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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홍래 한국투자신탁운용 대표 

“해외투자·인재육성에 길이 있다” 

김영문 기자
조홍래 대표는 10년간 연구원 생활을 거쳐 한국투자금융그룹에만 17년 넘게 몸담았다. 시장의 부침을 수없이 겪었던 그는 자본시장의 한순간보다 시장 자체의 메커니즘에 집중한다. 변동성이 컸던 지난해에도 한국투자신탁운용 펀드엔 돈이 몰렸다. 그에게 비결을 물었다.

▎조홍래 한국투자신탁운용 대표는 영속적인 미래를 담보할 신사업 중 하나로 ‘자산운용업’을 꼽았다. 더불어 다양한 분야의 인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리스크 관리는 아무리 강조해도 부족합니다. 한국투자신탁운용 종사자 모두가 항상 고민하는 바죠. 더불어 운용역은 지나친 자기 확신을 피해야 합니다.”

한층 복잡해진 자본시장에 대해 물었더니 조홍래(57) 한국투자신탁운용(이하 한투운용) 대표가 답했다. 지난 1월 16일 여의도 본사 사무실에서 만난 그는 “운용역은 10년 이상을 견디며 출렁이는 시간을 이겨내야 하는 번뇌자”라며 “시장이 아무리 출렁여도 주식과 안전자산 두 영역에서 투자 기회는 언제나 있다”고 덧붙였다. 하루가 다른 시장에 휘둘리지 않겠다는 의지와 새로운 투자 기회를 찾겠다는 뜻은 그가 한투운용을 이끄는 큰 축인 셈이다.

사실 리스크 문제부터 꺼낸 이유는 지난해 풍랑을 만난 한국 증시 탓이 컸다. 지난해 국내 증시에서 외국인들이 주식 수조원어치를 팔며 자금이 대거 빠져나갔다. 한국은행이 1월 11일 발표한 ‘2018년 국제금융·외환시장 동향’에 따르면 지난해 외국인들이 국내 증시에서 56억6000만 달러(약 6조3000억원)를 빼갔다. 규모로 따지면 2011년 91억8000만 달러를 빼간 이후 7년 만에 최대치였다.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 미·중 무역 전쟁, 유럽 재정위기 등의 여파로 외국인의 위험회피 심리가 한국 증시를 휩쓸었고, 국내 펀드도 이를 피할 수 없었다.

그래도 한투운용에는 돈이 몰렸다. 실제 지난해 3분기까지 한투운용의 전체 운용자산(AUM, 펀드+투자 일임)은 54조1417억원으로 2017년 말보다 이미 3조4157억원이나 늘었다.

외형이 커진 만큼 수수료 수익도 늘었다. 자산관리수수료도 174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135억원보다 30% 이상 늘었다. 조 대표가 미는 타깃데이트펀드(TDF) 덕분이다. ‘TDF알아서’ 시리즈 펀드는 고객의 벌이와 생애주기에 맞게 주식과 채권 등의 투자비율을 조절하는 상품이다. 최근 우리 사회에서 연금과 노후가 화두로 자리 잡으면서 시장에서 큰 호응을 끌어냈다. 여기에 4차 산업혁명, 베트남펀드 등 국내 자산운용업계에서 나름의 영역을 구축하며 달려가는 한투운용의 수장, 조 대표 이야기를 더 들어봤다.

지난해 수탁고, 수익 모두 늘었다. 비결이 있나?

7~8년 전 순이익을 회복한 수준이다. 그만큼 수년간 시장이 크게 출렁였다. 다만 점차 회복하고 있다고 말하고 싶다. 수익도 수익이지만, 풍랑 만난 한국 증권업계에 몸담으면서 해외투자와 실물투자가 답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예전엔 국내 주식시장에 의존도가 높았다. 하지만 지금은 대체투자를 해야 하고 또 실제 그 비중도 두 배로 늘었다. 최근 거둔 성과는 투자의 방향성이 한 발 더 진전된 시장 상황에 잘 대응한 결과였다고 평가하고 싶다.

글로벌 운용총괄을 신설하는 조직개편을 한 것도 그런 이유에서인가?

변동성이 컸던 시장 때문에 허겁지겁 한 일이 아니다. 좋은 투자 대상은 언제나 존재한다. 시장이 성장하면 기술회사나 신생 스타트업이 폭발적으로 성장하는 주식시장에, 시장이 불안하면 장기 금리를 보장하는 채권시장에서 수익원을 찾을 수 있다. 그렇게 시장은 ‘수익’이란 푯말을 두고 균형점을 찾아간다. 우리는 그보다 좀 더 나은 수익을 투자자에게 돌려주고자 했고, 그 해답을 해외에서 찾고 있다.

해외에선 어떤 분야에 주목했나?

금융자산과 실물자산 두 가지 측면에서 접근했다. 먼저 금융자산의 경우 선진국과 이머징 마켓을 나눠 봤다. 미국 기준금리의 움직임에 글로벌 시장이 움직이듯 이 두 진영은 따로 또 같이 움직인다. 각각의 시장 사이클이 존재하고 해를 달리하면서 유기적으로 엮이기도 한다. 그런 차원에서 좀 더 큰 그림을 그리고 접근한다.

실물자산의 경우엔 좀 더 구체적이다. 선진국에선 부동산, 자원에너지, 교통, IT, 인프라 분야에서 좋은 투자 기회를 포착했다. 전통적인 자산이라 치부할 수 있지만, 선진국은 자금이 풍부하고 언제나 교체 수요가 살아 있는 곳이다.

한투운용의 베트남펀드에도 자금이 몰렸다고 들었다.

한투운용이 베트남에 가장 먼저 진출했다. 진출한 지 12년이나 흘렀다. 물론 힘들었다. 베트남도 외환위기와 각종 경제위기를 겪었다. 게다가 초기에 베트남 시장에 들어간 한투운용은 시장 규모에 비해 너무 대어(大漁)였다. 연못에 고래가 들어간 상황이었다. 펀드 성과가 좋아지고, 자금이 몰린 건 베트남 경제의 성장과 맞물린다. 12년 전과 완전히 달라졌다고 할 정도로 베트남 경제는 한 단계 올라섰다. 그래서인지 지난해 베트남펀드에 갑자기 돈이 몰리기 시작했다. 고민에 빠졌다. 수익률이 높은 만큼 리스크도 컸기 때문에 일시적으로 판매를 중단했다. 리스크가 클 수 있다는 경고를 솔직하게 낸 셈이다.

“해외투자, 외국인 투자 함께 생각해야”


해외투자에 적극 나서는 이유가 뭔가?

흔히 아웃바운드(해외투자)만 생각하지만, 인바운드(외국인 투자)도 중요한 축이다. 마치 한국이 1980년대 수출입 규모가 급격하게 성장했듯 한국 금융상품시장도 같은 방식으로 커질 것으로 생각한다. 단순히 해외 자산을 매입해야 한다는 차원이 아니다. 이미 1990년대 일본에선 공모펀드에 몰린 자금 중 60%가 해외투자로 나갔다. 지난해 말에도 일본 펀드 자산 중 32.7%(30조 엔)가 해외 자산에 투자됐다. 일본이 세계 최대 채권국으로 발돋움할 수 있었던 배경이기도 하다. 한국 자본도 같은 길을 걸을 가능성이 크다.

해외 투자에 특화된 비결이라도 있나?

없다. 시장이 이렇게 드넓은데 한 가지 비결이란 게 있을 수 있겠는가. 단지 굴하지 않겠다는 의지는 충만하다. 만용이 아니다. 이렇게 빨리 변하는 자본시장에서 끊임없이 시장을 읽고, 새로운 투자 기회를 찾겠다는 의지다. 혹자는 말한다. 해외 거점부터 마련해야 하지 않냐고. 선진국 같은 경우 거래소 시스템과 유수한 운용사가 있어 굳이 사무소 설립에 힘을 빼지 않아도 된다. 다 돈이다. 투자자들이 맡긴 돈을 한 푼, 두 푼 써야 하는 일이다. 차라리 좋은 파트너십을 맺어 좋은 투자 기회를 더 찾아보겠다.

중국과도 꽤 인연이 깊지 않나?

꽤 일찍 들어갔다. 2007년 홍콩법인(2014년 청산)에 이어 2011년 중국 상하이에 세 번째 기지를 세웠다. 2009년엔 중국 정부로부터 적격외국기관투자가(QFII) 자격도 얻었다. 그간 중국 고배당주, 중국본토 공모주 펀드, 소비재펀드에 관여했고 최근엔 4차 산업혁명 펀드까지 꽤 다양한 상품군으로 중국 시장에서 기회를 찾았다. 앞으로 상하이사무소도 법인으로 승격하려고 한다. 중국 내 기관투자가 등을 상대로 새로운 사업 기회를 찾기 위해서다. 아직까진 쉽진 않지만, 언제나 우린 중국 시장엔 장기전의 자세로 임한다.

장기전으로 가는 데 가장 중요한 건 뭔가?

사람이다. 두 가지 측면에서 용인술에 주력한다. 하나는 사내에서 그간 알려지지 않았던 재능을 가진 이를 발굴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어렵더라도 꼭 대졸 신입을 뽑는 거다. 먼저 사내공모제를 도입해 부서 간 장벽을 허물었다. 꼭 운용부서에서 일한 경험이 있어야만 운용을 하란 법은 없다. 무작정 손을 들라는 게 아니라 사람이 직무와 자리를 바꾸면서 부서 간 소통을 하라는 뜻도 담았다. 대졸 신입의 경우 회사 차원에서 각종 교육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10년 후 회사 중추가 될 것이란 믿음이 있어 더 애착을 갖는다.

인재를 찾을 때 특별히 중점을 두는 게 있나?

다양성이다. 지난해 한 대학에서 강연한 적이 있다. 2050년까지 성장세가 큰 분야로 자산운용업을 강조했다. 경제·경영학과 출신만 올 수 있는 곳이 아니다. 비상경계열도 충분히 승산이 있다. 실제 최근 몇 년간 통계를 보니 신입사원을 포함해 비상경계열 임직원이 절반이나 됐다. 본부장 22명 가운데 9명이 동양철학, 일어일문학, 사회복지학 등 비상경계열 출신이다. 신입사원도 마찬가지다. 실제 운용업계 내에서도 펀드매니저, 백오피스, 리서치 등으로 직군이 나뉘어 다양한 배경을 가진 인재가 필요하다.

미국 예일대에서 박사과정을 밟다가 금융업계에 발을 들였다고 알고 있다.

수료만 하고 귀국했다. 당시 현대경제연구원에서 첫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책상에서 서류만 볼 줄 알았는데, 1990년대 현대 계열사 현장이란 현장은 다 다녔다. 직접 보고 느끼려고 했다. 그러다 증권사 리서치로 넘어왔다. 10년 만에 자리를 옮겨 본부장에 앉으니 업무를 몰라 난감했다. 그래서 사내 증권투자상담사 자격증 교육을 빠짐없이 들었다. 이상하게 보는 시선도 있었지만, 공부해야지 뽀족한 수가 있나 싶었다. 그렇게 해서 운용사까지 오게 됐다.

다양성을 강조하는 발판이 된 듯하다.

그렇다. 크게 두 가지를 얻었다. 하나는 넓어진 시야다. 현대에서 현장 경험, 증권사 리서치 본부장 시절 경험은 내 시야를 더 넓게 가져가는 데 큰 도움이 됐다. 현장을 다니며 연구하다 보니 시장이 한 가지 요소로 움직이는 게 아니라는 걸 알았다.

다른 하나는 조직을 보는 눈이다. 지금도 회사 조직도를 자주 본다. 리서치본부장을 하면서 고학력 부서원을 다루는 법을 배운 게 이때 큰 힘이 됐다. 그러면서 스몰캡팀, 중국팀 등 새로운 팀을 만들었고, 이들이 능력을 더 키울 수 있도록 도왔다.

그에겐 투자철학과 조직이 무기였다. 시장은 언제나 변하지만, 자산운용업이 휘둘려선 안 된다는 게 조 대표의 지론이다. 다양한 생각을 하는 이들이 조직을 이끌어나가야 한다는 것도 그의 굳은 믿음이다. 그래서일까. 조홍래 한국투자신탁운용 대표는 인터뷰 내내 ‘어디에 투자하라’는 조언보다 장기로 투자해야 하는 ‘당위’를 강조했다.

- 김영문 기자 ymk0806@joongang.co.kr·사진 박종근 기자

201902호 (2019.0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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