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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영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5G 세계 첫 상용화 선언한 이유 

김영문 기자 ymk0806@joongang.co.kr·사진 김현동 기자
지난해 MWC에서 유영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이 일(?)을 저질렀다. 5G 세계 첫 상용화를 공언한 것. 몇 년 더 있어야 상용화를 맛볼 줄 알았던 통신 선진국, 글로벌 기업 등은 마음이 급해졌다. 기술 표준을 주도하는 자가 새로운 패권을 쥐기 때문이다.

▎유영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은 “정부는 5G 융합서비스 분야의 연구개발 지원과 관련 사업으로 한국 기업이 다양한 5G 서비스와 콘텐트를 발굴할 수 있도록 도울 것”이라며 “5G 서비스가 한국 시장에서 활성화되는 데 걸림돌이 되는 규제들을 규제 샌드박스 제도 등을 마련해 적극 개선해나가겠다”고 말했다.
“등 떠밀린 격일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지난해 한국이 5G 세계 첫 상용화를 선언한 덕분에 전 세계가 추진 시기를 길게는 1년, 짧게는 6개월씩 앞당겼죠. 관련 기업들도 제품 개발에 구슬땀을 흘렸습니다. 덕분에 한국은 또다시 ‘퍼스트 무버’로 올라섰습니다.”

지난 2월 18일 오후 5시 장관 집무실에서 만난 유영민(68)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은 소회부터 밝혔다. 사실 그는 지난해 2월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세계 최대 모바일전시회 모바일월드콩그레스(이하 MWC)에서 사고 아닌 사고(?)를 쳤다. 2021년에나 상용화 논의가 가능할 거란 주위의 만류에도 한국의 5G 세계 첫 상용화를 만천하에 알렸기 때문이다.

무모하다는 반응도 있었다. 하지만 유 장관은 1등이 아니면 무의미하다며 ‘감’과 ‘촉’을 믿고, 밀어붙였다. ‘양치기 소년’처럼 신뢰를 잃지 않기 위해 5G 국제표준 주도, 시범 서비스, 주파수 경매, 상용 전파 발사, 상용 서비스 준비, 통신사·제조사·장비업체와 협의 등 실질적인 노력에 앞장섰다. 1년이 지난 지금 한국엔 각국 정부·기업이 탐낼 만한 5G 상용화 방법과 노하우가 쌓였다.

유 장관은 2월 말 열리는 MWC 참석 채비로 분주했다. 그는 “‘신기술의 범용화’는 시장 구조를 변화시킨다”는 평소 지론에 따라 MWC에서 상용화 노하우 보따리를 풀 생각이다. 등 떠밀리듯 5G 상용화 정책을 따랐던 글로벌 업체들도 덩달아 시장에 선보일 게 생겼다. 이미 지난 1월 20일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CES에서 삼성·LG를 비롯해 중국 화웨이·샤오미 등이 일제히 5G 스마트폰을 내놓으며 신제품 경쟁에 돌입했다. 5G 통신장비 사업도 새로운 먹거리로 떠오르며 삼성전자·에릭슨·노키아·화웨이·버라이즌·인텔 등 굴지의 기술 기업들이 장비 개발 전쟁에 뛰어들었다.

막연했던 인공지능(AI), 빅데이터, 가상현실(VR), 스마트공장, 디지털트랜스포메이션 등의 개념도 5G 앞에서 점차 뚜렷해지고 있다. 그간 정부가 희소재인 전파 자원을 효율적으로 분배하는 데 가치를 뒀다면, 시장 다원화로 격벽이 무너져가는 미래 사회엔 한층 고도화된 ‘전파 자원’ 정책이 필요하다는 뜻이다. 유 장관도 “‘5G 상용화’는 ‘4차 산업혁명’이란 화두를 구체적으로 풀 열쇠”라고 강조했다. 다음은 그와 나눈 일문일답이다.

올해 MWC에서도 한국의 5세대(5G) 통신 기술을 알린다고 들었다.

MWC에서 세계이동통신사업자협회(GSMA *220개국 750여 개 통신사업자로 구성) 사무총장, 스페인 산업통상관광부 장관, 세계은행 부총재, 미국 FCC위원장, 한국 통신 3사 CEO 등을 만나 5G 상용화 진행 상황을 공유할 예정이다. 이곳에서 한국의 5G 융합 서비스가 담긴 스마트시티·스마트공장 등의 사례도 보여줄 생각이다. 단순히 사례만 보여주는 게 아니라 GSMA와 5G 단말·장비·서비스의 글로벌 진출을 위한 협력 플랫폼 구축을 마무리할 예정이다. 한국이 가장 빨리 준비돼 있고, 명실상부한 세계 최초 상용화국으로서 다시 한번 ‘퍼스트 무버’ 지위를 확인하고자 한다.

MWC에 가기 전 기업들과 사전 협의를 따로 하나?

그런 건 없다. 정부는 5G 상용화가 보여줄 밑그림을 그렸다. 지난해 6월 주파수를 경매에 부쳐 3조1683억원을 거둬들였고, 11월엔 주파수 할당까지 마쳤다. 그리고 기업들이 관련 장비를 출시할 수 있게 제도권에서 도울 수 있는 건 최대한 도왔다. MWC에서 한국의 그런 노력상을 크게 보여주는 건 내 몫이지만, 나머진 기업들이 자유롭게 자신의 능력을 뽐내는 자리다. 단말기 시장에선 삼성·LG가 3월 말 5G 스마트폰 출시를 앞두고 있고, 장비 시장에선 삼성전자·에릭슨·노키아·화웨이 등 이 새로운 경쟁을 시작했다. 단순히 5G 상용화를 선언하고, 기업을 압박한다고 될 일이 아니다. 5G는 신성장동력을 찾는 기업에 마중물이 되고 있다. 글로벌 기업이 움직이니 한국 중소기업도 덩달아 바빠졌고, 관련 제조업계는 더 뜨거워졌다.

5G 상용화, 아직 와닿지 않는다는 사람이 많다.


▎지난해 11월 20일 유영민 장관은 서울 강남구 신사동 일대에서 통신 3사 관계자들과 함께 5G망 구축 현황을 직접 살펴보고 현장 의견을 들었다.
다 그렇게 시작한다. 1888년 독일의 물리학자 하인리히 루돌프 헤르츠가 전파의 존재를 최초로 증명한 이후 1901년 이탈리아 물리학자 굴리엘모 마르코니는 영국에서 발신한 전파를 2900㎞ 떨어진 미국에서 수신했다. 그로부터 130여 년이 지난 지금 볼 수도 만질 수도 없는 전파를 가지고, 우리는 이제 5G 통신을 논하고 있다. 이론상 4G보다 20배 빠르다곤 하지만 속도가 5G 시대의 본질은 아니다. 실시간으로 공장과 자동차는 물론 농작물까지 제어하고, 증강·가상 현실이 모두 연결되는 초연결 사회가 열리는 것이다. 지금까지 통신이 사람과 사람을 연결하는 게 주목적이었다면 이제는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것이 연결되는 세상이 열린다.

실제로 어떤 일이 벌어질까?

한국 외과의사의 수술 능력은 세계 최고 수준이다. 이 의사가 원격 로봇 수술로 다른 나라에 있는 환자를 수술하거나 도울 수 있다. 위험 지역에 드론이나 로봇을 보내서 실시간으로 현지 상황을 보면서 위험 요소를 제거할 수도 있다. 원격 콘서트도 열린다. 다른 나라에 있는 지휘자, 연주자, 가수가 홀로그램으로 한곳에 모여 음악회를 열 수 있다.

‘에니타임(Anytime), 에니웨어(Anywhere), 에니싱(Anything)’이든 현실과 가상이 만나는 유비쿼터스가 가능해진다는 얘기다. 일부는 벌써 실현됐고, 나머진 5G 상용화와 맞물리면 올해 내에 볼 수도 있다. 사람의 개입 없이 자동차들이 안전하게 다닐 수 있는 세상도 머지않았다.

5G는 산업 간 영역을 허물 것 같다. 하지만 규제가 문제다.

관계부처 장관으로서 이 부분이 제일 중요하다고 본다. 3월 상용화를 외쳤지만, 하루아침에 5G 세상이 열리는 게 아니다. 4~5년 정도는 4G와 5G가 공존하며, 관련 규제를 조금씩 허물어가야 한다. 규제 샌드박스가 그 노력의 일환이다. 새로운 기술과 서비스가 기존 법과 규제가 있어도 국민의 생명과 안전에 위해가 되지 않는다면 시장에 출시하도록 임시로 허가해주는 제도다. 이런 노력으로 규제를 하나씩 현실화할 거다. 당장 과기정통부 심의위원회에서 행정·공공기관 고지서부터 모바일로 보낼 수 있도록 처리했다. 누구나 스마트폰으로 소셜네트워크 서비스를 쓰는 세상이 됐는데 규제에 발목 잡혀 모바일 고지서 하나 보내기 힘들다. 지금 규제에 따르면 임상시험 대상자를 온라인으로 모집할 수도 없다. 급변하는 사회를 따르지 못하는 규제는 하나씩 바꿔야 한다. 물론 쉬운 일은 아니다. 예전 정권에서 전봇대를 없애겠다는 공약을 했지만, 아직도 남아 있다. 그만큼 규제와 관행을 바꾸는 일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부처마다 이해관계가 다르지 않나?

다를 수 있다. 하지만 협의체를 구성해 풀어가기로 했다. 현재 규제 샌드박스 심의 신청은 기업 유형별로 하는데 유형별로 비슷한 게 있으면 한데 묶어 논의하기로 했다. 협의체 구성이 일시적인 것 아니냐는 얘기도 있는데 그렇지 않다. 5G 상용화 추진 건만 하더라도 지난해 12월부터 산업통상자원부, 중소벤처기업부 등이 함께 ‘범부처 합동 5G 릴레이 현장방문’을 추진 중이다. 5G와 산업 간 융합이 매우 중요한 이슈라면서 부처 간 협력을 하지 않는 게 모순이다. 다만 시간이 걸릴 수는 있다.

중국 화웨이 장비 도입에 반대 논란이 꽤 거세다.

알고 있다. 하지만 미국 정부로부터 중국 화웨이 장비를 쓰지 말라는 요청을 받은 적이 없다. 물론 미국 당국의 움직임은 간과해서는 안 되기에 상황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 사기업이 화웨이 장비를 쓰는 문제는 정부가 관여할 일도 아니다. 불거지는 보안 논란엔 적극적으로 나섰다. 지난해 7월 통신 3사 CEO와 간담회를 하고 5G망 구축 시 보안을 충분히 고려해달라고 요청했다. 같은 해 10월엔 ‘5G보안기술자문협의회’까지 구성해 보안 검증에 나서도록 했다.

국가 인프라 장비인데 대비책이 필요하지 않나?

사실 한국 통신사의 보안검증 수준은 세계적인 수준이지만, 통신 장비의 종속화가 걱정이다. 망을 구축하려면 중계기에 수많은 단말이 전국 곳곳에 깔린다. 특정 장비 회사가 이를 독점하고, 기술 규격도 독점화를 꾀하는 게 더 심각한 문제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관련 장비는 곧 산업이다. 경제부총리, 산업부·중소벤처부 장관과 함께 통신 3사를 방문하고자 한다. 다시 한 번 말하지만, 장비는 우리 산업이고, 종속화 우려를 매우 심도 있게 따져보고 있다.

5G 상용화 추진 과정에서 느꼈던 소회를 정리한다면.

‘퍼스트 무버’가 돼야 한다는 사실을 절감했다. 한국이 달려온 길이 그랬다. 시대적으로 IT, 반도체와 같이 소재만 달라졌을 뿐 1등을 하겠다는 목표를 세운 뒤 이룬 성과를 우린 익히 알고 있다. 이는 장관 취임 전부터 항상 느낀 바였다. 주변 상황을 봐도 그렇다. 중국은 유선을 포기하고 무선으로 점프하는 길을 택했다. 마찬가지로 다른 기술의 진보도 어느 날 갑자기 몇 단계 뛰어오르는 형태로 등장했다. 4차 산업혁명을 구체적으로 총칭할 수 있는 5G만큼은 선두를 뺏기면 안 된다고 생각했다. 한국 산업의 생존이 걸렸다고 봤기에 무리수를 좀 뒀다. 길이 없기에 직접 뛰고 설득했다. 삼성전자·노키아·에릭슨·화웨이·인텔 관계자를 만났다. 통신 3사 CEO를 만난 자리에선 필수 설비는 함께 쓰자고 제안해 중복 투자를 막았다. 정신없이 장관직을 수행하면서 교훈도 얻고 있다.

어떤 교훈을 얻었나?

두 가지다. 정책 당국자로서 굉장히 도전적인 목표를 설정해놓으니 전 세계의 움직임이 빨라졌다. 미국·일본·중국 당국도 일정을 한껏 앞당기고 있다. 물론 선언만 해서 되겠나. 거시적인 로드맵을 세우고 실제 움직여야 가능한 일이다. 또 하나는 정책도 신뢰가 있어야 한다는 점이다. 통신 3사도 서로 눈치만 보며 경쟁하다 정부가 선언을 하고 실제로 움직여주니 서로의 패를 공유했다. 이에 정부도 도움을 주기 시작했다. 시장에 신뢰를 주는 게 그만큼 중요하다고 느꼈다.

유 장관의 답변 곳곳에서 그의 다양한 경험이 묻어났다. 그는 소프트웨어(SW) 개발자로 출발해 LG전자, LG CNS 부사장을 역임했다. 이후 2006년 한국소프트웨어진흥원 원장, 포스코ICT 사장과 최고운영책임자(COO)겸 IT서비스 본부장, 포스코경영연구소 사장(회장 보좌역)도 역임했다.

정치권에 발을 들인 후도 민주당에서 디지털소통위원회 위원장, 온오프네트워크정당추진위원회 위원장 등을 역임하며 IT 전문가로서 명성을 떨쳤다. 그리고 2017년 7월 현 정부 첫 과기정통부 장관으로 취임한 이래 1년 8개월 가까이 재임하고 있다. 취임 초기 그를 향한 기대도 꽤 컸다. 2003년 미래창조과학부(현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전신인 정보통신부 시절 삼성전자 사장 출신인 진대제 장관 이후 처음 기업인 출신 장관이었기 때문이다. 그만큼 산업을 잘 이해하고, 현장 맞춤형 정책을 펼쳐주길 바라는 마음이 아니었을까 싶다. 유영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은 이렇게 말하며 인터뷰를 마쳤다.

“지금까지 쌓은 지식과 경험이 지금 이 자리를 위한 것인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습니다. 유연하게 사고하려고 노력하고 있으며, 기업과 정부의 역할이 다름도 유념하고 있습니다. 정부는 기업이 돈을 잘 벌게 도와주고, 불공정과 반칙을 막아 건강한 생태계를 조성하는 데도 노력하고 있죠. 또 공직에 있는 우수한 인재들이 최대한 역량을 발휘하도록 지원하고 있습니다. 더불어 세금으로 산 고가의 첨단 장비를 국내 대학과 공유하는 사업도 적극 추진 중으로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역할과 책임은 본질적인 면에서 크게 달라지지 않을 거란 생각이 듭니다.”

201903호 (2019.0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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