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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더 43인의 신년 에세이] 나의 화두Ⅱ 

 

새로운 생각 | 심찬구 스포티즌 대표


2018년 연초에 베트남 축구계의 요청으로 하노이를 방문한 적이 있다. 베트남 빈그룹이 10년째 투자, 운영하는 유소년 축구아카데미와 AFC Tubize와의 제휴 때문이다. 200명이 넘는 10~18세 유소년을 유럽에 갖다 놔도 손색이 없을 만큼 좋은 시설에서 무료로 먹이고 재우며 키워온 사업이다. 이 팀의 총감독이 베트남 U20 대표팀 감독이었는데, 박항서 감독의 선수들 절반 이상이 그의 손을 거쳐간 선수들이었다.

그에게 물었다. “당신이 다 키워낸 선수를 박항서가 와서 대회만 데리고 나가서 성적을 냈는데 억울하지 않냐”고. 의외의 대답이 돌아왔다. “나와 베트남 지도자가 절대 줄 수 없는 것을 박항서는 선수들에게 주었다”고. 그것은 신념과 용기였다. 월드컵 4강 당시 한국 대표팀 코치를 지낸 지도자가 “너희는 충분히 태국을 이길 수 있다. 아시아 강팀이 될 실력을 가졌다”라고 선을 그어준 것이다. 선수들의 신념과 자기확신이 바뀌고 그에 따라 목표가 높아졌다.

2002 월드컵 이전만 해도 유럽 강팀을 만나면 옆줄로 공을 차내기 바빴던 한국 대표팀에 레알 마드리드 감독을 지낸 히딩크 감독이 부임했다. 그는 “내가 유럽의 톱 플레이어들을 다 지도해봤는데 너희는 그들을 이길 만큼 충분히 강하다”라는 신념을 심어주었다. 1년 만에 0:5로 지는 팀에서 월드컵 4강에 진출하는 팀으로 변모시킨 사례다.

최근 10~15년은 아마 우리나라 수천 년 역사를 통틀어 가장 풍요롭고 전 세계적으로 존재감 있었던 시기가 아니었다 싶다. 환경적으로 불황에 빠진 일본과 아직 세련미를 갖추진 못했던 중국에 대한 비교우위, 그러나 이에 앞서 높은 교육열에 힘입어 훈련된 인재들과 사명감 있는 리더들이 희생정신을 갖고 쌓아온 노력의 결과였으리라.

그러나 급격히 현실주의화되는 국제정치 지형도 내에서의 취약함, 경제적 불안정성, 4차 산업혁명이라는 화두를 앞두고 요구되는 다양성과 창의성 등은 그다지 선도적이지 못한 것이 우리의 현실이다.

청년, 대학생들을 멘토링할 계기가 있었다. 용기를 못 내고 있고, 불안해하는 것을 느꼈다. 이제는 다른 발상을 하고 나만의 시각으로 리스크를 짊어지고 새로운 생각에 도전하지 않으면 안 된다. 다시 돌아온 일본이 예전보다 속도감 있어 보이고 중국은 이미 그 사이즈만으로도 우리가 절대 하지 못할 일들을 하고 있다.

2019년, 신념과 용기가 필요한 때다. 어느 때보다 리더십의 역할이 요구된다. 청년들에게, 나아가 시장과 기업에 다시금 우리의 장점을 상기시켜줘야 한다. 우리가 할 게임이 어떤 것인지 제시하며, 그 안에서 어떤 플레이를 펼쳐 골을 넣고 위기를 방어하며 종국에는 승리를 취할 수 있을지 이끌어줘야 하는 리더의 존재감이 꼭 필요한 2019년이다.

스펙트럼=동적인 정체성 | 이보균 카길 한국 대표 회장


경영자 생활에서 나의 공통된 화두는 정체성과 지속가능한 성장이다. 새해를 여는 시간, 둘은 역시 중심에 있다. 오래전 기술연구소장에서 글로벌 경영자로 방향을 전환하고 첫출발할 때 스스로 던진 질문이 있었다. 삶에서, 경영자로서 나는 어떤 스펙트럼을 추구할 것인가? 존재의 특성이나 정체성을 드러내는 것을 스펙트럼이라고 정의할 때, 삶이나 사람의 활동으로서 경영 또한 스펙트럼으로 표현될 것이다. 스펙트럼은 동적인 정체성이라고 할 수 있다. 하나의 화두일 수 있는 그 질문이 지난 18여 년간 글로벌 경영 활동에 큰 도움이 됐다.

한편, 지속가능한 성장은 시대의 화두다. 기하급수적인 변화 속도와 불확실성, 복잡성이 증대되어가는 시대에 경영자나 팀 리더, 구성원이 내리는 의사 결정은 구체적인 목표와 함께 지속가능한 성장을 추구하는 일관성이 중요하다.

그간 ‘지속가능한 기업을 만드는 것은 경영자가 추구해야 할 최고의 가치이자 제1의 사회공헌’이라는 마음으로 경영해왔다. 글로벌 기업 카길에서 2001년부터 5년 이상 아시아 10여 개국을 대상으로 아시아 연구기술 업무를 총괄했고, 2005년부터 2018년까지 중국, 한국, 미국을 오가며 13년 이상 최고경영자로 활동했다. 다양한 생각을 가진 사람들과 일하며 문화적인 차이를 이해하고 소통하려고 했으며 가치 중심적이고 체계적인 접근, 균형 있는 결정을 내리고자 했다.

글로벌 전문 경영인은 의미 있고 보람된 직업이지만, 스트레스도 적지 않고 최종 결정과 책임에서 치열한 시간을 보내는 경우도 있다. 매월, 매년 경영성과는 투명하게 평가된다. 사업적인 성과는 물론 안전과 직원몰입 및 인재개발, 사회공헌 및 윤리경영 등을 체계적으로 평가한다. 사방에서 들여다보이는 유리방 안에 있는 느낌인데, 부담이라기보다는 긍정적인 자극으로 받아들였다. 최고경영자로 일한 전 기간에 안전, 직원만족도, 고객만족, 사업성장, 사회공헌 등 5가지 경영지표에서 매년 최상급 평가를 받았고, 카길 동물영양사업부 및 카길 그룹 전체 1500여 사업장에서 여러 차례 최우수 사업장으로 선정되고 수상하는 영예도 안았다. 불확실한 환경에서 예기치 않은 어려움도 많았지만, 팀으로 함께 상황을 극복하며 만들어간 결실이기에 경영자로서 자랑스럽고 보람 있는 일이었다. 스펙트럼으로 표현되는 동적인 정체성을 생각하며 지속가능한 성장을 추구해온 덕분이다.

대내외 경영환경이 매우 불확실하다. 위기 상황에서 더욱 중요한 것은 경영활동이나 업의 정체성을 돌아보는 것이고, 구성원·고객과 함께 긴밀히 소통하며 지속가능한 성장을 추구하는 것이다. 위기 상황에서는 위기의 본질에 더해 구성원·고객의 심리적인 위축이 증폭되는 경향이 있고 두려움으로 진화하기에 소통의 내용이나 방식, 타이밍은 더욱 중요하다. 위기 상황에 대처하는 능력이나 태도가 조직의 강약을 결정한다.

글로벌 사업에서 보면 평온할 때는 변별력이 크지 않던 회사들이 위기 상황에서는 극명한 궤적의 차이를 드러낸다. 위기는 매우 쓰지만 이겨내기만 하면 약이 된다. 지금 힘들다면 쓴 약을 앞에 두고 있다고 생각해도 좋을 것이다. 지난 13여 년간 이어온 최고경영자 활동을 돌아보면 개인적으로도, 조직 차원에서도 위기 상황에서 오히려 강해졌다고 본다. 위기를 극복하며 지속가능한 성장을 이뤄낸 것이다. 진도 9.8의 중국 쓰촨성 대지진에서 팀과 사업을 리드하고 한국에 돌아와 2008년 금융위기를 극복하던 과정, 기획에서부터 준공까지 6년여간 여러 난관을 극복하며 구현한 평택공장 건설, 수조원의 피해를 입은 질병(FMD) 상황을 극복해낸 과정 등이 머리를 스친다.

경영에서 환경이나 상황은 중요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그것을 해석하고 대응하며 기회를 만들어가는 리더와 조직 구성원의 자세와 행동이라고 본다. 나와 팀, 사업의 스펙트럼을 찾고 밝게 키워가며 위기에서 기회를 만들고 지속가능한 성장을 추구하는 풍성한 새해를 기원해본다.

걸어온 길보다 더 먼 길 | 서경배 아모레퍼시픽그룹 회장


최근 우리가 목도하고 있는 전 세계적인 변화 중 하나는 유라시아 대륙이 통합되어 함께 발전해나가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지난 16세기까지 세계 질서는 당시 세계무역의 중심지 역할을 한 지중해와 인도양을 중심으로 이루어졌다.

이후 아메리카 대륙이 발견되고, 지중해를 거치지 않고도 아프리카를 돌 수 있는 항로 등이 개발되는 대항해 시대가 열리면서 18세기 이후 세계 질서는 유럽과 아메리카 대륙을 필두로 한 대서양과 태평양을 중심으로 재편됐다.

바야흐로 태평양과 인도양 시대가 열리고 있다. 현대로 접어들면서 인도양은 오랜 시간 발전의 흐름에서 다소 벗어나 있었지만, 이제 이곳이 다시 움직이고 있다.

중국을 포함한 동아시아에서 러시아를 지나 유럽으로 연결되는 노선과 함께 동아시아에서 동남아시아를 거쳐 인도와 중동을 지나 유럽으로 가는 노선도 생기고 있다. 바다와 육지가 연결되고, 육로 사이사이를 잇는 철도도 계속 증가하는 추세다.

이제 우리는 한반도를 넘어 중국·동남아시아·인도·중동·유럽을 아우르는 무한한 가능성을 맞이하여 지금까지 걸어온 길보다 더 먼 길을 바라볼 때다.

유라시아 시대가 열리는 지금, 새로운 시대를 향한 감각을 깨우며 앞으로 더욱 빠른 속도로 확장될 글로벌 시장에 대해 고민하고 철저히 준비해야 한다. 우리 아모레퍼시픽이 가야 할 길 역시 숙명적으로 글로벌 시장이기 때문이다.

새롭게 열리는 유라시아 시대의 시작점에서 아모레퍼시픽은 한반도를 넘어 저 멀리 대륙을 향해 비상(飛上)하여, 중국, 동남아시아, 미국, 인도, 중동, 러시아, 유럽을 이으며 우리만의 아름다움인 아시안 뷰티로 세상을 아름답게 변화하게 하기 위한 준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그 여정이 항상 순탄치만은 않겠지만 절대 포기하지 않고 앞장서 그 길을 개척하며 글로벌 시장을 향한 원대한 꿈에 확고한 교두보를 마련하고자 한다.

우리 모두가 다양하고 역동적인 세상의 변화를 두려워하지 말고 담대하게 즐기는 자세로 과감하게 도전하며 새로운 역사를 힘차게 열어가는 2019년이 되길 기대한다.

‘붉은 깃발법’ 제거 | 이상현 KCC정보통신·KCC오토그룹 부회장


지난 8월 문재인 대통령은 인터넷전문은행에 대한 은산분리 규제완화를 언급하면서 시대착오적 나쁜 규제의 예로 ‘붉은 깃발법’을 들었다. 1865년부터 30여 년간 영국에서 시행된 세계 최초의 도로교통법으로 기존 마차 사업의 이익을 보호하고 마부들의 일자리를 보호하기 위해 자동차의 최고속도를 시속 3㎞(도심)로 제한했다. 또 마차가 붉은 깃발을 꽂고 달리면 자동차는 그 뒤를 따라가도록 했다. 지금 보면 우습고 어리석은 규제다. 결국 가장 먼저 자동차 산업을 시작한 영국이 독일과 미국에 뒤처지는 불행한 결과로 나타났다.

2016년 1월 스위스 다보스포럼에서 클라우스 슈바프 세계경제포럼(WEF) 총재가 ‘4차 산업혁명’이란 용어를 처음 사용했다. 이후 이 용어는 국내에서도 크게 유행했다. 혹자는 인공지능, 사물인터넷, 빅데이터, 모바일 등 첨단 정보통신기술이 경제·사회 전반에 융합되어 혁신적인 변화가 나타나는 차세대 혁명을 4차 산업혁명이라 한다. 사물인터넷을 기반으로 생산기기와 생산품 간 상호 소통 체계를 구축하고 전체 생산과정의 최적화를 구축하는 과정을 산업혁명이라 보는 이도 있다. 4차 산업혁명을 한마디로 설명하기는 참 어렵다. 더구나 해외에서는 4차 산업혁명이라고 표현하면 알아듣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미국에서는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이라는 표현이 더 일반적이고, 독일에서는 ‘인더스트리4.0’으로 불린다.

현 정부 들어 대통령 직속기구인 4차산업혁명위원회가 혁신성장과 규제혁신을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피부로 느끼기 어려운 게 현실이다. 오히려 O2O의 대표적인 사례로 불리는 우버(Uber) 등 승차 공유 서비스는 택시업계의 강력한 반발에 부딪혔고, 에어비앤비(airbnb)도 숙박업체와 마찰이 커지면서 공유 민박업의 합법화가 뜨거운 감자가 됐다. 해외에서 이미 상용화가 시작된 ‘스마트폰을 이용한 원격의료 서비스’도 한국에서는 불법이다. 그나마 개인정보보호법 아래 꽁꽁 묶여 있던 빅데이터 활용에 대한 개정안이 발의된 것이 위안이다.

초고속 5G 통신 네트워크와 IT 인프라를 갖고 있는 우리나라는 그 어느 나라보다 4차 산업혁명 추진 동력이 탄탄하다. 그러나 이런저런 규제와 기존 산업의 반발로 혁신 동력을 점점 상실해가고 있는 것 같아 안타깝다. 새해에는 모든 붉은 깃발을 제거해 4차 산업혁명을 통한 한국 경제의 새로운 도약을 기대해본다.

즐기는 자 | 김유진 루이까또즈 대표


취미로 마라톤을 시작한 지 벌써 15년이 됐다. 최근에는 일반도로를 달리는 마라톤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산속을 달리는 트레일러닝(trailrunning)을 즐기고 있다. 트레일러닝은 스트레스가 넘쳐 나는 회사 업무와 치열한 삶 속에서 정신적, 육체적으로 활력을 되살리는 데 큰 도움을 준다.

트레일러닝의 참맛은 일반도로처럼 정해진 직선주로를 달려가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맑은 공기, 햇빛, 새소리, 숲이 뿜어내는 피톤치드 등 자연의 기운을 온몸으로 느끼며 호흡할 수 있다는 것이다. 더불어 예측 불허의 자연환경에 그때그때 순발력으로 대응해야 하는 야생의 맛이 있다.

오르막이나 내리막을 달릴 때의 주법과 속도가 다르고, 갑자기 나타나는 돌, 웅덩이, 나뭇가지, 미끄러운 흙바닥, 비바람, 눈, 낙석 등 예기치 않은 환경에도 반사적으로 반응해야 한다. 아울러 흥분해서 초반에 에너지를 다 소진해버리는 오버페이스도 조심해야 한다. 그만큼 야생에서의 달리기는 내 몸에 최적화된 평소 훈련과 착실한 기본기를 필요로 한다.

체력적 기초가 잘 다져졌다면 다음은 나를 믿는 것이 중요하다. 마인드컨트롤은 산을 이기려는 것이 아니라 산과 한 몸이 돼 달리는 듯한 기분 좋은 리듬감을 선사해준다. 마라톤을 지속하다 보니 인생 전체가 마라톤과 닮았다는 생각을 자주 하게 된다. 회사 경영도 마찬가지다. 한 해 한 해가 새로운 마라톤이다.

지난봄, 새내기 CEO로 경영을 맡게 된 ‘루이까또즈(Louis Quatorze)’는 38년 전 프랑스에서 탄생한 핸드백 브랜드다. 지난 2006년 우리 회사에 인수돼 글로벌 브랜드로 성장해온 지 12년이 지났다. 그동안 대한민국 패션 시장에 엄청난 돌풍을 일으키며 성장을 이루기도 했고, 최근에는 예기치 않던 불황에 뼈아픈 교훈을 얻기도 했다. 이는 패션 시장 전체가 치열한 가격경쟁과 온라인 시장의 포화 등으로 심각한 불황을 겪고 있는 것과 무관하지 않다.

우리는 인구절벽, 저성장, 저출산, 비혼 등 세대 변화와 함께 생긴 문화 패러다임의 전환으로 한 치 앞을 알 수 없는 혼돈의 한가운데 서 있다. 1년 사업계획이 그야말로 계획대로 이루어지기 힘든 시대인 것이다.

이런 야생의 시대에 살아내려면 순발력을 갖춰야 한다. 2019년 우리 회사는 그동안 추진해온 모든 경영계획은 잠시 접어두고, 다가올 시대의 고객인 영밀레니엄 세대에 대한 전방위적 접근과 이해에 온 힘을 쏟을 계획이다. 명확한 ‘자아’를 지닌 ‘덕후’ 세대인 이들은 기존 세대와 너무 달라, 우리로 하여금 예측 가능한 직선주로가 아닌 불확실한 산속을 달리게 한다. 하지만 앞으로 이 고객을 잡지 못하면 브랜드의 미래는 없다.

이제 새로운 한 해의 달리기를 앞두고 있다. 길이 정해져 있지 않은 야생을 달리는 마라톤이다. 하지만 천재는 노력하는 자를 이기지 못하고, 노력하는 자는 즐기는 자를 이기지 못한다고 하지 않았던가(知之者不如好之者, 好之者不如樂之者). 자, 2019년의 마라톤, 즐길 준비 됐는가.

201901호 (2018.1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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