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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룡 두산 베어스 단장 인터뷰 

구단 가치 커지는 비결 “지원하되 간섭하지 않는다” 

정영재 중앙일보 스포츠선임기자
2018년 프로야구 KBO 리그는 두산 베어스가 지배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4월 7일 선두에 오른 이후 단 한 번도 왕좌를 내주지 않았다. 구단 가치까지 1위를 지켜낸 비결, 김태룡 단장을 만나 들어봤다.

▎4월 1일 잠실경기장 내 두산베어스 사무실에서 만난 김태룡 단장은 야구선수로 활약하다 구단에 입사해 단장까지 오른 드문 경력의 소유자다. / 사진:구단 제공
“두산 베어스가 포브스코리아 프로야구단 가치평가에서 4년 연속 1위를 했다니 뿌듯하고 자랑스럽다. 두산의 투철한 승부 근성, 팬을 최우선으로 모시는 서비스 마인드가 좋은 평가 결과로 이어진 것 같다. 올 시즌도 12경기를 남기고 페넌트레이스 1위를 확정했다. 구단 가치에서 가장 중요한 건 꾸준히 좋은 성적을 내는 게 아닌가 싶다.”

김태룡(59) 두산 베어스 야구단장은 29년째 야구단 프런트를 지키고 있는 터줏대감이다. 부산고-동아대에서 선수로 활약한 김 단장은 1990년 OB베어스(두산베어스 전신) 운영팀장으로 입사해 부장, 이사를 거쳐 2011년부터 8년째 단장을 맡고 있다. 김 단장은 엘리트 선수 경험과 프런트 실무를 조화시키며 ‘선수 출신 단장이 다르다’는 평가를 받았다. 요즘은 프로야구단에서 선수 출신 아닌 단장을 찾기가 힘들 정도다.

4년 연속 한국시리즈에 진출했다. 이번 시즌에 이렇게 수월하게 1위를 할 걸로 예상했나?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시범경기 끝나고 나서 내부 전력 분석요원 자료에서는 1위 KIA, 2위 SK 순으로 나왔다. 우리는 LG보다 아래인 5위 정도 전력으로 분류됐다. 김태형 감독도 우리가 이렇게 잘할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고 했다. 김현수(LG)ㆍ민병헌(롯데) 등이 이적하고 니퍼트(투수) 등 외국인 선수 3명을 싹 바꾸면서 모험을 했는데 뜻밖에 우리가 독주했다.

주요 부서 팀장 20년 이상 한솥밥

두산은 ‘화수분 야구’라는 별명이 붙을 정도로 팜(Farmㆍ2군)에서 선수를 키워내는 시스템이 잘돼 있다. 이제는 이런 시스템이 자연스럽게 돌아가는 느낌이 드는데.

투수 쪽에서 박치국ㆍ함덕주ㆍ이영하 등이 괄목할 만한 성장을 이뤘다. 타격 쪽에선 뛰어난 신인이 나오지 않았다. 우리가 매년 좋은 성적을 거두다 보니 드래프트(신인선수 추첨) 후순위로 밀려 좋은 자원을 뽑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이천(두산 2군 훈련장이 있는 곳)에 가서 보면 한숨이 나올 때도 있다. 그렇지만 우리만의 독특한 노하우로 이를 극복해나간다.

그 노하우를 살짝 공개할 수 있나?

이번 아시안게임에서도 문제가 됐지만 각 구단은 주전 선수들의 군 입대로 인한 공백 때문에 어려움을 겪는다. 우리는 군 로테이션에서 펑크가 나지 않도록 신경을 많이 쓴다. 특정 포지션에 1군 자원이 넉넉할 때는 2군에 잡아놓지 않고 미리 군대에 보낸다. 포수의 경우 양의지-최재원-박세혁이 순서대로 갔다오면서 공백을 없앴다.

두산이 강한 건 프런트가 강해서다. 김 단장을 필두로 선수단 운영ㆍ마케팅ㆍ홍보 등 각 부서 팀장들은 모두 20년 이상 두산 베어스에서 한솥밥을 먹은 베테랑들이다. 김 단장은 “이들은 문제를 손에 다 넣고 있다. 어떤 돌발 상황이 생겨도 오래 끌지 않고 해결하는 능력이 있다”고 말했다.

마케팅 얘기를 해보자. 두산만의 독특한 시스템이 있나?

우리 팬의 특징은 젊다는 거다. 여성ㆍ어린이ㆍ가족 팬도 많다. 이들은 유니폼ㆍ굿즈(goods)도 스페셜 에디션, 리미티드 에디션을 좋아한다. 얼마 전 일본 프로야구 니혼햄 관계자들이 와서 ‘여성 팬이 왜 이리 많냐?’며 놀란 적이 있다. 우리는 유니폼을 만들 때 여성용은 허리를 약간 들어가게 해 라인이 돋보이게 한다. 이런 작은 것들이 모여 충성 팬을 만든다. 주중엔 여성과 직장인, 주말엔 가족과 어린이 중심으로 이벤트와 마케팅을 차별화한다. 주중 경기는 외야석에 한해 일찍 예매하면 파격적으로 할인해주는 얼리버드 예매 등도 시행하고 있다. 한번 야구장에 발을 들이면 경기도 보고, 치맥 먹고, 신나게 응원하는 분위기에 젖어 금방 야구팬이 된다.

두산 베어스는 홍보도 남다르다고 하던데.

요즘은 유튜브가 대세다. 우리는 베어스포티비(BearSpotv)라는 유튜브 채널을 운영한다. 구독자 수, 뷰(View) 수는 10개 구단 중 우리가 압도적이다. 영상한 개가 올라오면 8만5000뷰는 기본이다. 10만 뷰를 넘기는 경우도 많다. TV 중계에서 볼 수 없는 로커 룸ㆍ연습장 풍경, 경기 전 인터뷰 등을 올린다. 기존 미디어가 건드릴 수 없는 영상에 젊은 팬들이 열광한다. 물론 기존 미디어와 충돌하지 않도록 조심한다.

여성용 유니폼은 허리 잘록하게 만들어

광고 수입은 어떻게 되나?

경기장 광고에서 가장 핫한 곳이 포수 뒤 A보드와 외야 펜스다. 그런데 잠실야구장이 서울시 소유라 잠실을 홈으로 쓰는 우리와 LG트윈스는 각각 3억원 정도밖에 가져가지 못한다. 100억원 넘는 돈이 서울시로 들어간다. 말 그대로 ‘재주만 곰이 넘는’ 형국이다. 그래서 선수단 유니폼ㆍ모자ㆍ헬멧 등에 광고를 붙인다. 그동안 지저분하다고 해서 안 붙였는데 지금은 살아남을 방법이 그것밖에 없다. 프로야구 전체적으로 모기업이 지원을 줄이고 야구단의 독자 생존을 요구하는 상황이니까. 우리 그룹의 주력 업종은 소비재가 아니라서 광고할 게 거의 없다. 그래서 일반 소비재 제품이나 금융권을 뚫었다. 팀 성적이 꾸준히 잘 나와서 광고는 잘 붙는 편이다.

야구장 안에서 맥주도 파나?

알코올 농도 5%를 넘지 않는 맥주를 종이컵에 담아 판다. 맥주통을 들고 돌아다니며 따라주는 맥주 보이도 있다. 예전에는 야구장에서 먹을 수 있는 게 김밥ㆍ치킨ㆍ햄버거 정도였지만 지금은 메뉴가 엄청나게 늘었다. 곱창ㆍ꼬치에 삼겹살까지 판다. 객단가(관중 1명이 야구장에 와서 쓰는 돈)가 2000년대 초반 5000원대에서 지금은 1만3000원 정도로 늘었다. 순수 입장권 판매액만 집계한 거다. 식음료 등을 포함하면 훨씬 높다.

김 단장은 ‘프로야구단의 자생력’ 얘기가 나오자 표정이 어두워졌다. “구단 소유 야구장이 없는 상태에서 자생력을 갖기는 너무나 힘들다. 가장 중요한 게 경기력이다. 지더라도 내일 또 와야지 하는 경기를 보여주고, 일본의 오타니 같은 슈퍼스타가 나와야 한다”고 말한 김 단장은 “야구단 구단주인 두산그룹 박정원 회장님의 야구 사랑이 광적이다. 야구 지식도 전문가 수준이다. 지원하되 간섭하지 않고, 현장의 전문가를 믿어주는 게 두산의 강점이고, 그게 꾸준히 좋은 성적을 내고 구단 가치가 커지는 비결인 것 같다”고 덧붙였다.

- 정영재 중앙일보 스포츠선임기자(스포츠산업경영 박사) jerry@joongang.co.kr

201811호 (2018.1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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