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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0년대 초 전기차 몰락의 교훈 

 

100여 년 전 도입된 전기차의 문제로 지적됐던 충전소, 배터리 경량화, 높은 가격 등은 여전히 전기차 대중화의 걸림돌이다. 테슬라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오픈 이노베이션 전략을 취했다.

최초의 전기자동차는 언제 나왔을까? 짐작보다 훨씬 빠르다. 1832년 영국 스코틀랜드 사업가 로버트 앤더슨이 세계 최초의 원유 전기 마차를 발명했고, 1884년 영국인 발명가 토마스 파커가 공식적인 ‘세계 최초’의 전기차를 발명했다. 인기도 높았다. 1900년 미국 전역에서 전기차 3만4000여 대가 운행돼 가솔린 차량보다 많았다. 당시 전기차가 인기를 끈 이유는 19세기 말 주요 교통수단이던 마차로 인해 생긴 말똥 등 환경오염 문제를 해결했고, 시동과 운전이 편했기 때문이다. 전기차의 인기는 오래가지 않았다. 배터리가 지나치게 무거웠고, 긴 충전 시간 때문에 운행도 어려웠다. 1920년대 헨리 포드가 고안한 컨베이어 벨트로 대표되는 대량생산 체제가 구축됐고, 대규모 유전 개발 등에 힘입어 가솔린 자동차가 대세를 이루기 시작했다. 그렇게 전기차는 기억의 뒤편으로 사라지는 줄 알았다.

2006년 실리콘밸리의 작은 스타트업 테슬라 모터스는 한 번 충전으로 320km 넘게 달리는 전기차 상용화에 성공했다. 100년 만에 다시 전기차의 가능성이 주목받았다. 완성 자동차 시장을 이끌어가는 일본과 독일의 자동차 기업도 전기차 시장을 선점하겠다고 선언했다. 블룸버그는 “2040년까지 전 세계 신차의 절반 이상이 연료전지 자동차로 전환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100여 년 전 문제로 지적됐던 충전소, 배터리 경량화, 높은 가격 등은 여전히 전기차 대중화의 걸림돌이다. 테슬라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오픈 이노베이션 전략을 취했다. 2014년 테슬라는 배터리 생산, 전력 충전소 등 보유한 핵심 특허를 외부에 공개하는 개방형 혁신 정책을 선보였다.

테슬라를 시작으로 세계 완성차 기업들도 오픈 이노베이션 전략을 속속 발표하고 있다. BMW와 다임러는 전기자동차, 전기스쿠터, 자동차 충전 등을 아우르는 모빌리티 전반의 혁신에 협업하고 있다. 프랑스 르노와 일본 닛산은 이스라엘 스타트업과 협력해 공개 혁신 연구소를 텔아비브에 설립했다.


내연기관차에서 전기차로 옮겨 가는 흐름은 전통적인 부품 업체들에 더 큰 위협이다. 현재 친환경 센서, 전동 부품 등 미래 신산업에 투자한 한국 자동차 부품 기업은 전체 9000여 곳 중 1% 미만에 불과하다. 울산의 대표 자동차 부품 중견 기업 현대공업의 시선은 미래를 향하고 있다. VC인 라이트하우스컴바인인베스트와 함께 100억원 규모의 ‘패스트 이노베이션 펀드’를 조성한다. 한국의 자동차 부품 기업 중에서는 최초의 시도다. 오너의 리더십과 끊임없는 고민이 5년 후, 10년 후에는 큰 차이를 만들어낸다. 지역 중견기업의 도전을 응원하는 이유다.

- 최영찬 선보엔젤파트너스 공동대표

201911호 (2019.1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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