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같이 세대별로 극단적으로 다른 경험을 한 나라는 전 세계에 없을 것이다.
조국 법무부장관 덕분에 원치 않던 과잉 정치정보에 시달렸다. 넘쳐나는 조국 뉴스에 피곤해져서 나중에는 운전 중에 조국 이야기만 나오면 라디오를 껐다. 조국 관련 논쟁에 끼어들어 시시비비를 가리고 싶은 생각은 전혀 없는데, 개인적인 만남이나 SNS에서 조국에 대한 자기 의견을 강요하는 사람들 덕분에 힘겨웠다. 기사 수없이 나왔지만, 기업 경영으로 바쁜 필자는 왜 사람들이 조국에게 저렇게 관심이 많은지, 사생결단의 격한 어조로 비난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 촌각을 다투는 중요한 일들이 산더미처럼 쌓여 있는데다 세상에는 신경 쓸 일이 한두 가지가 아닌데 말이다.생각해보면 한국과 같이 세대별로 다른 경험을 극단적으로 한 나라는 전 세계에 없을 것이다. 필자와 같은 586세대의 삶을 보면 산업화 초기의 농경사회에서, 산업화를 거치면서 1인당 GDP가 수백 달러였던 청소년기를 보내고, 1980년대 치열한 민주화 항쟁 시기를 거치면서, 1990~2000년대의 글로벌화, 정보화를 온몸으로 겪으며 살아오다가 이제는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이하고 있다. 일제시대, 한국전쟁 이후 지난 60여 년간 우리가 압축적으로 산업화, 민주화, 정보화를 이룩하는 과정에서 큰 성취를 이뤘지만, 구조적 모순과 내적 갈등도 엄청나게 쌓여왔다. 일제시대, 한국전쟁의 험난한 시대를 겪은 사람과 겪지 않은 사람은 가치관이 완전히 다르다. 풍요로운 경제 환경에서 자랐지만 미래가 암울한 요즘 젊은 세대에게 보릿고개와 고무신 이야기를 하면 바로 꼰대가 된다. 이렇게 격변의 시절을 보냈으니 세대별로 세계관과 정치적 지향에 큰 차이가 나고 갈등도 심각할 수밖에 없다. 그렇지만 세상은 급변하고 있다. 미중 무역전쟁, 한일 무역갈등 등으로 신자유주의가 쇠퇴하고 국가주의가 대두되는 숨가쁜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정부가, 기업이, 개인이 세계적 조류에 뒤처지지 않으려면 준비해야 할 일이 산더미처럼 많다.
보수나 진보의 프레임으로 세상을 보는 것은 이제 한물갔다. 지난 대통령 선거의 정강정책을 보면 보수나 진보가 별반 차이가 나지 않는다. 이제는 보수, 진보, 좌우가 아니라 잡스럽게 필요한 개념을 여기저기서 끌어당겨 쓰면 어떨까? 역사에서도 배울 게 많고, 다른 나라의 성공과 실패 사례, 산업현장과 세계시장, 민초들의 삶에서도 배울 게 많은데 말이다. 세상살이에는 좌도 아니고 우도 아닌 회색지대가 훨씬 더 넓다. 세상을 진보와 보수의 개념이 아니라 장사꾼, 상인의 개념으로 보면 세상 돌아가는 게 훨씬 더 잘 보인다. 누가 필자의 정치적 성향을 물어보면 이렇게 답하련다. “나는 좌파도 우파도 아닌 잡파다.”- 김정웅 서플러스글로벌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