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People

Home>포브스>CEO&People

[에스.티. 듀퐁클래식에 새긴 그의 스토리] 최영훈 

인생 2막, 덕후질에서 길을 찾다 

대담 송길영
#덕후질에서 길 찾기. 최영훈 프레임몬타나(frame montana) 대표가 소셜미디어 플랫폼 인스타그램에 사진과 글을 게시하면서 꾸준히 사용해온 해시태그다. 2년 전 안경을 만들어 팔겠다고 공언하면서다. 덕후질에서 길을 찾은 그를 송길영 부사장이 만났다.

▎서울 논현동에 있는 STUDIO AFRO에서 만난 최영훈 프레임몬타나 대표. / 사진:S.T.듀퐁클래식 제공
송길영: 브랜드를 본인의 이름으로 만들었다.

최영훈: 모든 사람이 나를 몬타나로 안다. 자연스럽게 브랜드가 됐다. 프레임몬타나에서 중요한 종이안경도 플레이스펙스 몬타나다. 의도한 건 아니지만 몬타나 라인업이 만들어지고 있다.

송길영: 몬타나는 어떻게 인식되길 바라나?

최영훈: 가치. 가격에 합당한 가치가 중요하다. 추가한다면 클래식, 빈티지 정도다. 내겐 그게 가장 아름답게 느껴진다.

송길영: 취향을 가졌다는 건 그럴 만한 환경, 관심 또는 소양이 뒷받침돼야 하는 거 아닌가?

최영훈: 취향은 어느 정도 타고나는 것 같다. 다만 혼자 완성하지 못한다는 점이 중요하다. 난 큰 그림은 잘 보는데 디테일에 약하다. 내 주변에 있는 사람들은 서로 보완해주는 관계다. 가족이 대표적인데 의견을 많이 듣는 편이다.

송길영: 왜 안경인가?

최영훈: 다들 어렸을 때 부모님이 하는 말을 듣고 자라지 않았나. 나 역시 “대기업 가서 사장 돼”라는 부모님 말씀대로 살았다. 그러다 ‘이게 내 삶이 아닌데’라는 생각이 들면서 회의에 빠졌다. 행복하지 않더라. 내가 잘할 수 있는 일 중에 위험이 낮은 걸 찾았다. 돈을 못 버는 사업은 나쁜 사업이다. 옷은 재고가 많이 쌓이니 제외했다.(웃음) 안경이 매력적이더라.

송길영: 안경이 아니라도 무방한 거였나?

최영훈: 그렇진 않다. 다만 시작했으니 끝을 보고 싶었다.

송길영: 안경은 어디서 만드나?

최영훈: 일본 후쿠이현에 있는 공방에서 만드는데, 50년 정도 된 곳이다. 후쿠이현은 세계 최고의 안경이 만들어지는 곳 중 하나다. 기획, 디자인, 재질 결정은 내가 하되 제작은 공방에 맡기는 식이다. 장인들이 일일이 수작업으로 만든다.

송길영: 장인들 이야기를 하시니 구두 거리로 유명한 서울 성수동이 생각난다. 수십만원짜리 구두 하나를 제작하는 데 공임이 1만원이 안 된다 하더라. 일부에선 유통과정에서 드는 돈이 많아 원가 비중을 높이기 어렵다며 공임을 올릴 수 없다는 말도 한다던데 안경 제작은 어떤가? 합리적인 가격 책정이 쉽지 않을 것 같은데.

최영훈: 안경 제작이 단순해 보이지만 제작 옵션만 20가지가 넘는다. 좋은 옵션을 택했더니 처음 계획했던 것보다 원가가 2배가량 올랐다. 여기에 백화점이나 안경점에서 팔 경우 20~50% 정도 수수료를 지불해야 하고. ‘좋은 퀄리티를 저렴하게 팔겠다’고 인친(인스타 친구)들에게 말했기 때문에 오프라인 판매는 포기하고 온라인 직접 판매 방식을 택했다. 온라인 판매의 한계를 보완하다 종이안경도 생각해냈다. 하지만 글로벌 시장에선 상식적 수준에서 좀 더 높은 가격을 받을 생각이다.

송길영: 안경에도 도(道)가 있는 것 같다. 그 차이를 소비자가 인식할 수 있나?

최영훈: 안경을 써본 사람은 안다. 지금 내가 착용한 안경은 1950년대 만들어진 프랑스 빈티지 제품이다. 좀 안 맞아도 구부리고 만져서 사용한다. 이렇게 사용하면서 안경에 담긴 가치와 차이를 발견하게 된다. 론칭한 지 오래되진 않았지만 온라인몰 특성인 반품률이 상대적으로 매우 낮다는 점으로 ‘차이’를 설명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송길영: 온라인 판매로 데이터가 모였을 텐데, 새롭게 발견한 점은?

최영훈: 우선 사이즈 때문에 반품하는 경우가 잦더라. 한국 사람은 너무 큰 안경을 착용한다. 얼굴과 테가 직각이 돼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내 생각은 다르다. 좀 더 작게 쓰면 더 예쁘다. 그리고 재구매율이 높다는 점도 고무적이다.

송길영: 특별히 마케팅은 안 하는 걸로 안다.

최영훈: 마케팅에 드는 비용을 우편비로 사용하고 있다. 회원 가입을 하면 종이안경을 보내는데 이미 1만5000개 넘게 보냈다.

송길영: 데이터 마이닝 기법으로 고객을 분석하는 다이렉트 마케팅이 나온 과정과 비슷하다. 미국에서 우편물(DM)을 누구에게 무엇을 보낼지 성, 연령, 지역, 인종 등으로 추리는 과정에서 데이터 마이닝이 발전했다. 일본에서 신체 사이즈 측정용 보디슈트인 조조 슈트(ZOZO SUIT)를 보내주는데 종이안경 아이디어는 그 경우와 비슷하다.

대표가 하시는 일은 21세기형 마케팅이다. 개인이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자연스럽게 브랜드가 됐다. 페이스북, 인스타그램과 같은 소셜네트워크가 있기에 가능한 일인 것 같다. 과거엔 블로그에서 팔았는데 이제는 인스타그램에 장터가 열렸다. 장점은 인물과 제품의 일체화가 수월해 메시지 전달이 쉽다는 점이고 단점은 오너리스크가 발생할 수 있고 비슷한 시도가 많아지면 희소성이 점점 떨어진다는 점이다.


▎송길영 부사장(우)은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자연스레 개인이 브랜드가 됐다”고 했고 최영훈 대표는 “내 취향과 가치에 몰두했다”고 답했다. / 사진:S.T.듀퐁클래식 제공
최영훈: 난 15년간 컨설팅 회사에 다녔지만 마케팅 프로젝트는 해보지 못했다. 몬타나의 경우 하버드비즈니스리뷰의 케이스 스터디 못지않다고 생각한다. 일단 시작했으니 성공시켜야 하니까 내가 할 수 있는 걸 다 했고 시나리오처럼 맞아떨어졌다. 의도한 건 아니고 우연한 결과다.

송길영: 대표가 2030 세대뿐 아니라 나이가 든 사람들에게 희망이 될 수도 있겠다. 벤처 창업인들이 참여하는 오디션 프로그램에서 심사를 한 경험이 있는데 중장년층 창업가에게는 젊은이에게 주어진 것보다 기회가 적더라. 대표의 경우처럼 스스로 창업해 린스타트업 케이스를 만든 사례는 4050에겐 좋은 챌린지가 될 것 같다. 다만 취향이 있어야 한다는 점은 중요하다.

최영훈: 그런 목적도 있다. 말씀하신 대로 소위 건방진 마케팅으로 보일 만큼 자신 있게 이야기하고 브랜드를 론칭한 건 확실한 취향과 가치를 설명할 수 있어서다. 거기에 더해서 새로운 시대에 운이 좋았다. 살다 보니 오랫동안 모르고 있던 잠재력을 발견하는 경우가 있는 것 같다. 45살 넘어서 내가 모르던 내 능력들을 발견하니 색다르더라. 100세 시대는 인생을 두 번 사는 거란 말을 해주고 싶었다.

송길영: 인스타그램을 운영한 지 얼마나 됐나?


최영훈: 3년 조금 넘었다. 처음엔 하고 싶은 말을 하고 댓글을 읽는 게 재미있었다. 팔로어 4만 정도를 넘으니 쉽게 말을 못하겠더라. 팔로어가 아니라도 숨어서 보는 사람도 많고. 대단한 힘은 아니라도 힘이 느껴졌다.

송길영: 올해 유튜브가 카카오톡을 넘어섰다. 인스타그램과 유튜브를 이원화하는 전략은 어떤가?

최영훈: 2개월 전에 어떤 교수님이 책을 보내주셔서 네이버 아닌 유튜브로 검색하는 시대란 걸 알았다. 요즘 학생들은 동영상으로 배우더라. 글 아닌 영상으로 배우는 게 한편으론 걱정도 된다.

송길영: 해외 사례를 보면 혼자 유튜브를 보면서 출산했다는 이야기도 나오지 않나. 인스타그램을 시작하고 험한 일들도 있었을 텐데.

최영훈: 인스타그램을 하기 전 네이버 복식 카페에 구두 관련 글을 남겼다. 반응이 좋았고 2년 정도 활동하다 인스타그램으로 넘어왔다. 어디서든 시기하거나 시비를 거는 친구들이 있다. 최근 안경갤러리에서 비방하는 글이 올라와서 몇 번 대응하는 글을 올렸다.

송길영: 공방을 인수해 하이엔드 모델을 제조할 생각은 없나? 그렇게 해서 헤리티지를 챙기고 퀄리티를 유지하는 브랜드도 있는데.

최영훈: 그런 욕심은 없다. 내겐 이게 최상이다. 내 안경이 세상에서 제일 아름답다고 자신한다.

송길영: 남대문에도 좋은 안경이 많더라.

최영훈: 또 다른 유통처다. 큰 구매처라 다양한 브랜드가 저렴한 가격에 제품을 공급하고 또 안경점에선 그만큼 저렴한 가격에 판매하니 사람들은 남대문이 안경 사기 좋다고 생각하는데 난 그런 마케팅엔 동의할 수 없다. 단 1원도 깎아서 팔 생각이 없다.

송길영: 셔츠에 새긴 문구는?

최영훈: 가훈인 스포츠맨십을 새겼다. 공정해야 하고 부정하지 말라고 배웠다. 부친께서 몸소 보여주셨고 나도 그렇게 살아가려고 한다. 사회생활 해보면 룰을 지키고 원칙에 따르는 사람이 오래가지 않나. 물론 실력은 기본이다.

- 대담 송길영(Mind Miner) 진행·정리 유부혁 기자 yoo.boohyeok@joongang.co.kr

201811호 (2018.10.23)
목차보기
  • 금주의 베스트 기사
이전 1 / 2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