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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익환이 만난 혁신 기업가(2) 김민규 복순도가(福順都家) 공동대표 

30대 유학파 형제가 가업 잇자 전통주가 젊어졌다 

정리=김민수 기자 kim.minsu2@joins.com·사진 전민규 기자
부모님의 혼이 들어간 손막걸리를 ‘핫’한 브랜드로 재창조하고 있는 젊은 CEO를 만났다. 김민규(37) 복순도가 공동대표다. 울산 울주군 상북면에서 김정식·박복순 부부가 곱게 빚어 마을 어르신들을 대접했던 막걸리는 두 아들이 합류하면서 새로운 전기를 맞이했다. 그 중심에는 양조장 건축부터 제품 디자인, 브랜드 마케팅까지 도맡아온 장남 민규씨가 있다.

▎김민규 복순도가 공동대표가 2월 13일 통인동 복순도가 서촌차고점에서 복순도가 손막걸리를 소개하고 있다.
듬직한 체구에 수더분한 인상의 김 대표를 보니 마을 어르신들께 막걸리를 권하는 청년의 모습이 자연스레 떠올랐다. 복순도가의 아이덴티티는 ‘막걸리’가 아니라 ‘발효’에 있다고 강조하는 김 대표의 한마디가 묵직하게 다가왔다. 주류회사라는 카테고리에 국한되지 않고, 발효라는 개념을 세계로 전파하고 있는 복순도가의 이야기를 들었다. 김익환 한세실업 대표가 묻고 김민규 복순도가 공동대표가 답했다.

세계가 먼저 알아본 우리 전통주


▎복순도가 내부 항아리에서 막걸리가 발효되고 있다.
‘혁신 기업가’ 시리즈 두 번째 손님으로 모실 수 있어 기쁘다. 개인적으로 혁신이란 천지개벽이라기보다는 본질적인 것들에 대한 변화를 가져올 수 있는지 여부에 달렸다고 생각한다. 그런 면에서 복순도가는 막걸리에 대한 사회적 인식을 바꾸는 데 큰 몫을 해왔다. 기존 전통주와 다른 새로운 맛과 특징으로 젊은 세대들이 찾는 ‘힙’한 술이 됐다. 국내 유일한 천연 탄산 막걸리로서의 가치를 인정받아 ‘막걸리계의 돔 페리뇽’이라는 별칭도 얻었다.


알아봐주시는 분이 많아져서 감사할 따름이다. 전통을 지킨다는 게 꼭 옛날 방식을 고수한다는 뜻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옛 것의 좋은 점과 본질을 더욱 발전시키고 창조적으로 만드는 것도 전통을 지키는 방법이다. 복순도가 막걸리는 전통주지만, 발효의 중요한 부분은 옛날 고유의 방식을 고수하되, 제품 브랜딩과 마케팅 부분은 현대에 맞게 재해석했다. 이런 과정들이 혁신적인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복순도가는 가양주라고 불린다. 가양주의 정의를 알려달라.

집에서 직접 담근 술을 가양주라고 한다. 우리나라는 전통적으로 지역마다 집집마다 가양주가 있었다. 제사를 지내고 어르신들을 대접하기 위해 집에서 술을 많이 만들었다. 그러나 일본이 민족문화 말살 작업의 일환으로 가양주 제조를 면허제로 바꾸고 상속을 금지하면서 급속히 사라졌다.

복순도가 막걸리를 한마디로 정의한다면.

손으로 직접 빚은 순수 생막걸리라는 뜻을 담아 ‘손막걸리’라고 한다. 그만큼 손으로 정성스럽게 술을 만들고 발효 콘텐트를 만드는 회사다.

복순도가와 다른 막걸리의 차이점은 무엇인가?


▎울산광역시 울주군 상북면에 있는 복순도가 양조장 외관. 김민규 대표가 설계하고 지역민들과 함께 건축했다.
막걸리는 전통주지만 실제 전통적인 제조방식으로 빚어지는 막걸리는 많지 않다. 대다수의 막걸리가 대량생산이 가능한 일본식 개량 누룩을 사용해 만들어진다. 우리나라에는 800여 개 양조장이 있는데 이중 직접 누룩을 만드는 곳은 거의 없다. 복순도가만의 차별점은 바로 직접 만든 우리 쌀과 누룩이다. 도가에서 직접 누룩을 만들어 곰팡이균과 함께 발효시킨다. 조부모님 때부터 만들어온 방식을 고수하고 있다. 발효 용기도 중요하다. 복순도가에서는 70여 년 묵은 항아리에 담아 옛 방식으로 오랜 기간 숙성시킨다. 발효 기간도 평균적으로 여름은 25일, 겨울은 30일 정도 소요된다. 스테인리스 탱크에서 60~70 시간이면 숙성되는 시중 막걸리와 다르다.

전체 주류 시장에서 막걸리가 차지하는 규모는 극히 일부분이다. 시장이 커지려면 많은 노력이 필요할 것 같다.

지난해 기준 한국 주류 시장에서 전통주가 차지하는 비중은 1%도 안 된다. 그렇기 때문에 앞으로 할 수 있는 부분이 많다고 생각한다. 정부에서도 전통주를 살리기 위해 지난해 특별법을 만들어 전통주에 한해 온라인 판매를 허용했다. 하지만 전체 규모로 보면 아직 많이 미흡하기 때문에 전통주에 대한 개념을 바꾸기 위해 다양한 시도를 해나가려고 한다.

수제 맥주 시장이 수년 사이에 크게 성장한 것처럼, 사람들의 취향도 갈수록 다양해지고 고급화되고 있다.

‘발효’라는 콘텐트로 많은 시도를 해나갈 예정이다. 주류 회사라는 카테고리에 한정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2017년에 부산에 복순도가 F1963 레스토랑을 열었다. 이곳에서 우리가 생산하는 술과 막걸리, 청주, 약주, 소주를 제품화하고 있다. 어머니가 마을 분들과 함께 만든 된장, 고추장, 간장, 식초를 셰프가 요리에 활용한다. 주류뿐 아니라 사람들이 친숙하게 인지하고 즐길 수 있는 브랜드로 만들어가려고 노력하고 있다.

복순도가의 양조장을 직접 건축하셨다. 다른 양조장과 다른 콘셉트를 추구한 이유는 뭔가?


▎복순도가 창업주 박복순 여사가 직접 빚은 막걸리의 발효 과정을 살펴보고 있다. 복순도가라는 명칭은 박복순 여사의 이름에서 유래됐다.
복순도가 양조장의 발효건축(fermentation architecture)이라는 콘셉트는 뉴욕 대학 재학 당시 졸업논문 주제였다. 시골에서 양조장을 운영하는 어르신들의 가정을 지켜보면서 공간을 디자인하게 됐다. (김 대표는 미국 최고의 건축대학으로 꼽히는 쿠퍼유니언대학(The Cooper Union)에서 건축을 전공했다.) 발효의 사전적 의미가 유기물이 인간에게 유용하게 바뀌는 과정이라면, 발효건축은 공간이 인간에게 유효한 과정을 말한다. 이 콘셉트를 기반으로 마을 분들과 함께 양조장을 기획하고 지역에서 나는 볏짚, 황토로 건물을 완성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

쉽지 않은 프로젝트였을 것 같다.

생소한 공사방식을 시도하는 과정에서 어려움이 많았다. 공사기간만 1년 가까이 걸렸다. 막걸리가 발효되어가는 과정을 공간에 담았다. 지금은 많은 분이 술맛뿐 아니라 건축물을 보려고 발걸음을 해주신다. 주중에는 1000명, 주말에는 대략 2000명 정도 관광객이 몰린다. 발효를 체험하고 농촌을 느낄 수 있는 공간이 되어 가고 있다.

미국 명문 대학 건축학과를 나왔는데 왜 도대체 술 사업에 뛰어들게 됐나?

어릴 적 할머니 때부터 집에서 술을 만들었고 마을에서 우리 집이 술을 잘 만드는 집으로 유명해 마을 분들이 많이 찾아와 즐기셨다. 그래서 언젠가부터 자연스럽게 막걸리와 관련된 일을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건축을 전공했으니 공간과 마케팅, 브랜딩, 디자인 등 많은 부분에서 제가 도울 수 있다고 생각했다. ‘막걸리를 할 거냐, 건축을 할 거냐’ 이런 질문들을 많이 하시는데, 가업이 제 일이고, 제 일이 가업이다. 둘 사이에 경계는 없는 것 같다. 충분히 상호 연관성이 있다고 생각했고 부모님도 원하셨다.

(김 대표는 복순도가에서 브랜딩, 마케팅, 디자인, 해외 및 국내 영업을 담당하고 있다. 미국 UC버클리대학에서 수학을 전공한 동생 민국(34)씨도 합류해 복순도가 막걸리를 제품화하고 있다.)

발효에서 착안한 문화 콘텐트의 가능성


▎부산 수영구에 있는 복순도가 F1963 레스토랑 내부 전경.
복순도가는 지역사회 발전에 기여하고 하나의 관광상품이 될 수 있는 소재인 것 같다. 한국은 대부분 기업이 서울에 몰려 있어 지역 차가 심하다. 미국은 월마트처럼 전 세계에서 가장 큰 유통회사로 성장해도 처음 시작한 아칸소(Arkansas)주 벤턴빌(Bentonville)시에 그대로 남아 지역의 고용 창출에 기여한다. 나이키, 타깃 등도 마찬가지다.

맞다. 지역마다 갖고 있는 고유의 식문화와 주류문화를 브랜딩하고 마케팅하는 것이 앞으로 점점 더 중요해질 것이다. 지방에 있는 양조장들을 많이 돌아다니는데, 장인의 기술을 승계할 만한 인프라를 갖추고 있는 곳이 거의 없다. 노부부 둘이 정말 맛있는 술을 만들어도 이를 데이터로 정리해서 후세에 남길 수 있는 인프라가 너무도 부족하다. 한국에서 잊혀가는 우리 고유의 맛을 살리는 데 정부가 적극 나서야 한다. 개인이 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니다.

해외로도 수출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어려운 점은 없나?

2016년 일본, 2017년 홍콩 수출을 시작했고, 올해부터는 대만에도 수출할 예정이다. 한류 붐이 일고 있는 동남아시아도 염두에 두고 있다. 현재 해외에서 가장 대중화된 것은 멸균 처리를 거쳐 오래 보관할 수 있는 멸균 막걸리다. 우리 같은 생막걸리를 접해본 사람은 아직 많지 않다. 복순도가 막걸리의 유통기한은 20일 정도다. 다만 유통기한이 지나도 방부제가 들어가지 않았기 때문에 상하지 않는다. 막걸리는 그대로 두면 식초가 되고 거기서 더 익으면 청주가 된다. 유통기한이 지난다고 부패되는 게 아니라 천연 발효제로서 빵을 만드는 데 쓸 수 있고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다. 이런 부분들을 SNS나 브로셔 등 마케팅을 통해 적극 알리려고 한다.

전통주 시장 규모가 전체 주류 시장의 1%에 그친다는 점은 기회이기도 하지만, 대기업들과 경쟁에서 이겨야 한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주류 시장은 국내에 국한되지 않는다. 또 유행에 따라 급속히 변하는 시장이다. 그래서 우리만의 본질, 즉 탄탄한 아이덴티티를 가져야 한다. 더 좋은 술을 만들어야 제대로 자리 잡을 수 있다.

규모가 커질수록 관리의 중요성이 대두된다. 지난 5년간 급속도로 성장한 만큼 퀄리티를 어떻게 유지하느냐가 중요할 것 같다.

직접 누룩을 만들고 항아리에서 발효시키는 전통적인 제조방식을 고수하면서, 포장이나 배송 등은 최대한 자동화하려고 노력해왔다. 더 많이 성장할 수도 있었지만, 품질을 지키면서 제품화할 수 있는 방안을 계속 고민하고 있다.

복순도가의 규모는 어느 정도인가?

생산공장과 레스토랑, 디자인 등을 담당하는 기획팀을 합쳐 60여 명이다. 이 중 생산공장에서 일하시는 분은 25명 정도다. 다만 어르신들이 옛 방식으로 만들다 보니 풀타임으로 근무하기는 힘들다. (웃음)

쌀이 남아도는 시대인데 복순도가가 이런 문제를 해결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울주농협과 협업해서 지역 쌀을 쓰고 있다. 지역에서 농사짓는 분들과 상생하기 위해서다. 농촌에서 피부로 느끼는 쌀 문제는 심각하다. 식문화가 바뀌면서 현대인들은 예전처럼 쌀을 많이 소비하지 않는다. 소비는 줄었지만 반대로 농업 기술은 발달하니 생산량은 늘었다. 그 결과 평생 농사만 지어오신 분들이 농사를 포기하고 논을 뒤엎는 것을 많이 봤다. 우리는 농촌과 상생할 수 있는 비즈니스 모델을 관광업까지 확대하고 있다.

복순도가를 방문하는 관광객이 많아지면서 체험 프로그램이나 지역 농수산물을 구입할 수 있는 마켓도 정기적으로 열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마을 자체가 하나의 문화 콘텐트가 되도록 개발 중이다. 최근에는 빈 한옥들을 인수해서 깨끗하게 고쳐 티하우스를 만들어 방문객들이 오실 수 있게 했다. 또 연내 제2공장 설계를 마치고 내년에 착공하려고 한다. 단순한 제조공장이 아니라 많은 사람이 방문해 즐길 수 있는 퍼블릭한 공간으로 만들 계획이다.

복순도가는 바이럴 마케팅의 성공 사례로 꼽힌다.

우리는 따로 홍보비를 책정하지 않는다. 가족 형태로 조그맣게 시작했는데 입소문의 힘이 굉장히 컸다. 직접 막걸리를 들고 주변 분들을 찾아다닌 것이 쌓이면서 홍보 수단이 된 것 같다. 좋은 자리에 좋은 술을 내면 그것만큼 좋은 홍보가 없다.

본질을 제대로 갖추면 사람들이 알아주고 마케터가 돼주는 것 같다.

맞다. 결국 본질이 중요하다. 광고는 과장되기 쉽다. 우리가 갖고 있는 고유함, 지역성을 바탕으로 브랜드화하는 것이 중요하다.

복순도가는 주류 이외에도 다양한 행사에 참여한다고 들었다.

전통주 페어나 음식 페어에 주로 참여하다가 우연한 기회에 와인 페어에 참여한 적이 있었다. 이때 와인 애호가들이 우리에게 큰 관심을 주시는 걸 보고, 오히려 다른 분야와 어우러질 때 우리가 더욱 빛날 수 있다는 걸 알게 됐다. 이때부터 디자인, 뷰티, 아트페어 등 다양한 업계 행사에 참여하면서 협업 기회를 늘려왔다. 도자기 행사를 하면 도자기에 담을 콘텐트가 필요하다. 이렇게 교류를 늘려가면서 새로운 아이디어를 얻는다.

가까운 일본을 보면 유명한 디자이너 브랜드나 술이 세계화된 사례가 많다. 일본 정부가 부단히 노력해서 세계적으로 유명해진 측면이 있는데 우리도 정부나 서울시의 도움이 필요할 것 같다.

일본 사케를 보면 지금은 세계적으로 널리 알려졌지만, 1964년 도쿄올림픽 이전까지만 해도 세계적인 술은 아니었다. 지금의 명성을 얻기까지 일본 정부와 민간에서 부단히 노력해왔다. 우리 전통주나 한식도 정부 차원에서 많은 도움이 필요하다. 지난해부터 시행된 온라인 전통주 판매 허가 덕분에 주류업계에 큰 변화가 있었다고 생각한다. 이렇듯 정부 정책이 지역에서 소규모로 양조업을 하시는 분들에게 굉장히 큰 힘이 될 수 있고 새로운 콘텐트를 탄생시킬 수 있다. 앞으로도 유통이나 다양한 지자체 지원이 필요하다.

복순도가의 올해 계획을 알려달라.

우선 발효를 테마로 연구해온 화장품을 연내에 출시할 계획이다. 해외 주류 페어에 참가했을 때 해외 바이어가 한국의 전통주로 화장품을 만들면 선주문 하겠다는 의사를 밝혀 원료부터 직접 개발했다. B2B로 조금씩 시작하고 있는데 올해 안에 국내에서 일반 소비자들을 대상으로 선보이려고 한다.

※ 김익환은… 노동력 위주의 제조업인 한세실업에 IT를 접목해 성과를 내고 있는 혁신 CEO다. 한세드림, 한세엠케이, FRJ 등 패션 자회사들의 경영에 직접 참여해 괄목할 만한 성장을 이끌며 지난해 1조7000억원에 달하는 매출을 올렸다. 최근 기업의 사회적 역할에 관심을 갖고 국내외에서 다양한 사회공헌 활동을 펼치고 있다.

201903호 (2019.0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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