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lumn

승자독식의 세계시장 

 

김정웅 서플러스글로벌 대표
지난 약 30년 동안 비즈니스 현장에서 보았던 가장 큰 흐름은 전 세계적인 승자독식 현상이다.

필자가 약 30년 동안 비즈니스 현장에서 보았던 가장 큰 흐름은 전 세계적인 승자독식 현상이다. 1990년대 초반만 해도 그 많던 자동차 회사가 이제는 몇 개 회사가 독식하는 시장으로 변했다. 2000년대 닷컴 거품 때 수만 개에 달했던 인터넷 기업이 대부분 사라지고 구글, 아마존, 페이스북, 탄센트, 바이두, 알리바바, 네이버, 카카오 같은 소수 기업이 시장을 과점하고 있다. 2000년대 초반만 해도 한국에 휴대폰 제조회사가 수십 개에 달했는데 모두 망하고 지금은 삼성과 LG 두 개만 남았다. 스마트폰의 출현은 2등 그룹의 텃밭인 게임기, MP3, 디지털카메라, 내비게이션 등을 하나하나 집어삼키며 애플과 삼성 등 선두업체들의 독식구도를 만들었다. 전자상거래 회사 쿠팡이 수조원씩 적자를 내면서도 투자를 계속하는 것은 승자가 되어 독식하기 위해서다. 필자가 속해 있는 반도체업계도 선두 5개 업체가 세계시장 전체의 60% 넘게 투자하고 있다.

이제는 ‘80 대 20 법칙’, 즉 파레토 법칙이 통하던 사회를 넘어 1% 승자들이 99% 부를 차지하는, 승리한 1등에게만 엄청난 보상이 주어지고 뛰어난 2등마저 패배자로 만드는 승자독식의 사회로 가고 있다. 미국 경제학자 로버트 프랭크와 필립 쿡은 『승자독식사회』라는 책에서 유례없는 양극화와 승자독식 현상은 신자유주의, 세계화와 그로 인한 무한경쟁에서 비롯됐다고 주장한다. 아름다운 꼴찌는 가슴을 훈훈하게 만드는 인간적인 표현이지만, 숨 가쁘게 달려야 살아남을 수 있는 자본주의 경쟁체제에서는 가슴 답답한 소리다. 원래 ‘승자독식’은 스포츠나 연예계에서 통용되던 논리였는데, 이제는 일반 소비자 상품, 법률, 의료, 교육 등 거의 모든 시장으로 확산되고 있다. 요즘 이야기가 많이 되는 골목상권 문제도 신자유주의, 세계화로 인한 승자독식 현상으로 발생한 것이다. 시장의 이익이 모두에게 적절하게 배분되지 않고 소수에게만 돌아가는 것은 사회적인 재앙이자, 엄청난 사회적 비용과 낭비를 초래한다. 21세기에 들어 더 가속화되고 있는 승자독식 현상은 결코 지속가능하지 않지만 그렇다고 신자유주의와 세계화의 도도한 흐름을 막을 수도 없다.


한국 기업들은 사업 덩치를 더 키우고 고객가치를 강화해 전 세계 선두권에 진입하든지, 작은 규모로 다른 경쟁사가 쫓아올 수 없는 특화된 서비스를 하든지 둘 중에 하나를 선택해야 할 수도 있다. 우리 회사도 니치 시장에서 경쟁사들이 고객들에게 제공하지 못하는 새로운 솔루션을 지속적으로 만들어내고, 세계시장을 선도해나가야만 생존할 수 있다.

- 김정웅 서플러스글로벌 대표

201902호 (2019.0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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