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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성현 스페이스워크 대표 

인공지능(AI)으로 집 짓는 젊은 건축가 

김영문 기자 ymk0806@joongang.co.kr
‘건축과 컴퓨터의 만남?’ 최근 한 스타트업이 매년 7~8회나 바뀌는 건축법을 쫓는 소프트웨어를 개발했다. 이에 맞춰 땅에 어떤 집을 지을 수 있는지, 짓고 나면 임대 수익률은 얼마나 나올지도 알려준다. 빅데이터와 AI로 한국의 3800만 개 필지를 뜯어보겠다는 창업가를 만났다.

▎조성현 스페이스워크 (랜드북 개발사) 대표는 “인공지능이 법규의 제한 속에서 임대수익률이나 분양수익률을 극대화하는 입체(부피)를 찾아내는 방식을 고도화하는 데 주력한다”고 말했다. 더 나아가 매입자문 서비스까지 연계해 본격적으로 비즈니스 영역 확대에 나설 참이다. / 사진 : 스페이스워크
‘건축을 통제하는 법 23가지.’

‘1년에 6번 바뀌는 건축법, 공지 기간도 7일 내외.’

‘2017년 서울·경기 토지 거래액수 50억원 이상 1300여 건, 50억원 이하 19만여 건.’

한국 건축법규와 부동산 개발 현실이다. 법을 다 지켜가며 시공에 들어가도 중간에 법이 바뀌는 일이 허다하다. 하지만 수도권에서만 50억원 이하 토지를 거래하는 수요는 연간 20만 건에 달한다. 땅만 거래하겠는가. 그 위에 뭘 짓든 최종적으론 개발하려는 수요다. 업계에선 우스갯소리로 “법을 다 지키다 건물을 못 짓거나 법규 한두 개쯤은 위반하고 짓거나”를 외친다. 부동산 개발 시장은 그야말로 철옹성 같은 ‘레몬 마켓’(정보 비대칭 시장) 그 자체다.

“대규모 부동산 개발에는 토지매입 전부터 부동산계 최고 전문가들이 뛰어듭니다. 정보를 미리 아는 정도가 아니라 개발 지역을 시세까지 끌어올릴 수 있는 개발 시나리오를 쏟아냅니다. 설계, 시공, 시행 모두 이에 발맞춰 움직이면 좋겠죠. 하지만 개인이 건물이 지을 땐 부동산 전문가에게 도움받기가 정말 어렵습니다. 누가 전문가인지는 알까요? 개인도 어떻게 개발해야 투자 위험을 줄이고, 수익을 높일 수 있는지를 여러모로 검토하고 개발해야 합니다.”

지난 6월 13일 성수동 사무실에 만난 조성현(36) 스페이스워크 대표는 ‘랜드북’ 서비스를 론칭한 이유부터 설명했다. 지난해 8월 선보인 랜드북은 빅데이터와 인공지능 건축설계 기술을 활용해 부동산 가치를 평가하고, 개발 솔루션을 제공하는 서비스다. 토지 데이터, 건축물대장, 인허가정보, 실거래가 등 공공 데이터에 등기부등본, 건축·도시 법규, 도시계획 변동 공고는 물론 사용자의 예상 토지가까지 빅데이터로 모아 가치를 평가하는 엔진이다. 검색창에 지번을 입력하면 그 토지를 분석해 토지 시세, 최대 용적률과 개발 후 추정 수익까지 보여준다. 이게 ‘무료’다.


▎경계없는작업실 작품① 서울특별시 용산구 후암동 ‘복합주거 건물’ / 사진 : 신경섭
조 대표는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서울대 건축학과 03학번 동기인 문주호·임지환 건축가와 공동 대표로 있는 ‘경계없는작업실’ 건축사사무소에서 진행한 작업으로 지난해 문화체육관광부 젊은건축가상을 받았다. 건축주 입장에서 목표 수익률도 잡아주고 랜드마크로서의 자부심도 지켜냈다. 덕분에 개업 4년도 안 됐지만 지은 건물만 20건이 넘는다. 이곳에 ‘랜드북’이 쓰였다. 솔루션을 만들고 그 솔루션이 얼마나 효과적인지를 보여줬다. 더 나아가 낡은 건물과 신축공사 정보를 조합한 ‘랜드북 세이프티’로 누구나 건물의 안정성을 체크해볼 기회까지 열어줬다. 조 대표는 “건축학과를 다니며 한국 도시개발 추진이 항상 더딘 현실을 마주해왔다”며 “토지 개발의 사회적 비용을 줄이고, 개인도 가치 있게 사용할 방법을 찾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가 그리는 스페이스워크는 어떤 회사일까. 다음은 그와 나눈 일문일답이다.

스페이스워크는 어떤 곳인가?

‘건축 소프트웨어 회사인가’, ‘건축 정보 모델(BIM) 회사인가.’ 딱히 경계는 없다. 현재는 인공지능(AI) 부동산 솔루션 회사라고 표현하는 게 맞다. 출발은 이랬다. 앞서 말한 ‘경계없는작업실’이란 건축사사무소의 기술팀을 분사해 회사를 만들었다. 지금은 거꾸로 스페이스워크가 투자를 받아 건축사사무소를 인수했다. 강남 수익형 부동산을 개발하며 매출을 올리고, 남은 돈을 솔루션 개발에 투자했다. 그 결과물로 웹서비스 랜드북이 탄생했다.

소프트웨어를 개발해 공공기관에 납품도 했다고 들었다.

2016년 가로주택정비사업을 목적으로 서울주택도시공사(SH)에 ‘가로주택설계 자동화 프로그램’을 개발해 납품했다. 사실 2013년 소형 건축물 설계 자동화를 시도했다가 묵혀두었던 걸 다시 꺼낸 케이스였다. SH는 이 소프트웨어를 주민 분담금이 어떻게 산정되고, 개발시 수익성은 어떻게 될지 추정하는 데 사용했다. 그간 국가는 택지개발과 공급에 많게는 수조원을 쏟아부었지만, 정작 주민과 소통할 자료는 없었기 때문에 호응이 좋았다. 최근엔 SH뿐만 아니라 경기도시공사, 인천도시공사, 고양도시관리공사, 시흥시 도시재생지원센터 등도 우리 고객이 됐다. 한국국제협력단(KOICA)과 함께 베트남에 사회주택를 짓는 데 필요한 프로그램도 개발했다.

인공지능은 어떻게 접목하는가?

인공지능을 활용하는 방법은 두 가지다. 먼저 흔히 아는 딥러닝은 수십만 건에 이르는 과거 데이터에서 패턴을 찾아내 새로운 문제를 푸는 학습 방식이다. 건축은 이렇게 해선 어렵다. 건축법이 매년 수차례 바뀌는 탓이다. 그래서 우리는 구글의 알파고처럼 ‘강화학습’ 방식을 택했다. 바둑처럼 반드시 지켜야 할 규칙을 학습시키고, 보상값을 극대화하는 식이다.


▎경계없는작업실 작품② 서울특별시 강남구 논현동 ‘테트리스하우스’ / 사진 : 신경섭
무엇보다 수익형 부동산 개발에 강하다고 들었다.

어떤 땅이 투자하기 좋은 땅인가. 이를 따져가는 과정이 핵심이다. A와 B란 토지가 있다고 가정해보자. A는 도로 면에 닿아 있고, 시세는 3.3m² 당 2000만원 정도다. B는 도로 안쪽에 있어 3.3m² 당 1300만원이다. 일반적으로 도로 면에 인접한 땅이 더 비싸다고 생각한다. 근데 실제 개발했을 때 가치 평가를 해보면 B가 더 나은 땅일 수 있다. 같은 면적의 땅이라도 발코니나 주차장 같은 서비스 면적을 더 포함하면 뽑아낼 주거 세대나 주차대수가 달라진다. 사람이 모든 경우의 수를 따져보기 힘들지만, 기계가 하면 얘기가 달라진다.

실제 수익성이 높았던 사례가 있나?

서울 강남구 논현동에 지은 테트리스 하우스가 기억에 남는다. 대지가 112m²인 아주 작은 땅이었지만, 연 12%까지 수익이 났다. 통상 5~6%에 머무는 임대 수익률을 웃도는 수치다. 땅을 우선 잘 샀고, 용적률을 극대화한 설계로 미적 요소를 버리지 않은 게 주효했다. 2018 베니스 건축 비엔날레에선 ‘용적률 게임’이란 주제로 초대 전시되기도 했다. 랜드북을 활용하면 공간 가치를 극대화하면서 수익률을 어느 정도 맞추는 게 가능하다는 증거였다.

랜드북 세이프티 서비스도 화제였다.

지난해 6월 용산구 한 건물이 무너졌다는 소식을 들었다. 사내 메신저에서 안타까움을 토로하던 도중 우리가 기여할 방법을 찾아보자는 의견이 나왔다. 따져보니 그 부근에 신축공사 현장이 있었다. 공사 진동, 건물 노후화 등 건물이 붕괴될 수 있는 요인을 따져보고 기존 랜드북 데이터에 입혀봤다. 여기에 서울시가 지정한 위험 건물 기준을 더해 위험 건물의 분포를 찾는 서비스를 2주 만에 선보였다. 지금까지 시청 안전과, 구청 안전과에서 활용도가 꽤 높다.

앞으로 계획이나 사업 목표가 있나?

영역을 정하진 않았지만 토지라는 한정된 자원을 효과적으로 쓸 수 있게 하자는 신념은 더 굳건해졌다. 건축문화 얘기를 해보겠다. 어떤 지역의 건축 문화를 결정하는 것은 그 지역의 상위 건축물이 아니다. 질 높은 빌라와 단독주택, 1개 동 규모 아파트 같은 소형 개발이 활성화돼야 도시가 달라진다. ‘수익성’이란 개발 유인 요소가 꼭 필요한 까닭이다. 플랫폼 ‘랜드북’을 정교화해 기획, 설계, 시공의 전 프로세스를 통합하면 또 다른 시너지가 나올 것 같다.

201907호 (2019.0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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