월 정의선(48) 현대자동차 부회장이 그룹 총괄 수석부회장으로 승진했다. 현대차 관계자는 “수석부회장은 그룹의 중요한 사안을 정리해서 정 회장에게 전달하는 통로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며 선을 그었지만, 기존보다 그룹 내 비중이 훨씬 커진 것만은 분명하다 .

연말 정기 인사를 두 달여 앞두고 정 부회장의 갑작스런 승진 배경을 놓고 여러 시각이 엇갈린다. 분명한 점은 지난해부터 불거진 현대·기아차를 둘러싼 위기설이 가라앉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미·중 무역전쟁의 유탄으로 중국 시장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데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의 여파로 최대 25% 고율의 관세 부과 여부가 여전히 불투명하기 때문이다. 그룹 지배구조 개편도 서둘러야 하지만, 한 발짝 앞으로 나아가는 것도 만만치 않다. 이렇게 눈에 보이는 난관보다 더 엄중한 것은 국내 자산 규모 2위의 현대차그룹을 이끌 만한 경영 역량을 확실히 발휘해야 한다는 것이다.

글로벌 경영환경의 악화는 정 부회장의 노력만으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지만 리스크는 최소화해야 한다. 윌버 로스 미 상무부장관 등을 만나 관세 문제를 논의하려고 미국을 방문한 정 부회장은 9월 평양 남북 정상회담을 위해 문재인 대통령과 함께 방북했던 특별 수행원 명단에서 빠졌다. 4대 그룹 총수 중 정의선 수석부회장만 빠질 정도로 발로 뛰고 있는 것이다.

글로벌 사모펀드 엘리엇의 반대로 무산된 지배구조 개편은 향후 안정적인 그룹 경영을 위한 필수 과제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일감 몰아주기 규제 강화(총수 일가 지분 30% 이상→20% 이상) 방안을 추진함에 따라 일감몰아주기 규제 대응책 마련과 지배구조 개편을 동시에 추진해야 한다.

그룹 지배구조의 핵심 키인 현대글로비스(이하 글로비스) 지분 23.29%를 정 부회장이 보유하고 있다. 정몽구 회장 지분을 더하면 이들이 보유한 지분은 30%다. 이를 해소하기 위해 지난 3월 현대모비스의 AS·모듈 부문과 글로비스를 합병하는 한편 현대모비스 존속법인을 그룹 지배회사로 두는 개편안을 내놨지만 엘리엇의 반대로 뜻을 이루지 못했다.

산적한 문제 해결 할 리더십 발휘해야

글로비스는 정 수석부회장의 그룹 지배력을 높여온 ‘일등 공신’이자, 아킬레스건이기도 하다. ‘편법 상속’이라는 사회 여론에 시달려왔기 때문이다. 2001년 정 수석부회장은 30억원을 투자해 글로비스 지분 59.85%를 확보했다. 글로비스는 16년 만에 연매출 16조3583억원(2017년 결산 기준), 시가총액 4조6648억원(2018년 9월 19일 종가 기준) 기업으로 성장했다. 그 과정에서 정 수석부회장은 지분 일부 매각과 배당 등으로 1조2000억원(2004년 850억원, 2015년 9937억원-2015년 1월 2일 종가 기준, 2013년~2017년 현금배당 1500억원)을 벌었다. 여기에 현 지분가치를 시장가치로 따져보면 1조1048억원이다. 둘을 합하면 2조3000억원이 넘는다. 2001년 30억원을 투자해 18년 만에 700배 이상 수익을 낸 셈이다. 증권업계 한 관계자는 “공정거래위의 개정안이 통과되면 정 회장과 정 수석부회장이 덜어내야 할 글로비스 지분은 10%에 가깝다”며 “만약 엘리엇이 반대해 무산됐지만 개편안에 따랐다면 글로비스의 총수 일가 지분은 15.8%로 낮출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런 과정을 통해 성장한 기업은 글로비스뿐만 아니다. 엠코(현 현대엔지니어링), 본텍(현 현대오토넷), 이노션, 현대오토에버 등이 비상장회사로 출발해 회사 설립 초기부터 오너 일가가 지분을 대량 보유했고, 그룹사 내 안정적인 일감으로 성장한 곳이다. 물론 공정위 개정안도 다른 경제 현안 법안처럼 여야의 치열한 공방전을 앞두고 있다. 국회 문턱을 쉽게 넘진 못하겠지만, 현대차그룹을 향한 지배구조 개편 압박은 한층 더 거세질 게 분명하다.

이보다 더 중요한 문제는 정 수석부회장의 리더십이다. 세계 자동차업계는 자율주행차, 전기차 등으로 혁명에 가까운 변화를 겪고 있다. GM, 포드 등 미국차와 도요타로 대표되는 일본차는 고속 성장 과정에서 큰 위기를 겪었고, 우여곡절 끝에 기사회생했다. 폴크스바겐, 아우디 등 독일차의 위기는 현재진행형이다. 현대·기아차도 예외일 수 없다.

미국·중국을 중심으로 한 글로벌 시장에서의 판매 부진이 심각하다. 다수의 전문가가 꼽은 판매 부진의 이유는 ▶중국의 사드 보복 ▶제네시스 브랜드 정착 미비 ▶SUV 등 인기차종 라인업 부족 ▶중국 토종 브랜드 성장 등 크게 4가지다. 특히 중국 시장에서 현대·기아차 점유율은 2012년 10.5%를 고점으로 계속 하락해 지난해엔 5% 선까지 떨어져 반토막이 났다. 베이징현대만 따로 떼어낸 점유율은 2.7%에 그쳤다.

현대차그룹이 야심 차게 미는 고급차 브랜드 제네시스의 미국 시장 판매량도 급감했다. 미국 오토모티브 뉴스에 따르면 올 1~8월 미국 시장 판매량은 8490대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0% 가까이 빠졌다. 한 달치만 보면 70% 가까이 줄었다. 현대차 관계자는 “현지 판매망 전환에 따른 일시적인 문제”라고 밝혔지만 동의하는 업계 관계자는 많지 않다. 중국 시장을 공략하고, 미국 시장에서 제네시스로 고급화 이미지를 구축한다는 전략이 현 시점에서 예상과 다르게 고전하고 있는 것이다.

당장 눈앞에 닥친 문제 해결과 더불어 미래차 산업에 대한 선도적인 준비도 정 부회장의 어깨 위의 짐이다. 전기차, 자율주행차 등 미래차는 기업의 존폐를 가르는 숙명 같은 과제다. 산적한 중단기 과제를 얼마나 빨리 효율적으로 해결하고 현대·기아차가 100년 기업으로 가느냐는 오로지 지난 20년간 현장에서 갈고 닦은 정수석부회장의 리더십에 달렸다.

- 김영문 기자 ymk0806@joongang.co.kr

201810호 (2018.0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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