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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 생각을 위한 작은 책들(13) 

월러스 워틀스 『부자 되기의 과학』 

월러스 워틀스의 『부자 되기의 과학(The Science of Getting Rich)』(1910)은 과학을 표방한다. ‘부자학’은 수학이나 물리학처럼 정밀과학(exact science)이라는 것이다.

‘철혈 재상(鐵血宰相, Iron Chancellor)’이라 불리는 독일 정치가 비스마르크(1815~1898)는 이렇게 말했다. “정치는 가능한 것의 기예(技藝), 도달 가능한 것의 기예, 차선(次善)의 기예다(Politics is the art of the possible, the attainable?the art of the next best).”

‘정치 천재’를 넘어 ‘정치 괴물’이라 할 수 있는 비스마르크에게 정치는 과학이라기보다 기예였다. 정치학·정치과학(Political Science)이 과연 과학이 될 수 있는지에 대해 아직도 의문을 제기할 수 있다. 꼭 그래서는 아니겠지만, 하버드대·코넬대·런던정경대(LSE) 등에서는 아직도 ‘거버먼트 학과(Department of Government)’는 있어도 정치학과(Department of Political Science)는 없다.

자기계발서 분야 고전으로 꼽혀


17세기 과학혁명 이래 뭐든지 과학을 붙이지 않으면 좀 섭섭하고 아쉬운 분위기가 형성됐다. 연애의 과학, 사랑의 과학, 섹스의 과학, 인생의 과학 등 과학을 붙이면 좀 ‘있어’ 보인다. 21세기 또한 과학의 세기다. 아마 22세기도 그러할 것이다. 과학에는 힘이 있다. 그러니 ‘밀당의 과학’, ‘고부간 갈등 극복의 과학’, ‘군생활의 과학’, ‘나를 괴롭히는 분들을 상대하는 데 필요한 언어의 과학’, ‘임신과 출산의 과학’이라는 식의 책 제목에는 힘이 있다.

월러스 워틀스(1860~1911)가 지은 『부자 되기의 과학(The Science of Getting Rich)』(1910)도 과학을 표방한다. ‘부자학’은 수학이나 물리학처럼 정밀과학(exact science)이라는 것. 이 책은 다음과 같은 우리말 제목으로 한글판이 나왔다.

『당신도 부자가 될 권리가 있다』(박인균 옮김), 『부를 손에 넣는 단 하나의 법칙』(조경 옮김), 『부를 얻는 기술: 부자가 되는 단 한가지 방법』(정성호 옮김), 『부의 비밀』(김우열 옮김), 『부자경: 부를 얻는 마법의 시크릿』(정성호 옮김) , 『부자들의 시크릿』(김병민 옮김), 『부자 마인드 수업』(정현섭 옮김), 『부자학 실천서: 창조적인 생각을 통해 부자가 되는 방법』(강준린 옮김), 『부자학』(박인균 옮김), 『비밀의 서』개정판(김지완 옮김), 『습관이 돈을 번다: 99%가 알고 있지만 1%만 하는 것』(류재춘 옮김).

이렇게 많은 한글판이 나온 이유는 두 가지다. 첫째, 저작권이 만료돼 누구나 자유롭게 로열티를 지불하지 않고 번역할 수 있다. 둘째, 이 책은 자기계발서 축재(蓄財) 분야에서 고전 중의 고전이다.

모든 진정한 고전의 내용은 끊임없이 재활용(recycle)된다. 이 책도 마찬가지. 론다 번의 『시크릿(Secret)』(2007)도 이 책의 21세기 변형이라고 볼 수 있다. 1910년에 나온 『부자 되기의 과학』은 절판된 적이 없는 책인데, “나는 이 책에서 가장 큰 영향을 받았다”, “책 위로 눈물을 뚝뚝 흘리며 이 책을 읽었다”는 론다 번의 말 한마디로 새삼 세상의 주목을 받았다. 스테디셀러 『부자 되기의 과학』은 론다 번의 말 한마디 덕분에 2007년 새로운 판본이 출간돼 단숨에 초판 7만5000부가 팔리는 베스트셀러가 됐다.

론다 번과 마찬가지로 미국 자기계발서 작가 앤디 앤드루스도 『부자 되기의 과학』을 쓴 월러스 워틀스의 후예(後裔)다. 앤드루스는 40개 언어로 번역된 책 23권을 썼다. 500만 부 정도가 팔렸다. 그중 『폰더 씨의 위대한 하루』(2002), 『오렌지 비치』(2009), 『1100만 명을 어떻게 죽일까』(2012)는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다. 기자는 앤드루스에게 다음 질문을 했다.

무엇이 성공과 실패를 결정하는가?

나는 진정으로 성공적인 사람들이 다른 사람들을 도울 길을 발견한다고 믿는다. 사람들을 돕는 책을 쓰면 사람들이 그 책을 살 것이다. 사람들을 돕는 유튜브 비디오를 만들면 사람들이 그 비디오를 볼 것이다. ‘청소하는 시간을 반으로 줄이는 빗자루’를 발명한다면 사람들이 그 빗자루를 살 것이다.

자기계발서 수십 권을 읽어도 별로 달라지는 게 없다면 이유가 뭔가?

책 내용이 틀린 경우가 있다. 진리가 아닌 것을 진심으로 믿는 것은 소용없다.

진리는 어떻게 알아보나?

진리에 대해 들으면 사람들은 즉각 그것이 진리라는 것을 알아본다. 진리는 최고(best)다. 최고는 단 하나만 있다.

이 Q&A는 앤드루스가 워틀스의 전통을 이어가고 있다는 것을 알려준다. 워틀스는 남들에게 어떤 가치(value)를 제공하면, 즉 남을 도우면 부자가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남에게 더 많이 줄수록 내가 더 큰 부자가 될 수 있다는 것. 워틀스는 자신의 책이 최고의, 유일한 진리라는 확신을 갖고 있었다. 자신의 말을 그대로 실천하면 “실패는 불가능하다(Failure is impossible)”는 것.

그는 『부자 되기의 과학』을 여러 번 읽어 완전히 자기 것으로 소화하면 누구나 부자가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 숫자는 몇 명일까. 수천일까, 수백만일까. 일단 론다 번이나 앤드루스 같은 작가들이 『부자 되기의 과학』을 읽고 실천해 부자가 된 것은 확실하다.

『부자 되기의 과학』은 1장부터 17장까지 다음 순서로 전개된다. 부자가 되는 것은 권리, 부자가 되는 과학적 방법, 기회는 소수가 독점하고 있는가?, 부자가 되는 과학적 방법의 첫 원칙, 삶의 증폭, 부는 어떻게 다가오는가, 감사하라, 특정방식으로 생각하라, 의지력 사용법, 의지력 사용의 확장, 특정방식으로 일하라, 효율적으로 일하라, 진실로 원하는 일을 하라, 발전하는 느낌, 발전하는 인간, 주의사항과 결론, 부자가 되는 과학적 방법의 요약.

오늘날 기준으로 보면 진부할 수도 있어


▎이탈리아 화가 도메니코 페티(1589~1623)가 그린 ‘부자와 라자로의 비유’(1618). 구약성경은 물질적인 부에 대해 대체로 긍정적이다. 신약은 좀 다르다.『 누가복음』 16장 19~31절 등 신약성경에는 부자에 대해 부정적인 구절이 상당히 나온다.『 부자 되기의 과학』을 쓴 월러스 워틀스는 ‘크리스천 사회주의자’였는데 부자나 재물에 긍정적인 ‘부(富)의 과학’을 표방했다. / 사진:미국 내셔널갤러리오브아트(National Gallery of Art)
과학을 표방하는 『부자 되기의 과학』 제1장은 ‘부자가 되는 것은 권리’다. ‘부자가 되는 과학적 방법’은 2장으로 밀렸다. 과학이 권리에 밀린 이유는 뭘까.

흔히들 종교개혁이 낳은 사회문화적 여파로 청빈(淸貧)이 청부(淸富)에 자리를 내줬다고 주장한다. 독일 사회학자·경제학자 막스 베버(1864~1920)의 저서 『프로테스탄티즘의 윤리와 자본주의의 정신』도 청부와 자본주의의 관계를 논증하는 시도라고 볼 수 있다는 것.

실제 상황은 좀 달랐다. ‘개신교 국가’라고는 할 수 없어도 개신교의 영향을 강하게 받은 미국만 해도 20세기 초반까지 재물의 추구를 좀 껄끄럽게 생각하는 경향이 있었다. 그러한 사회적·문화적 분위기에 대항해 『부자 되기의 과학』은 부자가 되는 것이 자유권·평등권·행복추구권·참정권과 마찬가지로 인간의 ‘불가양 권리(inalienable rights)’라고 역설한다.

21세기 한국에서도 ‘재물 축복’을 신(神)에게 청하는 신앙이 ‘샤머니즘의 영향을 받은 기복신앙’으로 평가되는 경우가 많다. ‘부자가 되게 해주세요’라는 기도보다는, 세계 평화나 남북 통일을 기원하는 기도가 더 훌륭한 기도라는 인식이 있다. (그 어떤 기도이든, 모든 기도가 중요한 것은 아닐까.)

『부자 되기의 과학』은 ‘쉬운 말로 심오한 진리를 담았다’(영어 단어가 우리나라 고등학교 영어 교과서 수준이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자기 축재 계발서의 원조지만, 오늘날 기준으로 보면 진부할 수도 있다’는 느낌도 준다.

그래서 『The Science of Getting Rich』를 번역한 지갑수 번역가에게 이렇게 물었다. (그의 『부자가 되는 과학적 방법』은 여러 한글판 중에 가장 많이 팔렸다.) “고전이지만, 자기계발서 마니아가 보기에는 참신한 내용이 별로 없는 게 아닐까?”라고 물었더니 그는 이런 답장을 보내왔다.

“화이트헤드에 따르면 서양 철학의 전통이란 후대 철학자들이 플라톤의 수많은 측면 중 어느 한 측면을 발굴해 발달시켜온 역사에 불과하다. 자기계발서의 고전인 이 책은 어떤 의미에서는 이후의 자기계발서들에 대해 플라톤적인 위치에 있다. 수천 년 전의 플라톤에게도 아직 포착되지 않은 참신한 콘텐트가 남아 있고 포착된 측면은 덜 참신하겠지만, 포착되지 않은 측면은 여전히 참신하다. 역사가 100년에 불과한 이 책이야 두말할 나위도 없다.

부자가 되는 과학적 방식대로 계속 행동하는 것이 노력의 일인가 본능의 일인가라는 문제 제기는 여전히 그 어떤 현대 자기계발서에서도 찾아볼 수 없을 만큼 참신하다. 이를 발굴해 찾아낼 수 있는 독자에게는 말이다.”

과학보다는 형이상학에 가까운 것으로 보이기도 하는 『부자 되기의 과학』에서 눈에 띄는 내용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 부자는 나쁜 게 아니다. “부자가 되지 않고 진정으로 완전하고 성공적인 삶을 사는 것은 가능하지 않다(It is not possible to live a really complete and successful life unless one is rich.)”고 저자는 말한다.

- 부정적인 것보다는 긍정적인 것을 생각하자. 가난한 사람들이 왜 가난한지를 생각하지 말고 어떻게 하면 그들을 부자로 만들 것인지를 생각하자. 또 내가 겪은 가난이 아니라 내가 앞으로 누릴 풍요를 생각하자. 저자에 따르면, 이 책과 부합되는 책을 쓴 사상가에는 데카르트·스피노자·라이프니츠·쇼펜하우어·헤겔·에머슨이 있다. 그중 헤겔과 에머슨이 중요하다.

- 경쟁(competition)이 아니라 창조(creation)로 부자가 되는 게 앞으로 대세다. 치열한 경쟁으로 부자가 되는 사람이 있다. 또 치열한 경쟁 속에서 온갖 나쁜 짓이나 반칙으로 부자가 되는 사람들도 물론 있다. 그런 부자도 있다는 것을 이 책은 인정한다. 하지만『 부자 되기의 과학』은 앞으로는 경쟁보다는 창조가 더 많은 재물, 부자를 창출할 것이라고 주장한다. 진화(evolution)를 중시하는 이 책은, 경쟁을 통한 부의 창출은 이미 시대적 소명을 다했기에 소멸될 것이라고 내다본다.

- 부자가 되기 위해서는 사색·명상(contemplation)이 필요하다.

기자가 보기에 우리는 ‘부자가 되어 돈 걱정, 노후 걱정 없이 살고 싶다’, ‘통장에 마음대로 쓸 수 있는 돈 100만원만 있어도 참 좋겠다’는 생각을 많이 한다. 하루에 몇 번 이상인지 모른다. 그런데 많은 경우 한 10초 정도 그런 생각을 한다. 그때뿐이다. 할 일이 너무 많아 정신이 없기 때문. 저자는 우리가 구체적으로 어떤 부자가 될 것인지 진지하고 체계적으로 생각할 것을 요구한다.

- 이 책에 나오는 내용을 믿지 않고 실천하지 않으면 아무 소용 없다. 저자는 “책에서 말하는 대로 실천에 옮긴 사람은 누구나 틀림없이 부자가 될 것이다”고 주장한다.

- 인생에서 성공이란 여러분이 바라는 존재가 되는 것이다(Success in life is becoming what you want to be). 즉, 청부가 아니라 청빈이 여러분의 목표라면 여러분은 청빈하게 돼야 성공한 것이다.

이 책은 그리스도교 교단, 신학자나 성직자마다 다양한 입장을 취할 책이다. 어떻게 보면 크리스천이 읽으면 좋은 책이다. 성경을 많이 인용한다. ‘크리스천이라면 어떻게 부를 추구해야 하는가’에 답하는 책 같다. 달리 보면 비(非)그리스도교·반(反)그리스도교적인 책이다.

종교, 특히 그리스도교에 관심 없는 사람을 신앙으로 이끄는 책인가 하면, 반대로 ‘이단’으로 이끄는 책이기도 하다(실제로 저자는 ‘이단’이라는 이유로 감리교에서 쫓겨났다).

『부자 되기의 과학』은 과학을 표방하지만, 강한 종교성·영성이 발견되는 책이기도 하다. 힌두교·불교 등 동양 종교의 영향을 많이 받은 책이다. 저자는 이 책 서문에서 일원론(一元論·Monism) 관점에서 “하나는 전체요, 그 전체는 하나다(One is All, and that All is One.)”라고 했다. 또 그리스도교 성경을 계속 인용한다. 저자가 성경을 제대로 인용하고 있는지, 아니면 왜곡해 인용하고 있는지 판단하는 것은 독자의 몫이다.

월러스 워틀스에 대해 알려진 것은 많지 않다. 그는 정규 교육을 오래 받지 못했고, 항상 뭔가를 썼다. 그는 낙선했지만 선거에도 몇 차례 출마했다. ‘그리스도교 사회주의(Christian Socialism)’를 표방했다. 사회주의자인 월러스 워틀스의 『부자 되기의 과학』이 자본주의 자기계발서의 바이블처럼 된 것은 참 묘한 일이다.

※ 김환영은… 지식전문기자. 지은 책으로『따뜻한 종교 이야기』 『CEO를 위한 인문학』 『대한민국을 말하다: 세계적 석학들과의 인터뷰 33선』 『마음고전』 『아포리즘 행복 수업』 『하루 10분, 세계사의 오리진을 말하다』 『세상이 주목한 책과 저자』가 있다. 서울대 외교학과와 스탠퍼드대(중남미학 석사, 정치학 박사)에서 공부했다.

201812호 (2018.1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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