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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재훈 플랫폼파트너스자산운용 대표 

주주행동주의는 새로운 기회 

김영문 기자
지난해부터 한국 자본시장에서 주주행동주의란 단어가 주목받았다. 현대자동차그룹, 대한항공, 삼성물산 등 대기업에 쓴소리(?)를 했기 때문이다. 글로벌 펀드사에 ‘NO’라는 거수기를 들었던 플랫폼파트너스자산운용도 마찬가지다. 진정한 ‘주주행동주의’란 무엇이며, 이곳 대표는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까.

▎정재훈 플랫폼파트너스자산운용 대표는 “주주의 이익은 곧 회사의 이익”이라며 “맥쿼리인프라펀드는 적이 아니라 앞으로 함께 걸어가야 할 파트너”라고 말했다. 주주행동주의를 표방한 이유도 이 같은 맥락이라고 강조했다.
“맥쿼리인프라가 최고가를 기록했습니다. 배당락 이후인데도 시장 반응이 뜨겁다는 증거죠.”

지난 1월 15일 서울 강남구 사무실에서 만난 정재훈(48) 플랫폼파트너스자산운용 대표가 한 말이다. 그는 “다들 오해한다. 맥쿼리인프라펀드는 적이 아니라 동반자다”며 “그간의 상황은 순전히 주주로서 요구한 내용이고, 이를 통해 맥쿼리인프라도 함께 성장할 수 있다고 믿었다”고 덧붙였다.

사실 지난해 9월 19일 열린 맥쿼리인프라펀드(MKIF) 임시 주주총회가 시끄러웠다. ‘운용사 교체 안건’ 문제로 맥쿼리 측과 표 대결까지 벌이며 갈등하는 듯 보였다. 호주계 금융사 맥쿼리인프라펀드는 한국에서 인천국제공항 고속도로, 우면산 터널 같은 인프라를 구축한, 말 그대로 인프라(사회기반시설) 투자 펀드다. 플랫폼파트너스자산운용(이하 플랫폼)은 지분 3% 보유 사실을 알리며 운용사 교체를 요구했다. 운용 보수가 비싸서인데 사실, ‘보수 인하’ 자체를 안건화할 수 없어 ‘교체’라는 초강수를 뒀다는 게 정 대표의 고백이다.

물론 결과는 맥쿼리인프라펀드 주주 74%(총 발행 주식 수 기준) 참여, 31.1% 찬성. 찬성표가 50%를 넘지 않아 운용사 교체 안건은 부결됐다. 더불어 강성부 KCGI 대표가 한진칼 지분을 취득하며 감사 선임 문제로 갈등을 빚자 사모펀드의 반란에 시장이 주목하기 시작했다. 앞서 정 대표가 말한 오해는 뭐고, 이들이 주장하는 주주행동주의는 대체 뭘까. 다음은 그와 나눈 일문일답이다.

운용 보수 낮추자고 택한 ‘운용사 교체안’


맥쿼리 논란, 한번 짚고 넘어가자.

부결과 대결이 핵심이 아니다. 맥쿼리인프라펀드는 플랫폼과 한국 민자사업의 훌륭한 파트너다. 사실 교체를 원한 게 아니었다. ‘보수를 좀 낮추자’는 카드를 꺼냈을 뿐이다. 플랫폼을 알리기 위해 쓴 꼼수가 아니다. 다만 ‘보수 인하’ 문제가 주주총회 안건이 될 수 없어 내린 고육지책이었다. (스마트폰을 보여주며) 당장 주가(1월 15일 종가)가 의미 있는 행보였음을 말해준다. 당시 의결권 자문사인 ISS, 한국기업지배구조원, 서스틴베스트가 찬성표를, 다른 한 곳이 반대표를 던졌다. 이제야 하는 얘기지만 ‘교체’가 아닌 ‘인하’를 내세웠다면 모두 찬성표를 던졌을 거다. 결과야 어쨌건 맥쿼리는 기본 보수를 낮추고, 성과보수는 폐지하기로 했다. 시장은 맥쿼리와 플랫폼을 믿었고, 주가는 최고치를 찍었다.

덕분에 ‘주주행동주의’란 용어가 주목받았다.

그렇다. 사실 지난해 9월 강성부 KCGI 대표가 한진칼의 지분을 장내 매수하면서 관심을 끌기 시작했다. 그전까지 한국에서 주주행동주의는 ‘1인 시위’에 가까웠다. 누군가는 주가조작이라고 깎아내리기도 했다. 예전엔 이런 말이 맞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시대가 달라졌다. 주주가 권리를 주장하는 게 단순히 기업의 이익을 더 나눠달라는 징징거림이 아니다. 저성장 국면이 명확해지면서 머리를 맞대고 ‘선택과 집중’을 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됐다. 외부에서 주주가 목소리를 내면 안에서 보이지 않던 것도 보이는 법이다. 우린 옳은 일을 했다.

시장에서 ‘옳은 일’은 좀 다른 의미 아닌가?

맞다. 바로 수익이고, 상장사라면 주가다. 주주의 이익이 곧 회사의 성장과 직결된다는 사실을 다수가 잊고 있었다. 단순히 번 돈을 더 나눠달라고 주주가 목에 핏대를 세우면 뭐하나. 또 주주로서 도덕적으로 옳다고 믿는 걸 표결로 밀어붙였어도 주가가 움직이지 않는다면 이것도 시장에서 ‘옳은 일’로 평가받지 못한거다. 맥쿼리 주가는 최고가를 찍었고, 플랫폼 운영펀드 수익(1년간)도 25%가 넘는다. 같은 기간 코스피 지수는 17% 이상 빠졌다. ‘시장은 항상 옳다’는 말로 답을 대신하고 싶다.

시장이 옳다는 말은 ‘주가만능주의’ 아닌가?

아니다. 주가는 가장 종합적인 시장요소와 변수를 반영한 지표다. 증시에선 기업이 잉크카트리지 하나만 잘못 써도 주가가 떨어질 수 있다는 말이 있다. 그만큼 주가는 기업활동의 총체다. 경영진의 판단이든, 사모펀드의 판단이든 그들이 옳다고 주장해서 자회사를 팔아치웠다 치자. 그런데 주가가 움직이지 않는다면 시장에는 아직 그 자회사가 그룹 성장에 도움이 된다고 믿는 의견이 강한 거다. 물론 한국 주식시장이 완벽하진 않다. 변수도 많고, 외부 요인에 취약하다. 이런 때일수록 주주 행동주의를 표방한 펀드들이 더 나은 전략을 제시하는 등 각종 ‘변화구’를 날려줘야 한다.

한국에서 ‘주주행동주의’는 필연인가?

‘5년 전 일본 같다.’ 글로벌 투자사를 만나면 항상 듣는 얘기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일본 경제를 일으키기 위해 ‘마이너스 금리’, ‘프리미엄 상품권 풀기’ 등 돈 풀기에만 집중했다고 알려졌다. 올해도 예산을 2조 엔이나 책정했다고 들었다. 그리고 지금 잘나가는 일본 기업의 체질 개선 뒤엔 아베 총리가 직접 꺼낸 ‘주주행동주의’가 있었다. 시장에 패턴이 있다. 세대가 넘어갈수록 사회엔 거버넌스(공공경영)라는 문제가 생긴다. 기업도 마찬가지다. 기업경영이 폐쇄적이면 현금만 쌓이고 경제는 돌지 않는다. 배당도 하고 투자도 해야 한다. 일본이 그랬다. 닛케이지수는 지난 5년간 70% 이상 올랐고, 기업들의 사외이사 구성원, 배당성향, 지배구조 문제도 대폭 개선됐다.

한국 재계는 2·3세 시대를 맞고 있다. 이들과 생각이 다를 수 있지 않나?

반대다. 2·3세는 오히려 선진시장을 경험해서 주주가 나서는 게 큰 문제가 아니다. 게다가 시대가 바뀌고 회사가 커질수록 오너 일가의 지분은 줄 수밖에 없고, 기관 보유지분은 더 늘어난다. 하지만 덩치가 커진 국민연금 같은 대형 기관은 개별 기업에 목소리를 내기 어렵다. 그 갭(차이)을 메워주는 게 ‘주주행동주의’ 펀드다. 우리는 이미 양쪽의 이해관계를 잘 알고 있다. 한국도 시장과 오너 간 중재자가 필요해진 시대를 맞이하고 있고, 사모펀드는 이때 진화해야 한다고 본다.

그래도 한국 대기업과 글로벌 행동주의 펀드 간 신경전은 여전하다.

이건 주주행동주의 문제가 아니다. 펀드사도 속된 말로 물렸기 때문이다. ‘자산까지 처분해 주가를 올려라?!’ 글로벌 투자 펀드가 들어온 시점과 최근까지의 대기업 주가 추이를 봐라. 너무 떨어졌다. 운용사가 투자자의 수익을 지키지 못했는데 어떤 합리화가 먹힐까. 앞서 말한 대로 펀드의 본질은 시장 평균수익률보다 수익을 더 내자고 모인 돈의 집합이다. 아무리 숭고한 가치를 표방해도 수익을 못 내고 돈을 못 빼면 소용없다.

일각에선 주주행동주의 펀드가 경영권을 노린다는 얘기도 나온다.

그럴 리 없다. 시장은 객관적이다. 기업이 수익을 내려면 이 기업의 본질을 제삼자 입장에서 꿰뚫고 있어야 한다. 그런데 경영권에 관심이 있다고 노골적으로 드러내거나 욕심을 내면 어차피 주주행동주의 출발선은 무너진다. 똑같이 객관적으로 볼 수 없고, 밀실타협이 만연하게 된다.

사모펀드가 너무 공개적으로 나서는 게 아닌가?

프라이빗해야 하는 건 철저히 프라이빗하게 진행한다. 너무나 당연한 말이다. 다만 우린 단순히 돈보다 사회 트렌드에 주목했다. 촛불, 미투 등 한동안 끊임없이 나왔던 이 단어들도 사회 트렌드를 관통했기 때문이라고 본다. 주주행동주의도 마찬가지다.

플랫폼이 세간에 알려진 후 달라진 점이 있나?

먼저 글로벌 투자사들의 방문과 연락이 눈에 띄게 늘었다. 앞으로 투자하고자 하는 펀드사는 물론이고, 이미 한국 기업에 상당수 투자한 회사에서도 연락을 많이 받는다. 자신들이 본 관점에서 믿고 투자했는데 주가가 휘청거리니 진짜(?) 문제를 짚어보고 싶은 게 이들의 첫 번째 이유고, 다음은 눈에 보이는 비효율을 대신 짚어달라는 요구다. 결국 이들도 기업이 잘돼 시장에서 평가를 제대로 받아 주가를 올리고 싶다는 뜻이다. 또 하나는 주주행동주의를 비아냥거리며 바라보던 시선이 사라졌다.

플랫폼은 얼마나 성장했나?

2월이면 운용자산규모(AUM)가 1조원을 넘어선다. 빨리 성장한 건 맞다. 하지만 우린 소위 ‘주식쟁이’가 아니다. 하루 종일 모니터상 주가창 수치에 매달리지 않는다. 지난해 미래에셋PE와 서울공항리무진 지분 80%를 인수했다. 미래에셋PE와 플랫폼파트너스가 각각 600억원, 200억원을 투자했다. 인프라펀드를 잘 알고 있는 전문성을 살리고 있다.

정 대표와 인터뷰는 수시간째 계속됐다. 그는 사모펀드에 드리운 부정적인 선입견을 떨쳐내고 싶어 했다. 정재훈 플랫폼파트너스자산운용 대표는 또 ‘주주행동주의’가 한국에서만 150여 개 운용사가 싸우는 레드오션에서 블루오션으로 가는 티켓이라며 꼭 하고 싶은 말이 있다고 했다.

“수십 년간 고점매수, 저점매도를 하는 투자자를 봐왔습니다. 시장이 아무리 어려워도 기관들만 아는 좋은 상품을 이제 많은 이에게 풀고자 합니다. ‘소수 약자 공감’을 키워드로 전진하는 자산운용사가 되고 싶습니다. ‘주주행동주의’도 시장참여자 모두가 공존할 기회라고 생각합니다.”

- 김영문 기자 ymk0806@joongang.co.kr·사진 전민규 기자

201902호 (2019.0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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