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lumn

혁신을 혁신하자 

 

혁신은 기술로만 이뤄지지 않으며, 그 기술이 사용되는 문화적인 맥락에서 평가를 받게 된다.

도대체 혁신은 무엇일까? 혁신은 기업이 갖춰야 할 가장 중요한 덕목이자 가치로 평가받는다. 혁신하기 위해 다양한 국가와 기업이 R&D(Research & Development)에 집중한다. 경제학자 슘페터는 혁신이야말로 ‘자본주의 경제의 기본원리’라고 주장한다. 예를 들면 증기기관에서 내연기관으로의 진전은 단편적인 기술의 진보가 아니라 다른 차원의 기술적 지평을 연 혁신이다. 슘페터는 “우편 마차는 여러 대 연결해도 결코 기차가 될 수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이러한 기술혁신을 주장하는 것은 이젠 식상하고, 수없이 나오는 혁신적인 기술도 모두 성공적으로 뿌리내리지 못한다. 사회가 어떤 혁신적인 기술을 받아들이는지를 생각해야 하는 이유다. 이에 대한 답은 ‘문화적인 의미’와 ‘의미 창출’이라고 말할 수 있다.

1900년대 초반 선보인 라디오는 혁신적인 기술로 평가받았다. 전파를 통해 음성을 송수신할 수 있는 기술이 혁신으로 평가받은 이유는 라디오를 통한 음악의 전파와 보급 때문이다. 라디오는 당시 특정 계층만 향유했던 음악을 대중에게 전파했다는 문화적인 의미가 컸다. 라디오가 혁신적인 기술로 인정받는 이유다.

혁신은 기술로만 만들어지는 게 아니다. 그 기술이 사용되는 문화적인 맥락에서 평가받는다. 혁신을 위한 R&D도 기술과 더불어 인간의 삶과 문화적인 의미에서 완성된다. 혁신 사례를 찾아보면 기업가 입장에서 살펴봐야 할 게 무엇인지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이탈리아의 유명한 조명기구 업체인 아르테미데(Artemide)는 이런 사례의 전형이다. 아르테미데는 티지오(Tizio)라는 이름의 아름다운 스탠드를 개발해 스탠드의 패러다임을 바꿨다. 스탠드가 단순히 빛을 밝히는 도구가 아니라 하나의 조형물 혹은 가구가 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 아르테미데는 메타모르포시(Metamorfosi)라는 새로운 개념의 제품을 출시했다. 사용자의 기분과 니즈에 따라 여러 색으로 바뀌면서 다양한 실내 분위기를 연출할 수 있는 혁신적인 제품으로 인정받았다.


『디자이노베이션』의 저자 로베르토 베르간티는 ‘의미창출 디자인’에서 혁신을 찾았다. 의미를 창출한다는 것이 무슨 뜻이고 어떠한 행위인가 하는 것을 눈여겨봐야 한다. 의미를 창출한다는 것은 사람들에게 새로운 의미를 제안하는 것이다. 결국 사람들을 설득하는 행위다. 아르테미데의 티지오는 스탠드가 단순히 어두운 곳을 밝히는 도구가 아니라 아름다운 가구 조형물이라고 사람들을 설득했다. 메타모르포시는 빛이 사람의 기분을 바꿀 수 있는 상품이라는 의미를 제안하는 데 성공한 것이다.

- 최영찬 선보엔젤파트너스 공동대표

201910호 (2019.0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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