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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인철 인스테리어 대표 

홈쇼핑에서 ‘인테리어’를 파는 남자 

김영문 기자 ymk0806@joongang.co.kr
요즘엔 홈쇼핑에서도 인테리어 상품을 판다. 주방·거실 가구를 팔면서 설치까지 해주는 기업은 예전에도 있었지만 온·오프라인 연결 서비스는 최근에야 등장했다. 인테리어 공사 책임을 누가 지느냐는 문제로 방송 심의 통과가 어려웠기 때문이다. 인스테리어는 ‘책임’에 주목했다.

▎황인철 인스테리어 대표는 “O2O 플랫폼이 오프라인에서 발생하는 거래를 ‘책임’진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며 “우리 역시, 책임지기로 한 건 오랜 시간 끝에 내린 결정이다”라고 말했다. / 사진 : 인스테리어
“(인테리어 O2O 업계) 유일하게 홈쇼핑으로 광고합니다. 인테리어 업계는 책임 주체가 명확하지 않을 경우 방송 심의를 통과하기 어렵기 때문에 처음엔 홈쇼핑 측에서 무척이나 난감해했죠. 지난해 SK스토아에서 4회, 올해도 벌써 2회나 진행했습니다. 처음에 반신반의했는데 ‘책임’ 소재를 명확하게 밝히자 고객 전화가 쇄도했습니다.”

지난 6월 11일 강남구 신사동 사무실에 만난 황인철(47) 대표는 이렇게 말문을 열었다. 인스테리어는 단순 중개를 넘어 인테리어 공사의 책임을 매칭하겠다며 나선 온·오프라인(O2O) 연결 플랫폼이다. 이 회사는 인테리어 시공할 때 발생할 수 있는 각종 사고, 문제와 더불어 ‘먹튀’를 책임지겠다고 하면서 시장의 호응을 이끌어냈다. 지난해 첫선을 보인 홈쇼핑 방송엔 견적 의뢰가 쇄도했고, 지난 4월엔 벤처캐피털들로부터 40억원 규모의 투자를 유치했다. 거래 규모도 2016년 베타서비스를 시작한 이후 누적 거래액 600억원을 돌파했다.

황 대표는 이 기세를 몰아 인테리어 견적부터 시공, AS까지 전 과정의 효율을 높일 수 있는 웹(홈페이지)을 확 바꾸고, 애플리케이션(앱) 개발도 하반기 출시를 목표로 속도를 내기 시작했다. 물론 사업으로 따지면 이제 시작이나 다름없다. 게다가 황 대표는 45살에 창업한 ‘늦깎이 CEO’다. 1997년 현대건설에 입사해 2000년 대학원에서 재무를 공부하고, 2004년부터 줄곧 한샘에서 재무·기획 부서를 거치며 13년을 달려온 샐러리맨이었다. 나름 안정적인 생활을 구가했던 그가 기어코 창업에 도전했던 과정을 풀어봤다.

다 버리고 창업한 이유가 뭔가?

직장 생활 20년 차가 넘어서 창업했다. 주위에서 다들 반대했다. 회사를 차리겠다고 나섰지만, 세상을 깜짝 놀라게 할 기술이 있는 건 아니었다. 다만, 기존 시장이 가진 구조적인 문제는 언젠가 풀릴 거란 확신이 있었다. 창업하기 2년 전인 2014년 송파구에 28년 된 집을 샀다. 초기 분양받은 사람이 단 한 차례도 수리하지 않은 집을 그대로 넘겨받았다. 최소 3000~4000만원 정도의 예산이 필요했지만, 어디다 맡겨야 할지 모르겠더라. 한샘에서 다녔어도 재무·기획 부서에만 있었으니 현장 일을 알 리 없었다. 동시에 나 같은 사람이 많겠다 싶어 이걸 도와주면 어떨까 싶었다.

당시 인테리어를 맡기면서 느낀 불편함은 뭐였나?

업자를 찾아 맡겨보니 표준화된 거래 절차도 없고, 계약서를 쓰지 않는 곳도 많았다. 계약서를 쓰더라도 양식이 다 달랐고, 중간에 가격을 올려달라고 하는 곳도 있었다. 하자보수(AS) 이야기를 꺼내면 아예 전화를 받지 않는 업체까지 있었다. 4000만원이나 들여 인테리어를 했는데 몇 군데 업체에 연락하다 골병이 날 정도였다.

창업 후 시장이 좀 달라졌나?

크게 달라지진 않았다. 집을 고치는 이들 중 온라인 서비스를 이용하는 사람은 4%에 불과하다. 사실 O2O 비교 견적 서비스는 많다. 그들은 서비스를 파는 게 아니라 인테리어 업체를 소개하는 일이 전부라서 인테리어 업체에 문제가 있다면 손해는 고스란히 소비자에게 간다. 그 기억 탓인지 소비자들이 확 넘어오진 않는다. 하지만 차츰 변하고 있다. 업계 1위 집닥이 ‘집닥맨’이란 서비스로 부상 AS를 진행하고, 인스테리어는 먹튀와 자재 바꿔치기, AS 미이행 없는 ‘3대 핵심 사고 보장제’를 내세운다. 소비자들도 차츰 이런 서비스를 이해하고 찾기 시작했다.


▎인스테리어는 앞으로 ‘인테리어 백과사전’ 기능을 도입할 계획이다. 더불어 플랫폼 안에서 탐색, 상담, 계약, 공사, 점검, A/S, 홈스타일링 등 고객편의를 도모할 수 있는 기능도 준비 중이다. / 사진 : 인스테리어
‘먹튀’를 보장하는 법, 구체적으로 어떤 계약을 체결하나?

삼자계약을 한다. 인테리어 업자, 의뢰자, 중개인으로 인스테리어가 들어간다. 업체를 선정할 때 서울보증보험에서 신용보증을 받을 수 있는지 확인한다. 그리고 우리가 만든 계약서를 제시한다. 계약서에는 하자발생 시 서울보증보험의 하자이행보험을 이용할지, 아니면 하자보수 책임을 인스테리어에게 맡길지 선택란을 둔다. 우리의 ‘책임보증’은 그렇게 시작된다.

더불어 온라인 인테리어 스타트업도 늘고 있다.

창업 당시 집닥이 이 시장에 먼저 뛰어들었다. 2016년엔 ‘나도 해볼 수 있겠다’ 싶었다. 만약 지금의 집닥을 봤다면 아마 창업을 포기했을지도 모른다.(웃음) 인테리어 중개 플랫폼 서비스 기업이 속속 생겨나는 것 자체가 시장이 변하고 있다는 증거다. ‘레몬마켓’(정보 비대칭 시장)이었던 업계에 일대 바람이 불 수 있다고 본다. 국내 인테리어 시장 규모는 25조원이 넘지만, O2O 서비스를 이용하는 비율은 4% 정도로 극히 미약하다. 더 많은 플랫폼 업체가 생겨나면 오히려 시장이 확대될 기회라고 생각한다. 업계가 서로 차별화를 꾀하며 공존하면 파이가 커질 수밖에 없다.

인스테리어의 ‘차별화’ 전략은 뭔가?

무상 AS를 책임진다. 동시에 인테리어 업체가 중간에 연락이 끊기거나 파산해도 인스테리어가 책임을 떠안는 한이 있어도 시공을 마감한다. 일종의 연대보증 개념을 도입해 인테리어 업체가 만약 AS를 해주지 않으면 인스테리어가 자비를 들여 선조치하는 식이다. 지금까지 1000건 넘게 공사를 연계했는데 이런 사고는 3건에 불과했다. 0.3% 수준이다. 지난해 4월 경기도 의왕시 내손동에 사는 고객이 아파트 인테리어 공사를 하던 중 업체와 연락이 끊긴 일이었다. 당시 400만원을 들여 공사를 마무리했다.

좋은 인테리어 업체를 확보한 것 같다.

그렇다. 사실 인테리어 공사 하면 한샘을 꼽는다. 한샘에서 13년을 근무했으니 한 다리 건너면 업계 사람을 쉽게 연결할 수 있다. 당연히 시공했을 때 품질 평판도 좋게 나온다. 인테리어 업체 풀을 구성하면서 그 덕을 크게 봤다. 이 부분은 굉장히 중요하다. ‘안심’이 아니라 거래의 ‘안전’을 도모하는 건 업체가 상당한 법적 책임을 도맡겠다는 의미다. 인테리어 업체 몇 군데가 사고를 내면 피해가 막대하게 커질 수 있다. 한 업체가 시공 하나만 맡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더 꼼꼼하게 살피는 까닭이다.

앞으로 목표가 있다면.

대략 4000만원 미만 인테리어 시공 예산을 잡는 고객이 주요 타킷이다. 아파트 시공사를 끼고, 대단지를 맡는 사업은 하지 않는다. 그들은 레몬마켓에서 이미 우위를 점하고 있다. 인스테리어가 필요로 하는 곳은 소규모 인테리어 시공을 원하는 서민들이다. 그들을 위해 풀(Full) 서비스를 제공하고 싶다. 그러기 위해서 개인화 기반 추천 시스템도 정교화할 생각이다. 엔씨소프트에서 김영선 최고기술책임자(CTO)를 영입하고 팀을 재정비한 이유다. 김 CTO는 인공지능(AI) 전문가로 앱 개발에 힘 쏟는 동시에 전 프로세스를 디지털화하고 있다.

201907호 (2019.0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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