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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에 빠진 기업 ‘베스트 뮤지엄'(5)] 한불모터스-푸조·시트로엥 자동차박물관 

‘프랑스 DNA’ 심어 제주 관광 코스로 주목 

조득진 기자

▎푸조·시트로엥 자동차박물관은 제주의 관광 명소가 되고 있다. / 사진:푸조·시트로엥 자동차박물관 제공
박물관 앞에 놓인 33m 높이의 에펠탑이 프랑스 감성을 물씬 풍긴다. 첨탑과 안테나를 포함해 높이 320m인 ‘파리 에펠탑’을 10분의 1로 줄였지만 가까이서 보면 정교한 양식은 그대로 옮겨놓았다. 해가 지고 어둠이 깔리면 이 에펠탑은 형형색색 빛으로 캄캄한 제주도를 밝힌다. 특히 프랑스 국기 색인 파랑, 하양, 빨강 불빛이 점등되면 ‘제주 속 작은 파리’의 감성을 물씬 풍긴다.

제주 서귀포 중문관광단지에서 1㎞ 거리에 있는 푸조·시트로엥 자동차박물관의 첫 모습이다. 푸조·시트로엥의 한국 공식수입원인 한불모터스가 지난해 12월 문을 열었다. 푸조·시트로엥 브랜드를 생산하는 PSA그룹이 모국인 프랑스 이외 지역에 박물관을 세우기는 제주가 처음이다. 약 110억원이 투자된 자동차박물관은 송승철 한불모터스 대표가 제주도를 100번 이상 왕복하며 부지 선정부터 인테리어까지 모든 과정에 정성을 기울였다고 한다.

자동차박물관은 8300㎡(2500평) 부지에 지상 2층, 지하 1층 건물로 조성됐다. 이곳에서는 푸조 200년과 시트로엥 100년 역사를 엿볼 수 있다. 전시 차량 중 일부는 직접 사들였고 32대는 PSA 그룹에서 장기 임대 형식으로 지원받았다. 우선 7대가 박물관에 전시됐고 나머지는 올해 순차적으로 국내에 들어온다.

100여 년 전 생산한 클래식 카 눈길


▎디스플레이로 시크로엥 전 모델을 감상할 수 있다. / 사진:푸조·시트로엥 자동차박물관 제공
우선 박물관 1층은 시트로엥의 클래식 카 모델과 역사를 온·오프라인으로 체험할 수 있는 ‘시트로엥 오리진스’와 다양한 기념품을 구입할 수 있는 ‘헤리티지 스토어’로 구성됐다. 시트로엥 오리진스에는 1934년 생산된 트락숑 아방과 2CV(1948년), DS21(1955년) 등 기념비적 모델이 전시됐다.

프랑스어로 전륜구동을 뜻하는 트락숑 아방은 1차 세계대전 이후 시트로엥의 창업자인 앙드레 시트로엥이 자동차업계로 복귀하며 출시한 모델이다. 영화 [사운드 오브 뮤직]을 비롯해 모두 1300여 편에 출연할 정도로 그 시대를 잘 표현한 차량으로 꼽힌다. 프랑스 자동차 엔지니어링의 선구자로 불린 엔지니어 앙드레 르페브르는 “망치질을 할 때 손잡이보다 머리가 먼저 움직인다”는 말로 전륜구동의 이론적 바탕을 설명하기도 했다. 이곳에서는 16개 디스플레이로 1919년부터 현재까지 판매되고 있는 시트로엥 전 모델을 감상할 수 있다.


▎1911년에 생산된 푸조 클래식 카 '타입139A 트로피도'. / 사진:푸조·시트로엥 자동차박물관 제공
2층은 모두 푸조 차량으로 꾸몄다. 2층 입구를 기준으로 시계 방향으로 푸조의 과거, 현재를 살펴볼 수 있는 콘셉트로 전시했다. 우선 100여 년 전에 생산한 타입139A 토르피도(1911년)와 타입153BR 토르피도(1923년), 201C 세단(1930년), 401D 리무진(1935년), 601세단(1934년) 등 총 5대 클래식 카가 눈길을 끈다. 1970년대 생산한 604 세단부터 비교적 최근인 2006년에 생산한 207CC 등 총 18대 차량을 볼 수 있다.

주목할 만한 모델은 1911년에 생산된 클래식 카 ‘타입 139A 트로피도’다. 옛 유럽의 귀족들이 타고 다녔을 법한 고전적 느낌의 차량으로 마차에서 자동차로 넘어가는 단계에 만들어진 초기 자동차의 모습을 그대로 담고 있다. “타입 139A 트로피도는 2년간 55대가 생산됐다. 지금도 전시된 차량에 녹이 슬지 않은 것을 보면 당시 기술력이 상당했음을 알 수 있다”는 게 박물관 측 설명이다.

박물관·렌터카 운영으로 브랜드 알리기


▎1930~1980년대 제작된 푸조·시트로엥의 세단 모습. / 사진:푸조·시트로엥 자동차박물관 제공
푸조는 본래 커피 분쇄기, 후추통과 톱 등을 제조하던 철강 업체였다. 1810년부터 자전거·스쿠터 제조를 시작했고 1890년부터 자동차를 만들었다. 박물관에는 이런 푸조의 변화를 알 수 있도록 히스토리 룸에 페퍼밀, 커피 그라인더 등을 전시했다. 기념품 매장에서는 푸조가 생산한 후추통을 구입할 수 있다. 푸조의 상징인 사자 로고의 역사, 브랜드의 다양한 영상을 관람할 수 있는 미디어 룸도 마련했다.

크고 작은 박물관 100여 개가 있는 박물관 천국 제주에서 푸조·시트로엥 자동차박물관을 찾는 관람객이 꾸준히 늘고 있다. 개관 초기 하루 평균 수십 명에서 최근엔 수백 명으로 늘었다. 자동차 마니아뿐 아니라 제주도를 여행하다가 에펠탑 모습을 보고 찾아오는 관광객이 상당하고, 최근엔 도내 학교의 단체견학도 잦다. 서서히 제주의 핵심 관광 코스가 되고 있는 것이다.

한불모터스가 제주에 푸조·시트로엥 자동차박물관을 설립한 것은 한국 수입차 시장의 성장세 때문이다. 메르세데스-벤츠, BMW, 아우디, 폴크스바겐 등 독일 브랜드의 인지도가 높은 상황에서 브랜드를 효과적으로 알리는 데 가장 적합한 곳으로 연간 관광객 1400만 명이 찾는 제주도를 선택한 것이다. 게다가 제주도는 천혜의 자연을 갖추고 있어 프랑스 브랜드의 특징인 감성 요인을 전달할 수 있는 적지로 판단했다.

한불모터스가 2015년부터 4958㎡(약 1500평) 규모의 렌터카 하우스를 제주도에서 운영하고 있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지난 연말 기준 13개 차종 200여 대를 렌터카로 운영하고 있다. 푸조·시트로엥 자동차박물관은 PSA그룹과 협업해 테마기획전, 클래식 카 시승 등 다채로운 프로그램을 운영할 계획이다.

- 조득진 기자 chodj21@joongang.co.kr

201903호 (2019.0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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