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lumn

고객에 대한 이해, 자폐인에 대한 이해 

 

김정웅 서플러스글로벌 대표
최근 본 영화 [증인]은 자폐인의 현실을 잘 보여준 탄탄한 시나리오를 갖춘 수작이었다.

필자는 기업경영을 인간, 시장, 세상에 대한 통찰이라고 정의한다. 기업의 존재 이유는 고객에게 지속적으로 최적의 솔루션을 제공하는 데 있다. 하지만 기업들이 나름 고민해서 만들어놓은 고객 솔루션 대다수는 실패로 돌아간다. 그만큼 고객을 이해하는 것이 힘들다. 고객에 대한 이해는 가격, 납기, 품질뿐만 아니라 고객의 성향, 고객과 축적해온 경험, 시장과 기술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해야 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고객 입장에서 사고하는 것이다. 대다수의 고객 솔루션은 공급자 중심의 편향된 사고로 고객에게 정말 필요한 것을 제공하지 못해 실패한다.

최근 자폐인이 주인공인 [증인]이라는 영화를 봤다. 자폐인과 함께 사는 가족으로서 평가하면, 이 영화가 지금까지 본 자폐를 소재로 만든 영화 중에 [레인맨], [말아톤]을 잇는 수작이 아닐까 생각한다. TV 드라마나 영화는 자폐인 중 천재적인 능력을 가진 ‘서번트 신드롬’만 부각시켜 묘사하는 경우가 많은데 필자가 7년 동안 자폐인을 위한 재단을 운영하면서 현실 세계에서 이런 능력을 가진 사람은 거의 본 적이 없다. [증인]은 자폐인의 현실을 잘 보여준 탄탄한 시나리오를 갖춘 영화였다. 영화의 플롯은 정우성이 변호사로 나와 김향기가 연기한 자폐인 소녀 증인 지우의 아픔을 공감하고 이해하는 과정으로 흘러간다. 아직 우리 사회에 자폐인에 대한 편견이 가득하지만 10년 전에 비하면 크게 발전했고, 그 덕에 [증인] 같은 영화도 나올 수 있었던 것 같다.


필자가 다녔던 고등학교의 교훈이 ‘크고자 하거든 남을 섬겨라’였는데, 처음에는 뭐 이런 우스운 교훈이 다 있나 생각했다. 흰머리가 늘면서 이 교훈의 의미가 점점 더 가슴에 다가온다. 오만하지 않고 겸손하게 세상과 사람을 바라보는 것은 쉽지 않다. 고객에 대한 이해와 자폐인에 대한 이해는 전혀 다른 것이라고 볼 수도 있지만, 사실 아주 비슷한 면도 많다. 다른 사람의 관점에서, 고객의 관점에서 본다는 것은 엄청난 양의 공부와 공감이 있어야 한다. 변호사 순호(정우성 분)가 자폐인 소녀 지우(김향기 분)를 이해하는 방법에 대한 조언을 구하자, 검사(이규형 분)는 “다리가 불편한 사람의 마음을 이해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 자신만의 세계에 있는 사람을 우리의 세계로 억지로 끌어내려고 하지 말고, 그 세계로 들어가라”고 대답한다. 필자가 살아오면서 가장 이해하기 힘든 사람은 자폐를 가진 필자의 아들이었다. 우리 아들의 세계로 들어가 그를 더 깊이 이해할 수 있다면, 우리 아들의 관점에서 세상을 볼 수 있다면 필자는 아마 고객의 마음을 가장 잘 이해하는 기업인이 될 수 있을 것이다.

201903호 (2019.0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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