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lumn

절대적 가치, 진·선·미 

 

노익상 한국리서치 회장
상대적 가치는 대개 그 끝이 없다. 더 비싼 것, 더 고급스러운 것, 남들보다 더 좋은 것을 찾는다. 피곤한 삶이다.

구두 앞이 많이 구겨져서 괜찮은 것을 하나 사려고 하는데, 얼마짜리를 살까 궁리 중이다. 신발은 남자의 자존심이라고 하는데, 내 자존심을 세우는데 얼마의 돈을 써야 할까? 25만원 정도? 마음속으로 가격을 정하고 구두 파는 곳에 가서 물건을 고른다. 이것이 내가 나의 구두에 매기는 가치다. 사람마다 구두에 대한 가치가 다르다. 물건만이 아니다. 사람들마다 연봉이 다르다. 같은 성별, 나이, 신체 조건에서도 학력, 경력, 예상되는 이 사람의 미래 가치에 따라 각자의 연봉은 몇십 배 이상 차이가 난다. 교통 상해를 입어 일을 하지 못하게 되면 그 사람의 연봉에 따라 상해 합의금이 달라진다. 사람에 대한 가치도 상대적이다.

이런 상대적 가치는 대개 그 끝이 없다. 더 비싼 것, 더 고급스러운 것, 남들보다 더 좋은 것을 찾는다. 피곤한 삶이다. 언제나 비교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 자체로 만족하기 어렵다. 그런데 우리가 어렸을 때부터 배웠던 또 다른 가치가 있다. 그것으로 충분한, 더는 바랄 것이 없는 가치가 있다. 절대적 가치다. 절대적 가치에는 여러 차원이 있다. 사랑, 대표적인 절대적 가치다. 용기도 그렇다. 용기 있는 행동을 하는 사람을 보고 우리는 나도 앞으로 비겁하지는 말아야지 하고 다짐한다. 그런 절대적 가치 중에서 가장 보편적인, 누구나 좋아하는 가치가 진 (眞), 선 (善), 미(美)가 아닐까? 진(眞)은 무엇일까? 진(眞)은 스스로에게 정직한 것이리라. 타인에게 정직한 것과 무관하게 스스로에게만은 늘 정직하고자 노력하는 마음이 참됨인 것 같다. 선(善)은? 착하다는 것은 무엇일까? 어려운 사람을 돕는 것? 부모와 윗사람에게 순종하는 것? 도덕과 규율을 지키는 것? 그렇지 않을 것이다. 그것은 아마 성실함이리라. 선(善)은 나와 남을 거의 구별하지 않는 마음인 것 같다. 나와 아무 관계도 없는 사람들도 포용하고 돕고 즐겁게 사는 것을 보고 감동하는 사람의 마음, 나의 것을 잃어버려도 별로 속상해하지 않는 마음, ‘나의 것’에 너무 집착하지 않은 마음, 내 것이 뭐 있을까? 이런 생각을 하는 마음. 그리고 미(美)는 무엇일까? 영화배우 같은 미모? 아름다운 그림? 잔잔한 실내악의 리듬? 그렇지 않은 것 같다. 미(美)는 인간이 만든 것이 아니라 원래 있던 그대로인 모습이지 않을까? 자연도, 사람도 아름다운 원래의 모습을 갖고 있다.


진·선·미는 마음이다. 그 자체로 충분하다. 무엇을 위한 수단이 아니다. 비교하지 않아도 된다. 절대적이다. 우리는 이런 진·선·미를 마음속에 간직하고 태어났는지도 모른다.

- 노익상 한국리서치 회장, 대한산악구조협회 회장

201902호 (2019.01.23)
목차보기
  • 금주의 베스트 기사
이전 1 / 2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