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n the Cover

Home>포브스>On the Cover

[POWER CELEBRITY] 배우 류준열 

성실하고 반듯한 이미지로 ‘충무로 블루칩’ 등극 

박지현 기자 centerpark@joongang.co.kr
‘대세’의 저울은 완전히 기울었다. 요즘 영화계에서 류준열은 가장 바쁜 배우 중 한 명이다. 영화 촬영을 시작하자마자 출연작이 상영관을 채우다가, 영화 상영이 끝나기가 무섭게 새로운 포스터가 걸린다. 데뷔 후 한 번도 쉬지 않았다는 그는 ‘충무로의 블루칩’임을 꾸준히 입증했다. 이번엔 단독 주연까지 꿰찼다. [응답하라 1988] 이후 성실히 달리고 있는 류준열이 ‘2019 파워셀럽’에 이름을 올렸다.

▎배우 류준열은 충무로에서도 ‘성실한 배우’로 꼽힌다. 그는 “무대에서는 떨리는데 카메라 앞에선 떨리지 않는다”고 말했다. / 사진 : 씨제스
“진짜 공부를 많이 하는 배우다. 항상 콘티와 대본을 보고 있다. 자간과 띄어쓰기 하나까지도 공부하고 준비하는 사람이다. 현장에서 갑자기 상황이 바뀌어도 자연스럽게 대응하는데 전부 준비되고 공부한 거였다. 본받고 싶을 만큼 성실한 사람이다.”

영화 [돈] 박누리 감독은 류준열 배우를 이렇게 표현했다. [돈]은 장현도 작가의 동명 소설이 원작이다. 하루 평균 거래 대금 7조원이 오가는 ‘돈의 메카’ 여의도를 배경으로 한 범죄극이다. 신입 주식 브로커 조일현(류준열)이 영화를 이끈다. 세심한 감정 변화가 돋보이는 역이다. 개봉 8일 만에 100만 명을 가뿐히 넘기더니 350만을 목전에 뒀다(4월 18일 기준). 제작비 80억원에 손익분기점을 가볍게 넘은 성과다.

“감독님의 입봉작, 저의 첫 주연작으로 오랫동안 고민한 작품이라 그런지 더 의미가 있었어요. 관객분들 호응이 좋아 뿌듯하고 감사합니다.” 류준열은 포브스코리아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영화에서 그가 신경 썼던 건 한두 가지가 아니다. 영화를 준비하면서 처음으로 주식도 해봤다. “지식 없이 주식을 한다는 게 얼마나 위험한지를 알게 됐습니다. 하하.”

화려한 액션이 없는 영화라 감정 표현에 신경을 더 많이 써야 했다. 특히 ‘시선’처리에 공을 들였다고 했다. 손가락 하나, 눈빛 하나로 기분을 표현할 수 있도록 노력했다. 영화에선 점증적으로 감정 변화를 겪다 변곡점을 보여주는 장면들이 있다. 한 명이 다양한 캐릭터를 끌어올리는 셈이다. 류준열에게 어려운 연기는 따로 있었다. 박 감독은 촬영 비하인드로 ‘화내지 못하는’ 류준열에 대해 언급한 적이 있다. “너무 착한 친구라 영화 속 상황으로 넘어가며 날카롭게 굴어야 하는데 막상 화를 못 내더라”고 말했다. 류준열은 하도 고민이 돼서 감독에게 “누구를 그렇게 미워하거나 화를 내거나 짜증을 내본 적이 없다. 화를 얼마나 내야 남들이 볼 때 짜증을 내는 걸로 보이는지 알려달라”고 토로했다고 한다. 그래도 영화에서는 성공적으로 연기를 끝낸 듯하다. 그는 “제가 마지막에 불법거래를 성사시키기 위해서 얼굴을 변주하는 장면이 있는데, 그때 저도 모르게 무언가 끓어오르는 감정이 느껴지더라고요. 그때 ‘이것을 해내야 한다’라는 괴물 같은 본능이 나왔어요.”

평소 류준열은 ‘생각이 바른’, ‘모범적인’ 배우로 잘 알려져 있다. 오죽했으면 ‘소처럼 일한다’고 해서 ‘소준열’이라는 별명까지 붙었을까. 충무로에서 류준열은 성격만큼이나 성실하게 필모그래피를 쌓아왔다. 쏟아지는 러브콜이 예상된 일이었던 것처럼. [더 킹], [택시운전사], [리틀 포레스트], [독전], [뺑반] 등 굵직한 영화엔 출연했다. 송강호, 유해진, 조진웅, 조인성, 유지태 등 흔히 ‘기라성’ 같은 배우들과 어깨를 나란히 했는데도 뒤처지지 않는다. “아우, 저에겐 영광이었죠.” 류준열은 겸손히 답했다. “제가 감독님들에게 들은 칭찬은 ‘공감이 되는 얼굴, 지나가다 눈에 띄지 않는 평범한 얼굴’이었어요. ‘그 와중에 다양한 마스크로 변할 수 있는 모습이 좋다’고 하시더라고요.”

인스타그램이나 VLIVE 등 SNS 활동도 열심이다. 많은 팬과 교류하는 셀럽의 트렌드에 맞는 행보다. 사진과 장난기 어린 말투, 구수한 웃음으로 팬심은 눈에 띄게 더 두터워지고 있다.

연기도, 축구도, 여행도 그에겐 ‘덕질’ 수준이다. 깊이 파고든다. ‘성덕(성공한 덕후)’이라고도 불린다. 축구와 여행은 “대중에게 잘 알려진 ‘덕질’에 불과”할 정도로 그의 덕후 세계는 다양하다. ‘스폰지밥’ 애니매이션 보는 것도 의외의 취미에 포함된다.

“촬영 중에도 절대 빠지지 않는 저의 중요한 활동은 동네 형들과 축구하는 거예요.” 특히 류준열은 평소 손흥민의 팬이자 절친임을 밝혀왔다. 영화 [돈]에서도 손흥민 선수를 응원해 돈을 따는 장면이 나온다. 실제 류준열은 영국 런던을 찾아 토트넘과 브라이튼 앤 호브알비온의 경기를 직접 관전할 정도로 열성 팬이고, 손흥민 선수가 귀국하자마자 만난 연예인도 류준열이다. 두 스타의 인스타그램에는 만남 때마다 사진이 나란히 올라올 정도다. 류준열은 손흥민 선수를 두고 “진짜 멋있는 선수고, 존경스러운 동생”이라며 “손흥민 선수가 10시반에 취침하는 걸 보고 나도 따라 바꿨다”고 웃었다.

“손흥민 선수와 절친, 축구는 촬영 중에도 포기 못 한다”

축구만큼이나 열정을 쏟는 취미는 여행. 류준열은 여행 전도사에 가깝다. “정말 많은 사람에게 여행을 권해요. 꽉 차 있던 에너지를 쏟아 비우기도 하고 또 다른 에너지를 채워 오는 과정이니까요.” 기억에 남는 여행지를 묻자, 오히려 그는 “제일 좋았다고 꼽을 수 있는 여행지가 없을 정도로 다 좋았다”고 답했다. “여행지는 어디를 가도 가서 만난 생경한 문화와 사람들 모두 매번 다른 감정으로 다가온다”고 말한다.

최근 JTBC 예능 [트래블러]에서도 ‘여행자’ 류준열은 매력을 가감 없이 발산 중이다. 배우 이제훈과 함께 떠난 쿠바 여행은 시청자들의 호응을 이끌어내고 있다. 몇 년 전 tvN [꽃보다 청춘]에서 여행을 즐길 줄 아는 모습으로 주목을 받기도 했다. 쿠바에서도 까맣게 그을린 얼굴로 사진기를 옆으로 메고 현지인들과 어울리는 류준열은 잘 맞는 옷을 입었다는 평을 듣는다. 두 배우의 브로맨스도 볼 만하지만, 나지막한 목소리로 번갈아 내레이션을 하는 걸로 예능 다큐의 정점을 찍는다. 여행지에서 일출, 일몰 사진을 찍어 수집하는 그가 수준급의 사진을 찍어 올린 것도 화제가 됐다.

류준열은 쿠바의 여운이 채 가시지 않은 듯했다. 그는 “막연히 쿠바는 지구상에 남은 두 사회주의 국가(북한) 중 하나라고 생각했는데 막상 K-POP을 즐기고 흥이 많은 곳이어서 놀랐다”고 말했다. “전 스스로 아주 추운 곳부터 아주 더운 곳까지 여행을 많이 다녀봤다고 자부했었는데, 여행 감각이 무뎌질 때쯤 간 쿠바는 정말 신선한 나라였어요. 칵테일, 모히토, 살사, 룸바, 특유의 재즈음악 등이 다 쿠바에서 시작됐다고 하더라고요. 에너지 넘치는 나라예요.”

‘욜로(YOLO: YOU ONLY LIVE ONCE)’라는 단어를 좋아한다는 류준열은 ‘더 나은 오늘’을 위해 노력한다. “연기를 공부할 때 변하는 인물과 아닌 인물이 있다고 배웠어요. 변하는 인물의 포인트는 섬세해야 한다고 해서 그런 디테일을 익히려고 노력하고 많이 묻고 더 나은 오늘을 만들려고 노력해요.” 지난해 찍은 독립군 이야기를 다룬 [전투]도 올여름 개봉 예정이다. 역시 류준열 주연의 영화가 사계절 쉬지 않고 올라오는 셈이다. 그는 천상 ‘노력하는 배우’의 길을 걷고 있다. 소처럼 우직하게.

201905호 (2019.04.23)
목차보기
  • 금주의 베스트 기사
이전 1 / 2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