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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YLE] 로랑 퍼브스 바쉐론 콘스탄틴 CMO 

“1950년대 재해석한 시계, 260년 장인 숨결 담긴 유산이죠” 

라예진 기자
패트리모니, 트래디셔널, 오버시즈, 캐비노티에, 메티에 다르…. 260년간 지속해온 바쉐론 콘스탄틴의 유산이다. 명품 시계 브랜드 중 가장 오랜 전통을 자랑하지만, 바쉐론 콘스탄틴은 과거에만 머물지 않는다. 장인의 숨결에 진화하는 기술력을 더해 역사에 또 다른 역사를 쓴다. 지난 11월 8일, 바쉐론 콘스탄틴이 새로운 피프티식스 컬렉션을 선보였다. 컬렉션 공개에 맞춰 한국을 찾은 로랑 퍼브스 바쉐론 콘스탄틴 최고 마케팅 책임자(CMO)에게 새 컬렉션에 담긴 이야기를 들어봤다.

▎바쉐론 콘스탄틴의 제품 마케팅, 커뮤니케이션 등을 총괄하는 로랑 퍼브스 CMO.
명품 중에서도 명품을 만드는 중요한 기준은 ‘오리지널리티(Originality, 고유의 독창성)’다. 시계 분야에서는 그 기준이 더욱 엄격하게 적용된다. 기술이 발전하고 생산이 대량화돼도 장인이 제작한 섬세한 무브먼트와 미학적 완성도를 따라오긴 힘들기 때문이다. 명품 시계를 구입하고 착용하는 남성들이 ‘브랜드의 헤리티지(Heritage, 유산)를 착용한다’고 말하는 이유다. 스위스 시계 명가 바쉐론 콘스탄틴의 브랜드 가치도 이런 유구한 ‘역사’에 있다.

지난 11월 8일, 260년 역사를 자랑하는 스위스 시계 명가 바쉐론 콘스탄틴이 서울 한남동 현대카드 뮤직라이브러리에서 새로운 컬렉션을 공개했다. 1956년 제작된 모델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2018년형 피프티식스’다. 브랜드 오리지널리티에 한 번 더 오리지널리티를 입힌 타임피스다.

새 컬렉션을 문화 공간에서 공개하다니 이례적이다.

바쉐론 콘스탄틴은 미학적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브랜드다. 그동안 컬렉션을 진행했던 조용하고 차분한 분위기의 장소보다 더 경쾌한 문화 공간에서 새 컬렉션을 소개하고 싶었다. 특히 이번에 선보인 피프티식스는 1950년대에 나온 시계를 복각한 제품인 만큼 당대 음악을 추억할 수 있는 현대카드 뮤직라이브러리에서 컬렉션을 공개하게 됐다. 앞서 영국 런던 애비 로드 스튜디오에서 글로벌 론칭 행사를 진행한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

1956년 ‘6073’ 모델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했다. 이 모델을 선택한 이유는?

이번 컬렉션의 모티브는 시계 산업이 팽창하던 시기인 1950년 대에서 따왔다. 대부분이 수동 시계였던 시절 처음으로 오토매틱 무브먼트(기계식 동력장치)를 사용해 자동 시계로 제작한 모델 중 ‘6073’을 선택했다. 시계 역사에서 큰 변화였기 때문에 의미가 있다고 생각했다.

6073 모델과 이번 피프티식스를 비교한다면.

가장 눈에 띄는 공통점은 ‘러그’(시계 다이얼과 스트랩을 잇는 부분) 디자인이다. 섬세하게 굴곡진 1956년 모델의 러그 디자인을 피프티식스에도 활용하고자 했다. 또 러그와 시계 본체 사이에 삼각 모양의 장식이 있는데 이를 하나로 모으면 바쉐론 콘스탄틴을 상징하는 로고가 된다. 이 역시 두 모델의 공통점이다. 시계 위 표면이 살짝 위로 튀어나온 형태도 재현했다. 현재 기술로는 완전히 평평한 표면을 만들 수 있어 이제는 볼록하게 튀어나온 표면을 쉽게 볼 수 없다. 하지만 1950년대 시계 감성을 담기 위해 일부로 사파이어 미네랄 글라스를 살짝 튀어나오게 작업했다. 물론 차이점도 있다. 6073 제품에서 영감을 받은 것일 뿐 완전히 다른 시계라는 것을 분명하게 말하고 싶다. 가장 큰 차이점은 시계 뒷면에 있다. 피프티식스는 이전 모델과 달리 뚜껑을 열지 않고도 무브먼트를 볼 수 있다. 속이 다 보이는 ‘시스루 케이스 백’을 사용한 덕분이다. 당시에는 볼 수 없었던 진화된 디자인이다. 크라운도 이전 모델과 구분된다. 6073 모델은 시침, 분침, 초침을 조정하는 크라운이 큼직하게 바깥으로 나와 있어 시계를 찼을 때 불편하다. 당대 감성은 표현하되, 착용감을 높이기 위해 튀어나온 크라운 절반을 다이얼 안쪽으로 넣었다.

소비자 감성 채우는 브랜드가 진정한 럭셔리


▎1956년에 제작된 6073 모델(오른쪽)에서 영감을 받아 완성된 피프티식스(왼쪽) 컬렉션. / 사진:바쉐론 콘스탄틴 제공
지난 2016년 12월 바쉐론 콘스탄틴의 CMO로 임명된 로랑 퍼브스는 실무적 경험과 학문적 전문지식을 두루 갖춘 일명 ‘럭셔리 경영’ 전문가다. 그는 지난 15년간 LVMH, 구찌, 오데마 피게와 같은 세계적인 기업에서 일하며 명품 브랜드를 관리하고, 제품 포트폴리오를 완성하며 럭셔리 분야에서 자신만의 마케팅 역량을 구축했다. 그리고 이 같은 능력을 인정받아 럭셔리 경영 마스터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는 파리 다우핀 대학의 객원교수로도 활동하고 있다.

당신은 다양한 명품 브랜드에서 경험을 쌓아온 전문가다. 당신이 생각하는 진정한 럭셔리는 무엇인가?

소비자의 가슴을 떨리게 하는 ‘감성적 힘’을 지닌 브랜드가 진정한 럭셔리다. 완전히 새롭고 기발한 제품을 발명하는 브랜드는 럭셔리가 아니다. 명품은 사람들에게 놀라움을 주는 것이 아니라 가슴속 깊은 울림을 줄 수 있어야 한다. 사실 많은 현대인은 기계식 시계가 필요하지 않다. 시간을 알 수 있는 방법이 많기 때문이다. 하지만 기술적, 미학적 완성도가 높은 명품 시계는 사람들에게 이야기를 들려주고, 추억을 전달하기 때문에 감성적 만족감을 선사한다. 즉 진정한 럭셔리 브랜드는 제품으로 소비자가 자신의 살아 있는 감정과 감성을 발견할 수 있도록 한다.

럭셔리 경영과 관련해 대학에서 강의를 하는 것으로 안다. 궁극적으로 수업에서 말하고자 하는 내용은?

일반적인 경영 수업에서는 최대한의 경제적 이득을 얻기 위한 방법을 주로 이야기할 것이다. 하지만 럭셔리 경영 수업은 다르다. 궁극적인 목적이 다르기 때문이다. 럭셔리 브랜드는 이익 창출보다 자신만의 노하우, 지식, 기술 등을 다음 세대에 어떻게 잘 전수할 수 있을지를 연구한다. 바쉐론 콘스탄틴도 마찬가지다. 이 때문에 수업에서도 럭셔리 브랜드의 기술과 노하우를 다음 세대에 잘 계승하는 방법에 집중해 이야기한다.

1755년 시계 제조 노하우를 전수하기 위해 장 마크 바쉐론이 스위스 제네바에 워크숍을 열었다. 당대 귀족 계급을 비롯해 많은 유럽인이 고품질의 시계를 찾으며 브랜드는 더욱 성장했다. 1839년에는 세계 최초로 시계 핵심 부품을 규격화해 생산하는 팬토그라프 기기를 발명해 시계 제조 역사를 바꿨다.

물론 운영에 어려움이 없었던 건 아니다. 배터리 시계 개발로 인한 쿼츠 파동으로 수많은 고급 시계 브랜드가 도산했다. 현재 잘 알려진 명품 시계 브랜드 다수가 문을 닫았다가 후에 다시 운영을 시작했다. 하지만 바쉐론 콘스탄틴은 격동의 20세기에도 운영을 멈추지 않고 지금까지 시계 제조를 이어오고 있다.

패트리모니, 트래디셔널, 오버시즈 등 바쉐론 콘스탄틴은 끊임없이 새로운 파인 워치를 선보였다. 극소량으로 생산되는 그랜드 컴플리케이션 워치, 커스텀 메이드 워치 등도 발표하며 하이엔드 워치메이킹의 전통도 함께 이어가고 있다.

1755년부터 이어온 파인 워치메이킹 전통


▎피프티식스 컬렉션 중 투르비옹 모델.
편리함과 기능성을 강조한 스마트워치의 시대가 왔다.

요즘 사람들은 대부분 스마트폰을 사용하고 스마트워치를 착용한다. 하지만 이런 현상을 두고 그들이 ‘더는 명품 시계를 갖고 싶어 하지 않는다’고 말할 수는 없다. 스마트워치는 기능성과 편리성 때문에 일상생활에서 부담 없이 사용한다. 그러나 생일이나 기념일처럼 특별한 날에 멋진 고급 시계를 차고 싶은 것이 사람의 심리다. 이 때문에 스마트폰이나 스마트워치가 명품 시계와 경쟁해야 할 품목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하이엔드 시계 시장을 어떻게 전망하나?

모두가 명품 시계 시장이 위기를 맞았다고 하지만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장인이 직접 제작하는 시계는 독창성 면에서 어떤 첨단 기술로 만든 시계와도 비교할 수 없다. 물론 요즘 많은 사람이 스마트폰이나 스마트워치로 시간을 확인한다. 이런 시계들은 우리 삶에 편리함을 주지만 감성적인 만족은 채워주지 못한다. 다양한 도구로 오랜 시간 부품을 연마해 완성하는 하이엔드 시계는 사람의 마음을 울리는 감동을 준다.

다른 브랜드와 차별화된 바쉐론 콘스탄틴만의 경쟁력은 무엇인가?

첫 번째는 역사다. 바쉐론 콘스탄틴은 1755년 탄생한 브랜드로 260년 이상을 인류와 함께했다. 세계대전과 같은 힘들었던 시기가 있었지만 바쉐론 콘스탄틴은 다른 브랜드와 달리 전통을 지금까지 이어오고 있다. 브랜드의 헤리티지를 그만큼 중요하게 생각한다. 두 번째는 기술력이다. 바쉐론 콘스탄틴은 여러 기능이 더해진 컴플리케이션 시계를 잘 만들기로 유명하다. 시간과 요일, 달의 움직임 등을 보여줄 뿐 아니라 기계식 시계에서 구현하기 어려운 미닛리피터(소리로 시간을 알려주는 기능)도 갖췄다. 3년 전에는 브랜드 260주년을 맞이해 57가지 기능을 담은 시계를 내놔 시계 애호가들의 주목을 받았다. 마지막으로는 장인정신이 담긴 독창적 아름다움이다. 역사가 오래된 만큼 앞으로도 바쉐론 콘스탄틴만의 독창적 아름다움을 계승하고자 노력할 것이다. 숙련된 장인들의 노하우가 세상에 둘도 없는 명품을 만드는 것이라고 확신한다.

- 라예진 기자 rayejin@joongang.co.kr·사진 전민규 기자

201812호 (2018.1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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